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 해결사 필 그림:태양의 그릇3

제 3화:정보

집으로 돌아온 필과 앨렌은 1시20분에 늦은 점심을 먹고 난 후, 둘이서 같이 콘솔게임을 열심히 두드렸다. 때마침 조수 피오나와 정인하가 돌아왔다. 피오나가 먼저 그들에게 인사했다.

"다녀왔습니다! 브래드포드 일은 잘 끝내고 오셨나요? 필씨?"

"오~어서와! 브래드포드? 아아, 거기 좀 마찰이 있긴했지만 꽤 잘 해결하고 왔어. 그쪽은 어때? 별 일 없었지?"

필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고는 다시 게임을 하면서 조셉의 뒷조사 건을 물어보았다. 그에 대한 질문은 인하가 대신해주었다.

"네, 중앙관리 본부에서는 일단 알았다면서 조만간 사람을 꾸려서 조사하겠대요. 잠깐….지금 게임하시는거예요?"

말하는 중간에 인하는 필이 게임하는 것을 보고 뭔가 어이없어하는 말투로 말했다. 필은 이에 오히려 당당하게 게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뭐 어때? 어차피 정보원들한테 알려줄거 다 알려줬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잖아? 안그래?"

"물론, 당부하신 그 말씀 다 전해드렸어요. 덕분에 녹초죠. 피오나랑 같이해서 겨우 약 1시쯤에 끝낸거지만요. 하지만 지금 보니 필씨! 사실은 앨렌누나랑 같이 놀고 싶어서 일거리를 저희한테 다 넘긴거 아닙니까?"

이 말에 필은 뜨끔했지만 반성하는 기색 없이 웃어넘기며 이렇게 반박했다.

"아니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참 웃긴다. 그까짓 일거리 하나 더 맡겼다고 그렇게 억측할거야? 치사한걸? 그러지 말고 이리와서 같이 콘솔 두드릴래?"

인하는 그런 필의 꼼수에 넘어가지않고 못참겠다는 생각으로 단호히 자기 의견을 말해주었다.

"억측이요? 내가 말했죠? 개인적인 일과 관련해서 일 떠넘기기지 말라고요.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그랬어. 항상 마지막 일거리인줄 알고 신나게 심부름을 당연하게 맡고 일 처리 잘하고 왔더니 그대로 나머지 일은 제쳐두고 앨렌 누나랑 둘이서만 레스토랑 가고, 또 저번 마피아 영역 확장 사업 막기 의뢰때도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 15분의 여유가 있다면서 멋대로 앨렌 누나랑 둘이서 여유부리면서 일 제대로 처리 안하고 우리한테 시키고! 그 사건때 우리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 되자마자 오고 말이야! 이번에도 둘이서 게임 하고 싶어서 차이나 타운이랑 브래드포드 일만 자기들이 처리 한다고 하고 나머지는 다 우리한테 시키고!

별말 안하려고 했는데 오늘 중앙관리 본부에 사람들이 많이 붐비더라고요? 줄 서는데에만 4시간 걸렸어요. 자그마치 4시간! 서류 떼는 것 금방 뗐죠.

그다음은 다른 지역의 정보원들한테 필씨의 정보수집 의뢰를 전달하는거.

한명, 한명에게 전화 걸려고 거기서 또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필씨의 부탁이니까 즐겁게 했죠.

근데 둘이서만 이렇게 편하게 있으니 내가 기가 막혀요? 안막혀요? 게다가 그냥 있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요. 최근에 라이징 스타 연쇄 살인사건 해결 하시느랴고 쉬지도 못하고 바로 그릇 찾는 의뢰를 맡으셨으니까.

근데, 이번에도 그냥 어떻게든 틈만 나면 누나랑 놀려고 하시는거 같아서 조금 기분이 언짢네요. 거기다가 그냥 변명이라도 하시면 넘어갈랬더니, 그냥 웃어넘길려고 하고. 됐어요. 그냥 둘이서 계속 게임하세요. 전 먼저 씻고 밥먹고 낮잠이라도 잘래요."

