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 해결사 필 그림5

제 5화:황금=피와 죽음, 의심, 뒷통수의 향연

그렇게 필과 앨렌은 클로버가 있는 호텔의 뒷골목으로 돌아왔다.

클로버는 자신의 차에서 내려 돌아온 필과 앨렌에게 걸어가며 일은 어떻게 되었냐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필은 앨렌과 같이 변장을 벗어던지고, 자기 옷을 입으며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복숭아 맛 껌을 꺼내 씹었다. 그리고는 복숭아 특유의 달콤한 맛을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예상보다 잘됐어. 오히려 너무 잘 되어서 왈츠를 추고 싶을 정도야."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표정도 안좋으시고 항상 일이 안풀릴 때 껌 씹는 버릇이 있던걸 생각해보면 혹시 방금 한 말은 반어법인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일단 경매에서 목표물을 따내는 것에는 성공했어. 문제는 그 과정이었지. 원래대로라면 오늘 이 물건을 노릴만한 인물도 같이 왔어야했거든. 미스터 캘빈이라고 넌 모르는 사람인데, 이런 경매장에는 꽤 유명인사야. 경매에 열중하느랴고 잠시 그 사람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오늘 왔었다면 경매가 더 길어졌을텐데 어찌 된 일인지 안왔더라고."

미스터 캘빈에 대해서 필이 언급하자 클로버가 아는 척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그 사람 말인가요? 상류층에서 디지털 관련 사업을 한다는 사업가. 에이~형님은 제가 브래드포드 토박이라고 너무 절 얕보셨네요? 요즘은 상류층에서의 디지털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웬만한 디지털 관련 사업에는 이 사람이 거의 손을 댄 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고요? 그러고보니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사업으로 번 돈으로 특이한 무언가를 수집한다던데, 여기가 그 사람이 그런 물건들을 수집하던 장소 중 하나였나보군요? 그런데 그 사람이 왜요? 오히려 그런 경쟁자가 한명이라도 없으면 형님의 의뢰일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되지않나요?"

필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러면 좋겠다고 말하고는 이어서 말했다.

"문제는 너무 쉽게 해결되었기 때문이야. 단순 감기 같은 몸의 불편함으로 오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너 없는 동안 내가 이런 일을 하면서 그 사람을 수십번 봐왔을때, 그 사람은 이런 경매장과 특이한 물건에는 환장하거든. 아주 사족을 못써! 그래서 어떻게든 오려는 사람이야. 대리인을 보내서 가져올 수 도 있는데도 본인이 직접 와서 고르는 타입이거든. 단 한날 한시도 이런 경매장이 열리는 날을 불참한 적이 없어. 그래서 직감상 불길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왠지 모르게 불안해."

"기분 탓일거예요! 제가 예전에도 말했잖습니까? 형님은 너무 예민하다고요. 영화 처럼 그런 불길한 복선이 한두번 터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세요? 어째든 물건을 회수 했다니 다행이네요. 말씀하신 후불과 형님이 제게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제 털어놓으시죠?"

클로버는 걱정하는 필을 격려해주며 별 일 아닐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후불 사례금과 필이 지금껏 자신에게 숨겨왔던 비밀에 대해서 말해줄 것을 기분 좋게 웃으며 요청했다. 그러자 필은 이에 단호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례금은 내일 12시에 지급될거야. 하지만 비밀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니야. 지금은 그것보다 급한 일이 생겼거든."

"아니, 형님 그릇에 대한 위치 정보를 알려주면 다 말하겠다면서요? 설마 지금 와서 딴소리를 하시는건가요?"

클로버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화를 내며 필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필은 클로버에게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고는 앨렌을 데리고 자신의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지금 의뢰인의 물건을 가로채려는 제 3세력이 있어서 말이야. 그걸 막으려 가야만해. 미안해,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꼭 말해줄게. 내일 12시, 위클리 펍 VIP실로 와."

"잠시만요! 형님, 제가 위클리 펍을 맨날 가지만 단 한번도 VIP실을 본 적이 없는데요?"

