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World Where The Fog Has Van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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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 분류: 수선화 없음
변칙 발생률: 높음 없음
위협 등급: 주황색 없음
주석: 안개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들이 안개로부터 추방당한 것이다. 무진기행과 김승옥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며.

Area Class: Asphodel
Anomaly Occurrence Value: High
Threat Level: Orange
Notes: The Fog has not vanished, they were the ones who were exiled from the fog. With the respect to the A Journey to Mujin and author Kim Seungok.


무진은 한반도에서 크기와 이상 현상, 양 측면에서 가장 큰 넥서스이다. 무진의 변칙성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안개와 관련된 방식으로 나타나며 특히 고립이라는 면이 가장 크게 드러난다. 그에 따라 높은 변칙 활동량에도 불구하고 무진에서 발생하는 변칙 현상의 대부분은 장막 정책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남게 된다. 또한 이는 무진 내에서 발생하는 산발적인 국소적 흄 준위 급락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선우아난 박사, 무진의 넥서스적 특성 연구

Mujin is the biggest Nexus in the Korean Peninsula in two characteristics, size and anomaly. Mujin's anomaly always appears with some kind of relationship with fog, and the most visible side of it is the isolation. Therefore, even if there is high anomalous activity, most of the anomalous events happened in Mujin is not a threat to the veil policy and remains as a personal experience. It also appears to be related to the sporadic decline of the local Hume level in Mujin.

- Dr. Seonwu Anan, Investigating Characteristics of Mujin as a Nexus

10월 31일
October 31st
대한민국 전라남도 무진
Mujin, South Jeolla, Republic of Korea

바닷가 도시에 해무가 닥쳐드는 일이야 드물지 않게 있는 것이나, 무진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안개가 박무로, 다시 안개로 바뀌며 그 농도를 달리할 뿐 무진에서 안개가 아주 떠난 적은 없었다. 이곳이 안개의 나룻터라고 불려온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It is not a rare situation for a coastal city to have a fog seizing in, but Mujin's case is a little different. It only changes it's density from fog to mist and mist to fog. It has never left from Mujin entirely. It is called the harbor of the fog for a reason.

어떤 방문객들은 만약 안개가 없었다면 무진의 관광이나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번창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건 확실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진에선 그 어떤 멋진 풍경도 안개에 가리어 의미를 잃고, 그 어떤 멋진 아이디어도 안개 속에서 흐려지며, 그 어떤 대단한 열정도 안개에 뒤덮여 퇴색되고야 만다. 안개는 이 초라한 시골 도시를 외부와 단절시켰고, 무진은 그 안개에 휩싸인 채 막연히 안주하여 살아갈 뿐 어떤 역동성이나 진취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명작 문학에선 "시체가 썩어 가는 듯한 냄새"가 난다고 표현했을 만큼, 무진이란 그렇게 고여있는 공간이었다. 내가 어릴 적 학업을 위해 무진을 떠나면서 희열을 느꼈던 것도 이 지긋지긋한 촌락에서, 지긋지긋한 안개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해방감 때문이었다.

Some visitors say that if the fog were not there, the tourism or industry of Mujin would have flourished much. That is undoubtedly an undeniable truth. In Mujin, every sublime view lost it's meaning behind the fog, every valuable idea tarnishes out in the fog, and every flaming passion fades out within fog. The fog had isolated this countryside from outside, and Mujin just settled vaguely without any dynamism or inspiration as it is muffled by the fog. As one masterpiece literature has described with the "smell of rotting dead body," Mujin is a place like a standing puddle. The reason why I had pleasure as I left the Mujin in my childhood for study, was that liberation from this damn countryside, this damn fog.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고, 이제는 사회 시스템의 한 구성원이 된 지금의 나는 다시 무진에 있다. 재단 현장요원으로서 바라보는 무진은 과거의 내가 알던 것과 조금 다르다. 한반도 최대의 변칙 지역인 이 지방 소도시는 겉보기엔 안개가 선사하는 나른함에 잠겨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안개가 몰고 오는 비현실에 맞서 저마다의 현실을 부여잡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터전인 것이다. 그저 그 탓에 변화하고 나아갈 여력이 없을 뿐인 것이다. 내가 나고자란 이 고장에 본디 느끼던 혐오감은 이곳에서 일하며 거의 씻겨나갔다. 아니, 이제는 동정심을 넘어선 기묘한 애착마저 느끼고 있었다.

However, as I get older, I am back in Mujin as a member of society. Mujin itself looked different from the view of field agents in Foundation. The town in small province looks like snoozing in lassitude given by the fog. Still, as the most significant anomalous area in the Korean Peninsula, the city is the home of each person suffering to get over the unreality and to hold on reality. So it's just that; there isn't any affordability left. The disgust I had in my hometown has been almost bleached out in the time of working here. No, now I even feel strange attachment over the sympathy I had.

10월이 막을 내리던 어느 가을 날, 나는 늘상 하는 순찰길의 경로를 따라 자전거를 굴리고 있었다. Nx-64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이상 현상과 변칙 개체가 넘쳐나는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안개 너머, 장막 너머를 모르는 민간인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린 정체를 숨겨야하고, 나도 현장요원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위장 신분을 내세우는 것이다. 언젠가는 무진대학교의 늦깎이 복학생으로, 언젠가는 서면 파출소의 순경으로, 언젠가는 무진항의 항만 감시원으로… 어느 중소 보험사의 영업사원으로 행세하는 지금은 무진 남부 전역을 돌아다니며 변칙 징후를 찾아다니는 게 내 주요 업무라고 하겠다.