인하는 그동안 쌓인 것을 모조리 풀며 말하고는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피오나는 이에 필에게 인하가 요즘 많이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며 특별히 신경 좀 써달라고 했다. 필은 곰곰히 생각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당분간은 좀더 굴려야겠어. 저번달에 있었던 쇼크맨 사건 기억하지? 정신적으로 사람을 지치게 강한 쇼크를 유발하여 발작 및 심각한 트라우마와 히스테리를 유발하는 인간형 변칙개체 말이야. 그때 인하가 놈에게 당하고 꽤 고통 받았었지. 재활치료로 겨우 정신을 되돌렸지만 여전히 히스테리 증상이 보여. 그냥 이럴땐 쉬는 것도 쉬는거지만 다른 일을 계속 시켜서 정신을 딴데로 돌려버리는게 나을거 같아. 일단 나보단 네가 도움이 될거 같구나."

그리고는 앨렌을 쳐다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앨렌이랑 더 시간을 보내야겠고 말이지. 왜냐하면 그간 의뢰가 너무 많이 몰려와서 같이 있을 시간이 적었잖아."

앨렌은 필의 말을 듣고 그래도 인하를 챙겨주는게 좋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며 말했다.

"그래도 자기 조수잖아? 자기를 위해 움직여주는 하나 밖에 없는 조력자들 중 하나라고. 앨렌은 솔직히 피오나랑 정인하가 늘 고생하는게 안타까워. 특히 인하는 피오나 보다 쇼크맨 사건 이후로 혼자서 더 사서 고생하는거 같아.

물론 알아서 잘할거야. 똑부러지는 친구고, 21살이니까. 하지만 자기의 태도도 그렇고 사건의 여파로 더 예민해진것도 한몫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길 잃은 어린 양처럼 방황하게 될 거야. 이럴땐 자기가 나서서 그 아일 이끌어줘야해."

필은 머리를 긁적이며 "귀찮은데…"라는 말을 중얼 거리고는 인하가 들어간 방을 보았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냉장고로 가더니 쥬스를 꺼내 들고 인하의 방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 앞에 서며 노크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들어가도 될까?"

인하는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필은 그 옆에 걸터 앉아 인하에게 쥬스를 건네 주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앨렌이랑 놀고 싶었던건 사실이야. 하지만 사실은 앨렌이 밤 늦게까지 정보원을 만나러 갈 체력이 아니니까 너희에게 믿고 맡긴거였어. 이 의뢰가 안봐도 뻔히 장기 의뢰가 될 텐데, 앨렌은 아침에 혼자서도 못일어나잖아? 그래서 앨렌의 컨디션을 위해서 부탁했던거야. 예전처럼 떠 넘긴게 아니라.

그리고 저번의 마피아 영역확장 사업때는 미안했다. 15분 정도면 정말 충분히 앨렌과 놀고 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랬어. 그땐 결과가 좋았으니 넘어가자는 분위기로 말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안일했던거 같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걸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 쇼크맨 사건 이후로 네가 너무 많은 걸 안고 가려는 듯 보여서 걱정이었는데 용기내서 힘든 점을 말해줘서 고맙다."

인하는 필 그림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쥬스를 한번에 다 마시고는 입을 손등으로 닦고 탁상에 올려진 휴지로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요. 하지만 착각하지마세요. 내가 오늘은 넘어가지만 다음 번에 농땡이 제대로 피우면 안넘어갈라니까. 오늘은….앨렌누나랑의 시간을 보내게 그냥 두겠어요. 그리고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가끔 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건가 해서요. 분명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거 같은데, 화를 내고 난 후에는 모든게 의문이 들어요. 과연 이렇게 심하고 모질게 굴 필요가 있었나? 난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화가났던 거지?라고요. 그래서 너무 자괴감이 심하게 들어서 내가 이렇게 앉아있는 바닥이 꺼질것만 같아서….너무 두려워요. 하지만…."

인하는 무엇가를 더 말하려다가 말끝을 흐리고는 더는 말을 하지않았다. 필은 인하의 어깨를 잡고 끌어안아주며 씨익 웃으며 자기 나름의 농담도 던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더는 말 안해도 돼. 말하는 것에 너무 부담 갖지마. 천천히….지금 처럼 조금씩 용기낼때마다 말하기만 해도 돼. 뭣하면 내 면상 한대 쳐도 돼! 어차피 맞을 고통 따윈 다른 놈한테 갖다 버리면 되니까!"

인하는 필 그림식 유머에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필씨는 가끔 보면 너무 막나가는 경향이 있어요. 유머센스가 아재라서 그런지 전보단 많이 죽으신거 같네요?"

