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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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숲 한가운데에는, 낡은 예배당이 하나 있었다. 이런 곳에 왜 저런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그런 예배당으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는 문을 열었다. 안에는 한 신부가 십자가 밑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예배당을 방문한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중앙을 쭉 걸어가다가, 조심스럽게 한쪽의 의자에 앉아 신부가 기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윽고 신부는 기도를 모두 마쳤는지, 바닥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말했다. 남자는 잔잔한 미소를 띈 채로 말했다.

“아닙니다. 여기까지 걸어오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인지라 조금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신부는 살짝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는 남자가 앉은 의자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예배당 내부에는 불을 켜놨다고 해도 어둑어둑했다. 남자는 오히려 그런 면에서 이 예배당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면의 고요함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이다.

“어째서 절 보자고 하신 겁니까?”

“당신이 누군지 알기 때문입니다, 버나드Bernard.”

신부가 멈칫하는 것을 남자는 보았다. 그 사이,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평선 계획의 심판소에서 위원을 맡고 있으며, 중도파 역할을 하고 계시죠. 그렇기에 당신을 보자고 한 겁니다.”

“원하는 게 뭡니까? 그런 것은 어떻게 알고 있으십니까?”

“하나씩 물어보시죠.”

남자는 손에 든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 남자가 있다고 해보죠. 이 사람에게는 과거도 뭣도 없습니다. 이름조차도 모르고요.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님은 누군지, 당장 나이가 몇 살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냥, 어느 날부터 거기 있었던 겁니다. 항상 같은 옷을 입고 있죠.”

남자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남자는 뭘 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돌아다니는 재주 하나는 있으니까요. 그는 수없이 많은 것을 보며 온갖 것에 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남자를 이루고 있는 토대는 텅 비어있습니다. 정체성을 여전히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남자는 거기서 말을 잠시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버나드를 보았다. 버나드는, 남자의 눈에서 극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었다. 고된 노동을 하거나 장기간 일을 해서 생기는 그런 피로가 아니었다. 이 세상 자체에서 느끼는 피로였다.

“…이 정도라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되었겠죠.”

“그러면 나머지 질문에도 대답해주시죠. 내게서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버나드의 물음에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잠시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곧 남자는 입을 열었다.

“경고입니다.”

“경고?”

“네 명의 기수가 떠났습니다.”

버나드는 순간적으로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들이…. 내려왔었단 말입니까?”

“그중 한 명의 착오로 80년간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재단이 감시하고 있었고요.”

“그리고…떠나갔단 말이죠.”

“그 점이 중요한 겁니다, 버나드. 묵시록의 네 기사가 할 일이 사라져 떠나갔습니다.”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모자를 툭툭 쳐 펴고는 다시 머리 위에 얹었다.

“곧 종언이 찾아옵니다, 버나드. 하지만 그 종말은 성경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전 이 말을 해드리러 왔습니다.”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몸을 돌렸다. 버나드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왜 제게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왜 나인 겁니까?”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할 말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당신이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게 절반, 단순한 제 변덕이라는 게 절반이라고 할까요. ”

남자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버나드를 놔두고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는 문고리를 잡더니, 문을 열기 전에 고개를 돌려 버나드를 쳐다보았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만, 이 사태에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을 겁니다. 이 종언은 조용히 일어날 겁니다. 그 어떤 이념이나 신념과도 관계없이 일어나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어날 테니까요. 사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버나드의 가슴을 짓눌렀다. 종말이 찾아오는 것을 알아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지도 알 수 없었다. 버나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남자의 뒷모습에 질문을 던지는 것 뿐이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남자의 발걸음이 잠깐 멈추었다. 곧, 남자는 옅은 미소를 띠고는 말했다.

“저는 아무도 아닙니다. 저는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도 없습니다.”

예배당의 문이 닫혔다. 닫힌 문을 멍하니 쳐다보던 버나드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개를 드니 십자가가 보였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버나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고개가 떨궈졌다. 버나드는 계속해서 신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조각이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