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 해결사 필 그림:태양의 그릇4

제 4화:변칙개체 경매장

그렇게 몇시간후, 필과 앨렌이 도착한 곳은 어느 고급진 호텔의 뒷골목이었다.

필은 차에서 내려 앨렌과 같이 자기 차에 비스듬히 서있는 클로버를 만났다.

클로버는 두사람이 오는걸 보고는 휘파람을 불며 일어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서오세요. 보고싶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두분 다요."

"왜 부른거야? 뭐 찾은거라도 있어?"

필은 약간의 불쾌함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클로버는 필에게 가볍게 윙크하고는 잔뜩 으스대며 이렇게 말했다.

"뒷골목쪽 경매장 쪽이나 정보를 얻어보려고 다녀봤지만~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뒷골목처럼 엉성하고 더러운 곳에 그런 희귀 물건이 들어올 수 있을까? 너무 눈에 띄고 심지어 황금으로 도금된 그릇인데? 그러다가 뒷골목의 한 경매장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황금그릇이 경매장에 올라갔다고 들었는데, 그건 태양모양으로 그려지지않았다는군요. 그래서 뒷골목이 아닌 엄청 깐깐하고 보안도 철저해보이는 윗동네로 올라와 봤죠. 물론 이 머리 때문에 들킬테니 단정하게 변장하고요.

그리하여 고급클럽, 술집이나 음식점 등을 몰래 돌아다녀봤습니다. 그러나 별 수확은 없었죠. 그래서 별 수 없이 그만 둘려고 하려는 찰나에! 저는 한 커플이 이야기 하던 걸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데려왔죠!"

그리고는 차의 뒷문을 열었다. 뒷자리에는 깔끔하게 하얀색 연미복으로 차려입은 갈색 빛 올백머리와 갈색 눈, 깔끔하게 면도한 하얀 얼굴과 티끌 하나도 없는 깨끗한 피부, 짧은 구렛나루, 오똑한 콧날의 젊은 남자와 아찔하게 가슴이 파인 빨간 드레스를 입은 검은 빛 긴생머리와 파란 눈, 건강한 구릿 빛 피부, 오똑한 콧날과 탐스러운 입술을 가진 젊은 여자가 손발이 묶인채 입에는 테이프로 감겨있었다. 두사람은 그들을 보고 겁먹은 눈을 하며 발버둥 쳐봤지만 소용 없었다.

클로버는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런 소득 없이 어느 고급 레스토랑을 나서는데, 같이 나가던 이 빌어먹을 부자 커플이 자기들 끼리 태양문양으로 도금 된 그릇이야기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몰래 잡아왔죠. 그리고 변장을 풀고 차안에서 협박하여 그릇의 위치에 대해서 알아냈습니다. 바로 이 앞에 있는 호텔에서 비밀스런 경매를 하는데, 무슨 초자연적인 물건이나 생물을 거래한다나? 어째든 형님을 불러야할 거 같아서 부르게 되었던 겁니다."

필 그림은 이야기를 듣고 커플들에게 위협적으로 얼굴을 들이대며 턱시도를 입은 남자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경매를 한다고? 사실이야? 태양의 그릇도 올라가 있어?"

그러자 남자는 겁을 먹어 횡설수설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그렇겠죠? 아, 아니! 그럴거예요. 소문으로 듣기 전까진 그런 그릇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어째든 경매장에 올라와 있을거예요. 그런 그릇이 여기로 온다는건 정말로 왔을거란 말이니까요! 저희도 그게 목적이라 온거고요! 사실 저희도 경매에 참여해보는건 처음이예요!"

"제작도도 여기 있나?"

필은 남자의 볼을 잡고 위협적으로 마구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매우 아파하며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해주었다. 필 그림은 다시 남자의 볼에 손을 떼고 입에 테이프를 붙여주고는 클로버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수고했다. 곧 약속했던 돈을 주지. 하지만 일단 물건이 먼저다. 물건 부터 회수하고 그때 너한테 주마. 아직 계좌번호 안바꿨지?"

"그럼요!"

클로버는 웃으며 말했다. 필은 그럴거 같았다고 말하며 웃으면서 클로버의 머리를 기분 좋게 헝클이더니 곧 앨렌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리해, 자기."

앨렌은 씨익 웃으며 커플들을 차에서 거칠게 옷을 잡아 당기며 끌어내렸다. 필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옷에 주름 지지않게 조심해, 그거 우리가 입고 갈거니까."

순간 클로버는 이 상황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크게 당황하면서 필에게 이렇게 말했다.

"잠시만요. 저 두사람을 어떻게 할 계획이죠?"

필은 그런 클로버의 물음에 의문을 표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다니? 죽여버려서 경찰에 신고할 목격자를 없애버리고 우리 둘이 저 두사람으로 변장해서 호텔의 경매장으로 들어가야지."

클로버는 필 그림의 말에 크게 경악하며 말도 안된다고 그를 말렸다. 하지만 필 그림은 클로버가 왜 자신을 말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마치 도덕성이 결여되어있는 것 처럼. 때문에 오히려 필이 클로버를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클로버는 그것에 더 경악하면서 속으로 도대체 필 그림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까짓 그릇 회수 건 때문에 살인까지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며 그에게 왜 이런 짓을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서 최대한 차분하고 빠르게 말해주었다.

"첫째, 일과 관련하여 협박으로 단단히 으름장 놓으면서 경고해주면 돼요. 그게 안된다면 돈 좀 쥐어주고 회유시키면 되고요! 두번째, 그렇게 잘하시는 폭력으로 입 좀 다물게 해도 아무런 상관없어요. 예전에도 저랑 같이그렇게 하신 적 있잖아요?