"당연하지. 예전에 너와 함께 활동할 때, 조지랑 같이 상의하여 몰래 만들었거든. 그곳은 내가 이런 물건들이나 위험한 존재들을 상대로 수많은 의뢰인들에게 의뢰받기 위해 만들어진 펍 내에 유일하게 CCTV이나 도청의 위험이 없는 접선 장소거든."

"아니 도대체 나한테 숨기는게 몇개예요!"

"어째든 거기로 와. 조지한텐 이렇게 말해. 양 울타리 너머 코끼리. 그리고 저 부자 커플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우린 먼저 간다?"

"아니, 형님 이런식으로 할 거예요? 진짜로?"

필은 더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대로 골목을 나와 밤 공기를 가르며 가로등 사이로 사라졌다. 클로버는 땅을 발로 한번 차며 짜증을 부리고는 필과 앨렌이 버려두고 간 부자 커플의 옷가지들을 들고 뒷좌석에 묶어두었던 두사람에게 던져주고는 호텔에서 50km 떨어진 택시 정류장에 내려주고 밧줄을 풀어주고는 옷을 주고 필에게 받은 짜증을 모두 부자 커플에게 내며 이 일을 신고하면 자신이 직접 또 두 사람을 납치해 데리고 와서 필에게 넘겨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했다.

불쌍한 부자 커플은 겁을 바짝 먹으며 바들바들 떨면서 알겠다고 말했다.

클로버는 두 사람을 5초간 위협적으로 쳐다보고는 다시 차에 타서 집으로 돌아갔다.

부하들에게 맡겨놓기는 했으나, 역시 경매장에서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생각한 필은 억지로 일을 해서라도 이 잡생각을 떨쳐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쯤 부하들이 이미 택배트럭들을 강탈 중일테니 현재 가장 중요한 태양의 그릇을 강탈하는 것을 돕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무전을 쳐서 지금 누가 태양의 그릇을 운반 중인 택배 트럭을 강탈 중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리키가 답했다.

"네, 접니다. 하지만 지금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요. 재단 놈들과 교전하고 있던 도중 지금 부상자 1명 발생했습니다!"

"다른 트럭들은? 다른 트럭들은 어떻게 되었어? 부상자는 또 누구야?"

"다른 조에서 거의 다 강탈했습니다! 괜찮아요. 하지만 하필 저희 조가 마지막 강탈 트럭이라서 그런지 놈들이 전혀 물러서질 않아요! 설상가상으로 예전보다 더 좋은 장비로 무장하고 왔습니다! 부상자는 루틴으로 복부 부분의 중상입니다. 본인의 말로는 자가 치료를 할려면 40분의 시간이 소요된대요!"

"어쩌다가 맞은거야? 히키가 다 막아줬을텐데?"

필은 어이 없다는 듯이 리키에게 물어보자 히키가 살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신 대답했다.

"놈들이 로켓런처를 갑자기 날리는 바람에 잠시 결계력이 약해졌거든요. 죄송해요."

필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을 쉬고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아직 시내로 안들어갔지? 잘들어, 시내로 들어가면 우리와 재단의 교전으로 인해 더 피해가 커지는건 둘째 치고, 놈들의 지원이 더 쉽게 몰릴거야. 게다가 의뢰인은 조용히 일을 처리하길 원한다고! 그전에 이 일을 처리해야만해. 내가 갈게. 지금 어디야?"

리키는 사방을 둘러보며 어딘지 파악하려고 해봤지만 알 수 가 없었다.

"잘 모르겠어요. 도로를 타고 가는거 같긴해요."

"당연히 도로를 타고 가겠지!"

필이 발끈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 택배운전사가 차에서 내려 재단에게 협조하지 못하게 마인드 컨트롤로 계속 운전하도록 조종 중이던 제이크가 필에게 힘겹게 말했다.