At the end of October, on one autumn day, I was on the usual patrol road riding a bicycle. Nx-64 is the space with uncountable unusual events and anomaly items but also a home of citizens who doesn't know back of the veil. That is why we have to be under-covered. Same for me, I put up the cover as all the field agents do. Someday I was a late return student in The College Of The Mujin, I was a cop in the Seomyeon police department, and I was a watcher of Mujin harbor…Right now, I am acting as a salesperson in a small insurance company, and my task is to roam and find any anomalous symptom in the southern area of Mujin.

이미 안개가 일광을 가리우기 시작하고 가로등이 하나 둘 제 역할을 하려 기지개를 펴는 이른 오후였다. 나는 무진의 안갯길을 돌아다니는 이들에겐 필수 지참품인 LED 전조등을 밝힌 채 철제 프레임에 걸터앉아 헬멧을 쓰고 페달을 밟았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일하는 게 좋았다. 도보로 다니는 것보다 넓은 구역을 담당할 수 있으면서, 차를 몰고 다니는 것보다 밀도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 was an early afternoon, where the fog is already covering the sunlight, and street lamps are stretching up to get on their role. I turned the LED light, one of the necessities of whom wonders in the foggy trail of Mujin, on and treadled the pedal, sitting on a metal frame with a helmet on. I liked to work riding a bicycle. It lets me cover the larger area compare to walking, but it also gives me denser information compare to driving.

나는 무진공항 근처에 우후죽순 생겨난 주택가와 상점가를 벗어나 해안을 따라 놓인 마을길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꼴에 21세기를 맞이하고 열 해를 두 번이나 넘겨간다고,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콘크리트로 대충 덮여있던 마을길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왕복 2차선 도로가 되어 있었다. 길 오른편으로는 광양만을 마주하고 눌러앉은 방파제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한동안 길을 따라가던 나는 방파제의 행렬에서 홀로 벗어나 바다로 내뻗은 제방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인근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이 제방의 존재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재단에서 SCP-521-KO로 지정해 격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I got through the houses and stores mushroomed near Mujin Airport and entered the village road along the coast. The 21st century and twice of decades have passed, the village road, which was covered roughly with concrete a few years ago, became a two-lane asphalt paved road. On the right side of the road, there are lined breakwaters sitting and facing the Gwangyang Bay. As I was following the road, I found a jetty pointing seaward that was out from rows of breakwaters. Neighboring villagers barely know about this jetty. Of course, they don't. Foundation has assigned contained it as the SCP-521-KO.

기능적으로는 별 쓸모도 없는 제방에 불과한 SCP-521-KO는 올라선 사람이 안개에 갇혀 나가지 못하고 헤메도록 만든다. 무진에서 근무하는 재단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잘 알려진 변칙 대상이다. 하지만 무진에선,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안개 속에서 헤메게 되기 마련이다.

SCP-521-KO is a functionally useless jetty, but it makes any person who is on the jetty to confined and lost in the fog and not able to get out. It is a very well known anomaly, so any foundation staff who works in Mujin would know. However in Mujin, anyone would get lost at least once, even if it is not here.

짙어져가고 있는 안개가 미처 해안을 뒤덮기 전인 지금, 제방은 드문드문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본래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진 이 낡고 이끼 덮인 제방은 변칙성을 제하고 봐도 다소 기이한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속도를 줄여 제방 어귀에 자리잡은 조촐한 초소 앞에 자전거를 세웠다.

Before the thickening fog covers the coast, the jetty is showing it's shaping sporadically. The old, moss-covered jetty is made initially to be an artwork, and even without the anomaly, it has some sort of bizarre. In front of the small sentry post on the entrance of jetty, I slowed down myself and stopped my bicycle.

"간만에 이쪽 길이 동하셨던 모양입니다," 초소를 지키던 경비대원이 반갑게 농을 건넸다.

"Looks like your mind blew this way," the security guard of the sentry post joked around with joy.

"예, 오늘은 기지 안 들르고 곧장 시내로 올라갈 생각이라서요. 믹스커피라도 한 잔 얻어먹을까 해서 왔죠."

"Yes, I think I would head downtown right a way, not stopping by the Site. Maybe I could ask for a cup of coffee here."

나도 너스레를 떨며 자전거의 스탠드를 가볍게 차서 세웠다.

I stopped the bicycle by kicking the stand, and talked back lightly.

"며칠 만에 들러선 다방 취급이십니까? 오늘은 마침 커피가 다 떨어졌으니 이거라도 챙겨 가시죠."
"와, 사과에서 윤이 다 나네요."
"마누라가 청과상에서 알 굵은 것들로 골라 담아왔습디다. 요원님 오실 줄 알았으면 좀 깎아둘 걸 그랬는데 원 참…"
"아뇨, 아뇨. 오히려 얻어먹기 미안할 정도인데요."
"아들 같아서 그래요. 고생하시는데 먹고 힘 좀 내시구랴."
"그럼… 염치 불구하고, 맛있게 먹겠습니다. 고마워요."

"First time in a few days, and it is as a coffee shop? Since we ran out of coffee, you should take this."
"Wow, this apple's shinning."
"My wife had picked the ones only that are big. If I knew you were coming, I would have pealed it of…hmmm…"
"No, no. I even feel guilty about getting this."
"You are like my son, just take it and cheer up."
"Then… thank you so much. I will enjoy it. Thanks."

나는 경비원이 건네는 사과를 받아 한 입 깨물었다. 황록색이 드문드문 섞여있지만 전반적으로 붉게 잘 영글은 사과를 내 앞니가 서걱 소리를 내며 할퀴자 먹음직스러운 샛노란 속살이 드러났다. 누가 제철 아니랄까봐 사과는 달콤한 과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입가에 넘쳐흐른 과즙을 소매로 훔치고 나서 경비원에게 인사를 건넨 나는 사과를 한 손에 든 채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I got the apple the security guard gave and bit it down. As my front teeth scratch the mostly red apple and ripen with some yellowish-green, the yellow inside has appeared. The apple was full of sweat juice showing that it is a season of apples. I wiped the flowed juice with my sleeves and greeted the security guard. With the apple on my one hand, I got on the bicycle again.


