첫 퇴근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나와 니슈아르는 계단을 내려간뒤, 하얀 색에 때가 거의 없는 복도를 지나 어떤 방에 멈춰섰다. 방 옆에는 "지급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니슈아르가 말했다.

"여기 꼼짝말고 있어요. 카드 가지고 올테니까요."

니슈아르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식별 카드를 꺼낸 후, 지급실 글자 밑에 설치된 인식기에 카드를 갖다댔다. 인식기에는 초록불이 들어왔으며, 이윽고 니슈아르는 어떤 기계장치와 상자가 가득 쌓인 지급실에 들어가버렸다.

나는 지급실 앞에 있는 의자에 슬그머니 앉았다. 예상과는 달리 복도가 너무 조용했다. 내가 앉아있으면서 들은 소리는 고작 직원 몇 명이 지나갈 때 내던 걸음소리와 수다 소리밖에 없었다. 회사 내에 직원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할 줄은 나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회사건물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직원들이 넘쳐나는 것은 나 또한 질색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멍 때리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응? 못봤던 얼굴인데? 혹시 이번에 여기 새로 오신 그 회원분이세요?"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젊은 청년이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뒤, 청년과 악수를 나눴다.

"하하, 반가워요. 나는 리차드라고 합니다. 저도 당신처럼 여기에 들어온지 얼마되지않은 신입이에요. 저는 섹터 B에서 일하고 있는데, 회원님은 앞으로 어디서 일하게 됬어요?"

나는 리차드에게 섹터 B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오, 저랑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되었네요. 이거 정말 우연인데요. 앞으로의 활동 기대할게요. 저는 이제 가봐야겠네요. 빨리 이 서류뭉치를 다른 동에 전달해줘야되서요. 그럼 이따 봐요."

그렇게 리차드는 굵직한 서류뭉치를 한 손으로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리차드가 사라지자, 니슈아르가 지급실을 나와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식별 카드를 건네줬다.

"자, 식별 카드에요.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만약 카드를 잃어버린다면, 저하고 아주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거에요. 암튼, 그 카드를 가지고 섹터 B에 있는 776-B호실로 가세요. 당신은 앞으로 그곳에서 일하게 될 거에요. 물론 일하다 보면 다른 동이나 섹터로 이동할 일이 종종 발생할 거에요. 뭘 그렇게 서있어요? 어서 움직이세요."

나는 그렇게 니슈아르가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동시에 776-B호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아름다워보였다. 성깔 있는 성격이지만, 한번 같이 저녁식사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30년을 살아오면서 여자한테 고백을 받아본 적도, 데이트해본 적도 없었기에 쉽사리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776-B호실에 도착하자 나를 반겨준 사람은 리차드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한테 해야할 일을 주었다.

"오늘 할 일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최근에 회사쪽에서 어떤 녹슨 로봇을 회수해왔는데, 유한회사MC&D쪽에서 수리를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그 로봇을 고치는 일을 오늘 회원님께서 하게 될 겁니다. 물론, 몸체 전부를 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왼쪽 팔 부분을 수리해주세요. 수리 도구는 저쪽 보관함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설계도도 챙기세요. 수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그는 말을 끝낸 후, 다시 서류뭉치를 들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7명의 연구원과 함께 로봇 팔 수리에 동참하게 되었다. 나는 보관함에서 수리 도구를 왼손에 챙긴 후, 오른손으로 로봇 팔의 설계도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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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보였지만, 그래도 팔에 대한 자세한 수치가 적혀있길래 수리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설계도와 수리 도구를 작업대에 놓은 후, 본격적으로 로봇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8명의 연구원들은 서로 역할을 나눠서 팔을 수리하기로 했다. 나와 리차드를 포함한 3명은 팔의 중간 부분을, 2명은 팔의 위쪽부분, 그리고 나머지 3명은 팔의 아랫부분을 수리하기로 했다.

로봇의 팔은 꽤나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골격 위에 또 다른 골격이 있었다. 골격과 골격을 이어주는 부분마다 녹이 슬어있거나 부서져있으며, 뭔가를 방출할 수 있는 호스관이 끊어져있거나 여기저기 뜯어져있었다. 또한 팔 내부에는 그 목적을 알 수 없는 빈 공간이 있었다. 공간 안에는 뭔가 폭발했던 흔적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딱히 특별해보이는 것이 없었다. 로봇의 팔은 워낙 정교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졌기에, 수리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우리는 로봇 중간 부분을 수리하는 작업을 마쳤다. 리차드는 나와 같은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로봇에 대하여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리차드가 아니였다면 수리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팔의 중간 부분과 위쪽 부분은 수리가 완료되었으며, 아랫부분은 아직 수리가 덜 이루어졌다. 나와 리차드는 아랫부분을 수리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덕분에 수리작업은 예상시간과는 달리 약 20분 일찍 마칠 수 있었다.

리차드가 말했다.

"모두 수고했어요. 예상과는 달리 수리작업이 빨리 이루어졌네요. 저녁식사하고 다들 여기로 모이세요. 팔 말고 다른 부분도 수리해야 하니까요."