"대장, 저희 지금 타워브릿지쪽으로 가고 있는데 건너갈까요? 아니면 역주행? 그것도 아니면 가기전에 방향 돌릴까요? 마침 우릴 쫓는 재단쪽 차량은 아직 한대 거든요. 택배트럭 당 한 차량씩 붙었으니까요."

때마침 이번 경매는 템즈 강 주변의 고급 호텔에서 경매를 했었기에 타워브릿지와는 꽤 가까웠다. 필은 다시 차를 움직여 핸들을 급하게 돌려 도로를 따라 타위브릿지쪽으로 운전하며 제이크와 히키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좋아, 제이크, 잘들어. 지금 운좋게도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역주행해버려! 나도 그쪽으로 갈게! 히키, 넌 제대로 결계유지하면서 제이크가 밀어붙일때 아무도 차에서 팅겨나가지않도록 할 수 있게 해!"

필은 전화를 끊는 즉시, 엑셀을 밟고 전속력으로 타워 브릿지로 올라가는 도로를 타고 달려갔다. 그리고는 앨렌에게 안전벨트하라고 말하며 자신도 안전벨트를 하고는 저만치에 위험하게 역주행하며 택배트럭 위에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고 서 있는 부하들과 그들의 예상치 못한 역주행에 급하게 후진을 밟고 있는 재단 요원들이 탄 차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중얼 거렸다.

"내가 애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키웠다니까?"

그리고는 망설임 하나도 없이 그대로 재단 요원들이 탄 차량에 자신의 차를 냅다 세게 박았다! 유리창에는 금이 심하게 가고 필 그림의 차량의 앞면은 심하게 찌르러지면서 엔진에는 연기가 샜으며 필은 핸들에다가 얼굴을 박았지만 에어쿠션 때문에 코피가 나오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앨렌 역시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필은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앨렌과 같이 차에서 내려 아직도 정신 못차려 하는 재단 요원들이 탄 찌그러진 차에 다가가 발로 툭툭 치면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열어."

부하들은 쇠지렛대를 이용하여 차 문을 열고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앨렌은 재단 요원들을 쳐다보며 필에게 이렇게 말했다.

"용케도 안죽었네? 택배트럭이 좀더 커다란 트럭이었으면 가능했을까?"

"아마 그럴거야. 그랬으면 완전히 찌부러져 죽었겠지."

"벌레처럼?"

"그래! 벌레처럼."

필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앨렌은 이 상황이 마냥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손이 불타오르게 만든 후 언제나 처럼 그대로 차안에 있는 재단 요원들을 태워버리려고 했다. 바로 그때 필이 짧게 소리치며 그녀를 말렸다.

"잠깐! 오늘은 아니야."

이에 앨렌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필은 이것을 보고 앨렌에게 살짝 지나가는 듯이 말하며 속삭였다.

"딱 한명만 골라서 지지는 거라면 나도 넘어갈 수는 있을거야."

그러자 곧바로 앨렌의 표정은 환해졌다. 그리고는 한 여자 요원의 얼굴에 손을 대어 마치 인두처럼 그녀의 얼굴을 인정사정 없이 지지자, 살 타는 냄새와 함께 고통스러운 비명이 차가운 밤하늘을 가득 울려퍼졌다. 앨렌은 기뻐하는 눈치였다.

필도 이 광경을 보고 만족해 하며 살 타는 냄새를 한번 맡고 앨렌에게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고 말했다. 앨렌은 그제서야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 필은 껌 봉투에다가 단물이 다빠진 껌을 뱉고 잘 싸서 주머니 속에 넣어 나중에 쓰레기 통에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웃으면서 재단 요원들 중 한명의 무전 이어폰을 뺏어 누군가한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이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대장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 듣고 있길 바란다.

내가 오늘은 물건만 회수하고 가는데, 다음번에도 회수 도중에 끼어들면, 그땐 평소 처럼 니네들 다 죽여버릴거야. 본보기로 한명에게 화상을 입혀놨으니까 판단은 알아서 하라고."

그리고는 이어폰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발로 밟아 부서버렸다. 한결 개운해진 필은 리키에게 빨리 물건을 회수 하라고 하고는 회수하는 즉시 다크 쉘터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리키는 부서진 필의 차를 한번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 차는 버리고 가시는 건가요?"