필은 이 말을 듣고 자기 유머가 어떠냐고 똑같이 웃으며 맞받아치고는 인하에게 혼자 있을 시간이 더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다. 인하는 그 말을 듣고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필은 그럼 머리 적당히 식히고 피오나 챙겨서 같이 점심 먹으라고 말하고는 인하의 방을 나왔다.

필은 인하의 방에 나와서 피오나에게 일단 10분만 냅두고 있다가 인하랑 밥먹으라고 말하고는 앨렌과 마저 게임을 했다.

그렇게 3주가 흘렀다. 소식은 여전히 없었으며 필은 마냥 그것 하나에 매달리 수 없었기에 다른 의뢰들도 맡으며 쉘터 부양비와 개인 생활비를 버느냐고 한동안 바빴다. 아! 조수들 월급은 어떻게 하냐고? 그것을 걱정하지않아도 되는 문제이다. 그들의 월급은 회사에서 해결사의 월급과 함께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의뢰를 받고 끊임없이 일을 해야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쉘터의 경우는 쉘터에서 사용하는 전체 물 사용비와 전체 전기 사용비, 사람들의 먹을 것, 외부에서 들일 입을 옷들, 쉘터 사람들에게 지급해줄 돈들.

쉘터의 운영에 필요한 모든 운영비를 대주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위험 고수익 의뢰들을 계속해서 맡아야만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밀리에 실행하는 변칙개체 제거, 압수일도 잊지않고 했다.

위험 변칙개체 제거일은 리키&히키 형제와 카터, 그리고 앨렌과 함께 했으며, 물건형 변칙개체일은 단독, 혹은 앨렌과 함께 했다. 조수들도 그 일에 같이 도와주었다.

인하와 피오나는 필에게 가장 믿을만한 동료들 중에서 원탑으로 믿는 자들이었다. 조수 초기때부터 이들은 필이 자처해서 자신을 변칙개체라고 소개했을때부터 변칙개체의 존재를 깨달았고, 쉘터 사람들과도 꽤 안면 있는 깊은 사이가 되었다. 처음엔 모든게 혼란스러웠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윽고 쉘터 사람들을 온전히 받아드렸다. 특히 인하는 리키&히키 형제와 앨렌과 꽤 돈득한 사이가 되어있다. 그리고 피오나는 여전히 쉘터 사람들을 어려워하지만 그들이 불편해 하지않도록 존중해주며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어째든 3주가 될 때까지 그릇에 대한 별다른 이야기는 들려오지않았다. 소식이 들려온 것은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그 무렵, 필은 이번에도 회사에서 내린 의뢰와 더불어 회사가 알지 못하는 위험 변칙개체가 이번 의뢰에 얽히게 되면서 동시에 처치하는 일을 끝마치고 사무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자리에 앉기 직전이었다. 불행히도 타이밍이 좋지않게 휴대전화가 울렸고 필은 저녁식사 자리에 끼지 못하고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왔다.

"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아보니 전화를 건 사람은 리 장준이었다. 리 장준은 식사시간에 전화를 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저, 식사 중이실텐데 전화 걸어서 죄송합니다. 3주전에 말씀하셨던 그릇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입수 한거 같아서 이렇게 급하게 전화드렸습니다."

"그래, 알아봤어?"

3주만에 태양의 그릇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건가 하고 필은 많은 관심을 보이며 장준에게 물어보았다.

장준은 목을 가다듬고 필에게 방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우연히 제가 오늘 직원들이 다른 주문 때문에 바빠서 대신 서빙하다가 해당 음식을 시켰던 삼합회 사람들이 뭐어라 말하는걸 엿듣게 되었는데, 그릇이 뭐 황금으로 도금 되어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찾으시는 그릇이 아닌가 하고 전해드립니다. 어떻게 할까요? 마침 그들은 아직 식사중인데."

"거기 딱 기다려.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들이 시키는대로 다 해. 내가 지금 갈테니까."

필은 이야기를 듣고 앞뒤 생각 할 겨를 없이 그 그릇임을 확신하고 곧바로 간다고 장준에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식사중이던 앨렌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다.

"가자, 그릇 찾은거 같아."

앨렌은 씨익 웃고는 필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필은 조수들에게 문단속 잘하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앨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차를 몰고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그렇게 약 20분 후, 교통신호도 무시한 채 차이나 타운에 도착한 그들은 급하게 변장한 후 장준의 찻집에 들어갔다.

