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We Circus Yet

(위키 미수록 장면.)
"아름답지 않네요. 당신이 뭐든, 당신이 행하는 일은 정말로 아름답지가 않아요. 저는 -"

"오, 미학을 좀 아시나보지?"

피칠갑을 한 광대의 퍼런 눈동자가 벌루타르의 눈과 마주쳤다. 둘 다 너무나 제 색깔이 강한 눈이라, 만약 한 쪽이 성격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금방이라도 결착이 날 상황이었다.

전혀 그렇지 않았음이 문제였다.

"미학을 아시나, 벌루타르?"

광대가 다시 말했다. 조라는 입을 다문 채, 자신의 말에 도전하는 눈 앞의 변칙예술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할까, 하고. 결코 유쾌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그래도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어릿광대의 익살은 불쾌하건 아니건 들어볼만 한 이야기였으니까.

"난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는데, 이게 아주 웃긴 학문이란 말이지. 이걸 전문적으로 배우질 않아도 자기가 미학자라고 주장하면 미학자가 되더라고. 물론 그 앞에 '미친'이 들어가면 제일 잘 어울리지만 말야."

갑자기 벌루타르의 얼굴에 빛이 돌았다. 시종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곁을 흘끔 살폈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조라는 웃고 있었다. 광대를 포위하는 사르킥교도들 사이에서 불안한 웅성임이 일었다.

"당신은 말하자면 미친 미학자이지, 벌루타르. 미를 논하면서 살인과 살육을 하고. 봐, 당신이 옴으로써 소박하고, 음, 아름다운 줄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나쁘지 않은 공연이 쑥대밭이 되었어. 그, 무슨 개같은 동물을 날려보내고 당신 수하들을 보내서 천막을 허물었지. 이를 두고 당신은 미를 논한다고 하나? 글쎄, 나 같으면 미를 '농한다고' 하겠는데."

웃음을 꾸역꾸역 참는 소리가 나지막히 깔렸다. 신도들은 좌중을 둘러보다 소리의 원인을 보고 황급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조라였다. 벌루타르가… 그녀가 킬킬대고 있었다. 고개를 든 누구든 조라가 입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손 사이로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도, 웃음을 참느라 얼굴 근육이 경련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웃겨?"

광대가 말했다. 웃음은 그칠 줄을 모르고 있었다. 벌루타르는 이제 숨쉬기도 힘들어 보였다. 마치 광대가 웃음 유발 버튼을 서서히 자극이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웃긴가보군. 그래, 당신은 웃기다 이거지."

그리고 그도 웃었다. 그는 마치 자신 안의 것을 다 토해내듯이 웃었다. 광대의 웃음은 한참을 크게 내지르는 음색이었다. 그의 웃음 소리가 벌루타르의 소리가 뒤섞이자 천막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떨었다. 웃음은 점점 커져, 마치 유머 프로그램 음향처럼 배경에 가득 깔리기 시작했다. 너도 웃어, 하듯이. 그러나 신자들은 결코 따라 웃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찬 눈길로 벌루타르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그들 사이를 헤집어 놓고 있었다.

한참 뒤에 광대가 다시 말했다.

"좋아, 나쁘지 않아. 난 웃는 사람을 좋아해. 특히 내 농담에 웃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광대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켜 조라의 눈 앞에 서서 똑바로 노려보았다. 신자들이 미처 말리기도 전이었다.

"근데 이건 농담이 아니야. 당신은 정말로 예술을 망쳤어. 개같은 탄압자들이나 하는 짓을 당신이 했다고. 그래도 웃겨? 그래. 이건 다 한 줄기 농담이지."

그는 이제 폭소하는 것을 멈추고 빙그레 웃고 있는 벌루타르를 가만 응시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여기에도 한번 웃어보시지."

광대는 손을 뺐다. 한 줄기 실이 끌러져 나왔다. 실 맨 끝에는 빨간색 풍선이 매달려 있었다.

광대가 그것을 던지기 전에는, 신자 중 아무도 풍선이 순식간에 부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