필은 리키에게 이대로 타고 시내로 가면 꽤 시선을 끌것이며 그렇다고 놓고 가기에는 놈들의 추적을 면할 수 없을거라고 말하며 이것도 같이 다크 쉘터로 가지고 가자고 말했다. 리키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다른 동료들에게 재단 요원들을 감시하라고 말하고는 트럭으로 올라가 안에 있던 나무 상자를 부수고 검은 상자 안에 들어있던 태양의 그릇을 그대로 검은 상자 안에 담은 채로 가지고 나와 필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스폐셜 텔레포트를 써, 망가진 필의 차량과 동료들, 필과 앨렌을 데리고 재단 요원들 앞에서 사라졌다.

쉘터로 돌아온 그들은 먼저 몇몇은 망가진 필의 차량을 대형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나머지 필과 앨렌, 리키와 히키, 제이크는 복부에 총상을 입은 루틴을 데리고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응급실로 데리고 가자 전직 의사였던 치료 관련 능력을 가진 45세의 흰머리가 희긋 희긋 날듯 말듯한 쉘터의 정식 의사 에링턴은 치료 관련 능력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수술실로 루틴을 데리고 들어갔다. 필은 심하게 걱정되는지 수술실 문 밖에서 계속 서성거렸다.

루틴, 필과 처음 만났을땐 루틴은 회복능력을 가진 21살의 건장한 남성 변칙개체였다. 부모님이 둘다 돌아가시고 남은건 3살차이 여동생과 4살차이 남동생을 데리고 있는 소년가장. 그의 능력은 의사를 목표로 하는 그에게 딱 맞는 신의 능력이나 다름 없었다. 주로 메스 같은 의료도구를 매개체로 자신의 치료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으며 자가 회복 역시 가능했다. 도구가 없어도 회복능력의 사용은 가능했지만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였다. 줄곧 동생들의 찰과상이나 긁힌 상처만 상대 해왔던 루틴은 실전 수업에서 그만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쳤다. 해당 환자는 사고로 오른 손이 덜렁덜렁하게 붙어있었기 때문에 꼭 접합수술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루틴은 긴장한 나머지 환자를 치료하긴 했지만 수많은 오른 손들이 돋아나 나무가지처럼 생겨났다.

당시 수술을 같이 집도하던 의료진들은 이 광경을 보고 혼비백산해하였고 루틴은 이 일로 재단에게 알려져 잡혀가기 직전이었다. 동생들을 두고 격리 당하는게 두려웠던 루틴은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심약했던 그는 도망을 치다가 때마침 길을 지나가던 필과 부딫혀 넘어지면서 기절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상황파악을 못하던 필 그림도 재단 요원들이 보이자,(-정확히는 무전기로 자신의 이름도 함께 언급하자, 그제서야 재단 요원들임을 알아차렸다. 해당 요원들은 사복차림으로 있었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재단이 배아파 뒤지는 꼴을 보고 싶었던 필은 그대로 루틴을 데리고 도망쳐 리키를 불러 다크쉘터로 몸을 숨겼다.

그뒤로 필 그림은 루틴의 사정을 듣고 재단 요원들의 감시 속에 있는 루틴의 동생들을 부하들과 함께 몰래 빼돌려 다크쉘터로 옮겼다. 그리고 필은 루틴이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있게 1:1 지도를 해주었다. 그뒤 루틴은 성장하여 더 이상은 능력으로 인한 의료사고를 일으키지않게 되었다. 때문에 루틴은 필에게는 비교적 최근에 영입한 변칙개체인지라 애정이 갔으며, 마침 쉘터의 긴급수술이 가능한 정식적인 의사나 간호사는 치료능력과는 별개로 전문적인 의료지식과 의료진단 경험과 수술 경험이 있는 에링턴과 에링턴의 6명의 동료들 말고는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를 이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도 걱정하는 것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론 루틴이 혹시라도 총상으로 인한 쇼크로 수술중에 죽어 그의 동생들만 남겨질까봐 필은 그 누구보다도 그를 걱정했다. 쉘터에는 오직 변칙적인 개체들만 살며 대부분이 인간형 변칙개체로 평범한 사람은 이제껏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런 루틴의 동생들은 평범한 인간이었고, 인간형 변칙개체들 중 인간에게 철저히 이용 당하기만 하고 살았거나, 재단이나 세계오컬트 연합 때문에 평범했던 삶 전체가 송두리째 박살나버린 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인 루틴의 동생들을 살짝 싫어하는 티를 내거나 신뢰하지 못하는 자들도 꽤 있었다.

