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 해결사 필그림:태양의 그릇2

제 2화:태양의 그릇(下)

"하지만 결국 페드로의 아버지와 영주가 죽고말았습니다. 페드로는 이에 더 도화선에 불 붙은 폭탄처럼 광적으로 연금술에 매진하였고, 영주의 딸은 아버지의 자리를 임시로 물려받아 사람들을 통솔하여 병자들과 일반 백성들을 분류하고 계속해서 병자들을 치료할 치료제를 의사들과 함께 연구했답니다.

그러다가 그만 영주의 딸도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고 말았습니다.

곧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혀졌고 사람들은 영주의 딸을 살리려고 온갖 노력을 해보았지만 모두 소용없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페드로는 그제서야 자신의 연구가 모두 쓸모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과 비탄에 빠져 3일을 술 먹으며​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3일째 되는 밤에 돌연히 죽어가는 그녀를 위해 마지막 화해의 선물로 황금 그릇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실행에 옮겼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페스트균 그녀를 완전히 죽일 5일째 되던 날, 페드로는 헐레벌떡 그녀의 성안으로 뛰어들어가 호위병들을 밀쳐 쓰러뜨리고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그녀의 검은 색 손을 움켜 잡으며 울면서 자신의 죄를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황금 그릇을 주며 사과의 선물이라고 말했죠.

그녀는 힘없이 그릇을 들고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쁜 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그릇 처럼 사람들이 화사하고 깨끗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검게 괴사 된 피부들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그녀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의 병자들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흑사병이 사라지고 모두 건강을 되찾은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서로를 얼싸 안고 소리쳤습니다.

신께서 구원해주셨다고. 그녀는 페드로에게 고맙다며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과 그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뭔가 두 사람에게 제한이 가해진거로군요? 그쵸?"

필이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태양 그릇'이 변칙적인 개체임을 확신하고서 한 말이었다. 대개 사물형 변칙 개체들은 사용자에게 마냥 좋은 일을 일으키게 해주거나 그대로 죽게 만들거나 하는데, 태양 그릇처럼 사용자와 다수를 좋게 만들어주는 대신 특정한 제한이나 저주, 혹은 생명까지 앗아가는 조건이 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필의 말을 듣고 조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페드로는 그녀에게 용서 받고싶다는 마음과 마을 전체의 생명을 구원한 댓가로 평생 두눈을 잃었으며 무심코 소원을 빈 그녀는 하얀머리가 되고 팔 하나를 5일동안 못쓰게 되었습니다. 그뒤로 페드로는 마을의 영주로 살며, 영주의 딸은 그의 두눈이 되어 주어 평생 둘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그래서 이걸 찾아오라는거죠? 할 이야기는 이것 뿐인가요?"

"하나 더 있습니다. 이미 짐작가셨겠지만 태양의 그릇은 대상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일부분의 제한 된 패널티가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태양의 그릇 제작도가 세계 각지를 떠돌아다닌다고합니다."

"제작도가요?"

필이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조셉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네, 그래서 그 태양의 그릇과 제작도를 찾아만 주신다면 기꺼이 말했던 800만 파운드를 기꺼이 후불로 드리죠."

필 그림은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이렇게 말하며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래요! 나쁠거 없죠. 상당히 재밌을거 같고.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태양의 그릇에 대한 정보가 자세한거 같은데…누구한테 들은 정보입니까?"

조셉은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소문으로 어렵사리 듣게 되었소. 한참전에 말했다시피 이건 숨겨진 역사가 담긴 물건이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 손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손에 넣고 싶소."

필은 웃는 표정을 유지한채로 계속 질문했다.

"혹시, 어디 그런 물건 관련 수집가세요?"

"그건 아니오."

"그럼 과격 단체에서 오셨소? 예를 들면 세계 오컬트 연합이라던가…?"

"그것도 처음 듣는 이름이오."

"그렇다면 그런 물건을 가지고 범죄를 시행할 생각은 있으십니까?"

"전혀 없소."

"그러면 그런 물건들을 따로 보관하여 격리시킬 생각은?"

"그것 또한 없소. 내겐 시간이 없소. 빨리 결정해 주시오. 할거요? 말거요?"

"아아, 잠깐만요. 이건 기본적인 인증 절차라 좀 하나씩 따져야 되어서요. 번거로운 점 미리 사과드립니다."

필은 그에게 진심으로 웃으며 사과한 다음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어보았다.

"내가 해결사들 중에~이러한 특이한 물건을 찾아오는데에 일가견이 있다는 소문을 어디서 누구한테 들은겁니까?"

그러자 조셉은 들고 왔던 검은색 서류 가방을 무릎 위에 두더니 가방을 열어 현금 20만 파운드를 보여주더니 이렇게 말하고는 바로 치워버릴려고 하는것이 아닌가?

"그것 또한 그릇의 행방을 쫓다가 우연찮게 알게 된 소문이오. 아무래도 당신은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없는거 같군.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소."

그때 필이 재빨리 손을 가방문 틈에 넣고 못닫게 막으며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제가 언제 안한다고 했습니까? 성격도 급하시네? 전 예전에 의뢰인으로 변장하고온 범죄조직한테 이용당한 일이 있어서 잠시 확인절차를 밟는것 뿐입니다. 뭐 확인 결과, 평범한 의뢰인이라는 것만 알았지만요. 자, 화푸시고 그거 주십쇼. 일단 죽을 힘을 다해서 찾아보겠습니다."

조셉은 그제서야 그에게 가방을 주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렇게 말하고는 필의 문제 해결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명심하십쇼. 다른 자들이 찾기 전에 저에게 찾아서 주셔야합니다. 덤으로 제작도도 같이 말이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후불 사례금도 같이 드리겠습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필은 그를 따라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배웅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와 씨익 웃으며 곁눈질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숨기는게 많네~아주 재밌겠어. 좀 털면 더 많이 나오겠군. 내가 모르던 사실까지 말이야."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 남은 음식을 먹으며 조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데이브가 작성한 메모대로 서류 작성해 와. 그리고 저 양반이 누군지 해결사 중앙관리 본부에 조사해달라고 전해주고 결과 나오는 대로 나한테 보고해."