리차드는 말을 끝낸 후, 나를 향해 다가왔다.

"아까 보니까, 정말 열심히 하시던데요? 제가 봤던 사람들 중에선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게다가 저보다 로봇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계시던 것 같은데요? 저도 한번 당신한테서 기술 좀 배워보고 싶네요. 저녁식사 후에 저하고 나머지 연구원분들은 몸통 부분을 수리하려고 합니다. 원래 회원님도 동참하셔야 하는데, 니슈아르님께서 당신에게 다른 업무를 주셨드라고요. 그래서 부탁 하나 할려고 합니다. 몸통 부분은 그 어떤 부분보다도 복잡하게 구성되있어요, 수리하기 위해서는 T221동에 있는 421-Y호실에 있는 특수 수리 도구가 필요해요. 그쪽으로 가서 저희한테 수리 도구 좀 전달해주실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아, 니슈아르님께서 주신 업무는 T481동 111-O호실에서 이뤄질 겁니다. 이따가 그쪽으로 가보시면 되요."

그렇게 리차드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였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나는 곧장 T221동으로 향하였다. 계단을 오른 후, 여러가지 사선이 그어져있는 복도를 지나, 하얀색의 모퉁이를 지나서야 421-Y호실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421-Y호실 옆에는 유난히 나의 시선을 끌었던 방이 있었다. 421-S호실인데, 다른 방의 문들과는 달리 유난히 그 크기와 높이가 거대했다. 카드 인식기 또한 다른 방들과는 차이가 있었으며, 붉은 글씨로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주의: 접근 금지

Σ등급 이상만 접근 가능


접근금지에 그리스 문자를 이용한 등급이 새겨져있었다. 생각해보니, 내 식별 카드 뒷면에도 그리수 문자가 새겨져있던 것 같다. 나는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식별 카드를 꺼내 살펴보았다. 카드 뒷면에는 "α등급"이라고 새겨져있었다. 인식기에 한번 카드를 갖다대볼까하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소름돋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6대의 감시카메라가 나를 주시하게 되면서 사라져버렸다.

나는 특수 수리 도구를 챙겨 아까 지나갔던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 다시 T481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몇 분을 걸어서 섹터 B에 도착하자, 리차드가 나를 반겨주었다.

"특수 수리 도구는 챙기셨나요? 네, 바로 그거에요. 가져다줘서 고마워요. 이제 회원님은 111-O호실로 가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리차드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또 다시 하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였다. 111-O호실은 꽤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왜냐면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손잡이를 잡은 후 천천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 내 눈에 보인 사람은 한 일본인 연구원이었다.그는 50대 중반처럼 보였으며, 덩치가 나보다 작았다. 게다가 탈모도 진행중인 것처럼 보였으며, 1960년대에 유행했던 싸구려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윽고 일본인연구원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오신 분 맞으시죠? 잘 오셨습니다. 저는 111-O호실 선임 연구원 고토라고 합니다. 원래는 여기에 저 말고 다른 연구원들도 있었는데, 콘토스 박사가 다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저를 제외한 여기 연구원들은 앤더스님이 직접 뽑으신 최고 엘리트 연구원들이라, 콘토스 박사님은 항상 중요한 일처리가 있으시면 이 친구들을 자주 데려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연구실에 저 혼자만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일손이 좀 부족했었는데, 니슈아르님께서 신입 연구원을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어쩃든, 111-O호실에 잘 오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해보도록 하죠."

고토는 왼쪽에 있는 보관함에서 수리 도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고토는 수리 도구를 작업대로 놓은 다음, 어떤 회로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설계도를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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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작업만 마무리하면 회원님은 집에 갈 수 있습니다. 조금 복잡한 작업이 될 겁니다. 리차드가 아마 당신에게 말해줬을 겁니다. 유한회사쪽에서 수리를 부탁한 그 로봇 알고 있으시죠? 당신과 저는 그 깡통로봇의 몸통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중앙 회로 장치를 수리할 것입니다. 근데 워낙 로봇이 짜증날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져서, 로봇 팔 수리하는 것보다는 쉽지 않을 겁니다. 준비되셨죠? 그럼 이제 시작해봅시다. 설계도를 보고 하시면 아마 수리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나와 고토는 진지한 태도로 로봇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연구실 안에는 회로 뜯어고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 둘은 몇 분동안 서로 말도 하지 않는 채 그저 회로 고치는데만 집중하게 되었다. 고토는 몇 분동안 말 없이 작업을 하는 것이 뻘쭘했는지, 약 30분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회원님, 오늘 첫 출근이라고 하시던데, 일은 해볼만 합니까?"

나는 고토에게 해볼만하다고 답했다.