"별 일 없었지? 놈들은 아직 있어? 어때? 간부급 애 한명 있는거 같았어?"

필은 장준을 발견하자마자 말을 빠르게 했다. 장준은 필의 말에 하나씩 대답해주며 그들의 방 앞으로 안내해주었다.

"아뇨, 전부 조무래기 부하놈들만 있는거 같았습니다. 아까 차 따라주면서 물어보니까 조직 간부의 심부름으로 뭘 하고 오면서 여길 들린거 같다고 하더군요. 여기가 그 방입니다."

놈들은 찻집인데도 꽤 시끄럽게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장준은 약간 눈쌀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녁때쯤이면 조용히 차 마시고 가려는 분들이 많은데도 저 사람들이 시끄럽게 해서 무섭다고 그냥 가시는 분들도 있고 불쾌하다면서 찻값만 계산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서 조금 많이 골머리를 쌓고 있습니다."

필 그림은 "이래서 못배운 놈들은…."하고 혀를 차고는 클랩캡를 깊게 눌러쓰고는 마스크를 더 깊게 눌러 쓰며 장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예전처럼 해야할거 같다. 좀 아플텐데 괜찮겠어?"

"물론이죠! 이놈들을 쫓아내고 그릇도 찾으실 수 있다면야 전 아무렇지않습니다."

필은 자신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장준에게 이를 꽉 다물라고 하고는 바로 그의 얼굴에 강한 펀치를 날렸다! 그러자 장준은 필의 펀치를 맞고 그대로 문을 뚫고 탁자에 쓰러지며 음식들을 쏟았다. 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장준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탁자에 3번 내리치고는 당황하여 엉거주춤 칼을 꺼내는 삼합회 놈들에게 기분 나쁜 미소를 보여주고는 장준에게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자식들한테 내 말 전부 통역해서 말해!"

그리고는 삼합회 놈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녕? 너희가 그 그릇을 가지고 있다는 놈들이냐? 미안한데, 그 그릇 나한테 넘겨줘야 되겠다? 안그러면 여기 있는 이 양반, 죽여버릴거다."

그러자 우측에 앉아 있었던 삼합회 조무래기가 뭐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필은 저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장준이 말했다.

"어디서 온 놈, 년들이냐고 하는군요."

필은 피식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아~너희 같은 조무래기 새끼들은 알거 없어! 어서 그릇 내놔. 우린 그게 필요해."

그러자 왼쪽에 앉은 삼합회 조무래기가 뭐라고 큰소리를 지르며 그를 노려보았다.

"너희가 왜 이 그릇에 탐욕을 내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우추장궨 간부께서 꼭 가지고 오라고 한거고, 경매장에서 정당한 값을 주고 산거니까 신경 끄라는데요?"

장준이 말했다. 필은 기분나쁘게 실실 웃으며 왼쪽에 앉은 삼합회 조무래기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두번 누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우리 알 바가 아니고~우리한테 필요하니까 당장 내놓으시라고요~저녁식사도 못하고 와서 기분 잡칠라니까!"

그러자 가운데에 앉았던 삼합회 조무래기가 갑자기 덤벼들려고 하는게 아닌가? 다행히도 앨렌이 총을 꺼내서 겨눈 덕분에 잠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필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바쁘실텐데, 어서 내놓으시죠? 그릇 어딨어요? 지금부터~셋 셀때 동안 안주면 무작위로 한명 쏜다. 하나…둘, 셋! 쏴버려 자기야."

"네~이얏!"

앨렌은 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왼쪽에 있던 조무래기의 배에다가 총을 쐈다.

그는 총을 맞고 고통스러운 비명과 욕설을 섞어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앨렌과 필은 쓰러진 삼합회 조무래기를 삿대질로 가르키며 비웃으며 더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잠시 뒤 필이 겨우 웃음을 참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아하하하!…아….너무 재밌고~! 아주~좋아요! 자, 다시 카운트다운 들어간다~? 이번엔~~~어디보자, 그래! 여기 아직 배에 구멍 뚫려서 살아있는 이 새끼 마저 조지고, 둘중에 한명한테는 옆구리에 쏠거다."

