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전당

이맘때쯤이면 갈대들이 새하얀 이삭들을 드리웁니다. 눈밭처럼 새하얀 갈대밭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그날 저는 언제나처럼 사림 없이 한적한, 편히 쉴만한 쉼터를 찾아 비틀대며 거닐고 있었습니다. 노설들이 드리운 갈대밭을 지날 때, 당신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깊은 연모의 감정을 느끼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말 한마디라도 붙여보려고, 당신을 더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어서 당신에게 다가갔습니다. 당신은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당황하고, 당신을 어께에 걸치고 저의 집으로 부축하였습니다. 매일매일 당신의 입에 음식을 떠먹여주었고, 당신에게서 흘러나온 분변을 치우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저 자신도 지탱하기 벅차던 저에게는 무척 고된 일이었지만,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뻐했습니다. 결국에는 그 일이 끝났고, 당신과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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