만일 루틴이 죽으면 그 어린 것들을 당장 쫓아내라고 할 자들이 있을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자칫, 쉘터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아이들은 하루 아침에 고아에 거지신세가 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필은 제발 그런 끔찍한 데드 엔딩만은 없길 바랬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서야 수술실 중이라는 큼지막히 문 위에 박혀 있던 라이트 표시등이 꺼지면서 의사 에링턴이 동료들과 나오면서 필과 기다리던 동료들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을 걸었다.

"수술 도중에 약간의 쇼크성 발작이 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환자가 수술 받기 전에서 본인이 조금 치료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 없이 무사히 치료를 끝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건 환자가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안정을 취하게 해주시는게 도와주는 것 뿐이지요."

"아~씨발, 하느님 감사합니다."

필 그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한숨을 돌렸다.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던 나머지 사람들도 다행이라며 입을 맞추며 그제서야 화색이 밝아졌다. 필 그림은 모두에게 수고했다며 이제 돌아가서 쉬라고 말했다. 그리고 리키와 히키만 따로 불렀다.

"너희들과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까 내방으로 따라와."

그리고는 필은 앨렌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며 리키와 히키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관리실을 지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고 방의 불을 켠 후에 의자를 방 한가운데 끌어와 앉으면서 다리를 꼰채로 꾸짖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일을 어떻게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거야! 특히 히키, 너! 팀원들을 보호하는 역할인 니가 무너지는 도대체 어쩌자는거야? 루틴 본인이 자가치료가 가능한 치료능력자였고, 급소에 총을 맞거나 치명상이 아니여서 다행이지 루틴에 이어서 연쇄적으로 다들 쓰러졌으면 어쩔뻔했어! 당분간 넌 체력 단련 좀 더 해라. 이게 다 다리힘이 부족해서 그런거 아니야? 결계력도 좀더 단련하고! 다음번에도 적의 로켓런처 때문에 방어막이 뚫려서 무력화 되어서 팀원들이나 쉘터 주민들이 다치거나 죽게 된다면 그땐 히키 너는 그들에게 죽는게 아니라 나한테 죽는다. 알겠어?"

히키는 알았다며 연신이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여 필에게 용서를 구했다. 필은 한숨을 푹 쉬고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않다가 곧 다시 그들에게 따로 부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며 경매장에서의 오지 않았던 미스터 캘빈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어째든 그건 그거고, 내가 진짜로 너흴 따로 부른 이유는 의뢰 관련해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태양의 그릇을 입수 하는 과정에서 경매장에 미스터 캘빈이 오늘 오지않았다. 이에 대해서 너흰 어떻게 생각해?"

"미스터 캘빈이 경매장에 오지않았다고요? 그냥 경매장도 아니고 변칙개체 경매장을?"

리키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이어서 히키가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거 참 이상하긴 하네요. 단순히 몸이 아파도 못오는 상황이었어도 링거 끌고 다니면서 왔을 양반인데? 근데 진짜 아파서 못온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그자의 변칙개체의 수집욕을 생각하면…."

"납득할래야 납득 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클로버 녀석의 말을 빌리면 기분 탓이라는군.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다 이거야~. 하지만 우리가 수십번, 수백번의 미스터 캘빈의 변칙개체를 빼돌렸던 경험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리가 없어. 수많은 변칙개체 악랄한 변칙개체 수집가들 중에서 가장 극한의 악랄함을 보여주던 그놈은 인간형 변칙개체도 서슴 없이 수집하여 '노예'로 부리는 행태를 보여주었으니까."