그러자 가운데 앉아 있던 삼합회 조무래기가 중국어로 필에게 심한 욕을 했다. 필은 욕을 먹고 굉장히 기분 좋아보였다. 필은 악당취급을 받는걸 무척이나 좋아해서 욕도 먹는걸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러 가운데에 있는 삼합회 조무래기에게 아직 뜨거운 김이 새어 나오는 주전자를 그의 머리에 뿌려주고는 뜨거움에 몸부림치는 그를 보고 볼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그릇을 내놔야지! 너희 같은 못배운 조직보다 우리 같이 좀 배운 쪽이 더 품격이 있는 그릇이거든. 이제 좀 말귀 좀 트셨으려나?"

"차오니마!"

필의 행동에 화가 잔뜩 난 그 조무래기는 필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필이 자신을 도발하기 위해 바짝 붙은 것을 놓치지않고 그만 목에다가 칼을 슥 그어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필의 목에서 피가 흐르며 필은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이 개자식!"

앨렌은 이를 보고 가운데에 앉아있는 조무래기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오른쪽에 앉아 있던 조무래기가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몸을 잡고 같이 쓰러지면서 총알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리고는 곧장 앨렌에게 칼로 찌르려고 하는게 아닌가?! 하지만 앨렌은 총을 놈의 배에다가 3방을 쏘고는 밀치고 일어나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그때! 주전자 물에 화상을 입은 조무래기가 뒤에서 그녀를 잡아 몸싸움 끝에 총을 던져버리고는 어깨에 칼을 집어넣었다. 앨렌은 고통스러워 하며 이를 악물고 자신을 잡은 조무래기에게 오른쪽 허벅지를 잡고 그의 옷과 살을 태웠다! 살이 익는 소리와 냄새가 진동하며 그는 살이 타는 느낌에 괴로워했지만 거기에 굴하지않고 그녀의 배에도 칼을 쑤셔넣었다.

"아윽!"

앨렌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그를 노려봤다. 그리고 바로 손을 그의 얼굴에 대고 더 심한 화상을 입게 만들고는 그가 고통에 몸부림쳐 그녀를 놓을때를 이용하여 앞에서 자신에게 목을 그으려고 달려드는 배에 총알 3방을 맞은 조무래기의 공격을 옆으로 몸을 기울여 피하고는 그대로 팔을 잡고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팔을 한번 반대 방향으로 꺾어주어 부러뜨려버렸다. 그녀에게 팔이 부러진 조무래기는 크게 비명을 질렀다.

앨렌은 자신의 배를 만져보며 손을 쳐다보았다. 손에는 피가 흥건이 묻어있었다. 앨렌은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쓸데없이 발악질이야, 이 새끼들은."

그러다가 문득 필이 생각나서 필을 부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참! 자기야, 괜찮아?"

그러나 그녀의 대답에 응한 것은 필이 아닌 아까 얼굴에 화상을 심은 삼합회 조무래기였다. 그녀 때문에 2도 화상을 입은 그는 동료들이 당한 것에 대해서 단단히 화가 났는지 그녀의 목을 조르더니 벽에 내동댕이 쳤다. 앨렌은 뒷통수에 얼얼함을 느낄 겨를 없이 바로 일어나 주먹을 쥐고 불길을 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그를 향해 불길을 뿜을 준비를 했다. 바로 그 순간! 필이 놈의 뒷덜미를 잡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딜 누구한테 덤비는거야? 나는 건들여도 되지만 걘 안되지!"

그러자 그 남자의 목에서도 필이 입었던 상처나 나더니 피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중국어로 필에게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말이 잘 안나왔다. 필을 그대로 붕대로 그 남자의 목을 조르듯 압박하여 바닥에 내버려 두고는 앨렌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다친데는 없어?"

필의 목은 언제 긁혔다는 듯이 상처 하나 없이 깔끔했다. 앨렌은 아무렇지않다는 듯 웃으며 일어섰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아! 피곤하지만 단지 배만 살짝 찔렸을 뿐이야. 주요 장기는 운좋게 빗나간거 같아."

필은 앨렌의 배에 난 상처를 보고 다가가 만지려고 했다. 그러자 앨렌은 필에게 짧게 소리치고는 사건 때문에 몸이 누구보다 건강해야할 필을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안돼! 앨렌은 잠깐 배가 아플뿐이야. 쉘터 가서 금방 꼬매면 나을 거야. 하지만 자기는 이 사건을 계속 해결해야하잖아. 그치? 그러니까 능력 사용하지마. 공유 안해도 되니까…이대로만 있어줘. 앨렌은 그럼 행복할거 같아."