세번째, 변장까지 하려고 사람을 꼭 죽일 필요 없어요. 정, 그렇게 경찰에 신고할까 걱정되면 절 저들의 감시에 쓰세요. 그럼 굳이 죽이지않아도 손 쉽게 변장하고 일이 끝나기 전까진 제가 그들이 쉽게 도망칠 수 없게 막을 수 있잖아요?"

필 그림은 클로버의 말을 듣고 언짢은 듯 혀를 쯧하고 차고는 똥씹은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앨렌에게 그들을 놔두라고 지시 하고는 다시 클로버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손가락으로 클로버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업계에선 말이다. 요 마음을 약하게 먹으면 먹을 수록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란다. 내가 살려면 다른 사람을 짓밟아야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돈이든, 명예든, 사랑이든, 그리고 그게 정의든 간에 말이지.

특히 정의의 경우는 섣부른 배려심 하나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어. 그러니 필요한건 무엇이든 다 동원해서 나쁜놈들을 조져야만해. 그래야지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이게 바로 수년간 혼자 활동하면서 얻은 교훈이야."

필 그림은 이렇게 클로버에게 선배로써 나름의 따끔한 충고를 한 다음 한숨을 쉬고 이렇게 말했다.

"뭐, 네가 그렇게까지 다른 방법을 제시하며 애원한다면야, 들어주지.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지난번 일에 대한 사과표시로써 말이지. 하지만 다시 한번 못박아주지만 그땐 네가 잘못한게 맞다. 어디서 남의 여친에 대해서 왈가왈부거려? 갑질까지는 인정하겠는데 다시한번 눈치없이 내 여자친구에 대해서 한마디하면 그땐 익사로 안끝낼거다."

그리고는 남자와 여자에게 다가가 으름장을 내어주며 이녀석 덕에 목숨 건진 줄 알라며 말하고는 왼쪽 안주머니에 넣었던 대포폰을 꺼내 들고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그래! 리키냐? 지금 변장도구 들고 나한테 와줄 수 있어? 조금 급하게 들어가야해서 말이야. 어어, 그래. 빨리 와라. 아참, 올때 좀 돌아서 와라. 여기 사람있거든."

그리고 통화를 끊은지 얼마 되지않아, 리키는 한손에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어느 외진 골목에서 텔레포트를 타고 나타나 필이 말해주었던 고급진 호텔의 뒷골목에 걸어서 도착했다. 필은 그런 리키를 반갑게 반겨주며 클로버를 그에게 소개해주었다.

"인사해. 예전에 초급해결사 시절때, 같이 활동했었던 아는 동생이야. 활동명은 클로버. 지금은 나만큼이나 뒷골목에서는 최고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친구지."

리키는 필의 소개를 받고 살갑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며 클로버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리키라고 합니다. 여기 계신 대장 밑에서 일하고 있죠."

"나도 반가워요.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 하셨죠?"

"리키요."

"아아, 그렇군요. 굉장히 활발해보이는 이름이네요! 잘 어울려요.​"

클로버와 리키는 서로 화기애애하게 짧은 대화를 하며 서로 악수했다. 그런 다음 리키는 필에게 검은색 서류 가방을 건네 주며 이렇게 말했다.

"말씀하신 변장 도구예요. 참고로 3D프린트 복사시간이 10분에서 3분으로 줄여지도록 개량해 놓았습니다. 덕분에 더 빠르게 복사하고 감쪽 같이 변장 할 수 있으실거예요."

"고맙다. 리키, 덕분에 오늘도 한시름 놓겠구나."

필은 리키에게 애정을 담아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고는 바로 서류가방을 바닥에 깔고 열어 제꼈다. 안에는 거울과 3D프린터 건과 각종 가발, 서클렌즈, 네일아트 세트, 금속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 초소용 몰래카메라, 이어폰 마이크, 휴대용 컴퓨터가 들어있었다.

필은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3D프린터 건으로 클로버가 잡아왔던 부자 커플들의 얼굴을 꼼꼼히 스캔했다. 단, 앨렌의 경우는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여자와는 다르게 창백한 피부색이었기 때문에 드레스를 입으면 변장한 얼굴색과 드레스에서 드러나는 창백한 피부의 이질감으로 인해 의심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거의 전신까지 스캔해야만 했다. 그렇게 약 10분 후, 스캔을 다하고 필은 자판기를 몇번 두드리고는 엔터키를 눌러 프린팅을 시작했다. 그러고 3분 후, 필은 프린팅 된 자신의 변장용 3D 얼굴가면과 앨렌의 변장용 3D 얼굴 가면 및 전신슈트를 꺼내 앨렌에게 주며 자신도 가면을 뒤집어 쓰셨다.

필은 갈색의 올백 머리에 갈색 눈, 깔끔하게 면도한 하얀 얼굴과 티끌 하나도 없는 깨끗한 피부, 짧은 구렛나루, 오똑한 콧날을 가진 남자가 되었고, 앨렌은 검은색의 긴 생머리와 파란 눈, 건강한 구릿 빛 피부, 오똑한 콧날과 탐스러운 입술을 가진 여자가 되었다. 그렇게 감쪽 같이 클로버가 잡아온 부자커플로 변한 두 사람은 거울을 보고 아주 만족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필은 앨렌을 시켜 부자커플의 속박을 풀어주고는 곧바로 부자커플에게 옷과 신발을 벗으라며 윽박 질렀다. 불쌍한 부자커플은 벌벌 떨면서 그저 필이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즉시 필과 앨렌은 그들에게 뺏은 옷과 신발을 입고 신었다. 그런 후에 필은 초소용 몰래카메라를 옷의 단추구멍에다가 넣고 작동 시켰다. 그리고 이어폰 마이크를 귀에 꼈다. 그런 다음, 속옷차림이 된 두 사람을 쳐다보며 필은 실실 웃으며 조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 같이 돈으로 모든지 살 수 있을거라는 착각 속에 사는 놈들은 한번 거지가 되어봐야 정신 차리지? 정말이지 한심하다. 이렇게 벗겨보면 다 똑같은 인간인데, 그깟 돈이 많다고 자신들이 대단한 인간인냥 의기양양하고 마구 자기 과시를 하면서 살까?"

