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포장지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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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햇빛이 비치는 곳마다 생명들은 잠의 손아귀에서 나와 하나둘씩 어느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새는 지저귀고, 다람쥐는 바삐 움직였으며, 수탉은 아침을 알리느라 정신없을 무렵, 어느 숲속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에게만은 빛이 비치지 않았다.
해가 반짝 떠올랐을지언정, 나무가 빽빽하게 그를 가리고 있어서는 그 안까지 햇볕이 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되었고, 하늘은 파랗게 물들었다.

새들이 한참이나 지저귀고 나서야,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르고 나서야, 숲속에도 조금은 빛이 들어와 어슴푸레 해질 즈음에야, 아이는 수마에서 스스로를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얼기설기 덩굴과 나뭇잎을 대강 엮어 만든 이불속에서 아이는 눈을 반쯤 뜨고는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부신지 그 반쯤 뜬 눈마저도 찡그리고는, 살짝 돌아누워 나뭇잎 이불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언제나와 같은 아이의 아침이었다.

아침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이는 이제서야 꼼지락거리며 일어나 밤새 내린 이슬을 몸에서 털어내었다. 허름한 옷에 붙은 나뭇잎과 흙을 털어내고는 그대로 빈 몸으로 숲을 걷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숲을 걸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해 걸었다. 작고 여린 발이 그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은 아이의 여린 발을 굳은살 가득하게 바꾸어 놓은 지 오래였다.

아이가 산길을 내려가 마을에 도달했을 때, 마을은 평소보다 조금 더 활기차져 있었다.


이리저리 바쁜 마을 사람들을 따라 아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선가 처음으로 맡아보는 향기가 나고 있었다.

향기가 길을 안내했고, 그 길은 눈을 감아도 훤히 보이는 길이었다.


이리저리 바쁜 마을 사람들을 따라 아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선가 처음으로 들어보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소리가 길을 안내했고, 그 길은 눈을 감아도 훤히 보이는 길이었다.


그리고 만난 것은 어느 보따리장수였다. 이런 시골에서 보기 힘든 진귀한 물건들을 담고 왔지만,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달달한 향기를 풍기는 사탕들이었다.

그 보따리장수가 떠날 때까지 아이는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향기를 맡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만난 것은 어느 떠돌이 집시들이었다. 이런 시골에서 보기 힘든 여러 묘기들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나름의 조화를 추구하는 악단이었다.

그 집시들이 떠날 때까지 아이는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소리를 듣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떠난 자리에, 사탕 포장지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문득 맛이 궁금해진 아이는 그걸 집어 들어 핥았다.


그 떠난 자리에, 우그러진 금속 무엇인가가 놓여 있었다. 문득 소리가 궁금해진 아이는 그걸 집어 들어 쳐보았다.


그 맛은, 단맛이었다.


그 소리는, 음악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고 친 음악. 마치 난생처음 맛본 단맛과도 같았던, 그 음악.

그게 아이의 첫 음악이었다.
달콤하고 아름다웠으며, 서툴고 미약하지만, 여전히 즐거운. 그런 음악이었다.

아이의 손에서 울리는 쇳조각은 여기저기 우그러져 본래의 모양을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약간 눌린 원통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자세히 본다면, 여기저기 금이 간 상태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져 가는 노을 아래에서 아이는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쇳조각을 칠 뿐이었다.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