필은 앨렌의 배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시선을 떼지 못한채 그녀의 얼굴과 번갈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 안돼. 그렇게는 못해. 어차피 나도 자기 상처 공유하고 쉘터가서 쥐새끼한테 공유하면 돼. 그럼 아무런 문제 없어."

앨렌은 자신의 배에 손을 대려는 그의 손을 꽉 잡은채로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필은 웃으며 오히려 그녀에게 반박했다.

"하지마, 경고했어. 안그러면 앨렌은 자기랑 헤어질거야."

"샌프란 시스코까진 어떻게 다시 갈건데?"

"암매장으로 배 표 알아볼거야."

"퍽도 잘 구하겠다. 그치?"

"아니면 아예 여기 범죄조직이랑 손 잡고 살면 돼고!"

"글쎄? 이미 이 동네 뒷골목에서 그렇게 사고쳤던 자기를 누가 받아는 줄까? 밥은 어떻게 할건데?"

"훔치면 되지!"

"응~안돼! 왜냐고? 여기 경찰놈들 그렇게까지 무능하진않아서지. 고로 난 널 치료할거야."

"안된다고 앨렌은 말했어. 하지마. 아, 진짜 하지마! 경고했어. 만지면 가만 안둘거야."

필은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녀의 행동에 코웃음 치며 그녀의 배에다가 손을 댔다. 그리고는 잠시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신의 배를 관통하는 것을 느끼며 이를 물고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시 멀쩡하게 몸을 일으키며 웃어보였다. 앨렌의 배는 아무런 상처 없이 깨끗하게 되었고 칼이 꽃혀 상처가 났던 자리에는 칼에 찔려 찢어진 옷에 자국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앨렌은 필에게 욕을 하며 왜 했냐고 나무랐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배를 때렸다. 하필 때린 곳이 그녀가 칼이 꽃혔던 바로 그 자리였다. 필은 피를 살짝 토하며 배를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앨렌은 깜짝 놀라며 필을 붙잡고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 미안, 그게 아니라 배 위에 명치를 때린다는게….아니 그 부분을 정확히 때리게 될줄은 미처 생각 못했어! 그러게 이 바보가 왜 고통을 공유해서! 어째든 미안해, 많이 아파?"

필은 씨익 웃으며 그녀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삼합회의 가죽 재킷들이 걸려 있는 옷걸이 옆에 가지런히 있는 검은 가방을 보고 탁자 위로 올려 놓고는 그대로 열어보았다. 안에는 황금으로 도금 된 그릇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그릇에는 태양문양이 그려져 있지않았다. 필은 이를 보고 쯧하고 혀를 차더니 가방을 닫아버리고는 아까의 소동에 놀라서 가만히 그들을 쳐다보고 있던 장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바로 구급차 불러서 이 새끼들 병원 보내고 당신도 피해자인척 꾸며놨지만 삼합회 놈들이 의심하면 저기 목에 붕대해둔 놈의 응급처치를 당신이 했다고 하면 놈들이 당신을 건들진 않을거예요. 내가 이 부근 차이나타운의 삼합회 두목을 잘 아는데, 자기 구역의 상인이나 부하들이 다치면 다치게 만든 사람을 꼭 찾아서 조진다는데, 아마 당분간 나와 앨렌은 여기 올 수 없을 겁니다. 좀 조용해지면 그때 다시 올게요."

그리고는 오히려 소란 피우고 가서 미안하다면서 장준의 손을 잡고 두드려주고는 앨렌의 부축을 받으며 가게를 나가려고 했다. 그때 장준이 그를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필은 그자리에 멈춰섰다. 장준은 뭔가 혼란스러운듯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눈을 질끈 감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당신 목, 베인게 아니였나요? 어떻게 죽지않고 오히려 당신에게 상처 입힌 놈한테 그대로 돌려줄 수 있죠? 대체 당신은 뭔가요?"

필은 잠시 동안 말을 못하다가 끝내 이렇게 대답했다.

"나중에 모든게 조용해졌을때 그때 돌아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조금….쉬고 싶네요."

그렇게 두 사람은 엉망진창이 된 채로 장준의 찻집에서 나왔다.

필은 숨을 가다듬고 안전 벨트를 힘겹게 매고는 시동을 걸고 다크 쉘터로 향했다. 화려한 차이나 타운의 홍색등이 펼쳐진 거리를 벗어나 도로의 주황빛의 가로등 사이를 달리며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었다. 앨렌은 초조해하며 필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자기, 내가 대신 운전해줄까?"