그리고는 클로버에겐 안들리게 두 사람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며 이렇게 말했다.

"변칙개체가 네녀석들의 장난감이 아니란걸 이번 사건으로 똑똑히 깨달아라….특히 인간형은 더욱더 그렇고 말이지. 사물형은 또 어떻고? 잘못 다루면 목숨까지 뺏어가는게 변칙개체인데 말 다했지! 난 말이지, 개인적으로 변칙개체를 이용하여 범죄를 일으키는 범죄조직보다, 너네들만 변칙개체의 존재의 유무를 알고 그걸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 팔거나 대여해주거나 사들이는 극소수의 상류층 새끼들이 너무~~~싫어. 그래서 원래는 죽이지않고서는 못배기지. 역겁거든?"

그리고는 두사람의 얼굴을 한대 세게 치고는 남자의 지갑과 여자의 손가방을 가져가며 다시 속박시킨 후 클로버에게 잘 감시하라고 말하고는 걸어서 돌아가는 리키에게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이 후, 앨렌과 팔짱을 끼고 앞에 있는 문제의 고급 호텔로 들어가며 이번 경매에 배후의 조직에 대해서 서로 말해보았다.

"자기, 그나저나 앨렌이가 궁금한게 있는데 이번 변칙개체 경매를 열은 조직은 누굴까? 역시 '유한회사 마셜, 카터&다크'일까?"

"아무래도 그럴 확률이 높지. 놈들의 본사가 영국 런던에 있고 종종 이런 일은 우리랑 많이 얽혔으니까."

"그런데 '공장'의 짓이거나 '원더테인먼트 박사' 짓이 아닐까?"

"솔직히 말해서 공장까진 이해가 가지만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짓은 아닐거야.

그자, 혹은 그 조직의 물건들은 모두 어린이의 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 두었거든. 즉, 변칙적 장난감 전문쪽이야, 그러니까 당연히 아닐거고. 그럼 남은건 공장인데, 변칙적인 물건을 생산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대량 생산을 한다는 점이 있지. 하지만 이 물건은 의뢰인이 말씀하신대로 숨겨진 역사가 있는 물건인데다가, 과연 상류층을 상대로 경매를 공장이 내걸었을까?

왜냐하면 대량 생산을 한다면 그것보다 물건이 더 많아야해. 그럼 숨겨진 역사가 있는 것에 비해서 희소성이 많이 떨어져 가치도 많이 떨어지겠지. 하지만 설계도가 전세계를 돌아다닌다는 루머성 소문도 있기 때문에 아마 만든다면 그쪽 관련해서 가능성 있지 않을까 해. 일단 이렇게 가정을 하자면, 가장 경매를 연 유력한 조직은 유한 회사쪽이고, 설계도를 입수했다는 가정 하에 설계도의 존재 가능성으로 생각하자면 공장일거야."

앨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제 들어가서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았다. 필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일단 경매에 참가해야지, 그리고 반드시 그릇을 되찾아야해. 설계도까지 올라갔다면 그것까지 합해서. 만일 회수를 못하면 훔쳐버리던가 해야만하고."

"그러면~회수하자마자 앨렌이 경매장에 불질러도 돼?"

그녀는 두눈을 반짝이며 필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허락을 구해보았다. 필은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뽀뽀해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 같으면 하게끔 해주었겠지만 오늘은 안돼. 변장한 만큼 은밀하게 처리해야하고 지금은 변장하고 곧바로 내 옷 주머니에 있던 백업도구들을 챙기지 못했거든. 아마 챙겼어도 몇개는 검문대에서 뺏길게 뻔해. 그런 만큼 빠져나갈 길은 열어둬야만해. 나도 마음 같아선 깽판 치고 싶지만 그러면 백업 도구도 없는 마당에 순식간에 건물 내의 경계 레벨이 올라가서 우린 꼼짝 없이 그 자리에서 잡힐지도 몰라. 쉘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우린 잡히면 안돼."

그런 다음 필은 한숨을 쉬며 잠시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앨렌은 그 모습을 보고는 뭔가 곰곰히 생각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사실은 그게 아니지? 클로버 때문에 더 얌전히 일을 처리하고 싶은거 아니야? 그런거 자기 답지않아."

필 그림은 앨렌의 말에 피식 웃으며 그렇다고 말하고는 좀더 말을 덧붙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분을 그녀석 때문에 잡친게 맞아. 그녀석의 참견 때문에 맘대로, 내 방식대로 그 오만방자한 커플들을 심판하지 못한 일 때문에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 앉아버렸어. 사실 보안이고 뭐고 자시고를 떠나서! 일이 잘 되든, 망하든 간에 자기를 시켜서 건물째로 불 태워버리고 혼란을 틈타서 밖으로 뛰쳐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나와 도망칠 계획이었는데, 아까 참견을 받으니까 썩 기분이 나질 않아. 자기 미안해, 오랜만에 현장일인데 내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자기 몸 제대로 못풀게 해서."