필의 말이 끝나자 앨렌은 바로 옆자리에 앉으며 이번 의뢰에 자신도 끼어들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자기, 앨렌이도 같이 자기 일에 참여해도 될까?"

필은 웃으며 앨렌의 볼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지! 그동안 자기가 몸 제대로 움직인 적이 별로 없었잖아? 애초에 자기 성격대로 몸이 쑤셔왔을텐데 지금껏 가만히 있어준것만으로 아주 고마울 따름이야.

난 원래 자길 이번에 나랑 같이 움직이게 할 생각이었어. 왜냐하면 아무래도 저 작자가 들은 소문이 아무래도 뒷세계 새끼들이 꿍얼대던 옛날 이야기 기믹을 보이는 도시전설같은 변칙개체 이야기인거 같거든. 그래서 이는 뒷세계랑 다시 엮어져야 할거 같은 조짐이 들어. 어때? 나랑 같이 이 더러운 영국의 뒷골목을 불태우러가지 않을래? 분명 이쁠거야. 불타오르는 뒷골목, 자욱한 연기 속에 떠오르는 붉은 달빛. 그 사이에 놈들의 피를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있는 우리 둘."

"역시 자기밖에 날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다니까? 너무 로맨틱해. 어쩜 자기는 이런 이쁜 말만 골라서 해?"

"이게 다 자기가 이뻐서 그러는거야. 애초에 너랑 있는 시간이 아니면 나에겐 무의미해. 앨렌."

필은 앨렌에게 끈적이는 말을 해주며 끌어안아주며 뽀뽀해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 그럼 자기, 나 밥 좀 먹게 딴데 좀 가주면 안될까?"

"왜? 앨렌이가 불편해?"

"아니, 그런건 아니고~! 내가 그냥 밥 좀 집중해서 먹을려고해. 자기가 사온 재료로도 만들었으니 맛있으니까~이런건 집중해서 안먹으면 예의가 아니거든."

"싫어."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엉덩이를 뗄 생각이 없어보였다. 필은 이를 보고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마저 식사를 했다.

"까불긴~! 귀여우니까 내가 봐준다."

다음날 새벽 6시 20분, 밤새도록 침대에서 뜨겁게 뒹굴었던 필과 앨렌은 필의 휴대폰 알람소리 필이 먼저 일어나서 그녀를 깨우기 시작했다.

"자기~어서 일어나자. 같이 일하러 갈 시간이야."

아침에 약한 앨렌은 옆에서 누가 깨워주지않으면 점심때까지 자는 버릇이 있었다. 특히 새벽에는 거의 비몽사몽한 상태인지라 도중에 깨면 자신이 자는지 일어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일 때가 많아, 항상 필이 먼저 일어나 그녀를 깨워줘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오늘도 피곤해서 죽을라고 했다. 어린 아이처럼 칭얼 대며 5분만 더 잔다고 말했지만 필은 웃으며 단호하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는 그대로 같이 욕실로 들어가 같이 씻었다. 이럴땐 얌전한 인형 같아서 필은 그녀를 씻길때마다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하러 갈때까지 잠에서 못깨면 그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항상 그녀를 깨울때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같이 들어가서 좀 욕조안에 앉아 있으면 그녀가 알아서 깨게끔 냅두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몸을 만질 수 있다는게 필에게는 가장 좋았다.

아무것도 못하면서 느끼는 그녀의 표정이 귀여워서 늘 즐거웠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에서 한 10분후, 그녀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필에게 장난스럽게 뽀뽀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또 앨렌이 몸 가지고 장난치고 있었어? 어휴~참! 못말려. 안질려?"

"그럼, 자기 몸인데~어떻게 질리겠어? 원래 자기 처럼 매력 있는 여자는 뭔가를 계속 빠져들게 만들어서 질릴 틈을 안줘."

앨렌은 이런 응큼한 필의 이마에 딱콩을 날려주고는 웃으며 이번 계획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았다. 필은 이마를 문지르며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처럼 도움이 필요할거 같아~. 뒷골목에서 나와 자긴 이미 얼굴이 잘 알려져 있어! 그래서 이미 거기가서 사고친게 한두번이 아니니까, 놈들도 입구에서부터 검문하고 있겠지. 그럼, 우린 누군가를 매수해서 옆길로 들어가야겠지. 아니면 아직 우리한테 호감이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그게 누군데?"

"그건….어느 뒷골목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 차이나타운쪽으로 들어갈거면 우리와 면식이 있는 칭첸에게 가야할거야. 물론 그 양반한테 돈을 많이 줘야겠지. 덤으로 그 양반이 하는 음식점에 음식 하나는 주문해야할거야. 기브 앤 테이크를 많이 따지는 양반이라 비용 문제에서는 까다로울텐데 뭐 차이나타운 내에서 서열2위조직이니 안전은 보장받는 셈이지.

두번째로는 브래드포드쪽으로 가서 '위클리 펍' 알지? 한달전에 내가 자기한테 소개해준 곳 말이야. 소개해준다, 해준다 해놓고 까먹고 있다가 겨우 기억해서 해줬던."

"아~알아! 거기 안주도 맥주도 맛있었는데! 주인 아저씨도 친절하신 분이셨고."

"맞아. 내가 그때 우리 둘이 분위기에 취해서 제대로 소개 못해준게 있는데, 그 펍 주인양반말인데…사실 거기 일대의 우두머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일대의 인맥이란 인맥은 꽤 꽉차신 분이야. 게다가 타 지역 도시의 뒷세계 두목들이랑도 친분이 있으시대. 아마 그분이라면 타 지역 도시의 분들을 설득해서 '태양의 그릇'을 더 빨리 찾게 하지않을까 싶어."

"그래! 그럼 브래드포드로 가자! 앨렌이 또 거기 가서 맥주 먹고싶어!"

앨렌은 브래드포드로 가서 맥주 먹을 생각에 굉장히 신나보였다. 하지만 필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않아 보였다.

앨렌은 그것을 눈치채고 걱정스럽게 필에게 왜그러냐고 물어보았다.

"왜그래 자기? 혹시 나 모르는 사이에 칭첸이랑 그 아저씨랑 싸웠어?"