"아니 괜찮아! 난 상관없어."

필은 애써 웃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안색이 점점 안좋아졌다. 앨렌은 이런 필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이내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자기가 목이 그어져도 쉽게 안죽는다는걸 알면서도 워낙 순식간에 당한지라 앨렌은 그만 흥분하고 말았어…그대로 냅뒀으면 자기 선에서 끝났을텐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필은 그말을 듣고 앨렌을 힐끔 쳐다보고는 갓길에 차를 멈춰 세우고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건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한 행동이야. 나 같아도 그랬을거야. 앨렌 잘못은 없어. 도발하다가 틈을 보인 내 잘못이지. 이것도 내 선택이야. 내가 그 찻집에 간것도, 자기 배에 난 상처를 치료하려는 것도 전부 내 선택이고.

인생은 선택의 순간이야. 난 그 순간에 잘못 선택한거지. 악당놀이에 너무 심취해 있었거든. 그래서 그런거지, 그후에 자기가 총을 쏜건 잘못 한거 없어."

앨렌은 눈물을 닦고 필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그럼 화난거야?"

필은 그 말을 듣고 손을 저으며 침착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그럴리가? 단지 오늘은 좀 피곤해서 그래. 알잖아? 밥도 안먹고 왔는걸? 그러니 그런거야. 그리고 운전에 집중하느랴고 말이 없었던 거지 절대 자기가 미워서 그런게 아니야. 알겠지?"

앨렌은 필의 말을 듣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필은 그런 그녀가 기특하여 뽀뽀해주고는 꼭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도로가로 나가며 그녀에게 쉘터에 도착할때 동안 의자 눕히고 자두라고 말했다. 앨렌은 그대로 의자를 눕혀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필은 그런 그녀를 잠깐 사랑스럽게 쳐다보고는 그대로 가로등 등불 사이를 지나며 쉘터로 향했다.

앨렌이 눈을 떴을때는 필이 자신을 업고 쉘터와 연결 되어 있는 희미한 불빛들이 비치는 폐 지하철 시설 내부를 걸어가고 있음을 깨달았을때 였다. 앨렌은 깜짝 놀라 마구 움직이며 필에게 소리쳤다.

"자기! 이러면 안돼! 다친 사람이 왜 앨렌을 업고 있어! 당장 내려줘!"

필은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웃으며 그녀에게 말하다가 그만 넘어졌다.

"괜찮아, 이정도는 거뜬해!"

필은 넘어지면서 그제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앨렌은 호들갑을 떨며 필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워주며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무리하지마! 자기가 그러지않아도 앨렌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 왜 고생을 사서해?"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필을 업고 쉘터까지 걸어갔다. 몇시간이 흘렀을까? 쉘터에 도착한 앨렌은 사람들에게 비켜달라고 하며 의료실로 가던 도중에 짐과 만나게 되었다. 짐은 앨렌에게 업힌 필의 상태를 보고는 묻지도 않고 자신이 필을 안고 앨렌과 함께 의료실로 향해 걸어갔다. 의료실에 도착해 의사에게로 온 두 사람은 의사가 주는 살아있는 생쥐를 필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자 필에 손에 닿은 생쥐는 몇번 움찔거리더니 배에서 피가 흐르며 죽었다. 의사는 생쥐 시체를 소형 소각로에 버리러 갔다. 필은 다시 혈색을 되찾고 생생한 상태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앨렌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짐에게도 안아주려고 했다.

"난 됐어. 사양할게."

짐은 그에게 손을 저으며 거부했다. 필은 다시 활력을 되찾고는 앨렌의 손을 잡고 오랜만에 쉘터에 왔는데 밥이나 먹고 가자고 말했다. 앨렌도 그말에 동의했다. 둘은 의료실을 나와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시키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즐겁게 대화를 하다가 음식벨이 울리자 음식을 받고와서 맛있게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필과 앨렌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 놓인 벤치에 나란히 옆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앨렌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의뢰 처리하기도 바쁜데도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챙기잖아? 힘들지않아?"

필은 그말에 즉답을 내놓았다.

"힘든 만큼 보람이 있고 삶의 의지가 되어주어서 별 신경 안써."

"자기는 이런거 어떻게 할 생각한거야?"

앨렌은 또다시 그에게 물어보았다.

