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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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날을 기억한다. 검은 달이 하늘에 차올랐을때 나는 그곳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검은 안개가 내 눈을 가렸지만 붉게 피어오른 백일홍이 사람들의 짓궂은 비명소리와 공명하며 내 손을 붉게 물들였다. 하늘에서 떨어진 그 아찔한 빛깔의 소녀, 그녀는 내 누이였다. 생전에 공부 하나만에 깊게 파고들던 그 아이가 왠 듣도보도 못한 회사에 들어가나 했다. 흰 가운 위로 핀 그 우울만을 먹고살던 손목 위의 백일홍은 드디어 그곳에서 독립하고 나와 나의 눈에서 떨어지는 우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더욱 자라나서 이 세상을 물들이길, 저번에는 작고 붉었던, 이번에는 크고 검은 모습의 꽃망울아.

2.
안개를 머금은 벛꽃은 어두운 색을 띈다. 눅눅하게 짓누르는 그 장막이 새하얀 순수를 둘러싸고 소름돋게 노려본다. 그녀도 그랬다. 그녀는 봄날에 핀 이슬빛 벛꽃보다도 새하얀 모습이었고, 평생 흑색 바람에게 덮쳐질 일은 없어보였다. 그런 이를 그 누가 사모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하지만 절제력이 강한 나만은, 피를 향한 욕망과 순수를 더럽히려는 욕망들 사이에서 나만은 꿋꿋이 벛꽃의 옆을 지켰다. 덕분에 애愛 대신 우友라는 한자로 그녀의 곁에서 꽃을 피어낼수 있었다. 평생, 평생 그럴수 았을줄 알았다.

유난히 쌀쌀했던 그날밤이 그녀의 마지막 잎새일줄은 몰랐기에. 그 사고에 무지했기에. 물로 가득찬 세상의 한가운데서 불로 가득찰리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호기롭게 춤추는 뜨거운 열악은 순수를 집어삼켰다. 어두운 불씨가 밝은 벛꽃을 집어삼키며 그 흔적을 지워나갔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 불길을 보고 붉게 춤추는 악의를 떠올렸는가? 결국 내가 본 순수의 최후는 검은 그것이였다. 그날 부모님께 혼나게 되더라도 벛꽃 축제에 같이 가자는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일껄 그랬다.

3.
꿀내음이 내 눈앞에서 화려하게 퍼졌더랬다. 붉은 꿀내음은 고철더미 안을 가득 채우고서는 푸른 벌들을 저 하늘로 놓아주고서 날 감싸안았다. 그 부서진 벌집들은 구석구석에 붙어있는 사고의 쓴맛에 산산히 부서져 천장과 바닥을 가득 뒤덮었다. 마치 붉은 방으로 착각할만큼이나 붉은 빛깔이었다. 그 꿀로 뒤덮힌 홍등가에서 세상으로 걸어나가며 느꼈건 감정들은 무엇이었는가? 핏빛 무채색이 감정없이 새상과 날 분리시켜 걷는것은 발에 달린 목, 뛰는것은 손에 달린 다리, 그리고 죽은것은 감정을 느낄 눈이였으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달궈진 아스팔트 냄새로 뒤덮힌 그 고철덩이들의 연쇄 추돌은 유년기의 소년에게는 벌들의 향연과도 같았기에.

팻말

음악

무진을 따라

유년시절

현실

가면무도회

그리고 암전. 검은 빛만이 눈에 선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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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검은 양복의 행렬이 이어진 그날들, 어째서 난 눈물조차도 흘리지 않은것일까? 그때 장례식장에서 나왔던 투명한 안광의 액체는 거짓이요, 마지막 남은 내 인간성 한줌을 연기하는 기만이라 굉장한 죄악감이 내 목을 휘감고서 심장을 파낼줄 알았다. 하지만 죄악감은 미소지으며 날 쓰다듬고는 저 멀리로 도망쳤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나는 여전히 울지 못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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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한모금 들이켜 줄줄이 따라가는 저 구름의 행렬을 향해 내뱉는다. 저 쪽빛 하늘은 무슨 생각을 할까? 찬 공기가 내 목을 간지럽히는 오늘은 어떤 날일까? 이상의 작은 비행운이 내 눈을 빌려 내게 낙화를 보여줄 오늘은, 정말 아름다운 날이다.
나는야 어둠을 전하는 사나이라네
暗傳
나의 죽음이 모두에게 어둠이 되길 빈다네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운 날이다.
난 이미 자살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날 죽인날 죽인 어떻게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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