앨렌은 그런 필을 보고 그의 볼과 손등을 어루만져주며 그를 격려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 한번만 더 말하지만 앨렌은 괜찮아, 자기. 앨렌은 자기가 하라는대로 모든지 다 할거야. 자기의 판단이 옳든, 그르든 간에도 말이지. 왜냐하면 앨렌은 자기를 매우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자기는 걱정하지말고 마음가는대로 행동해.

평소에 앨렌이 날뛰듯, 자기도 자신감 있게 날뛰어봐. 모두가 자기를 믿는 만큼 앨렌도 자기를 믿고 있으니까."

"오, 앨렌! 요 깜찍이! 어쩜 이렇게 말을 이쁘게 할까?"

필은 앨렌의 말에 기특해하며 그제서야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그리고 곧바로 두 사람은 세련되고 단정한 연미복을 입은 신사들과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이 조용히 카운터에 한 줄로 서서 체크인을 받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드넓고 화려한 로비 복도와 눈부시게 우아한 밝은 조명이 비치는 호텔에 들어왔다. 조용한 분위기에 필은 괜히스레 앨렌에게 슬쩍 속삭이듯 농담을 치며 웃으면서 같이 줄을 섰다.

"참 별걸로 격식 차리면서 줄을 다 선다~. 마치 도서관에서 도서 이벤트로 초대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는거 같아."

앨렌은 그 말에 입을 가리면서 웃으며 속삭이듯 그렇다고 말했다. 필은 앨렌에게 아까 가져온 여자의 손가방을 주며 지갑을 꺼내서 신분증의 이름을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남자의 지갑안에서 신분증을 꺼내서 이름을 살짝 흝어보고는 다시 아무도 모르게 재빠르게 지갑 안으로 신분증을 집어 넣고 지갑을 연미복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곧 자신과 앨렌의 차례가 되자, 접수원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여기 뒤에 있는 숙녀 분이랑 같이 와서 체크인 하려고 왔는데요. 경매 참여하려고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접수원도 친절하게 웃으며 그의 인사를 받아주며 신원을 물어보았다. 필은 계속 미소를 잊지않으며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제랄드 모해저드 위클리라고 거기에 적혀있을겁니다."

접수원은 명단을 살펴보다가 그 이름을 발견하고 이름 옆에 붙여진 증명사진을 보고 그의 얼굴을 다시 보더니, 곧이어 웃으면서 15층으로 가라며 말해주고는 444이라고 쓰여진 숫자판을 주고 통과 시켜주었다. 필은 먼저 통과해서 앨렌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앨렌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필은 앨렌과 다시 팔짱을 끼고 숫자판을 앨렌의 손가방 안에 넣어 두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갔다.

15층에 올라가자, 보청기를 하고 있는 집사같이 생긴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한 대머리의 깔끔한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그들을 보고 다가와 인자한 미소로 그들을 반겨주며 자신을 피터라고 소개하며 따라오라고 했다. 피터를 따라간 그들은 복도를 약 5분 정도 걷다가 작은 쪽방 같은 곳에 들어갔다. 필은 이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경매하는 곳 치고는 좀 작군요."

그러자 피터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천장에 매달린 전등 줄을 두번 당겼다.

"처음 오시나보군요? 처음 오시는 분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렇게 말하고들 한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많이 놀라실겁니다."

그러자 쪽방이 약간 천둥치는 소리가 나더니 좌우로 흔들렸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필과 앨렌은 그제서야 쪽방 자체가 하나의 앨레베이터라는 것을 깨달았다. 피터는 놀라는 두 사람을 보고 별거 아니라는 듯 허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일반 손님들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위장이랍니다? 물론 고급 호텔에 이런 쪽방이 있다면 발견하자마자 이질감이 느껴 직원실로 전화 하실테지만, 저희 측에서는 청소부용 휴게실이라고 속이고 있답니다. 참고로 경매장은 지하하 1~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늘 열릴 경매는 지하 3층에서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지하 3층에 도착한 피터와 필과 앨렌은 앨리베이터에서 내려 앞에 있는 검문대에 섰다. 피터는 파란색 커다랗고 넓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가지고 오더니 여기에 지갑과 가방을 넣고 탐지기 앞으로 한번 걸어가보라고 했다.

필은 그의 말대로 지갑을 꺼내 바구니에 넣고는 앞으로 걸어가보았다.

탐지기는 아무런 경보도 울리지않았다. 곧이어 무장한 남자 보안요원들이 필의 옷속을 검사해보았지만 이것 역시도 아무것도 발견 할 수 없었다.

앨렌도 똑같이 탐지기 앞을 지나가보고, 무장한 여자 보안요원들에게 옷속을 검사 당했지만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발견 된 것이 없었다.

필과 앨렌은 둘이서만 이 광경이 웃기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 몰래 쿡쿡 웃으며 다시 표정관리를 하고는 피터에게 필이 먼저 말하고 이어서 앨렌이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경매장에 무슨 금속탐지기죠? 게다가 몸 수색까지 하다니? 설~마~누군가가 테러를 일으킬까봐 그런건가요? 고작 경매장에?"

"맞아요. 애초에 이런 경매장의 유무는 우리 극소수의 상류층들만 알 텐데요? 설마 보안이라도 새어나가는건가요? 그래서 그걸 덮기 위해서 이런 짓을?"