필 그림은 히키의 말을 끊어 말하며 과거의 미스터 캘빈과의 여러차례 빚었던 마찰을 생각하면서 화를 잔뜩 품은 말투로 이를 갈며 말했다. 쉘터 주민들의 절반이 예전에 미스터 캘빈의 노예로 지냈던 사람들도 있었으니 필이 분노와 합리적인 의심은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였다.

실제로 미스터 캘빈은 어떤 종류의 변칙개체이더라도 위험도에 상관 없이 수집했다. 그리고 제아무리 위험한 능력을 가진 인간형 변칙개체라도 목에다가 초커를 채워놓고 원격 조종 장치로 자신에게 대들면 고통을 주며 억지로라도 복종 시켜 가문의 일꾼으로 부려먹는 악의 정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필은 이런 미스터 캘빈은 전부터 어떻게든 죽이려고 들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상류층에 사는 변칙개체를 수집하는 악당답게 이미지 관리도 꽤 잘해놓았기 때문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종종 필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 씌웠고, 심지어는 필 그림의 약점을 기어코 알아내어 필 그림의 능력이 전혀 통하지않게 기계팔을 장착하고 그와 1:1로 싸울만큼 치밀하고 위험한 자였다. 또한 그의 주변에는 경호원들이 늘 붙어 다녔는데, 말이 경호원이지 사실상 개인 용병이나 다름바 없는 자들이며 리더인 헤이글의 지휘아래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고, 그들도 주인되는 미스터 캘빈처럼 필에게 당한게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족칠려고 작정한 독기를 잔뜩 머금은 위험한 놈들이었다.

다시 돌아와, 필은 미스터 캘빈에 대해서 몇마디 곁들어 욕이 섞인 험담을 하며 태양의 그릇의 보관 및 전달 여부와 방금 전 자신이 재단요원들을 살려두었던 이유도 리키와 히키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 개같은 쓰레기 말라깽이 변태수집성애자 새끼가 오늘 내 눈에 안보였는데 내가 환장을 안하게 생겼어~하게 생겼어? 계속 신경 쓰인다니까? 오늘 잠은 그 개새끼 때문에 편히 자기 글렀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무래도 태양의 그릇은 너희 능력으로 몰래 내 사무소로 갖다 놓는게 아니라 쉘터의 변칙개체 창고에다가 보관해놨다가 내일 아침 6시에 나한테 갖다 주러 와. 그게 나을거 같아. 그리고 상황이 좀 변수가 생겼으니 적의 적은 친구라고, 내가 혹시라도 재단에게 도움을 할 일이 생길 수 있어서 그놈들 목숨을 붙여놓은거야. 내가 괜히 살려 둔게 아니라고."

"글쎄요? 일단 살려둔거 까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재단이 미쳤다고 자기네들 요원들 차량 째로 찌부려 뜨려서 죽일뻔했고, 심지어 재단 요원 중 한명의 얼굴에 화상을 입혀놨는데 대장 마음대로 도움을 받아줄까요?"

필의 말에 리키는 진심으로 심각한 말투로 말하며 현 상황에 재단이 곧이곧대로 필의 생각처럼 그 일이 목숨 빚진걸로 생각하고 도움을 줄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했다. 이에 필은 머리 아프게 됐다고 생각하며 그건 그때 가서 알아보면 되겠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어찌 되었던 간에 내일 물건을 갖다주러 올때 미행이 붙지않았는지 철저히 경계하며 조심히 오라고 말하고는 이제 그만 자신들을 사무소로 돌려보내달라고 말했다.