필은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자신이 왜 이런 표정을 지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아, 아! 아니야. 후후, 절대 아니야. 내가 그분이랑 좀 개인적으로 많이 친하거든. 근데 말하다 보니 좀 걱정이 되는게 있어서 말이지. 알다시피 그 중동인은 꽤 급하고 비밀스럽게 처리해주길 바라는 눈치였거든. 그래서 내가 칭첸이나, 그 펍 주인아저씨께 의뢰 내용을 말하면 당연히 우릴 도와줄거야. 하지만 칭첸이나 아저씨가 인맥을 이용하여 우릴 돕는 도중 의도치 않게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가 탐한다면?"

앨렌은 그제서야 같이 놀라며 그의 말을 이어주었다.

"아! 그럼 의뢰인의 의뢰품을 가로채버릴 누군가의 개입이 생길 수 있겠구나?"

"그래! 그게 머리 아프다고. 그렇다고 영국 전체 도시의 뒷골목의 한주먹거리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시간도 아깝고 앞에 말했던 것 처럼 누군가가 가로챌 가능성이 더 많아질거야."

필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에 앨렌은 필의 볼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정보원은 심어두지 않았어? 정보원이 있다면 편할텐데."

순간 필을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소리치며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 그래! 그거야! 믿을 만한 소수의 사람들한테 정보를 전달하면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겠지. 그래, 정보원! 미안 자기, 내가 진짜로 요즘 바쁘다보니 별걸 다 까먹네? 이해해줘. 답답하겠지만."

앨렌은 그런 필에게 진하게 키스를 해주고는 손을 잡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그런 점이 자기의 매력인걸?"

"말은 이쁘게 하네~그럼 상을 줘야겠지?"

필은 이렇게 말하고는 앨렌과 뜨겁게 키스하며 그녀의 가슴과 아랫도리를 만져주었다. 그 강도가 점점 강렬해지고 결국 그들은 또다시 서로를 품었다.

결국 씻고 나와 아침을 먹을때는 8시 50분. 필이 생각한 일하러 나갈 시간보다 조금 더 늦었다. 필은 앨렌과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서둘러 차고로 가서 차의 시동을 킨 채로 먼저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앨렌은 서두르는 필에게 왜 그렇게 서두르냐고 물어보았다. 필은 그 말에 웃으며 이렇게 말해주었다.

"사실, 좀 빨리 씻고 나와서 최대한 정보를 모아볼랬는데, 역시나 언제나처럼 또 이렇게 되었구만."

"정보원에게 시킬거 아니였어?"

"물론 그럴건데 오늘 안에 다 말해줘야할거 아니야? 이거 새벽까지 할거거든. 아마 잘하면 밤샐거야. 근데 자기는 밤새면 안되잖아? 피곤해 죽을라고 하잖아. 그래서 자기한테 맞춰줄려고 하는거야."

"그럴 필요 없어! 앨렌이는 밤새도 멀쩡한걸?"

"그런 애가 아침에 못일어나고 점심까지 못일어나시잖아요. 그쵸?"

필은 아이처럼 발끈하는 앨렌에게 얄밉게 웃어보이며 정콕을 찔렀다. 그러자 앨렌은 심통이 났는지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뜨겁게 하고는 필의 허벅지에 갖다대었다. 곧 옷이 타는 냄새와 함께 필이 작은 뜨거움을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맞잖아? 안그래? 물론 지금은 잘 일어났는데, 앞으로 이게 장기간 의뢰로 변경 될 가능성을 염두해서 말한거야. 오랜만에 자기가 합류했는데, 컨디션 망가지면 안되잖아. 그치? 내가 자기 화나라고 말한게 아니라니까? 내말 맞지?"

앨렌은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기가 너무 얄밉게 말했잖아….? 팩트만 콕 집어서 말하는게 어딨어? 치사하게…."

필은 그런 앨렌이 귀여워 죽겠다고 생각하고는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이게 다 자기를 위해서 말한건 알고 있지?"

앨렌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필은 그 모습을 사진찍고 싶을 만큼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앨렌을 괴롭히는걸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였다. 필은 적당한 합법적 주차 공간에 주차를 하고는 주차표를 끊고 대기 시간을 여유롭게 4시간정도로 뽑고 플랩캡과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앨렌이 후드와 마스크를 쓰는걸을 보고 여유분의 선글라스를 씌여주며 말했다.

"어제도 너 선글라스 안끼고 나갔더라? 후드랑 마스크로 가린다고 자기 눈까지 완전히 가려지는건 아니랬잖아?"

그러자 앨렌이 선글라스를 벗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렌즈라고 말하면 돼! 나 맨날 가는 마켓에서도 나 코스프레 해서 렌즈 낀다고 속이고 다녔어. 그리고 한번도 안걸렸어."

필은 그런 앨렌에게 다시 선글라스를 씌우고는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다.

"영국이 CCTV가 엄청 깔려있고 여기도 SCP 재단 지부가 있어서 내가 후드랑 마스크 쓰고 다니랬지만 사람과 사람을 만날땐 완전히 가리는게 필수야. 특히 저번에 차이나타운때는 우리가 올해 6월 중순에 굉장한 화재 및 기물파손을 일으켰잖아? 물론 위험 변칙개체 처리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 일로 중국 조직놈들이 우릴 노리고 있어. 얼굴도 다 아는 상태야."

"밤에 일으킨거였으니까 상관 없지않을까?"

앨렌은 다시한번 요망한 웃음을 보이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러나 필은 이번만큼은 단호하게 다시 선글라스를 씌워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목숨이 걸린 만큼 신변보호는 해줘야지."

앨렌은 그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여름에 우리밖에 모자에 마스크 낀 사람은 없을껄?"

실제로 대부분 다들 반팔, 반바지에 양산과 선글라스 이외에는 얼굴을 가리는 사람은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들을 보고 웃으며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본 필은 뭘 보냐고 잠깐 화를 내고는 다시 마음을 진정시킨 후, 앨렌을 설득해보았다.

"난 오랜만에 자기랑 차이나타운 들어가서 잠깐이래도 오붓하게 있고 싶어. 아직 깽판 칠 시간은 아니란 말이야. 알겠어?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자기랑 있고 싶다고. 이 더운 여름에 방해꾼 한명이라도 있으면 무척 나나, 자기 기분이 안좋을거 같아. 어떻게 생각해? 그래도 선글라스 벗을까?"

"응!"