"다행이네요. 하긴 꽤나 젊어보이시는데, 어련하시겠어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고토의 이 말을 끝으로 또 다시 10분동안 서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추가로 5분정도 지나자, 고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회원님도 알고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왠지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나는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회원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유한회사 MC&D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로 도와줄 일이 있을 때는 도와주고, 필요할 게 있으면 만들어서 선물해주기까지 하는 그런 관계이지요. 그런데 최근에 어떤 단체가 유한회사 MC&D를 습격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유한회사 MC&D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물건을 훔쳐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유한회사 MC&D는 '애초에 그 물건은 우리가 먼저 발견했고, 우리가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먼저 물건을 훔친 것은 당신들이다.'라고 답했죠. 그 단체는 유한회사쪽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기에, 현재 해당 현장의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그 놈들이 우리 회사한테도 공격을 가하겠다고 협박문자를 보냈거든요. 물론 앤더슨님은 가볍게 무시해버렸습니다."

이후 고토는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유한회사쪽에서 자신들의 회사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선 군사로봇이 임시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한테 최근 자기들이 그 단체로부터 빼앗은 녹슬고 부서진 고철덩어리 로봇을 건네주면서 수리해줬으면 한다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로봇의 일부분을 현재 저와 회원님이 수리하고 있는 중인 겁니다."

유한회사 MC&D는 보통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군사력보다는 정치나 사회와 관련된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들었는데, 이 회사가 군사력을 사용할 정도라면 아마 그 피해 정도가 어마어마한 것으로 보인다.

고토는 이어서 말을 덧붙였는데, 회사를 공격했던 단체는 해킹과 정보 오염 기술, 그리고 은폐 기술이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유한회사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들어있는 기록들이 모두 삭제되었으며, 중요 시설의 경비 시스템이 모두 무력화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게다가 앤더슨 로보틱스와 관련된 문서나 서류들의 데이터가 대규모로 유출되거나 손상되버렸다고 한다. 또한 이 단체는 은폐 기술이 뛰어나기에, 현장에는 해당 단체와 관련된 그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추적을 하는데 아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앤더슨 로보틱스에게 아주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아버지가 취직했던 회사에 간신히 취직한 것도 감사한 판에, 이런 일이 발생해버렸다는 것은 운이 좋지 않다면 나를 하루아침에 실직자를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직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바로 실직자가 되는 것은 내가 가장 질색하는 것 중 하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한회사를 습격한 단체가 빨리 잡혔으면 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고토와 얼마나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것일까, 벌써 중앙 회로 장치 수리가 완료되었다. 시계는 저녁 10시를 훌쩍 넘긴지 오래였다. 시간은 정말 많이 지나갔으나, 나는 이 시간이 겨우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고토는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휴, 오늘 정말 수고하셨어요. 꽤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텐데, 로봇에 대하여 꽤나 아는 것이 많나봐요. 아무튼, 오늘 정말 잘하셨어요. 회원님은 이제 집에 가보셔도 좋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도록 할게요."

나는 111-O호실을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리고 나는 아까 지나갔던 하얀 복도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고 있다가 나는 우연히 리차드를 만나게 되었다. 리차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별로 멋있어보이지 않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리고 정장의 가슴주머니에는 3개의 볼펜이 꽂혀있었으며, 오른손에는 A4용지 크기의 메모장을 들고 있었다. 무언가가 써져있었지만 글자가 너무 작아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리차드는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자 반갑다는 듯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회원님, 아직도 퇴근하시지 않으셨어요? 오늘 첫 날인데 꽤나 많이 고생하셨죠? 얼른 들어가보세요. 저는 마저 처리해야할 일이 남아있거든요."

그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성이 걸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분은 누구십니까?"

그러자 리차드가 이렇게 말했다.

"아, 이분은 최근 우리 회사에 취직한 신입 연구원입니다. 회원님,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은 유한회사 MC&D쪽에서 오신 가르시야라고 합니다. 가르시야님은 로봇 수리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 오늘 우리 회사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러자 가르시야가 나한테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반갑습니다, 연구원님. 리차드씨께서 말했다시피, 저는 유한회사 MC&D 소속인 가르시야라고 합니다."

그는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손을 뻗은 후 그와 악수를 나눴다.

리차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회원님은 이제 집에 가보셔도 됩니다. 저하고 가르시야님은 마저 처리해야할 일이 남아있거든요. 내일 또 봐요!"

그렇게 리차드와 가르시야는 하얀 복도쪽으로 걸어가면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무슨 업무를 처리한 후 집으로 향하는 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 어쩌면 그건 위험하고 서로간의 배려라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바깥세상보다는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나의 안식처인 집이 더 편하고 좋기 때문일수도 있다. 나는 서둘러 회사를 빠져나와 차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역시 이 차는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시동거는데 또 5분이 걸렸다. 아무래도 이번 주안에 자동차수리센터에 자동차를 맡겨보는게 좋을 것 같다. 즐거운 나의 집으로 향하는 이 순간까지 나의 구린 자동차하고 한판 씨름하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기때문이다. 1분이 더 지나자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 나는 자동차를 후진해서 회사를 빠져나온 후, 나무와 풀만 무성하게 자란 우리 동네로 향하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침대에 바로 쓰러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도 지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바쁘고 빡세게 일을 한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빡센 줄은 몰랐다. 내일 또 그 빌어먹을 로봇을 수리해야한다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아직 한국음식도 입맛에 잘 드러맞지 않는데, 과연 내가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