리키와 히키는 그말을 듣고 그럼 조심히 들어가라며 필과 앨렌에게 인사하고는 리키의 스페셜 텔레포트로 벽에다가 포탈을 만들어주었다. 필과 앨렌은 그대로 벽에 생긴 포탈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사무소 문 앞에 도착하여 열쇠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둘이 욕조에 들어가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반신욕을 하며 피로를 풀고 몸을 깨끗이 씻고 나와 그대로 침대로 직행하여 그날은 아무런 애정 행각 없이 둘이서 껴안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6시, 경쾌한 문 밖의 노크 소리에 필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옆에서 새근새근 자는 앨렌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침대에서 일어나 적당히 가운을 걸치고 문을 열어주었다. 문 밖에는 약속대로 태양의 그릇이 든 가방을 들고 있는 리키와 히키 형제가 서 있었다. 필은 몇번씩이나 주위를 돌아보며 형제에게 미행은 없었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형제는 계속 확인하며 왔다고 말하고는 가방을 건네주며 자기들은 이만 쉘터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필은 가방을 건네 받고는 웃으며 수고했다고 말하고 그대로 문을 닫고 들어와 부엌으로 걸어가서 식탁에 가방을 올려 놓고 가방을 열어보았다.

가방 안에는 휘황 찬란한 광채를 자랑하는 황금으로 도금된 태양그림이 그려진 그릇, 태양의 그릇이 수십개의 신문지에 안전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필은 그릇을 보고 만족스러운듯 웃으며 다시 가방을 닫고 의뢰방으로 들고 들어가 금고에 넣었다.

그리고는 의뢰인 조셉이 선불 20만 파운드를 담았던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그의 연락처가 적힌 4번 접었던 종이를 금고에서 꺼내며 종이를 펼쳐 자신의 코트를 걸어두었던 옷걸이로 가서 휴대 전화를 꺼내고는 그에게 연락해 웃으며 텐션을 높인 목소리로 물건을 입수 했다며 찾아오라고 말했다.

"여보세요? 아~네! 조셉씨? 잘 주무셨어요? 축하드립니다! 말씀하셨던 물건은 찾았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도는 없더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의뢰방에서 전부 다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절 찾아오세요. 물론 후불 사례금도 같이요."

그렇게 연락한지 15분이 지나서야 필 그림 문제 해결 사무소에 의뢰인 조셉이 도착했다. 그가 오기 전까지 깔끔하게 씻고 단정한 필은 영업용 웃음을 지으며 어서 오라고 말하고는 그를 의뢰방으로 데리고 갔다.

"잘 오셨습니다. 차 타 드릴까요? 지금 조수들이 아직 출근 하지않아서 제가 직접 타는거라 조금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죠?"

필은 자리에 앉아 웃으며 조셉에게 차를 권했다. 그러자 조셉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괜찮다고 말하고는 얼른 물건이나 달라고 재촉했다. 필은 씨익 웃으며 알았다고 말하면서 덧붙여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나저나 돈부터 주시지요? 그럼 물건을 드리죠."

"장난 할 시간 없소. 물건부터 확인해봐야겠어. 물건부터 주시오."

조셉은 필의 말에 단호하게 말하며 목소리를 낮게 내려깔고 말했다. 필은 계속 웃음을 유지한채 조셉을 성질을 슬슬 건들이며 그를 떠보면서 돈부터 달라고 끈질기게 말했다.

"이 바닥에서 거래중에 장난칠 하는 개새끼들을 내가 꽤 많이 봐 와서 말입니다. 돈이 먼저입니다. 지금 의뢰를 했다고 우위에 있는 줄 아시나본데 천만에 말씀! 어째든 여긴 내 사무소의 의뢰방입니다. 여기서 잔꾀 부리시면 제가 당신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죠. 자, 헛튼 짓 말고 돈 먼저 주세요.

"장난질? 내가 그럴 위인으로 보이시는겁니까? 실망이 꽤 크네요. 그만큼 화가 나는 군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물건부터 주시오. 그렇지않으면 당신이야 말로 이 방에서 순순히 못나가게 될것임을 장담하지."