눅눅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계속 달리자 휑하던 주변 풍광에 나무와 건물이 하나 둘 쭈뼛쭈뼛 끼어들기 시작했다. 가로등들은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음에도 일제히 제 불을 밝혀 태양을 가리운 안개를 몰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왼편으로 곧게 뻗은 여순로 큰길 위에 '무진읍' 표지판이 보였다.

In the way, as I go through the humid sea breeze, clumsy trees and buildings were getting into the view. Even it was before the sunset, street lights lighted themselves up together, trying to drive away from the fog covering the sunlight. On the left, over the outstretched Yeosun Street, the sign 'Mujin Town' showed itself.

무진읍은 십수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무진 안에서도 특히 중요한 장소이다. 예전부터 관아와 장터가 읍내에 있었고, 근대 들어 역과 항구가 들어서면서 일거리와 주거지를 찾아 모인 사람들이 많았기에 무진 읍내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Mujin Town is an especially impotent place in Mujin, having hundreds of thousands of population. From the old days, the administrative office and marketplace were in downtown, and nowadays, the train station and harbor have built. Downtown of Mujin is always full of people who are there for work and home.

나는 항상 들르는 작은 슈퍼 앞에 자전거를 세우면서 사과를 한 입 더 베어물었다. 맛있게 으적거리다가 무심코 삼켜버린 두 입 째의 사과 덩어리가, 목구멍을 굴러넘어가 식도를 틀어막으며 전진하는 감각이 유난히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는 콜록대며 헛구역질을 했다. 다행히 사과 조각은 심하게 걸리진 않았는지 금방 제 갈 길을 찾아 밑으로 내려갔고, 난 그제야 막혔던 숨을 터트릴 수 있었다.

Stopping my bicycle in front of a small store, where I always stop by, I bit down the second bite of the apple. A lump of apple that I was chewing has gulped down my thought. The sense of apple lump rolling over the throat and blocking the esophagus was exceptionally vivid. I coughed and gagged. Luckily the apple lump did not get caught too badly; it went down soon, and I could breath out my breath.

한숨을 돌리며 허리를 펴자, 꺼질랑 말랑 하며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읍성 마트"라는 상호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슈퍼마켓이라기보단 조금 큰 구멍가게라고도 할 수 있는 작은 가게다. 이런 가게가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한산해져 가는 건 흔한 일이지만, 지역의 노인들이 자주 찾는 이곳은 여전히 내겐 중요한 정보 수집처였다. 나는 자전거를 제대로 세워두고 가방과 헬멧을 안장 위에 올려둔 뒤,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읍성 마트로 다가갔다. 두 짝으로 된 미닫이 유리문에는 옛적에 도로명 주소로 바뀔 때 붙였던 홍보 스티커부터 시작해서 오래된 맥주 광고, 소주 광고 따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잔뜩 붙어 있었다. 유리문을 옆으로 밀자 문 위에 연결된 풍경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었다. 계산대에 앉아 가게를 보고 있던 주인 할머니가 껄껄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I took a breath and starched out my waist, and under the blinking street light, the name "Eupseong Market" caught my eyes. It is a small store that is hard to say that it is a market, but closer to a more extensive corner shop. These types of stores are getting quiet in urbanization, but still, it is essential to me as an information source as a place where elders in the area often come. I stand the bicycle, put the bag and helmet on top of the saddle, and walked into the Eupseong Market, fixing my clothes. Some old promotional leaflets when address system changed into road name address, some old beer commercial, or distilled beverage commercial were cluttered on a pair of sliding door. As I slide the glass door, a wind bell pendulously hanged on top of the door jingled. The old store owner who was sitting at the counter and tending the store grins and said.

"워메~ 뭘 그리 급하게 먹어부러써야. 조심혀, 체하믄 약도 없응게."
"어허허,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요. 어르신도 별 일 없으셨죠?"
"아유, 뭐 별일이야 있을라꼬. 저번에 왔을 때랑 변한 것도 읎어야. 아. 사과 하믄 요 저짝에 사과 들여놨는디 요것도 먹어볼랑가? 대구서 떼온 건디, 맛도 좋고 눈에도 좋고…"
"에이, 곧 저녁 시간인데요 뭘. 이거 하나로 됐어요. 그리고 눈이 좋아져 봐야 볼 게 안개 밖에 더 있겠어요?"
"그려? 허기사 그두 글치. 그라면 딴 거라도 좀 구경하다 가랑께."

"Whoa~ what's so in hurry eating? Careful, Ain't any med' for stomach upset."
"Haha, this apple was too delicious. You didn't have anything special?"
"Na, nothin' should. Ain't anytin' changed from last time. Well, we have apple yonder. Ain't gonna try? It's from Daegu. Right taste, good for eyes…"
"Oh, it's almost dinner time, well. This one would be enough. And even if it is good for my eyes, there won't be anything more than the fog to see."
"Yeah? Well, that's right. At least take a look for some."

내가 능청스럽게 농담으로 흘리자 할머니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나는 알겠다며 싱긋 웃어보이고선 가게를 둘러보는 척 하며 진열대 뒤로 이동했다. 할머니는 내가 시야에서 벗어나자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나 말고 달리 손님은 올 낌새가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허탕인 모양이다. 다음 코스는 어디로 갈 지 생각하며 나는 사과를 마저 먹으려 했다. 방금 목에 걸렸던 것 때문인지 사과를 입으로 가져가는 내 움직임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I talked with laughter and joke, and she spoke back. I smiled with an agree and moved behind the display stand, pretending as if I am looking around. She started to drowse as I got out of her sight. It seemed like no one is coming. I guess there aren't any earning today. I was going to eat the rest of my apple thinking about where to go next. Probably because the choke happened by the apple, I was a little careful getting my apple towards my moth.

