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는자가 사는 대로

요약:
대충
눈없이 태어난 당사자가
태어났을때의 기쁨을 느끼고
엄마와의 사랑을 느끼고
아빠에게 미움을 느끼고
엄마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고
엄마를 죽인 아빠에게 노여움을 느끼고
아빠를 죽인 즐거움을 느끼고
사람을 죽이고 싶은 욕심을 느끼는 이야기


내가 눈을 처음 떴을 때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그때 나는 처음으로 기쁨을 느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주 짧게

내가 눈을 처음 떴을 때
기쁨이란 감정을 느꼈지만
그때 나는 태초의 울음을 터트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주 길게

기뻐서 아주 크게
울었다
너무 기뻐서
아주 크게
울었다
눈도 없는데도
울 수는 있었다

운 이유는
웃는 방법을 몰라서 일까
아니면 너무 기뻐서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짜피 그때 이후로는
웃지도 않을거고
기쁘지도 않을거고
울지도 않을거다
그러니, 맨처음은 상관 없지 않은가


눈은 영혼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들었다
눈은 영혼의 통로고
눈은 영혼을 담는 알이고
…그러면 나는 영혼이 없다는 것인가?
…그러면 나는 감정이 없다는 것인가?
…그러면 나는…
뭐 사실 그렇다
나는 감정이 없다
감정은 있는데
눈이 없어서 표출하지 못하는 거일수도 있고
그냥 주변환경이 개같아서 그런 거일수도 있긴 한데
그게 그거지 뭐


나와 10개월이나 꼭 붙어지낸 그녀와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도 뭔가가 느껴졌다
기쁨인가?
아니면
사랑?
기쁨이라는 감정이라고 하기엔
내가 눈을 처음 떴을때 느낀 것과는 다르고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고 하기엔
나는 영혼이 없다

…그래 안심이다
나는 그녀와 같이 있으면
아주 잠시나마 그녀의 짝인 그에게 떨어질 수 있었으니까
나는 그를 미워했다


나는 그를 미워했고
그는 그녀를 미워했다
엄청나게

나는 그를 더 미워했어야 했다
그가 그녀를 미워하는 것보다
그래야
그가 그녀를 죽이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태니
그때… 그러니까 그때……
나는 슬픔을 느꼈다
아주 잠시동안

그리고 그 잠시가 지나고
그것은 노여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미워하는 것보다
내가 그를 더 미워하고
내가 그를 더 노여워했으니
그를 죽일수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그를 볼 수 있었고
눈이 없어도 영혼을 가질 수 있었고
영혼이 없어도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눈이 없어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한거였다
그런…거였다
지금까지 나는

기쁨을 느꼈고
사랑을 느꼈고
미움을 느꼈고
슬픔을 느꼈고
노여움을 느꼈고
이젠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그를 죽여서 너무 즐겁다
그리고 이젠
욕심을 느끼고 있다
죽였을때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