앨렌은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앨렌도 그를 놀려먹길 좋아했다. 특히 자기가 답답하게 굴때 필의 '미치고 팔짝 뛰겠네!' 표정은 자기가 보아온 어떤 사람들 보다 웃겼다. 짜증은 나는데, 여자친구 앞에서는 차마 낼 수 없다는 것이 뻔히 보였기에 앨렌은 가끔 이런 식으로 필이 자길 깊이 생각하는구나를 확인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아니나다를까? 필은 순간 욕이 나오는걸 참으며 뒤돌아 얼굴을 있는 힘껏 찡그리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도 그럴것이 앨렌은 눈이 상당히 특이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도 굉장히 인상적인 눈이라 누구나 그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과 단점이 섞여 있었다. 이걸 알고 필은 어떻게든 그녀를 살리기 위해 선글라스로 가려줄려고 했지만 그녀는 오늘따라 필을 진심으로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었다.

필은 앨렌에게 다시한번 강조해서 강하게 자기의견을 표출했다.

"자기야, 총맞으면 아플꺼야? 그치? 우리가 생이별 하는것도 마음 아플거고? 그럼, 일단 조용히 들어가서 정보원 얼굴만 보고 가자. 그럼 나머지 일처리도 도 편할거야. 어때? 좋은 생각이지않을까?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제발! 선글라스 끼고 가자. 알겠어?"

앨렌은 이쯤에서 그만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고는 마지못해 찬성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어주었다. 이때 필의 표정은 기쁨에 넘치는 표정이었는데, 앨렌은 필의 이런 표정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그제서야 일이 풀린다라는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아 그가 귀여워보였기 때문이다.

필은 이런 앨렌의 속을 모르고 기뻐하며 그녀와 팔짱을 끼고 차이나 타운으로 들어갔다. 관광객들과 함께 섞여 붉은 문으로 들어가니 양옆으로 중국풍의 가게들과 음식점이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필은 항상 이곳에 올때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웅장함과 중국 특유의 소박함을 느끼며 정보원을 찾아 어느 찻집으로 들어갔다. 필은 거기로 들어오자마자 잠깐 선글라스를 벗어 누군가를 찾았다.

때마침 이곳에는 종업원 및 사장으로 일하는 리 장준이 그를 알아보고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아이고~필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지내셨어요?"

깡말랐지만 눈에는 생기가 넘치는 그는 필이 해결사로 한창 일할때 처음 만났던 중국인이었다. 당시 장준은 이 찻집의 일개 청소부였는데 관광객의 돈을 훔치고 구타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때마침 필은 진짜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장준의 혐의도 풀어주고 진범을 장준 앞에서 죽도록 패주었다.

진범은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임산부였다.

남편이 도박에 빠져 무리하게 돈을 빌리다가 결국 다 갚지못하고 범죄조직에게 빛 청산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해 홀몸이 된 이후로 생계가 어려워져 평소 소꿉친구였던 불량배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물론 필은 그 불량배까지 장준의 앞에서 패주었다.

하지만 장준은 그런걸 원한게 아니였고 필이 진심으로 임산부의 배를 후드려칠까봐(실제로는 배를 피해서 때렸지만 장준의 눈엔 그가 진심으로 죽일거 같은 사악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에 필은 장준에게 크게 오해를 샀던 것이다.)필을 뜯어 말렸고 그 이후 장준이 그녀와 말동무를 해주면서 생활비를 보탬에 주었고 마침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아이를 둘이나 두며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아무튼 그때 인연으로 장준은 줄곧 차이나타운 내에서 그의 믿음직한 정보원 노릇을 톡톡히 해주었다. 필은 장준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이라뇨~아직 멀었는데요. 저기, 장준씨. 시간 남으시면 저랑 잠깐 이야기 좀 하죠."

"아, 네. 마침 잠깐 손님분들도 적으시니 직원들에게 잠깐 맡기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3번째 방에 가서 기다려주세요.​"

필은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앨렌을 데리고 3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필과 앨렌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모자를 벗어 한숨을 돌리며 장준을 기다렸다. 잠시후 장준이 방에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차, 내올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번 일은 당신이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중요한 일이라 급하게 또 나가봐야해요."

"저런, 어떤 일이길래 그래요?"

장준은 심각한 말투로 의자에 앉으며 의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필은 거짓말을 섞어서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중동에서 온 사람인지, 아니면 이민자인지 모를 양반이 의뢰인으로 왔는데…'태양의 그릇'이라는 그릇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주지만 대신 특정 제한을 거는 특이한 태양그림이 그려진 황금 그릇을 찾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소원까지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소문이 있다더군요. 그리고 관련 제작도가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는 루머같은 소문도 도는 모양입니다. 그것들을 찾아오라더군요."

"세상에, 그럼 황금이면 눈에 띌텐데 아직 못발견하셨어요?"

"의뢰 초기이기도하고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저 이외에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면 꽤 희귀한 물품임은 틀림 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뒷골목 암시장 같은데에서 거래 하고 있을 확률이 커서 지금 정보원들한테 전해주러 갈 생각이거든요. 당신이 지금 첫소식을 듣는 의뢰인이고요. 어때요? 하실래요? 제보 하나에 500파운드를 드리죠."

장준은 고민 할 것도 없이 제안을 받아드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요! 500파운드가 아니더라도 할겁니다. 당신은 제 인생을 바꾸어주신 은인이시니까요."

"하하!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장준씨. 장사 잘되시고~! 조만간 놀러올게요."

필은 그에게 인사하고는 앨렌을 데리고 나와 그대로 차이나 타운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오면서 아무래도 진짜 일일이 다 정보원에게 소식을 전해주려면 다음날 아침까지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필은 차 안에 들어가자마자, 조수 정인하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필씨?"

인하가 먼저 말을 했다. 필은 활기찬 목소리로 인하에게 추가 주문을 했다.

"아, 인하야. 미안한데 피오나랑 같이 고생 좀 더 해줘야겠다. 너희 어디니?"

"필씨가 가라고 하셨던 해결사 중앙관리 본부예요."

"아, 아! 그래그래! 그랬었지, 참! 그래서 말인데~그거 하고 다른 지역의 정보원들한테 내 메시지 하나만 전달해주면 안될까? 이거 오늘 안에 일일이 찾아가다간 밤샐거 같거든."

