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ptosis(세포 사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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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D+1
"자 먹어라. 오늘은 이 아저씨가 특별히 좀 더 많이 담아왔단다."

"뀨으웅"

어?

잠깐잠깐잠깐 뭐야 이거? 분명 그 역겨운 999때문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았나?

상식을 벗어난 현상에 이성적 사고가 마비된다. 잠깐 이거 세계 전체가 리셋된건가? 아니 그러면 나 포함 모두가 기억을 죄다 잊어먹든가 지금쯤 다들 지가 죽는 순간의 기억때문에 죄다 미쳐 날뛰어야 되는 거 아닌가?

"저기, 박사님 괜찮으신가요?"

괜찮냐고? 괜찮기는 개뿔. 한 번 죽었다 깼는데 괞찮을 리가.

"아, 괜찮네. 그나저나 오늘이 며칠이지?"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 아닐거야 아닐 거라고

"네? 어디 보자…10월 ██일이네요. 근데 정말 괜찮으세요?"

"괜찮다니까. 좀 피곤해서 그래."

"네…그럼 빨리 들어가서 좀 쉬세요. 정 안되면 병가라도 내세요."

"어 그래. 걱정해줘서 고맙네."

썩을. 내가 죽기 딱 7일 전이네.재단도 못 막은 걸 어떻게 나 혼자 막으라고?

A███박사의 노트

오늘 예정된 대로 SCP-999가 둘로 분열했다. SCP-999의 과도한 분열로 인해 예상되는 NK등급 세계멸망 시나리오에 대한 제안서(실제로는 반드시 벌어질 일이지만)를 제출했다.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지금으로써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 연구실에서 999의 분열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통상적인 암세포 등의 분열을 막을 물질 같은 걸 만들어 보고 있다. 음…설마 세상이 또 멸망해서 이 짓거리를 또 하고 그러지는 않겠지… 아니 그것보다 이번에 죽으면 진짜 죽는 걸지도…

20██/10/██ D+2

"뀨우웅?"

"우오옹?"

"박사님, 살다 살다 999가 둘이 되는 건 처음 봅니다. 이거 이러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증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너 예언자냐?"

"예?"

"아냐. 아무것도…그냥 헛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내가 좀 피곤한가봐."

A███박사의 노트

오늘 내가 999에 의한 세계 멸망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걸 들킬 뻔 했다. 잘못하면 세계 멸망을 막는 건 둘째치고 변칙 개체로 분류되서 끌려갈 뻔 했는데 그럭저럭 둘러대서 살았다. 그리고 오늘 예정대로 4마리로 분열했다. 지금 계속 예측 가능한 물질들을 제조해 보고 있는데… 지금 대충 한 140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내일 분열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을 증거로 SCP-999의 개체 수 조절 제안을 제출하고 그 노란 콧물같은 놈들을 죄다 녹여버릴 것이다. 어쩌면 탈 수도 있기는 하지만….뭐 하여튼.

20██/10/██ D+3

"박사님. 저거 하나 데려다가 숙소에서 같이 지내도 되냐고 하면 미친놈 취급받겠죠?"

"너 미쳤냐? 저거 내가 보니까 분열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그리고 변칙 개체를 침실에 갖다놓는다는 목숨은 밖에 내던지고 다니는 듯한 짓거리를 하겠다고? 변칙 개체가 왜 변칙 개체겠어? 예측 불가능한 놈들이라 변칙 개체라고 부르는 거잖아. 네 목숨을 소중히 한다면 절대 하지 마. 애초에 재단에 들어오면서 그런 마음가짐이면 얼마 못 가서 죽어."

A███박사의 노트

내 제안이 통과되어 원래보다 약 이틀 더 빨리 SCP-999의 개체 수 조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또한 어떤 미친놈이 999들과 같이 지내고 싶어하는 직원이 999와 숙소에서 같이 생활해도 되냐는 건의를 넣었다. 상부에서는 희망하는 직원은 신청을 받아 선택된 직원들에게 하루에 12시간 동안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끔찍한 콧물들이랑 지내고 싶다니,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20██/11/██ D+4

"…이상으로 제 SCP-999의 개체 수 조절 방안의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질문하실 점이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네, 제 ██기지 관리자 E████님?"

"음…그냥 불로 죄다 지지면 안되나? 꼭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험해봐야 하나? 가뜩이나 요즘 예산도 빡빡한데 말이야."

"변칙 개체는 어떤 일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변칙 개체인 겁니다. 당장에 봐도 SCP-999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 스스로 분열하고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언제 멈추는지도 모르고 점점 분열 속도까지 빨라지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에 연연하신다면 SCP-999의 격리 실패로 NK등급 세계멸망 시나리오가 실행될 수도 있습니다."

"자네의 제안은 잘 들었네만, 자네가 고안한 방법들 중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할 건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제안서를 보시면, 가능한 모든 방법에 실패할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우주에 있는 SCP-████으로 쏘아보내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방법은 개체의 특성을 보았을 때, SCP-999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A███박사의 노트

오늘 내 제안의 설명회를 가지고 왔다. 제 ██기지 관리자 E████라는 인간이 불로 지져버리자고 했는데 그건 완전 미친 짓이다. 전에도…아니 다른 미래에서도 그 짓거리 때문에 망했지. 낙하산이라는 말이 있기는 한데 그냥 뜬소문이니 믿을 수는 없고… 뭐 하여튼 잘 대처했으니 되겠지.