조셉은 이에 필그림에 말에 격한 반응을 보이며 목과 손등에 핏줄을 세우며 필 그림에게 역으로 협박했다. 이를 통해 필 그림은 그가 물건만 받고 떼먹지않 위인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조셉이 자신의 마지막 시험에 통과한 것에 대해서 속으로 기뻐하며 웃으며 알았으니 진정하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금고로 걸어갔다. 그리고 금고 문을 열어 태양의 그릇이 담긴 가방을 꺼내 들고와 다시 자리에 앉아 조셉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그럼 교환에 앞서 제가 셋을 세면 동시에 각자의 가방을 넘기는걸로 하죠. 하나, 둘, 셋!"

둘은 신속하게 가방을 서로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서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필 그림은 조셉이 넘겨준 가방을 웃으며 열어보았다. 그리고 얼굴 빛이 흐려졌다. 가방 안은 가짜 지폐들이 가득 넣어져 있었다. 필 그림은 당황과 화가난 표정으로 조셉을 노려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감히 가짜 지폐를 넣어놔?"

그러자 필 그림이 건네준 가방 안을 확인한 조셉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전에 하던 일 특성상, 의심이 많아서 말이지. 하지만 축하하오. 당신의 나의 마지막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약속대로 후불…."

그런데 갑자기 조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딘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필의 사무소에 총을 든 괴한들이 무단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그리고 곧 필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의뢰방의 문을 부수고 그들이 들어왔다!

"이런 씨발! 감히 날 속여?"

필은 욕을 하며 조셉에게 소리쳤다. 때마침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에 깬 앨렌은 일어나서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총을 든 괴한들이 사무소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분노하며 온몸에서 불을 타올렸다. 그런데 이들 중 리더로 보이는 자가 그녀를 보고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자, 괴한들은 일사불란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휴대용 소화기 수십개를 마구 뿌려대었다!

"여기 코드 파이어가 있다! 각자 위치에 분사!"

결국 앨렌은 소화기에 나오는 분말가루로 인해 온몸이 하얗게 변하다 못해 가루때문에 콜록거리며 괴로워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를 보고 필은 눈이 뒤집혀져서 의자를 던져 괴한 한명을 쓰러뜨리고는 그대로 다시 의자를 집어들어 괴한들에게 휘둘러 공격하려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턴건에 맞아 넘어지면서 그들에게 제압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는 그대로 조셉에게 다가가 개머리판으로 그를 가격해 제압하고는 가방을 빼앗았다. 그리고 의뢰방을 나와 돌아가자고 말했다. 필은 일어서지도 못한채 악을 지르다가 그제서야 괴한들의 리더의 오른쪽 팔에 채워진 세모 모양의 완장의 이니셜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C.V. 그렇다. 그들은 사실 미스터 캘빈의 경호원들이었으며, 그들의 리더는 필이 미스터 캘빈의 수집활동을 수십번 막을때 마다 만났었던 헤이글이라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충격적이게도 당분간 감옥에 갇혀 살아갈줄 알았던 그 남자, 필 그림이 와해시켰던 갱단 조직 '포이즌 히드라'의 수장 톰 드레드 프레스콧이 믿기기 어렵게도 필의 앞에 쪼그려 앉아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필의 볼을 톡톡치며 조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까꿍! 보고싶었지~?나도 보고싶어 죽은줄 알았어! 내가 뭐라고 했어? 네가 실수 한게 있다면 날 무기징역에 처하게 만들지않은것, 그리고 날 죽이지않은 것이 나중에 독이 된다고 했잖아? 리처드 반다인과 협력해서 날 잡은 것도 마찬가지고. 넌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한거야. 감히 날 더럽고 형편 없는 교도소에 집어넣고 내 조직을 와해시켰겠다? 각오는 되었겠지? 필."

그리고는 자리에 일어나 필을 마구 걷어차고 밟으며 그에게 철저히 복수를 했다. 필은 괴로워하며 꿈틀거리면서 피를 토 했다. 그리고 곧 간신히 고개를 들어 톰을 쳐다보았을때는 그가 자신의 머리를 노리며 발로 밟아 끝장내려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분통해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