"아, 네! 그러면 바로 이 일 끝나고 정보원들한테 보내드릴게요. 무슨 메시지를 보낼까요?"

"차이나 타운이랑 브래드포드쪽은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됐고, 나머지 지역에 이렇게 보내줘. 태양 그림이 그려진 황금 그릇에 대해서 좀 알아낸거 있으면 발로 알려달라고 말해주고 이번 사례금은 500파운드라는 것도 고지 시켜줘."

"넵! 그러면 그렇게 알릴게요. 그럼 수고하십쇼!"

"그래, 너희도~이 더운날에 좀더 힘내라!"

필은 전화를 끊고 안전 벨트를 멘 다음에 시동을 걸고 앨렌과 함께 브래드포드의 위클리 펍으로 향해 달려갔다.

약 4시간 후,위클리 펍에 도착한 필은 약 11시에 펍에 온 두 사람을 보고 놀라 반가워하는 펍의 주인 조지 트루 데이먼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조지? 아오! 여전히 손맛이 매운걸 보니 별탈 없이 건강하시나봐요?"

조지는 호탕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로 손 아파하는 필에게 등짝을 한번 더 정답게 쳐주고는 앨렌에게도 인사를 건네었다.

"젊은 사람이 그까짓 손뼉치기로 아파해서 어떻게 일하나? 오! 이게 누군가? 저번에 왔던 아가씨 맞지? 이름이….앨런이었던가?"

"앨렌이예요~."

앨렌은 눈웃음치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조지는 자신의 대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사과하고는 그들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아이고~미안해! 내가 말이야, 요새 들어서 다른 사람 이름을 잘못 불러~.

내 어릴적엔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걸 보고 나는 저렇게 안살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유전은 피할 수 없나봐? 이 대머리처럼! 하하하! 자, 자! 어서 앉게나. 의자가 자네들 궁뎅이를 못붙여서 아주 안달나 있다네!"

필과 앨렌은 자리에 앉았다. 조지는 두사람에게 맥주를 한잔 할거냐고 물어보았다.

"두사람, 맥주 한잔 할래?"

앨렌은 필의 스케쥴을 생각하여 거절할려고 했으나 필이 먼저 말을 꺼냈다.

"네, 한잔 주세요. 어차피 그 친구도 여기 불러오려면 맥주가 필요하거든요."

앨렌은 필에게 무슨 친구? 라고 물어보았다. 필은 웃으며 그녀에게 속삭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 근방에 '클로버'라고 정보원들 중에서 가장 일 잘하기로 소문난 정보원 하나가 있는데, 예전에 자기랑 만나기 전에 나랑 같이 일 했어. 나중에 사정상 헤어졌지만. 어째든 그 친구가 맥주 애주가라 펍에서 부르는거 아니면 절대 일 하려고 들질 않는 친구야. 그래서 그를 불러 들일려면 맥주가 꼭 필요해. 괜찮아,나머지 정보원들에게 소식 전하는건 애들한테 맡겼으니까 우린 잠시 여기서 맥주 마시면서 목 축이고 기다리면 돼."

"자~! 여기 맥주 나왔네!"

필은 맥주를 받고 조지한테 맥주 값을 준 후 이렇게 말했다.

"장사는 잘 되시죠? 조지?"

"그럼! 늘 그렇지! 특히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시원~~한 맥주로 목 축이려고 손님들이 많이 오드라고! 덕분에 매출이 많이 늘었어."

필은 맥주를 한잔 들이키고는 입을 손등으로 닦은 후 그에게 가족 안부도 물어보았다.

"아드님은 잘지내시죠? 사모님이랑."

"아, 물론이지! 최근에 아들 녀석이 고등학생이 된 후로 처음으로 학교 축구 대회에 나갔는데, 2등하고 왔어. 본인은 1등 못한게 아쉬운 모양이더라고. 매일 같이 친구들이랑 주말에 열심히 축구연습장에서 연습했는데, 승부차기에서 자기 순서때 공이 골대를 빗나가서 졌거든. 내가 그래서 잘 달래줬지. 또 우리 아내는 요즘 수채화에 빠져있어. 그래서 틈만 나면 요즘 집에서 수채화를 그리더라고."

"그거 참 다행이네요."

필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앨렌의 손을 잡았다. 앨렌은 그가 왜 자기 손을 잡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잡아주었다. 앨렌은 어릴때부터 아버지에게 학대 받고 악당이 된 후로 필에게 거의 납치되다시피 영국으로 오게 된 후, 유일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의지하고 있던 어머니와 따로 살게 되었고, 필은 재단의 감시로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필은 나름대로 가족이야기에 혹시나 상처 받을 앨렌의 손을 잡고 남몰래 위로해주는 것이었지만 필, 역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남의 가족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대리만족 하고 있던 것이었다.

조지는 갑자기 분위기가 처진것을 느끼고는 웃으며 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쯤에서 잡담 그만하고 클로버 불러줄까?"

"아, 네! 그러시죠. 몇분 정도 걸릴까요?"

필은 정신 차리고 조지에게 클로버의 호출 대기 시간을 물어보았다. 조지는 대충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일이 안들어와서 한가하다는 모양이야. 그래서 아마 약 5분 정도는 되지않을까? 마침 클로버도 이 가게 근처에 살거든. 사실 내 이웃집 사람이라 아주 잘 알아."

조지는 바로 수화기를 들고 클로버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펍에서 누군가가 클로버의 도움을 기다린다고 전해주었다. 그리고 진짜 5분 후, 클로버가 위클리 펍에 도착했다. 왁스를 잔뜩 발라 앞머리를 세운 그의 모습은 닭벼슬이 생각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가죽재킷에 톱 탱크, 스키니진, 청색 계열의 운동화를 신은 청년이 필을 보고 꽤 반가워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야~그동안 절 이용 안해주시더니 오랜만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다시 오셨대요?"

필은 일어나서 악수를 청하고는 앉으라고 그에게 권했다.

"아니, 뭐~사정상 어쩔 수 없어. 그리고 니가 그간에 꽤 바빴잖아? 난 나대로 바빴고. 자, 앉아. 맥주 마실거지? 내가 한잔 살게."