"아아, 그건 아닙니다. 혹시라도 두분께 불쾌함을 끼쳐드렸다면 사과드리겠니다. 하지만 결코 그럴 의도는 없다는 점과 보안은 꽤 튼튼하다는 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오히려 앞에서 신사분께서 말씀하셨듯이 정말 고작 이런 경매장에 불경한 짓을 일으키는 자들이 있어서요. 그 부분에 대해서 꽤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일단 가면서 이야기 해드리죠."

피터는 두사람에게 깍듯이 사과한 후, 여러가지 해명을 한 다음에 경매장 테러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며 다시 그들을 안내해주면서 이어서 말해주었다.

"저희 유한 회사 마셜, 카터& 다크 본사에서는 적대 조직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특별히 신경쓰는 조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다크 쉘터'의 수장 필 그림 일행이죠. 이 테러 단체의 수장은 자신이 직접 움직이며 저희의 사업들을 자주 방해하고 다닌답니다. 그래서 원래는 경매장에 이렇게 크게 참여자분들의 검문을 하지않았답니다? 오히려 물품들 쪽에 철통보안을 걸어놓은 상태였죠. 하지만 그들이 나타나면서 부터 달라졌습니다. 항상 한창 사업중일때 나타나서 건물에 불을 질러버리고 모든 것을 부셔버리고 약탈해가고, 심지어 사람들까지 다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검문을 시작했습니다."

필 그림은 본인과 다크 쉘터의 이야기가 나오자 빙그레 웃으며 그의 말에 맞장구 쳤다.

"아아, 확실히 그점은 곤란하긴 하겠네요? 회사 입장에서는요. 사업이 하나가 아니라 다수가 알 수 없는 테러조직에 의해서 각종 사업이 망쳐지면 수익 부분에 있어서도 꽤나 큰 손실일테니까요."

"네! 바로 그겁니다. 아주 악질적인 놈이죠. 회사에서는 그래서 그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강경하게 대할 생각입니다."

피터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앨렌은 그것을 보고 짐짓 모른척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위험한 테러조직이 있으면 경찰을 불러야하는것 아닌가요?"

그러자 피터는 약간 곤란한 말투로 사업상의 문제와 변칙개체에 대한 비밀 유지에 대해서 말하다가 곧 그들을 안심시키는 한마디를 했다.

"아아, 그게 말이죠. 역시 사업상 비밀이고, 여러분도 알다시피 절대 다른 곳에 알려지면 안되는 '존재', 혹은 '물건' 들인지라….아! 대신에 걱정마십쇼! 최고의 보안과 무력을 자랑하는 용병들을 고용해두었으니까요. 그들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걱정마시고 마음껏 즐겨주시면 됩니다!"

"그것 참 안심이 되네요."

필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앨렌과 서로 귓속말로 유한회사 마셜, 카터&다크의 멍청함에 대해서 비웃었다.

필은 그리고 앨렌에게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역시 돈으로 사람을 후드려 패고, 정치적으로 압박만 하는 멍청이들은 돈과 권력, 그리고 용병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줄 아는가 보군. 안그래 자기?"

"앨렌은 지금 웃음 나오려고 해! 저렇게 의기양양해 하면서 보안까지 잘 맞췄는데 어떻게 우리가 변장한건 알아보지 못할까?"

"그러게! 고작 변장 하나만 했을 뿐인데 말이지. 이래서 윗대가리 놈들이 욕을 먹는거야. 방심을 너무 잘해서 말이야!"

뒤에서 이 둘이 유한회사 마셜, 카터&다크를 욕하고 있을때 피터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번 경매에 아주 흥미롭고 쟁쟁한 상품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오늘은 사정상 총 2부까지만 이루어져 있으니 많은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에 필은 씨익 웃으면서 이렇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럴 수 밖에. 두달전, 네녀석들의 항구 거래때, 개판쳤으니 당연히 물품이 많이 줄어들었을테니 내놓을 상품도 부족해서 2부까지 할 물품들 밖에 없겠지. 특히 인간형 변칙개체는 더욱더."

"네? 혹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이때 피터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앨렌은 깜짝 놀라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였으나 필은 오히려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씀이시죠?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그러자 피터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싶어서 그에게 정중히 사과하며 아무래도 보청기에 문제가 있었던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필은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답해주었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하면서 가다가 손잡이가 황금으로 된 화려한 붉은 극장문 앞에 선 피터와 필과 앨렌은 그자리에 섰다. 피터는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그럼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문 너머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으며 꽤 넓은 강당과 넓은 무대, 그리고 그 위로 매력적인 붉은 커튼과 커다란 스크린이 눈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필과 앨렌은 감탄하며 아무 자리에 앉고는 경매가 시작 되길 기다렸다.

그렇게 약 30분 후, 1부의 경매가 시작되었다. 경매에 시작하기에 앞서, 사회자는 참여자들에게 이번 경매는 평소 3부까지 했던 것과 달리 오늘은 2부까지 밖에 하지 않으며 1부 부터~ 2부까지 사물형만 나오니까 많은 양해를 바란다고 말해주며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경매가 시작되고 수많은 물건형 변칙개체가 나왔으며, 그중에는 잘못 다루거나, 악용하면 커다란 피해를 입힐 몇몇의 사물형 변칙개체들도 보였다. 필과 앨렌은 이 광경을 굉장히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1부의 경매가 끝나고 잠시 20분의 쉬는 시간이 지난 후에 2부가 시작되었다. 2부가 시작되면서 더욱더 숨겨진 역사와 희소성을 지닌 물건들이 나왔으며, 심지어 유명한 범죄와 연관 되어있는 변칙개체도 나왔다. 그럴때마다 값은 점점 올라갔다. 그리고 곧 경매는 막바지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이에 사회자의 목소리도 알게 모르게 차분함을 잃진 않았지만 조금씩 커졌다.

