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턴77의 이야기박스

그들의 고민

요주의 단체 사람이라고 사람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염병할, 참 지루한 날이야.

빈센트 앤더슨 씨Mr. Vincent Anderson는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흐린 날씨에 비바람까지 부니 참으로 끔찍한 날이었다. 앤더슨 씨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의자를 돌려 컴퓨터 화면을 봤다. 4차 산업 혁명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TV나 신문에서 떠들썩하게 나오면서 그의 로봇회사의 매출은 늘어날 생각이 없었다. 최근 재단 놈들의 감시가 심해져 판매나 마케팅이 줄어서 그런 것일테다. 매출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면 앤더슨 씨는 망할 지도 몰랐다. 앤더슨 씨는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날씨도 흐려 죽겠는데 이렇게나 매출은 적고. 참 엿같은 날이야, 그치?

앤더슨 씨는 갑자기 느껴지는 두통에 서랍을 열어 알약 2개를 삼켰다. 하나는 두통완화제고, 하나는 뭐였는지 까먹었다. 앤더슨 씨가 하는 사업이 최근 잘 안 되어 두통이 생겨난 지 약 두 달 정도 됐다. 신제품을 만들었다 하면 재단에게 뺏기고 연합에게 쳐부셔지고 이따끔 기계를 숭상하는 어느 사이비에게 신으로 추앙받는 일도 있었다.

앤더슨 씨, 그가 생각하는 그의 회사는 환상적인 곳이었다. 기계와 영혼의 결합.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그가 설립한 '앤더슨 로보틱스Anderson Robotics'는 단순한 로봇 공장이 아니었다. 앤더슨 씨늗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여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의 모든 자본, 기술력, 인맥 등을 총동원해 지금의 앤더슨 로보틱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냉담했다. 재단은 '변칙개체'랍시고 잡아 가두기 일쑤였다. 그 놈들은 내 걸작이 인격을 가졌단 건 알련가. 이미 30개 이상의 제품들이 그 놈들에 의해 갇혔다. 한 모델의 로봇이 갇힐 때마다 앤더슨 로보틱스는 어쩔 수 없이 단종시켜야 했다. 이미 재단에게 알려진 모델이라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합은 어떤가. 로봇을 부셔 없앤다. 끝. 간단하다. 머릿속에 파괴만 든 놈들은 로봇을 유용히 쓰긴 커녕 부셔먹는다. 그리고 부서진 그… 뭐더라. 어쨌든 그 사이비 종교는 옛날 예엣적에나 쓸 법한 태엽기계를 숭배한댄다. 바보 같은 놈들. 언제적 태엽이야? 몇 번 그 자식들에게 제품이 털린 적이 있었고 결과는 뻔했다. 그 놈들이 좋아하는 태엽이 없어서였다.

앤더슨 씨는 말없이 올라가지 않는 매출 그래프를 보다가 담배를 물었다. 이런 날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똑똑 노크 소리. 누구일려나. 앤더슨 씨는 갑자기 깨진 정적에 기대했다.

들어오세요.
사장님. 하임리히입니다.

하임리히는 문을 열고 긴장한 얼굴로 앤더슨 씨의 얼굴을 보았다. 기계 같은 표정의 얼굴은 언제 봐도 위압감이 엄청났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하임리히는 숨을 크게 쉬었다가 다시 내뱉고는,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이 또 뺏겼습니다.

앤더슨 씨는 고개를 숙였다. 잠깐 눈을 감고는 생각했다.

시발 때려치울까?


"그래서 너 언제 가는거냐?"
"한 달 후."

윤우는 커피를 홀짝이며 준서에게 말했다. 준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다음 질문을 건네었다.

"본사? 본사였지?"
"그래, 그래.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하냐?"
"뭐, 까먹을 수도 있지. 쯥."

윤우의 까칠한 답변에 준서는 약간 당황했지만 그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윤우는 저렇게도 긴장한 건가. 뭔가 이유가 있을 테다. 연애 문제? 연인이 있었다면 장거리 연애는 힘드니 그럴 만 하겠지만 없기 때문에 아니다. 적응 문제? 애초에 윤우도 원래 다른 기지에서 일하다가 2년 전에 이곳으로 발령된 것이기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입맛 문제? 그것도 아니다. 적응 잘하는 사람이 그런 걸 따질 리가 없다. 그러면…

"나 어떡하냐? 곧 영어 쓰는 데로 가는데 영어를 잘 할지가 걱정이다… 하아."
"아, 그거였냐? 근데 너 영어 자신있다매? 토익 960점대인 사람이 왜 그런 고민을 하냐."
"토익 잘 보는 게 실생활에서 쓰는 거랑 차이가 있잖아, 차이가! 게다가 복잡한 영어 단어 많을 건데 그걸 외울 수가 있을지도 고민이고."
"고민이긴 하네."
"혹시 영어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영어 못하는 사람한테 묻는 것 봐라!"

윤우는 뭔가 방도가 없다는 듯 청하였다. 준서는 거절했다. 애초에 자신이 윤우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의 상사가 영국인이긴 해도 그는 한국어를 잘해서 영어로 소통할 일이 거의 없었다. 동료 대부분도 한국인 아니면 한국어 잘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래도 간절히 방법을 찾는 윤우를 보고 준서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친구니까 가기 전에 도움이나 하나 주고 싶었다. 그런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SCP를 활용해보는 건 어때?"
"미쳤냐!"
"왜, 실험한답시고 하면 되잖아."

준서는 장난끼 넘치는 말투로 말하였다. 윤우는 그런 준서의 말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답이긴 했다. SCP 중에 언어에 관련된 건 많으니깐 말이다. 특히 이번 달에만 여러 개가 나와서 변칙햔상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SCP를 쓴다면 어떤 걸 쓰는 게 나을까?"
"음… 955-KO? 그거 어때?"
"그 열쇠 말이야? 근데 그거 아프다던데."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는 아니잖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