클로버는 자리에 앉으며 필에게 지난 일까지 추억하며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을 말했다.

"정말이지, 저랑 많은 일을 겪으셨잖아요? 처음 만난게 제가 19살이었고, 형님은 22살이었으니까요. 벌써 세월이 빨라요? 제가 벌써 20대고 형님은 30대…"

"응 닥치고~ 맥주나 먹자."

필은 웃는 얼굴로 나이 이야기에 꽤 민감하게 굴었다. 클로버는 그의 민감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맥주를 쭉 들이켜 마시고는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째거나 형님은 제게 우상같은 존재였어요~!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형님처럼 되어있더라고요. 그래도 아직까진 형님이 한수 위에 계시지만요. 이번에 D코드 팀장 되셨다면서요? D코드면 꽤 빡세지않아요? 거기 해결사들 성깔이 장난아니라던데?"

"넌 별걸 다 아는구나? 날 안 본새에 이것 저것 캐고 다녔나보다?"

필은 성가시다는 말투로 이렇게 말하자 클로버는 우쭐거리며 계속 이야기했다.

"아~물론이죠! 형님이 20살 되던 그 사건 이후로 저랑 같이 일 안하셨잖아요? 그때 할머니들 귀금속, 금품만 훔쳐가는 도둑 사건, 기억나세요?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그때 그 범인….사람이 아니였죠? 난쟁이 맞죠?"

필은 순간 클로버를 싸늘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라고 했을텐데? 넌 배우 피터 딘클리지 보고도 난쟁이라고 말할거냐?"

이에 클로버도 맥주 한잔을 더 마시고는 흥분조로 이렇게 말했다.

"아니, 형님! 제가 그때 말했잖아요. 외모 비하 목적의 난쟁이가 아니라, 동화 속의 느낌 나는 난쟁이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난쟁이랑은 확실히 더 초라하고 꼬질꼬질 해보였지만 어째든 그 노인은 난쟁이가 맞는거 같다고요! 그게 아니면 왜 다 낡아빠진 갈색 복면에 갈색 조끼를 입고 허름해 보이는 자루를 들고 할머니들의 귀금속과 금품만을 훔쳐갔겠어요?

동화 속 난쟁이라니까요? 그리고 특히! 하나같이 훔친 귀금속들과 금품은 저도 나중에 따로 조사해보니까 에피코퍼레이션에서 만든 귀금속과 금품들이더군요? 그게 분명이 난쟁이를 끌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으까 그가 자꾸 훔쳤던거겠죠?"

"그만해, 클로버. 한번만 더 개소리 짓거리면 맥주잔 유리조각 입에 쑤셔박아준다?"

필은 클로버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더욱더 흥분하며 협박까지 가했다.

클로버는 이 모습을 보고 삿대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거봐! 조지! 봤어요? 저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그때도 저한테 이제 이 일에 손떼라고 말했다니까요? 심지어 그 정체모를 난쟁이 노인이 내 이마에 상처를 냈는데도! 경찰에 범인을 안넘기고 어느 순간 절 버리고 혼자서 일하더니 자기 혼자, 할머니들의 빼앗긴 귀금속과 금품들을 돌려주고, 얼마 안가서 뉴스에서 에피코퍼레이션 대표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리고 추가로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회사 자료가 모조리 삭제, 폐기처분했다는 뉴스 기억나시죠? 난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짓이 형님이 한거라고 직감하고있다니까요?

그뒤로 나 버리고 계속 일하더라고~? 그래서 오기가 나서 나도 혼자 일했고 그래서 이렇게 잘나가게 된거지. 아니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물어나 봅시다. 도대체 그 도둑, 어떻게 처리했고, 정체가 뭐예요? 형님은 나한테 뭘 숨기는거죠?"

필은 눈이 뻘겋게 충혈 된채로 그를 계속 노려봤고 맥주잔을 깨려고 공중에 높이들었다. 그리고는 탁자에 내려치려는 그순간! 앨렌이 그를 뒤에서 감싸안아주며 속삭였다.

"진정해, 자기야. 여기서 사고치면 우린 의뢰인의 의뢰를 해결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설령, 이 사람이 아닌 다른 정보원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게 될지도 몰라. 진정해. 화는 있다가 돌아갈때 풀자."

필 그림은 앨렌의 말을 듣고 맥주잔을 그대로 천천히 내려 놓고는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며 헛기침을 하고는 클로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시간내서 천천히 말해주마. 지금은 너의 도움이 필요해."

"이제와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정말 정 떨어진다. 내가 옛정 땜에 그래도 반가워서 왔는데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서 저한테 도움 청하시면 안되죠~형님?"

"너, 참 많이 띠거워졌다? 대가리 아주 잘 컸구나?"

"누구 때문에 아주 잘 컸죠."

두사람은 조지에게 맥주를 더 달라고 하고는 맥주를 물처럼 벌컥 들이마시고는 손등으로 입을 닦고 서로 아무 말 없이 노려봤다. 그리고는 클로버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요! 좋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씀은 해보세요. 듣고 판단할게요."

필은 숨을 가다듬고 그에게 맡길 일을 말해보았다.

"태양모양이 그려진 황금 그릇에 관한 의뢰야. 아주 중요해. 의뢰인의 말로는 그게 제작도까지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까지 찾아달래. 내가 보기엔 뒷골목 암거래에서 돌아다니고 있을거 같아. 사례비는 500파운드."

"500백만."

클로버가 맥주를 다 마시고 말했다. 필을 얼굴을 찡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뭐? 500백만?"

"네, 500백만파운드요. 왜요? 안돼요? 싫어요? 하지말까요?"

"안돼, 생활비 없어. 깎아줘."

"어디보자….그러면! 400백만 파운드"

필은 클로버의 어처구니 없는 흥정에 짜증을 부리며 이렇게 말했다.

"너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 복날의 개 마냥 맞고 싶냐?"

"난 진지해요? 400백만 파운드. 이거면 거져주는거예요~뭐 그게 싫으시면 더 흥정해 보시던가요~?"

"300백만 파운드. 그 이상은 안돼."

필의 대답에 클로버는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300백만 25펜스. 이거면 싸다."

필은 그말을 듣고 다시 화가났지만 마지못해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참고로 후불이다."