앞선 두 입으로 잘 익은 과육이 드러난 곳을 골라 그 옆을 깨물자 세 번째 조각이 입 안에 들어와서 향긋한 사과맛을 퍼트렸다. 그 달콤함의 틈에 숨어있다가 돌연 날을 세우고 뛰쳐나온 시큼함이 내 눈을 찡그리게 만들었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나는 밀려오는 현기증에 흐려지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고 헛딛듯이 내민 발로 휘청이는 몸을 겨우 세워두었다.

I bit down the apple next to where prior bites had exposed the flesh. The third piece got into my mouth, letting the fragrant apple flavor out. In that sweetness, acid taste suddenly set up and jumped out made me frowned, and I opened my eyes up with an ominous sense that something went wrong. I stood up, stepping out my trembling legs in the dizziness that almost made me lost my consciousness.

눈을 비비고 흐릿해진 초점을 다시 맞추자 나는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명백히 느껴지는 어색하고 낯선 느낌에 휩싸여 있었다. 무진 어디서나 느껴지던, 이 변칙적인 지역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납득시키던 미세한 불길함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단칸방 가게를 밝히고 있는 조명도 아까와는 다른 색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칙칙하고 음울한 회색이 사라진 만큼, 화사하고 명료한 원색이 그 자리를 채웠다. 마치 20세기 필름 영화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것처럼.

I rubbed my eyes and focused back, feeling a weird sense that cannot be explained by words, but could feel vividly, something got awkward and unfamiliar. The subtle ominous, that was everywhere in Mujin, that was letting people understand whatever could happen in this anomalous city, has disappeared. The light that is brightening this small store was shining in a different color. Without that dark gray, the bright and clear colors have filled that spot. As if one has come out from the 20th century's film movie to reality.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What has happened to me?

베어먹은 자국이 분명하게 남아있는 사과가, 힘이 빠져버린 내 손아귀를 벗어나 바닥에 떨어졌다. 똑, 데구르르 소리가 이상할 만큼 또렷이 귀를 맴돌았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굴러가는 사과를 눈으로 쫓았다. 사과는 비틀거리며 굴러가다가 가게 문턱에 걸려 멈춰섰다. 나는 비척비척 문가로 걸어갔다. 사과를 줍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눈가가 빨개질 정도로 몇 번 씩이나 눈을 비볐다. 그만큼 지금 내 눈에 맺힌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The apple with the clear bite marks got out of my grasp and dropped on the floor. Drop. The rolling sound hovered over my ears so clearly. Without notice, I chased after the apple rolling with my eyes. The apple rolled and stopped as it reached the threshold. I inadvertently walked towards the door. Not to pick the apple up. I rubbed my eyes over and over until my eyes got red. As much, I couldn't believe what I saw.

안개가 걷혀 있었다.

The fog was gone.

언제나 이 도시를 맴돌던 안개가 한 줌도 보이지 않았다.

Couldn't find the fog that was always there, not even a little bit.

"—대체 여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What happened to this place?"

조용히 중얼대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한 무진이 재단의 감시 하에 놓이고 근 7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이정도로 완벽하게 안개가 걷힌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애초에 그 안개야말로 이 넥서스를 규정짓는 가장 큰 특징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하늘은 안개는 커녕 구름 한 점도 없이 청명한, 무진 밖에선 너무나 흔하고 당연한 가을 날씨의 모습이었다. 태양은 낮은 건물들 위로 아직 제법 높게 걸린 채 밝게 웃어보였고,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히 켜져 있던 가로등들도 이 시간에 무슨 볼일 있냐는 듯 조용히 잠에 빠져 있었다.

My voice was trembling as I murmur. As long as I know, Mujin has never been this clear for nearly 70 years since it was under the watch of foundation. The fog is the most significant characteristic that describes Mujin in the first place. But the sky that I am looking at right now has nothing, no fog, not even a cloud. It was a clear fall sky that is so easily seen outside of Mujin. The Sun raised, smiling over the low buildings. The street lights that were on moments ago have fallen into the sleep, as if there is nothing to do at this time of the day.

나는 떨어트린 사과를 주워 자켓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황급히 뒤를 돌아 계산대로 갔다. 졸고 있던 주인 할머니는 내가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인기척에 막 깬 모양이었다.

I picked the apple that I dropped, shoved it into my jacket pocket, turned, and walked towards the counter. The store owner woke up, probably because I disturbed her moving here and there.

"어르신, 어르신!"
"나 귀 안 먹었어, 총각! 뭔 일인디 고로코롬 소리를 지르고 난리여?"
"밖에 좀 보세요. 안개가 걷혔어요!"
"아유, 거 날 좀 갰다고 뭐 그리 야단이여 글쎄."
"어르신은 놀랍지도 않으십니까? 무진에 안개가 없다니요!"

"Ma'am, ma'am!"
"Ain't lost my hearin', what made you scream like that?"
"Look out! The fog has gone!"
"Hew, what's so busy about the clear weather?"
"Aren't you surprised? The fog is gone in Mujin!"

"무진이라니… 그게 뭔디야?"

"Mujin…? What's that?"

"…예?"

"…huh?"

내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굴러떨어졌다. 주인 할머니는 당췌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The muddle-headed voice has rolled off my mouth. The store owner was looking at me with worry as if she does not understand what I am saying.