"제 왼쪽에서 91만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91만입니다. 92만! 92만, 감사합니다. 93만, 제 왼쪽 셋째줄. 감사합니다. 94만 있습니까? 94만, 감사합니다. 95만 있습니까? 제 오른쪽에 95만 나왔습니다. 96만 있습니까? 마지막 기회입니다. 낙찰하겠습니다. 95만 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95만입니다."

사회자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망치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95만 파운드에 낙찰되었습니다. 낙찰된 물건은 모든 질량법칙을 무시하고 물건의 크기 또한 상관 하지않고 아무리 넣어도 무겁지 않으면서 디자인은 당시 19세기에 만들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는 골든 옐로우색상의 아름다운 여행가방입니다."

물건이 낙찰이 되자, 모든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고 이와중에 필과 앨렌은 저 가방을(-색깔이 예뻐서-) 무척이나 탐내었지만 의뢰인의 물건 회수가 먼저였기에 굳이 이목을 끌 필요 없다고 생각하여 가만히 있었다. 사회자는 잠시 조용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낙찰된 물건이 운반되는 것을 보고 1~2초 후에 말을 했다.

"그럼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물건은, 아마 오늘 경매에 하이라이트가 될거 같군요. 666번 물품입니다. 물품에 대한 소개는 우리 전문가인, 케이트 루아 씨에게 맡기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케이트 루아로 보이는 검은색 묶음 머리의 한 여성이 사회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는 상자 안에서 물품을 꺼내보았다. 그 물건은 바로! 그토록 필이 찾아 헤메던 황금으로 도금 되어 있는 태양그림이 그려져있는 중간 크기의 원반형 그릇. '태양의 그릇' 이었다. 필과 앨렌은 동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 아름다운 황금빛 그릇이라고. 케이트 루아가 물건을 조심스럽게 집어들며 수많은 참여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스크린에서 아름다운 이 황금빛 태양 그릇이 확대하여 보여졌다.

"여기 있는 물건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진수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14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원반형의 그릇입니다."

"진짜 이쁘다! 앨렌, 저거 갖고싶어."

앨렌은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관심있어 하며 필에게 말했다. 그와중에 그릇에 대한 설명은 곧 끝나며 케이트는 물품을 보관하고 옮기는 세바스찬에게 그릇을 주며 말했다. 세바스찬은 그 그릇을 즉시 받아 경매대 위에 그릇 받침대에 조심스럽게 세워두었다. 케이트의 설명이 끝나자, 사회자는 케이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다시 진행을 했다.

"…현재 태양의 그릇은 소원을 빌은 시전자에게만 일부분의 제한있는 패널티를 주는 것으로 확인 되었으며, 예를 들어 시전자가 특정 음식을 먹고 싶어하여 그것에 대한 소원을 빌 경우 시전자가 질리더라도 거의 50년 가까이 특정 음식만 먹게 되거나, 특정 물건에 대한 소원을 빌었을 경우 그 물건 대신 가장 아끼는 물건 하나가 어디론가 사라져 죽을 때가 되어서야 찾게 된다거나, 이야기 속 영주의 딸과 페드로 처럼 사람과 관련된 소원을 빌면 신체의 일부분에 제한이 생기게 된답니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일이라면 페드로처럼 평생 몸의 일부가 불구가 되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황금 그릇은 단 하나만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세바스찬, 부탁해요."

"고마워요 케이트. 정말 아름다운 물건입니다. 이 물건을 판매하게 되면서 더 자세히 조사해 본 결과, 안타깝게도 아직까진 소유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세계 각지에 설계도가 돌아다닌다는 소문 또한 그저 루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들 또한 소문으로만 듣던 물품이었기에 이 물건을 입수하는 것에 있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서 소개 하게 되었고 정말이지, 이렇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물건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박수소리가 잦아질때쯤, 사회자는 경매를 시작했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케이트, 고마워요 세바스찬.

그럼 입찰 시작가는, 2백만 파운드입니다. 고맙습니다. 제 왼쪽에 2백만 나왔습니다. 3백만을 찾습니다. 3백만 있습니까? 뒤쪽에 3백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4백만 있습니까? 4백만?"

이때 필이 숫자판을 들며 경매에 끼어들었다. 필을 본 사회자는 이렇게 말하며 경매를 계속했다.

"오른쪽 맨 뒤에서 4번째 줄에 남성분께서 4백만을 부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5백만 있습니까? 5백만? 앞에 있는 여성분께서 5백만 부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6백만 있습니까? 6백만을 찾습니다. 제 오른쪽에 6백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에 질세라, 필은 바로 다음 금액을 부르기 위해 숫자판을 들었고 그 뒤로는 900백만에 다다랐을 때, 아까 6백만을 부른 노년의 여성이 또 숫자판을 들었기 때문에 결국 950만까지 갔다.

"…950만 있습니까? 마지막 기회입니다. 낙찰하겠습니다. 현재 금액은 900백만입니다. 오른쪽 맨 뒤에서 4번째 줄에 남성분께서 950만을 부르셨습니다. 천만 있습니까? 여러분 천만 입니다. 천만? 제 오른쪽의 숙녀분께서 천만입니다.

8자리 수에 도달했군요. 천만 파운드에 입찰하셨습니다. 팽팽한 대결이군요. 그러면…1050만 있습니까?"

사실상 이쯤 되자, 모두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필은 이것을 보고 가소로운 듯이 웃으며 숫자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뒤돌아보며 필에게 관심을 쏠렸다. 하지만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노년의 여성이 또 숫자판을 들자 이번에는 노년의 여성에게 이목이 집중되며 사람들은 두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면서 수근거리기 바빴다.