필은 그말에도 즉답을 해주었다.

"전에 내 과거 이야기 해준 적 있지? 그게 가장 결정적인 계기였어. 나 같이 재단 놈들이나, 세계 오컬트 연합, 혹은 우리 존재를 이용해 먹을려는 범죄조직이나, 그저 수집욕을 채우고 싶은 변태 새끼들, 그리고 무엇보다 변칙개체는 현대 사회에 사람들과 섞여 살 수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로 자리 잡게 되면서 돈 모아서 빨리 우리 변칙개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야겠다. 라고 일념 하에 돈을 많이 모으면서 겨우 알아낸 불법부동산 업자에게 이곳을 사드리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게 됐지."

그리고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재단의 말에 따르면 인간들의 정신과 뇌는 생각보다 약해서 우리 변칙개체를 제대로 받아드릴 수가 없대. 얼마나 이 소리가 20살이었던 나한테 좆같았는지 알아? 마치 장애인이 일반인들의 사회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소리로 들렸지.

심지어 그 장애인들도 이제 그들과 공존하며 당연하게 섞여사는데, 우린 뭐 인간 취급도 못받는다고 생각해봐. 억울하지않아? 어떤 사람은 실험 당하고 싶지않았는데, 억지로 실험 당해서 변칙개체가 되고, 나같이 선천적으로 변칙개체가 되어 살아온 사람도 안되고, 자기나 짐, 카터 처럼 위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변칙개체로 규정하여 사회에 완전히 격리시킬려고 하고.

심지어 죽이려고까지 했어. 아니 시발 그럼 우린 뭐 자유 그딴거 없이 살라는건가? 그게 분해서, 억울해서, 직접 만들었어. 그리고 지상과의 삶과 최대한 똑같이 꾸미려고 노력해봤지. 낮과 밤의 시간에 맞춰서 조명도 밝기 조절이 가능한 걸로 최대한 큰걸로 샀고, 혹시나 햇빛을 못봐서 비타민 부족 현상이 올까봐 비타민 D영양제도, 거기게 관련된 먹을 것도 사고, 먹을거에, 입을거에 지상과의 유행을 최대한 따라가려고도 노력했고. 덕분에 다들 잘 적응해서 기뻐."

필 그림은 뿌듯한 얼굴을 하며 앨렌을 쳐다보았다. 앨렌은 잘했다며 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필은 그런 앨렌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의뢰가 끝나는대로 자기 어머니 다시 찾아 뵐까?"

"그래도 돼?"

앨렌은 화색이 되어 이렇게 말했다. 필은 웃으며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앨렌은 무척이나 설렜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필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자기는? 부모님 안보러 갈거야?"

필은 그말에 아차하는 표정을 짓더니 많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는 앨렌의 손을 잡아 쓸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없는 편이 두 분한테 도움이 될거야. 내가 그랬잖아? 두 분은 나때문에 재단의 감시를 받고 있어서 내가 찾아가기도 힘들다고."

앨렌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필을 말 없이 안아주었다. 필은 웃으며 오바하지말라며 자긴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해주었다.

"내겐 중요한건 자기랑 쉘터 사람들이야. 부모님은 안전하시니까 상관없지만 자기는 나땜에 타지에서 살게 된거고, 쉘터 사람들은 나 없으면 다시 재단같은 악질 단체들에게 쫓기며 평생을 두려움 속에서 살게 될거야. 그러니 내겐 지금 이 이상으로 중요한건 없어. 자기랑 쉘터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나 위험하더라도 더 일 할 수 있어."

앨렌은 그 말에 감동받은 듯 보였다. 그리고는 필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맞추려고 하는 그때! 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앨렌은 미안하다며 전화를 받으라고 멱살을 놓아주고는 부끄러워서 딴 곳을 쳐다보았다. 필은 개같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클로버."

전화는 클로버한테 걸려온 전화였다. 필은 어금니를 물고 웃으며 클로버한테 왜 전화를 걸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클로버가 예상 외의 대답을 하는것이었다.

"저번에 펍에서 개판 치면서 맡겼던 의뢰 말인데요. 그거 찾은거 같습니다. 런던에 있는 뒷골목 경매장 근처 대형 마트 아시죠? 거기로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돈 꼭 챙겨오시고요."

​그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필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곧바로 먼저 어디론가 걸어갔다. 앨렌은 그가 어디로 가는 모른채 다급하게 그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