이에 클로버가 발끈하며 그에게 왜 후불이냐고 물어보자 필은 이렇게 대답했다.

"네녀석이 이 의뢰를 듣고 내가 돈주자마자 예전의 복수로 잠적할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니가 일을 끝마치면 줄게. 만약에 일 완수 못하면….없어! 어째든 그런줄 알아."

필은 조지에게 클로버 몫의 맥주값까지 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클로버한테 이렇게 말했다.

"명심해. 네녀석이 나랑 다시 친해지고 싶거든…이번 일을 꼭 성공하길 바라는게 좋을거야. 안그러면 지금처럼 서로 싸우기만 할테니까. 그리고 이 바닥에서 일하는 선배로써 직종은 다르지만 충고 하나 하지. 너무 많은걸 알려하지마. 그러다가 다쳐."

클로버는 그 이야기를 듣고 기가 찬 표정을 하며 헛웃음을 짓었다. 그러다가 이제서야 앨렌을 발견한 듯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런데 저 여자분은 누구예요?"

필은 그런 클로버를 한심하게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알아차렸냐? 너도 참 대단하다. 이쪽은 내 여자친구, 앨렌이야. 미들네임, 라스트네임은 너따위가 아직 몰라도 되는 부분이고. 인사해 앨렌."

"안녕하세요? 클로버? 처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클로버는 앨렌을 보며 반갑게 인사하고는 그녀의 목소리와 외모에 감탄했다.

"크~목소리 좋으시네요. 얼굴은….예쁘시네요. 약간 눈이 특이하신데, 뭐 저 형님보단 더 아름다우신 눈이니까~상관없겠죠?"

필은 그 말에 불쾌함을 느꼈는지 앨렌의 손목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클로버가 필에게 이렇게 한마디 했다.

"형님 같은 예민한 분한데 저런 여자분이 여자친구로 계시다니 과분하기 짝이 없네요. 형님네 부모님은 자기 아들이 여자친구를 이런 곳에 데리고 다니는거 아세요? 제가 좀 한마디 하겠는데, 아무리 일 때문이라도 대낮의 펍에 여자친구 데리고 다니는건 몰상식하다고 생각 안하세요? 게다가 이런 위험한 무법지대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다니시다니, 정말이지 공사 구분 1도 못하시네요."

그말에 필은 더는 화를 참지못하고 눈이 돌아서 근처의 의자를 들고 클로버한테 내리쳤다! 클로버는 악 소리를 내며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 괴로워하며 그자리에서 뒹굴뒹굴 굴렀다. 필은 그대로 의자를 내려놓고 클로버의 머리채를 끌고 남자 화장실로 끌고가서 한쪽 벽에다가 몰아 세워 놓고 대걸레를 두동강 내더니 그대로 클로버한테 자비없이 휘둘렀다. 그뒤로 10번 더 휘둘러 패더니 대걸레 조각을 버린 후, 아파하는 클로버를 잠시 내버려 둔채로 세면대로 가서 마개로 배수구를 막고는 물을 가득 채웠다.

잠시후 클로버의 머리채를 끌고 그대로 세면대로 끌고 가더니 그 앞에 세웠다.

​이를 본 클로버가 경악과 질색을 하며 필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님, 잠깐만요! 설마 절 익사시킬건 아니죠? 그쵸? 아니 제가 홧김에 막말한거 치고는 좀 너무 심하잖아요? 네?"

필은 그의 말에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좆까."

그리고는 억지로 클로버의 머리를 물 속에 담갔다. 클로버는 물이 콧속에 들어가는 괴로움과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버둥거렸지만 필은 눈하나 깜빡하지않고 죽일기세로 클로버의 머리통을 물속에 담갔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지와 앨렌과 가게의 몇몇 손님들이 힘을 합쳐 필과 클로버를 떼어내는데에 성공했다.

필은 아직도 화가 안풀렸는지 두사람을 뿌리치고는 세면대 바닥에 앉아 컥컥 대는 클로버의 볼을 잡고 마구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일로 앙심 품고 의뢰를 수락하지않을려고 한다면 내가 친히 네 동생을 찾아가서 이런 식으로 익사시켜주지!"

"이 개같은 자식! 내 동생 건들면 나도 가만 있지 않을거다!"

"마음대로해. 선택은 네 몫이야. 계속 내 심기 건들이며 개짓거리하면서 의뢰 안받으면 네 동생이 뒤지는거고, 돈받고 편히 살고 싶으면 내 의뢰에 대해서 잔말말고 받아. 의뢰를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돈도 주고, 내가 무엇을 숨기는지 알려주지. 그때가 되면 네 녀석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기도 내 알 바 아니니까 상관 없겠지?"

필은 이렇게 말하고는 소란을 피운 일과 대걸레를 동강 낸 일로 자처하여 조지에게 보상금을 주고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클로버를 놔둔채 그대로 앨렌과 함께 펍을 떠났다.

한참을 도로를 말없이 달리던 필은 결국 화를 또 참지 못하고 어느 으슥한 골목 한복판에 세워두고 운전대를 때리며 이렇게 소리쳤다.

"씨발! 알지도 못하는게! 어디서! 갑질에! 아는척이야!"

필은 이렇게 하고도 씩씩 거리며 분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그러다가 크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들지 못한 채로 앨렌에게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앨렌. 결국 참지 못했어. 이건, 그녀석이 잘못한거야!….난 말이지. 그래도 공적인 부분이니까 자기 말 듣고 참을라고 했는데, 그녀석이 자꾸 심기를 건들이잖아! 그래서 화가나서 시원하게 패버렸어. 그래도 일이 수틀리면 안되니까, 평소처럼 협박해서 단단히 당부해두었던거야….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나 진짜 분노조절 장애라도 있나봐…일 끝나면 심리상담부터 알아봐야겠어."