"하… 하하, 어르신. 농담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총각이야말로 늘갱이가 잘 모른다고 놀리고 그러는 거 아녀!"
"어르신, 무진이요! 무진 토박이시잖아요. 전라남도 무진시를 모르신다니 말이 됩니까?"
"뭔 소리여 시방, 난 순천 사람인디."
"예? 아니, 순천서 나셨어도 여긴 무진이잖아요!"
"총각 진짜 뭐 잘못 먹었어야? 여기 광양이여, 광양!"

"Ha…haha, mam, that's too much of joke."
"Why are you teasing this old woman? You shouldn't do that!"
"Ma'am, Mujin! You are an indigenous Mujin citizen. How can you not know the Mujin, South Jeolla!"
"What are you talking about? I am from Suncheon."
"What? No, I mean, even if you are from Suncheon, it's Mujin here!"
"Are you ok? Is sometin' wrong? It's Gwangyang here!"

주인 할머니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역정을 내었다. 나는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그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내가 한참 정신을 못차리고 있자 할머니는 슬슬 화보단 걱정이 앞섰는지 내게 괜찮냐고 말을 걸었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계속 서 있었다. 내 머리는 과부하에 걸려 제대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채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기 주인 할머니가 무진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She was expressing her anger as if she heard a total non-sense. I lost track of what I wanted to say and blankly looked on to her face to face. I was blanked out for a long time, and she seemed worry than anger, asking if I am ok. I stood still without any words. My head too much of information to draw conclusion. No matter how much you think about it, it's a nonsense that this store owner, not anyone else, does not know Mujin.

나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용수철마냥 문 밖으로 뛰쳐나가 허겁지겁 문에 붙은 광고지들을 뒤졌다. 난잡하게 붙어 있는 광고지 틈에는 10년도 더 전에 시청에서 붙여놨던 새 주소 홍보 스티커가 있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Something was catching my mind. I jumped out as if I am a spring and search on the commercials cluttered on the door. In that cluttered pile of commercials, there was an old promotional sticker about the change of address system that the city hall put on at least ten years ago.


'도로명 주소를 생활화합시다. 우리집 새 주소는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읍성1길 29'
'Please use the road name adress system. The New adress of this building is 29, Eupseong 1-gil, Gwangyang-eup, Gwangyang-si, Jeollanam-do'


나는 너덜너덜한 스티커를 망연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지금 광양시에 있다. 이 접착성 종이쪼가리가 내게 그렇게 단언하고 있다. 분명 나는 방금까지 무진시에 있었는데, 지금 나는 무진이 아닌 광양에 있다. 분명 할머니는 어제까지 무진 사람이었는데, 지금 할머니는 순천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 무진시에 있지 않다. 나는 지금, 나는—

I looked onto the sticker in vain. I am in Gwangyang. This glued piece of paper is declaring it to me. I was in Mujin a moment ago, but I am in Gwangyang right now. Yesterday, this old lady was from Mujin, and now she said that she is from Suncheon. I am not in Mujin. Now I'm in, I am in—

"—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Where am I?"

헬멧을 급하게 주워 머리에 걸치고 묶어놨던 자물쇠를 급하게 푼 뒤, 자전거를 거치대에서 빼내자마자 나는 안장에 몸을 날리듯 걸터앉고 페달을 밟았다. 안개가 없으니 전조등은 켤 필요조차 없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나는 지금 내 재단 경력에서, 아니 일생을 통틀어서 가장 큰 변칙적 현실 개변 사태에 휘말려 있는지도 모른다. 일개 현장요원이 임의로 조치할 사안도 아니거니와 무엇을 어떻게 조치해야 할 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상부에 보고하고 기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었다. 자전거를 남쪽으로 몰면서 나는 인이어와 연결된 통신 장치를 작동시키려 몇 번이고 연거푸 호출 버튼을 눌러댔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파도가 치는 것 같은 무전 잡음 소리 뿐이었다. 안개가 사라진 것이 이 근방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일까? 뭐가 됐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제64K기지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I quickly picked up and put on the helmet. I unlock the lock in a hurry, pulled the bicycle from the holder, immediately jumped on the saddle, and treadled the pedal. There was no fog, so there was no need to turn the light on. If what I am thinking is what happened, I am in the most significant change of reality that occurred in my Foundation career, no, in my life. This isn't an issue that a field agent to take action on own accord, and even if it is, I have no idea what to do. What I should do is to report it to the top so the entire site can deal with it. Riding the bike to the south, I have pushed the call button to operate the communication device connected with in-ear. The only thing responding was the radio noise sounded like sea waves. Did the disappearance of fog have some effect in the area? Whatever that is, the only thing that I could do is to go back to the Site 64K.

어떤 대체우주는 우리 우주와 아주 가까이에 존재하며, 그 현실성도 우리의 것과 아주 국소적인 차이만 나타난다. 우리는 이런 특이한 대체우주를 별도로 "다중현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우리 우주와 같은 중심을 공유하는 가지들이지만, 일부는 완전히 별개의 중심에서 발달했다. 이러한 우주들은 우리 우주와 상호작용하거나 연결, 또는 중첩될 수 있다. 지역의 국지적 현실성이 매우 낮을 경우, 인위적 개입 없이도 이러한 연결이 순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XK급 시나리오의 저지 실패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 우주의 합의된 현실성이 붕괴할 경우 이런 다중현실은 좋은 도피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트리스탄 베일리 박사, 탈출구: 대체 가능한 다중현실 연구

Some alternate universes are very close to our universe, and the reality they have has only minor local differences. We decided to call these alternative universes as "Multi Reality". Some of these have the same Hub as our universe, but others have developed from the different Hub. These universes could interact, connect, and nest with our universe. If the local reality is very low, these connections can happen momentarily without any artificial intervention. If our universe's consensus reality collapse by XK-Class Scenario or so, these multi realities can be an ethical asylum.