20██/11/██ D+5

"음…일단 소각 처리 방안을 완벽하게 실패했고, 지금까지 174가지 화학 물질을 투여했으나 대부분이 효과가 전혀 없었고, 11가지 물질만이 미약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앞으로 후보 물질이 약 382가지가 남아 있는데…효과가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여 그 계획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네. 그런데 효과를 보인 물질들 간에 공통점이 있었나?"

"네, 일단은 그 물질들은 세포의 분열을 억제시키는 종류의 물질이었습니다. 일단은 그 쪽으로 관련된 물질들을 우선적으로 투여하고 있습니다."

"음…혹시 그 물질들을 서로 섞어서 투여해보는 시도는 해 보았나?"

"일단 고려하고 있습니다만…아직은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A███박사의 노트

젠장. 내가 예상한 것보다 999를 죽이는 것이 어렵다. 이거 잘못하가다는 실패할 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이거 실패하면 세계 멸망을 한 번 더 겪을 테고, 그러면 난 다시 죽겠지. 제기랄. 젠장, 999때문에 진짜 암 걸릴 것 같다…잠시만…암..?

20██/11/██ D+6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SCP-999를 암 걸리게 해서 죽이자는 말인가?"

"예. 지금 SCP-999에게 테스트를 한 물질들 중 효과를 본 물질들을 위주로 분석해 본 결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뭐 그럼 한 번 해 보게. 지금 그 최후의 계획도 준비 중이고 거의 완료되었으니 약점을 하나라도 더 알아보는 게 좋겠지. 그럼 일단 한 번 해 보게."

A███박사의 노트

지금 내가 무슨 정신나간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오만가지 발암물질을 999한테 쏟아붓고 있는데 지금 이게 무슨 정신으로 하는 건지… 잠깐만, PCDDs(폴리염화디벤조파라디옥신)에 의해 999가 지금 주황색에서 연두색으로 변했다. 이건 뭐지? 뭔가 불길한데… (중간에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적음)으음…잠깐 졸았던 것 같다. 어..? 999가 녹아내리고 있다. 이걸 빨리 보고해야 겠다. 내가 세상을 구했다!

20██/11/██ D+?

"…따라서 귀하의 공로를 인정하여 귀하에게 이 훈장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O5 평의회 일동.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999의 개체 수 조절에 대한 공로로 훈장을 수여받았다. 나중에 분석해보니 999의 분열 과정을 방해해 스스로 녹아내리도록 유도하는 원리였다. 마치 우리 몸의 세포가 잘못되면 그 세포가 스스로 죽는 것처럼. 그나저나 진짜 세계가 한 번 멸망했던 걸까? 모르겟다. 휴계실 가서 커피나 마셔야지.

"이봐 자네,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나 보군? 이렇게 멋지게 성공한 걸 보면 말일세."

어? 잠시만, 그건 내가 한 번 죽기 직전에…아니 그 전에 이 인간은 누구지? 분명 재단의 연구원 복장인데 한 번도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아, 잠시만. 일단 여기는 담소를 나누기에 적절치 않으니 저기 화단 근처에서 하지 그러나?"

"예, 그러시죠."

화단 근처 밴치에 가 앉을 때까지 그는 내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분명 그를 처음 보지만 왜인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자, 여기면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할 것 같군요. 일단 저한테 처음 하셨던 말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죠. 아니 그 전에 당신은 누굽니까? 제가 당신같은 분은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인지 익숙한 느낌이 들거든요."

"음…한번에 질문을 그렇게 많이 던지니 답변하기가 힘들군. 음…먼저 나는 자네들식으로 말하면 SCP-343일세. 좀 더 친숙한 이름으로 말하자면 "신"이고. 그리고 자네가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가.-아, 말은 아니었던가?-하여튼, 이렇게 말했지. "썩을…신은 이럴 때 인류를 구하지 않고 뭐하나. 이 망할 사건의 시작점으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그래서 한 번 더 속는 샘 치고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줬지. 물론 그런 말을 한 자는 자네가 처음은 아니네만, 실제로 성공해서 미래를 바꾼 인간은 자네가 처음일세. 이건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음…더운데 이거라도 마시지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왼손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보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밀크 쉐이크가 내 손에 들려져 있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말이야, 애석하게도 2분 34초 후에 기동특무부대가 여기로 올 걸세. 내가 방금 변칙적 현상을 일으켰으니. 아, 그건 마셔도 괜찮은 거네. 자네가 어릴 때 자주 마셨던 그 밀크 쉐이크니까. 음…이만 가 보겠네. 앞으로도 간간히 지켜볼 터이니 행동 바르게 하고."

느닷없이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그는 사라져 있었다. 밀크 쉐이크의 맛을 보았다. 오늘따라 밀크 쉐이크가 더욱 달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