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에이컨 드럼의 아무 말 모음집


그것의 혀가 그의 목을 가볍게 핥자, 그 흔적을 따라 번들거리는 침이 선을 이루었고, 선은 이내 피부로 파고들며 가느다란 상처를 이루었다. 그리고 마침내 선이 동맥에 닿자 목에서 피가 뿜어졌다. 피가 그의 온몸을 적시고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환상통이라는 말을 아나? 팔이나 다리가 잘린 환자들이 있지도 않은 팔과 다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증상인데, 뇌가 팔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착각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해결책이라고는 절단된 부위를 얇게 썰어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고도 하지만 요즘은 거울을 이용해서 반대쪽 팔에 자극을 주는 식으로 뇌가 착각을 하게 만들면 그 아픔이 사라진다고도 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이 환상통인 거 같다.

지금 난 내 집이 아프다. 우리 동네가 아프다. 이 지구가 아프다. 애초에 내 몸이었던 적 없는 것들이 아프다. 누군가가 불태우는 것처럼 어찌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이 세상 모든 곳에서 내게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지구 크기의 거울을 가져와서 반대편을 긁어줄 수도 없을텐데. 내 존재한 적도 없는 우주 크기의 몸을 어찌 긁어줄 수 있겠나?

내 몸을 긁는 걸로는 해소할 수 없는 고통인 것은 이미 확실해졌다. 이 몸의 피가, 바닥의 피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 결국 내게 남은 선택지는 1개 뿐인 것 같다. 뇌가 착각하고 있다면 그 뇌를 바로잡아주면 되는 거지. 이미 진정제를 치사량 투여했지만 정신은 아직 맑다. 아주 조금, 고통이 줄어들었을 뿐이지. 화학 작용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물리적으로 해결해주지. 내 손에 총이 있지만 혹시 부족할지도 모르기에 가스 밸브를 열어뒀다. 총알이 내 뇌를 관통할 때 이 방도 폭파될 거다. 그러면 이 고통이 끝나거나, 적어도 이 건물을 긁어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