"1050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1100만 있습니까? 숙녀분이 1100만을 부르셨군요. 1150만있습니까? 1150만입니다. 없습니까? 마지막입니다. 1150만 입니다. 현재 금액은 1100만입니다. 1150만이요? 1150만 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1150만. 신사분께서 1150만을 부르셨습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낙찰하겠습니다."

사회자는 망치를 들며 다시 한번 금액을 말했다. 필은 자신의 승리를 예감하고 씨익 웃었다. 그때 노년의 여성이 또 숫자판을 들었다. 1200만. 노년의 여성은 드디어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이에 필 그림은 꽤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고는 꿋꿋하게 숫자판을 들었다. 1250만. 다들 놀라서 노년의 여성을 포함해서 필 그림을 쳐다보았다.

"1150만. 다시 알려드립니다. 1150만입니다. 1200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1250만 있습니까? 아, 남성분께서 또 부르셨습니다. 그럼 1300만 있습니까?"

두사람은 계속 해서 끊임 없는 경쟁을 하였고, 결국 1550만에 필 그림에게 낙찰되었다. 경매가 끝나고 나올 때, 아까 노년의 여성이 다가와 필에게 이렇게 부탁하듯 말했다.

"미안하지만 젊은이, 그 물건 나한테 팔아주면 안될까? 내가 갖고싶은데 말이지."

필은 그 말에 웃으며 정중하게 거절하면서 노년의 여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인.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이 그릇의 소원을 이루워준다는 부분에서 갖고싶은거죠? 혹시 이것을 갖게 되면 무엇을 빌지 생각해보셨어요?"

"주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게 된다면 젊어지고 싶다고 소원을 빌고 싶었어. 젊은이, 어떻게 안될까?"

필은 애원하는 노부인에게 예의바르게 죄송하다고 말하며 안되겠다고 말했다. 자신들도 이것을 원해서 왔고, 그렇기에 더욱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부인은 더이상 애원하지 않고 낙찰된걸 축하한다고 웃으며 말해주고는 경매장을 나왔다. 필과 앨렌도 노부인을 따라 경매장을 나와 다시 로비의 카운터로 올라와 가서 접수원에게 집 주소 아니라 일 터로 배달해달라고 거짓말을 치며 해결사 관리 본부의 자신의 사무실 주소를 댔다. 물론 접수원은 아무런 의심 없이 친절하게 웃으며 그 주소를 받아 적고 알겠다고 하며 컴퓨터에 입력해주었다.

순조롭게 일을 마친 필은 앨렌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나왔다. 그러자 밖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어느 젊은 남녀 두명이 그들에게 다가가며 친한 척을 했다. 필과 앨렌은 직감적으로 이들이 자신들이 변장한 부자 커플의 친구들임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그들이 알고 있는 사람인척 연기했다.

"이야~! 제랄드, 너 대담하더라? 어떻게 눈 깜빡 안하고 노인네 상대로 1550만을 할 생각하냐? 돈이 진짜~남아도나보다? 이제 독립해서 막 나가겠다 이거야?"

"아니 뭐, 저렇게 예술적으로 예쁘고, 금으로 만들어졌고, 게다가 소원까지 이루어진다는데~관상용으로라도 당연히 사야하지 않겠냐? 노인네가 좀 끈질겨서 나도 모르게 기세 타서 질러버렸지만 아무런 신경 안 써. 나 이제 뭐 방해 할 사람도 없고 결제도 내 명의 하는데, 부모님이 방해할 수 있겠어?"

"사실 자기가 나랑 여기 오는건 처음이라서 좀 떨리긴 했지만 생각보다 잘하더라고~."

"그랬구나! 하긴 너넨 우리 커플이랑 달리, 여기 경매장 참가하는거 처음이잖아? 근데 너희 호칭 바꾸기로 했냐? 맨날 허니, 허니 하더니? 뭐 자기가 더 자연스럽긴 하다."

이 말을 들은 필과 앨렌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애써 웃어넘겼다. 그리고는 필이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오늘은 사실 경매가 쉬운 편이었어. 보통때 같았으면 미스터 캘빈 때문에 더 길어지는건데 말이야."

그러자 필의 말에 그들의 친구로 보인 여자가 웃으며 약간 미스터 캘빈에 대해서 흉을 보았다.

"그러게~어찌나 그런것들에 사족을 못쓰는지~경매로 올라오는건 모조리 사드리려고 해서 민폐였는데 말이야!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아닌게 아니라, 그사람, 오늘은 웬일로 안왔더라고. 이런 자리에는 맨날 오는 양반이."

그들의 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먼저 말했던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아한 말투로 미스터 캘빈이 오늘만 오지않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필은 얼굴을 찡그리며 그것에 대해서 되물었다.

"안왔다고? 그 양반이?"

"어, 오늘 사실 너네 보다 우리가 일찍왔거든. 그래서 오늘도 그 사람을 찾아가서 가벼운 인사를 나누려고 했거든. 근데 아무데도 안보이더라고. 어디 아픈가?"

"음, 그렇구나. 알았어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

"뭐? 평소처럼 클럽 안가고?"

"어, 어! 우리 오늘 예약해놓은 데가 있어서 그래. 미안해! 다음에 놀자!"

"그래! 좋은 시간 보내! 제랄드, 모나. 우리도 가볼게!"