앨렌은 그런 그를 안아주며 등을 쓸어주면서 위로해주었다. 필은 앨렌의 행동에 조금은 편해졌는지 천천히 입을 열고 과거의 그 사건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그녀석과 환상의 콤비였어. 우린 죽이 잘맞았고 취미도 제법이 비슷했지. 그리고 은퇴하면 목축업을 해볼 생각이라는 것도 같았고. 그런데 단 하나. 난 그 녀석에게 맡기지않았던 일이 있었어. 그래, 너도 알다시피 그건 변칙개체를 상대로 하는 일이었지. 당시 난 아직 이름을 날리던 애송이 불과한 해결사였고, 인맥이라곤 이제 막 동료가 된 리키와 히키, 그리고 카터, 리 장준과 클로버 밖에 없었어. 그래서 내가 변칙 개체니까 변칙 개체 일은 내가 하는게 낫다 싶어서 그 일은 늘 혼자나 리키와 히키, 카터와 같이 일했고, 어디 갱단의 마약 거래를 막는다거나 불법 문화재 유통일을 경찰에 몰래 제보한다거나 아니면 잡범을 잡으러 다니는 일은 클로버와 함께 했지. 차이나 타운 일은 장준이랑 했고. 어째든 클로버와 나, 이렇게 우리는 그때가 가장 좋았고 늘 함께 일줄 알았어.

그런데 그 사건이 터진거야. 나도 처음엔 잡범의 짓인줄 알았어. 그런데 맞닥뜨려보니 그자도 변칙개체인거 있지? 그래서 난 거기서부터 긴장했어. 일반인 신분이었던 뒷골목 출신의 클로버가 이 사람을 변칙개체로 인식하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이 맞아 떨어졌지. 놈은 천천히 그자의 정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난 필사적으로 부정했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자는 자신의 정체가 들킬까봐 두려웠던 모양이야. 우발적으로 저항하다가 그만 클로버의 이마에 상처를 냈지. 피가 줄줄 샜어. 그자는 금세 겁을 집어먹더니 잘못했다고 빌더군.

클로버는 자신에게 상처를 낸 그자에게 무서운 눈을 했어. 살기 등등한 눈빛으로 말이야. 그리고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공구를 하나 집어들더군.

나는 말했어. '이만 돌아가라, 클로버. 그리고 이일에 손 떼. 여기서 부턴 나 혼자 할테니까.'

그러자 클로버가 뭐라뭐라 소리질렀는데 그건 기억이 잘 안나.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난 곧바로 사무소로 그분을 몰래 데리고 와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물어보았지. 그러자 그가 말하더라고, '내친구들 사이에도 하나같이 느끼며 말하길, 이 보석들과 금품들이 너무 끌려서 집에 가져가고 싶어진다라는 충동이 막 든다.' 는거야. 그래서 나는 이 보석들과 귀금속을 꺼내서 아는 보석상에 내놓고 어디서 만들어진거냐고 물어보았지. 그러자 그 보석상이 말하길, 모두 '에피 코퍼레이션'의 작품이라는거야. 나는 그뒤로 에피 코퍼레이션에 대해서 조사했어.

그 회사는 겉보기엔 노인들을 대상으로 귀금속과 금품을 만드는 평범한 회사였지만 더 캐보니, 이미 난쟁이 관련 변칙개체들을 특정 금속으로 매료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특정 금속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잡아서 팔려는 회사였어.

실제로 꽤 많은 난쟁이들을 잡아다가 비밀 실험실에 팔고 몰래 변칙개체 경매장에다가 팔아버리기도 한 자료나 그들을 연구해서 얻은 결과물을 쓴 자료들이 많더군. 그래서 곧바로 망설일 필요 없이 리키와 히키, 카터를 데리고서 그곳을 쓸어버렸어. 그리고 자료도 몽땅 없애버리고 다시는 싹이 나오지않게 그쪽 대표도 죽여버리고 직원들에게 단단히 살해협박을 했지. 그리고 잡혀있던 난쟁이들을 풀어주었어. 난쟁이도 종족이 다양하더군. 어째든 그들을 모두 집에 돌아갔고, 난 이번 사건에 얽힌 난쟁이한테 다시는 인간의 물건에 현옥 되지말라는 경고를 해주고는 그도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해주었지.

그뒤로 나는 그녀석과는 다신 같이 일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이런 일을 계기로 그녀석이 변칙개체에 대해서 더 알면 안되니까. 그래서 잠시 연을 끊었던거야. 오늘같은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다른 정보원을 찾을껄?

하지만 아쉽게도 브래드포드에서는 내가 아는 정보원이 걔 하나밖에 없단말이지. 왜냐하면 지금 크게 성장하고 나서도 그 친구를 다시 만날까봐 차마 다신 발을 못들여서 브래드포드에 다른 정보원을 심어둘 타이밍이 나질 않았거든."

필은 말을 한동안 안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잘못한거야? 내가 얘기 해주지않았던게 컸던건가? 어떻게 해? 그럼? 주변인들 중에서 재단한테 날 신고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선뜻 말해줬어야해? 게다가 내가 변칙개체중에서 '고통 공유 능력'을 가진 변칙개체라고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좋게 생각할까? 아니면 나쁘게 생각할까?"

"자기 잘못이 아니야. 그땐 단지 운이 나빴던거 뿐이야. 앨렌은 그렇게 생각해."

앨렌은 필에게 속삭이며 그에게 위로를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질문했다.

"자기, 이번 의뢰일 도중에 정보원들이 그 그릇이 변칙개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기는 이번에도 그들이 더 알기 전에 연을 끊을 생각 있어?"

필은 앨렌의 말을 듣고 크게 무언가를 깨달은 듯 보였다. 그리고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조금 망설이다가 곧 결심한듯 이렇게 말했다.

"그때가 오면 기꺼이 그럴거야. 그 진실을 알고도 동료가 되어준다면 사양은 하지않겠지만 그래도 변칙개체는 언제나처럼 위험하니까 그들을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때문에 어떻게든 나와 떨어뜨려야만하겠지. 그것이 관계를 파탄낸다 하더라도 말이지. 다크 쉘터를 만들기 훨씬 이전부터 일하면서 이미 결심한 일이야."

앨렌은 그런 필이 걱정되었는지 그의 손을 쓰다듬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앨렌은 자기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간에 따를거야. 하지만 자신이 괴로워하면서까지 일하려는건 두고볼 수 없어. 고작 일때문에 자기가 괴로워서 서서히 부서진다면 앨렌이도 똑같이 괴로울거야. 자기, 언제나 일보단 자신를 중요시해줬으면 좋겠어."

필은 그런 앨렌이 고마웠는지 가볍게 키스해주고는 시동을 걸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