- Dr. Tristan Bailey, Exit: Investigating Alternate-able Multi Reality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시내를 벗어나 큰길을 달리고 있었다. '당신은 광양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나를 비웃으며 오른편으로 스쳐지나갔다. 다리가 풀리는 것 같은 탈력감에 휩싸였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억지로 억지로 발을 움직여 자전거를 계속 전진시켰다. 팽팽히 당겨진 체인이 삐걱대며 비명을 질러댔다. 호두 삼거리에 다다라 인덕로에서 여순로로 진입한 나는 이제 여수반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원래라면 여기부터 넉넉히 8km는 더 무진시 행정구역이 남아있었을 테지만, '여수 Yeosu 1km'라 적힌 교통 표지판에서 무진의 흔적은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It did not take long for me to get out of downtown and enter the Street. The sign 'You are leaving the Gwangyang Town. Goodbye.' passed on the right, making fun of me. I almost lost the energy controlling my legs, but I could not stop. I constrainedly moved my feet to move the bike forward. The tensed chain was screaming throughout. I entered Yeosu road from Indoek road through the Hodu three-way intersection and drove into the Yeosu Pannantula. It should have at least 8km more as the Mujin administrative area, but I could not find any evidence of Mujin from the traffic sign saying '여수 Yeosu 1km'.

서쪽 하늘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안개가 가득하던 무진에선 이 노을이 안개를 타고 번져나가 온통 울긋불긋해진 하늘이 무진의 드문 절경으로 꼽히곤 했다. 하지만 오늘의 하늘은 제 서쪽이 불타든 말든 그저 검푸르게 어두워질 뿐이었다. 도로변의 가로등도 다시 점점이 불을 밝혔지만 반갑지는 않았다. 되찾아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The west sky started to tint itself with red color. When Mujin was filled with fog, the sunset spreading through the fog, making the entire sky fluttering red, was a such a delicate view. But today's sky deepens it's color to the dark blue, whether it's a western part is flaming or not. It was not very joyful, even if the street lights on the side started to light up. The thing I need to recover was something else.

저물어가는 태양빛 아래 저 먼발치에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하루 종일 빛나고 있어야 할 등대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나는 지쳐가는 다리를 재촉하며 기지로 향하는 갈림길로 빠져나왔다. 나는 한 손으로 아이디 카드를 꺼내기 위해 품을 뒤지다가, 핸들을 잡은 나머지 손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자전거가 나자빠지면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찰과상을 입은 무릎과 손바닥이 쓰라려왔지만, 다행히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Under the fading sun, far away apart from me, I could see the lighthouse. Usually, it should have lighted up all day, but the lighthouse was cold and dark. With an ominous feeling, I hurried my legs towards the site through the crossroad. I was searching the ID card with one hand in my cloth but lost the control on the other hand holding the handle. The bike fell, and I rolled onto the ground. My hands and knees ached with abrasion, but I could still move.

나는 고통을 참고 일어나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방금 넘어진 걸로 앞바퀴의 휠이 구부러져서 더이상은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자전거를 도로 밖으로 치워두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기지 입구가 보일 무렵 나는 차단봉과 무장 경비원이 보이지 않는 것을 눈치챘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경비는 커녕 건물 전체에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Enduring pain, I raised my bike. Because of the fall, the wheel frame has vented and looks like that I will not be able to ride it. I moved the bike out of the road and continued the way of walking. When I could see the entrance of the site, I realized that the barricade and armed security guards were not there. I got even closer, and not only the security guard but seemed like that there is no one there. Something might have gone wrong.

기지 둘레에 설치된 철망 담장과 사유지임을 알리는 출입금지 팻말은, 척 보기에 원래보다 더 낡아 있긴 했지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깨에 조금 못 미치는 철망의 한 구석에는 차량용과 인원용 출입구가 나 있고, 마찬가지로 철망으로 된 문은 쇠사슬과 자물쇠로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내가 오늘 기지를 나설 때만 해도 걸려있지 않던 것들인데도, 쇠사슬은 마치 수십 년은 그 자리에 걸린 채 관리받지 않은 것처럼 엉망진창으로 녹슬어 있었다.

The wire mesh fence and the no entry sign around the site, seemed like it werne out more, but still there. On the corner of the mesh that is little shorter than shoulder, there were enterence for the cars and personals, that is locked also with chain and lock firmly. It was not there when I got out of the site in this morning, but the chain was rusted as if it has been there without any maintains.

헬멧을 벗어들고 몇 차례 휘둘러 쇠사슬을 찍어보았지만, 녹만 잔뜩 떨어질 뿐 사슬은 부서지지 않았다. 젠장, 영화에선 이정도 낡은 쇠사슬은 금방 작살나던데… 나는 헬멧을 옆에 던져두고는 자전거로 돌아가 짐칸에 묶어둔 서류가방을 꺼냈다. 가방을 열자 위장용 보험 서류 밑에 자전거 수리용으로 넣어둔 공구 세트를 찾을 수 있었다.

I've hit down the chain with the helmet I took off, but the chain was still and only the rust powdered. Shit, those old chains in the movie seemed like it is easily breakable… I through the helmet on the side and pulled out the briefcase tided on the back of the bike. As I opened the case, I could find the tool set, in case to fix the bike, under the insurance document for the cover.

몽키 스패너로 쇠사슬을 꽉 붙들고 비틀자 쇠사슬은 심하게 삐걱거렸다. 좀 더 힘을 주니 그중 유독 녹이 많이 슬어있던 한 부분이 버티지 못하고 뚝 끊어졌다.

I tightened and twisted on the chain with an adjustable wrench, and the chain was creaking. I forced it even more, and it couldn't resist. The badly rusted part broke down.