필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미스터 캘빈이 안왔다고? 하긴 경매 내내,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 참여하는 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래 그가 있었으면 입찰 금액이 더 올라갔겠지. 왜 나는 그걸 지금 알았지? 라고 생각하며 클로버에게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제랄드씨, 그리고 모나씨.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필과 앨렌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서로를 쳐다보며 어떻게 할 것인지 조용히 입 모양으로 말했다.

"자기야, 아무래도 들킨거 같은데 죽여버릴까?"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일단 최대한 반항하지말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게 나을거 같애. 내가 하나, 둘, 셋 할거니까. 맞춰서 셋에 뒤돌아보면서 미소를 유지해. 알겠지? 그럼 한다. 하나, 둘….셋!"

필과 앨렌은 뒤를 돌아보며 자신들을 불러 세운 누군가에게 미소를 지었다. 필이 먼저 말했다.

"네, 말씀하십쇼. 무슨 용건이신가요?"

그들을 불러 세운것은 4명의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었다. 그중 단발에 웨이브 머리를 한 안경을 쓴 조금 긴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국 비밀 첩보 기관에서 나온 제터슨 요원이라고 합니다."

꽤 그럴 듯한 명함이었다. 하지만 필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영국 지부 SCP재단의 소속 요원이라고. 필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영국 비밀 첩보 기관? 하! 꽤 그럴 듯하게 위장했군. 보나마나 변칙개체 회수를 위해서 왔겠지. 이거 생각보다 일이 꼬이겠군. 일정을 앞당겨야겠어.'

그리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코트 안주머니에 넣고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아, 네. 반갑습니다. 그래서 첩보 기관에서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죠?"

"다름이 아니라, 그 물건에는 소형 폭탄이 심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확인을 위해 저희 기관에서 검사를 해볼까 하는데, 협조 부탁드립니다."

필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웃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오호~? 이거봐라? 꽤 그럴 듯한 거짓말을 치겠다~이거야? 이런 식으로 뺏겠다는 심산이군. 재밌네. 하지만 그렇게 쉽게 가져가진 못할거다!'

그리고는 박수를 한번 치고는 웃으며 똑같이 정중하게 말하며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는지, 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아냐고 역으로 물어보았다.

"그거 좋은 일이죠. 요즘 같은 시대는 무작위 테러 위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가 없겠죠?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건가요?"

"그거야, 사전 정보를 통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첩보기관 답네요. 그럼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아시겠네요?"

"이곳에서 비밀리 어떤것이 경매가 되었다는건 압니다."

"무엇을 위한?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경매 일까요?"

"저기, 제랄드씨. 지금 장난하는게 아닙니다. 지금 경매 된 물건에 소형 폭탄이 심어져 있다고요."

제터슨은 최대한 차분하게 필을 타이르듯 설득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듣고 있을 필이 아니였다. 더욱더 말을 많이 하며 그들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그래요, 소형 폭탄! 제가 사드린 물건에 부착 되어있다고 하셨죠? 근데 제 물건에만 부착 되어있을까요? 다른 물건들에도 부착 되어있을 가능성은요? 그리고 당신들이 들은 정보가 과연 무조건 다 맞을까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가짜일까요?"

"저희 기관의 정보는 완벽합니다! 그리고 다른 물건에 부착되어 있을 가능성 역시 있음으로 현재 다른 요원들이 가서 확인 중입니다."

"완벽하다? 누구보다 객관성을 가져할 첩보기관이 '우리들이 가져온 정보는 신뢰도가 꽤 높으니까 모든 정보가 완벽해!' 라고 말한다고요?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리고 다른 요원들 있다고요? 당신들만 온거 같은데? 허세입니까? 아님 진실?"

"제랄드씨,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겠지만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스무고개 같은 수수께끼 같은 장난을 치려고 온건 아닙니다. 협조 해주실겁니까? 아니면 거부하실겁니까?"

필은 약간의 신경질을 부리는 제터슨을 보고 씨익 웃으며 제랄드 본인마냥 연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껜 죄송하지만 내가 내 돈을 주고 산 물건입니다. 그러니 순순히 줄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정보의 출처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그런 첩보기관이 우연히 정보 하나만 믿고 이곳에서 행해지는 일과 그 존재를 알고 왔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들, 꺼름칙해. 그렇게 칙칙한 정장을 입고 하는 말만 믿고 우리가 곧이 곧대로 믿을거라고 착각 하는거 아니지? 폭탄 유무는 내가 알아서 판단할테니 이만 꺼져! 우리 이제 데이트 가야하니까. 이래서 공무원 놈들은 안된다니까?"

제터슨과 그의 동료들은 제랄드, 아니 필을 무섭게 쳐다보더니 무전기에다가 대고 무어라 중얼거리고는 필과 앨렌에게 고개 숙여 시간 뺏어서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조용히 가로등 없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필은 그들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쳐다보고는 어둠속에서 쳐다보나 하고 유심히 살핀 후, 갔다고 판단하자마자 곧바로 초소용 몰래 카메라를 심어둔 단추를 만지작 거리며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다들 봤지? 지금부터 예정보다 빨리 이번 경매에 올라 온 변칙개체들을 재단놈들과 유한회사 마셜, 카터&다크의 배달 트럭에서 강탈하고 특히 태양의 그릇은 해결사 관리 본부에 있는 내 사무실까지 운반할 수 있게 엄호해!"

"안그래도 이미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대장."

리키와 히키가 동시에 말했다. 필은 리키, 히키 그외에도 있을 부하들에게 몸조심하라고 당부하고 기회가 되면 재단 놈들을 죽여버리라고 명령과 동시에 이어폰 마이클 빼고 앨렌과 함께 다정하게 클로버가 있는 호텔의 뒷골목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