"좋았어."

"Great."

쇠사슬을 치워버리고서 나는 조심스레 철망 담장의 문을 열었다. 지상 건물은 원체 등대에 딸린 창고로 위장했던 만큼 별 볼 게 없었고, 뭔가 변해버린 지금도 그 사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창문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간절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혼란스러운 심경을 애써 달래며 S동 건물로 다가섰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밀자 삐걱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떤 조명도 켜져 있지 않았기에 건물 안은 칠흑같이 어두컴컴했다. 나는 방금 공구를 챙길 때 자전거에서 겸사겸사 떼어온 전조등을 켜 건물 안을 비췄다.

I removed the chain and carefully opened the door of the mesh. The ground floor was initially covered as the warehouse of the lighthouse, so it did not have anything special and nothing more now. All lights of the window were off and seemed like there is nothing even if I desperately look around. Trying to clam myself from confusion, I walked to the Sector-S. The door was not locked. I pushed the door carefully, and it opened with the creeping sound. The inside of the sector was dark with no light on. I turned the light on, which I took from the bike as I pulled the tool out.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원래 아무것도 없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There was no one inside. As if obvious that no one is there.

"…이게 무슨…?"

"…What the…?"

나는 하마터면 그대로 쓰러질 뻔 했다. 피로에 지친 몸뚱이를 지탱하며 끌고 왔던 의지가 한 순간에 폭삭 무너진 것 같았다. 제64K기지의 진입구였어야 할 이 공간은 역정보로 설정해둔 정체보다도 더 한심하고 쓸모없는 빈 창고인 채로 나를 맞이했다.

I had almost felled. The will that led me to bring this tired body to all the way here has crashed down. This space that should have been the entrance to the Site-64K has become some meaningless, empty warehouse.

"이봐요. 이봐요! …아무도 없어요?"

"Hello. Hello! …Is anyone there?"

넋이 나간 것마냥 빈 방 안을 헤집고 다니며 나는 고래고래 악을 썼다.

I wondered around the empty room scream, as if I lost my mind.

"나 여기 있어요, 나에요…! 대답 좀 해봐요!"

"I'm here, it's me…! Please answer!"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But no one answered.

나는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신체나 공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존재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자각하면서 공포가 엄습해온 것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텅 빈 폐창고 곳곳을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거대한 지하 단지는 커녕, 한 평 짜리 조그만 지하실조차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재단 직원 단 한 명도, 변칙 개체 단 하나도 이곳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제64K기지는, 재단은 이 장소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I could feel myself in short breath. Not because there is something wrong with the body or space. I felt terror, realizing something that was supporting my existence got wrong. I desperately looked into the abandoned warehouse, but it was no use. There was no underground estate here, not even a small single-basement. Not a person, not an anomalous item has left. Site-64K, the Foundation did not exist in the place.

삼십 분 동안이나 건물 안에서 의미없는 탐색을 계속하며 방황하다가 진이 다 빠져버린 나는 끝내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길을 잃고 부모와 헤어진 아이처럼 나는 서럽게 울었다. 감정은 형태를 가질 때 더 오래 지속되는 법인지라, 일단 눈물의 모습으로 터져나온 슬픔은 한동안 주체할 길 없이 이어졌다.

After thirty minutes of wandering and searching meaninglessly through the building, I lost all of my energy and ended up crying. As if I am a child who lost parents, I cried with sorrow. The emotion stayed longer if it has the shape, so the sorrow busted out in the form of tear continued without any break.

서서히 눈물이 멈출 무렵이 되자 당황과 슬픔에 잠겨 있는 것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오히려 허탈하고 허무한 감정만이 텅 빈 가슴팍에 침전해가는 것 같았다. 나는 문을 열고 S동— 아니, 이제는 S동이라 부를 수도 없는 폐건물 밖으로 나왔다. 서쪽 산등성이 너머로 노을이 스멀스멀 숨어들었다. 여광이 사그라들며 금세 깜깜해진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무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예쁜 밤하늘이었지만, 감탄할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As the tears slowly stopped, confusion and sadness didn't last long. Instead, only void and empty feelings seemed to settle on the bare chest. I opened the door and came out of the Sector-S, no, an abandoned building that I couldn't even call it Sector-S. The sunset has hidden over the western ridges. Countless stars were sparkling in the dark sky, where the sunlight has faded out. It was a beautiful night sky that I could hardly see in Mujin, but I did not feel admirable.

대체 무진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복잡한 머릿속은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다. 요원 세미나에서 들었던 이런저런 강의 내용들을 생각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걸 느끼며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정도로 내가 무력하게 여겨진 건 처음이었다.

What happened to Mujin and I? I could not organize the complex thoughts in my head. I have recalled some lectures from the agent seminar, but it was no use. I wrapped around my head with harch headache. I have never felt this impotent ever.

철망 담장 밖으로 나온 나는 여전히 고민에 빠진 채 걸음을 내딛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내키지도 않고 갈 곳도 잃어버린 걸음이었다. 나는 그러다가 무심코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축축한 감촉에 흠칫 놀라 손을 꺼내자 거기엔 몇 시간 동안 주머니 속에 방치되어 말라가고 있던 먹다 만 사과가 있었다.

As I came out of the fence, I was still thinking and walking without notice. It was steps that have lost way and even unwilling to go. I then inadvertently put my hand into my jacket pocket. I was surprised by the moist texture and pulled out my hand. There was the leftover apple, I have abandoned a few hours, getting dry.

그 사과를 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어떤 발상이 떠올랐다. 분명 이곳에는 안개도 재단도 변칙도 더이상 남아있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SCP-521-KO라면, 언제나 저 바닷가에 떡하니 눌러앉아 있는 그 제방이라면 아직 그 자리에 있지 않을까? 여전히 안개가 낀 채 관람객을 비웃으려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인자한 경비 할아버지가 무슨 악몽이라도 꿨냐고 상냥하게 물어와주진 않을까?

That apple brought me an idea. Obviously, there aren't any fog, Foundation, or anomalies remaining here. But maybe SCP-521-KO, the jetty that has always been there, could it be still there? Wouldn't it wait to make fun of the tourists with that fog? Wouldn't the security guard kindly ask if I had a nightmare or so?

SCP-521-KO는 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근거 없는 기대가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사과와 전조등을 꽉 움켜쥐고선 바닷가를 향해 힘껏 달음박질해 나갔다.

Scp-521-KO is not very far away from the site. I could feel the groundless hope filling inside me. I garbed the apple and the light and ran toward the shore.

나는 또 망연자실해서 서 있었다. 낡고 이끼 덮인 그 제방은 내가 기억하던 그대로였지만, 여기에서도 안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방 옆에는 경비원은 커녕 초소조차 없었다. 제방은 그냥 해안가에 널린 평범한, 관리받지 않는 제방일 뿐이었다.

Again, I stood devastated. The old moss-covered jetty was the same as before, but there was no fog. In front of the jetty, there was no security guard or even a sentry post. It was just a jetty, an ordinary, abandoned jetty that is common in the shore.

그걸 받아들일 수 없던 나는 힘겹게 발을 떼어 비척비척 제방 위로 걸어갔다. 제방 끝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나를 방해하는 변칙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풍이 몰아치자 아까 자전거에서 넘어질 때 부딪혔던 무릎이 시려왔다. 이 고통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좆같은 상황이 현실이라는 걸 너무나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I could not accept it, so I invertebrate walked onto the jetty. There weren't any obstructive anomaly that stops me from getting to the edge. With the sea breeze, the knee that I hit when I fell from the bike was aching. This pain made me even more miserable. It was solid proof that this fucking situation is a reality.

마침내 나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제방 끝에 이르러, 그곳에 놓인 팻말에 적힌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Finally, I reached at the edge of the jetty and read the words on the sign there.

'제방 위가 미끄러우니 낙상에 주의하세요.'

'Caution. The jetty is slippery'

"…하, 하하하. …아하하하하."

"…Ha, hahaha. …ahahahaha."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허무했다. 이곳에 안개는, 변칙성 따위는 원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미친 현실을 설명할 수 없었다. 재단도 존재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변칙성이 없다면, 재단도 없다는 말인가?

I laughed. Felt empty. There was no fog, no such thing as an anomaly in here. That would be the only explanation possible in this mad reality. The Foundation would not exist either. If there is no anomaly, why would the Foundation be there?

"하하하하하하! 하하하… 으하하하학! 으아아악! 아악! 악!"

"Hahahahahaha! Hahaha… Haaaa! Ha! Ahhhhh! Ahhh! Ahhhhh!"

웃음은 한동안 힘 없이 이어지다가 점차 격앙된 괴성으로 바뀌어갔다. 억울했다. 난 인류와 정상성을 수호하기 위해 이름도 명예도 버리고 열심히 헌신한 죄 밖에 없는데, 왜 나만 이렇게 멀쩡한 세상에 아무 준비도 없이 버려져야 한단 말인가? 왜 내게 소중하던 모든 것을 잃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악을 지르다가, 사과를 손에 꼬나쥐고 힘껏 던져버렸다. 정작 사과는 멀리 날아가지도 못하고 바다에 떨어졌지만, 나는 이끼 낀 바닥을 밟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제방 밖으로 넘어져버렸다.

The laughter continued without any energy, and it changed into a raged screaming. It is chagrin. I gave up my name and honor to keep the normality of human society, and why would I need to be thrown out in this normal world without any preparation? Why would I need to lose everything I loved? I was yelling like this and clenched the apple in hand, throw it hard. The apple didn't go far and fall into the sea. However, I slipped on the moss-covered surface and fell out of the jetty.

풍덩, 느닷없이 바다에 빠져버린 나는 미처 숨을 참지 못했고, 터져버린 숨에 뒤이어서 바닷물이 입과 코로 들이닥쳤다. 나는 꼼짝없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차가운 현실이 무겁게 내 몸을 짓누르고, 저항할 의지를 잃은 내 목구멍을 비집고 폐포 하나하나를 죽음으로 적셨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Splash, as I fell into the ocean, I couldn't hold my breath. After the bursting inspiration, the seawater struck into my mouth and nose. I started to drown without rust. The cold reality is squashing me down, and it enters into the throat, wetting every alveolus with death.

안개. 흐릿해지는 내 시야를 가리우러 안개가 찾아왔다. 뿌옇고 축축한, 기분 나쁘고 익숙한 안개가 번져와 조용히 나를 감쌌다.

Fog, the fog came to me to cover my sight. Dark, damp, creepy, and usual fog has smeared and covered me.

그 너머로 수면에 일렁이는 빛도 보였다. 이 깜깜한 밤에 무슨 빛이 수면을 비추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음대로 그것이 등대의 빛이라고 결론지었다.

I could see the rippling light on the surface of the water. I had no idea what kind of light that was, but I concluded myself that it is the light from the lighthouse.

초점이 풀려가는 눈으로 그 빛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 무수한 사람의 형상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나와 똑같이 혼란을 겪고 고통받은 것 같았다. 그들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With the eyes focusing out, I stared at the light. I could see the many shapes of humans. They looked like they had the same confusion and pain. I could feel them. I was able to know who they are.

안개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안개로부터 추방당한 것이다…

The Fog has not vanished, we were the ones who were exiled from the f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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