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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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D-7

"자 먹어라. 오늘은 이 아저씨가 특별히 좀 더 많이 담아왔단다."

"뀨으웅"

"음… 어디 아프니? 그러지 말고 좀 먹어보렴. 그렇지. 잘 먹는구나."

A███박사의 노트

SCP-999가 먹이로 지급된 m&m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999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뀨아우아우아웅"

이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999의 표면이 미친 듯이 떨리더니 999의 부피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졌다. 동물 세포가 세포막 함입으로 분열할 때처럼 말이다. 세상에, 999가 둘로 나뉘다니…믿기지 않는다. 하하하…

20██/10/██ D-6

"뀨우웅?"

"우오옹?"

"박사님, 살다 살다 999가 둘이 되는 건 처음 봅니다. 이거 이러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증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농담을 그렇게밖에 못하나? 이 요원분께서 아직 신참이라 적응을 못 하셨나 봐?"

"하하하…예, 그런가 봅니다."

A███박사의 노트

SCP-999는 이제 999-1과 -2로 분류된다. 이놈들이 좀 더 늘어난다면 기지마다 배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그 말을 취소해야겠다. 오늘 어제와 같은 현상을 일으켜 999가 넷으로 늘어났다. 좀만 있으면 기지마다 배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분열하는 걸까? 문득 계속 분열하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999가 하는 행동들이 멸망과는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20██/10/██ D-5

"박사님. 저거 하나 데려다가 숙소에서 같이 지내도 되냐고 하면 미친놈 취급받겠죠?"

"음…999는 원한다면 언제든 기지 내를 돌아다닐 수 있으니 지정된 기간 동안은 같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건 왜 묻는가? 하나 키우려고?"

"예. 999가 늘어난다면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음…내가 상부에 건의해 보도록 하지. 나도 하나 키워 볼까…"

A███박사의 노트

999들과 같이 지내고 싶어하는 직원이 999와 숙소에서 같이 생활해도 되냐는 건의를 넣었다. 상부에서는 희망하는 직원은 신청을 받아 선택된 직원들에게 하루에 12시간 동안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접수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맨 처음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제 내가 뽑히기만 하면 된다.

20██/11/██ D-4

"뀨우웅 우우웅"

"아, 이 커피 나 마시라고 주는 거니? 고맙다."

"우오옹 우웅."

'음…커피가 너무 달다. 이거 커피보다 설탕을 더 많이 넣은 맛인데…'

"뀨우?"

'그렇다고 이걸 거절할 수도 없고…하아'

"내가 알려 준 대로 잘 탄 것 같구나. 잘 마실게?"

A███박사의 노트

SCP-999가 512마리로 분열했다. 점점 분열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기지 내에 999들이 돌아다니는데 아직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999의 개체 수 조절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개체 수를 750마리 이하로 제한하기로 결론이 났다. 내 사무실에서 지내는 999가 커피를 타다 줬다. 커피 타는 법을 알려 주니 보이는 사람마다 커피를 타 준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커피를 타느라 사무실이 엉망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음…이놈들한테 분열을 멈추라고 해 보면 어떨까?

20██/11/██ D-3

"음…저기, 그만 분열하면 안 되겠니..?"

"뀨우웅?"

"하아…역시 기대한 내가 바보지…그래도 어떻게 안 되겠니?"

"뀨우? 우우웅…우우앙!"

999가 A███박사를 위족 한 쌍으로 잡아당겼다. 무언가 알았다는 걸 표시하는 듯이.

A███박사의 노트

999가 이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났다. 500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각 처리한다고 했다. 4096마리의 999들이 순간 불쌍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중 500마리는 살 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내 사무실에서 나와 같이 지내는 녀석도 그 행운의 500마리에 들어왔으니 그래도 당장은 안심이다. 근데 이놈은 왜인지 다른 녀석들처럼 분열하지 않는다. 음…혹시 내가 분열하지 말라니까 진짜로 분열하지 않는 건가?

20██/11/██ D-2

"…그럼 999의 소각 절차를 시작합니다. 하아…이놈들을 내 손으로 없애야 한다니…참…"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한 방에 몰아넣고 소각시킨다고 했죠?"

"그래. 우리 임무는 999들을 방 안으로 유인하는 거고."

"음…빨리 끝내고 점심 먹으러 가죠."

"어, 그래. 그럼 시작하자."

SCP-999들이 주로 머무는 구역에 들어가자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999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봤다. 얼굴이 없으니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왜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처다보는 느낌이었다. 정해진 대로 녀석들에게 네코 와퍼스를 뿌려주며 소각장으로 999들을 끌어들였다.

"SCP-999들을 지금 지정된 방으로 유인하는 중입니다. 그래, 그래 그렇지 이 귀여운 녀석들. 후배 씨, 이제 우린 튀어야 될 때가 된 것 같아. 비상구로 빠져."

"쩝. 잘 가라 999들아. 미안하다."

"이제 곧 소각 절차가 시작됩니다. 구역 내부의 요원들께서는 신속히 대피하십시오."

"뀨우앙? 뀨아우아앙?"

999들이 당황한 듯이 소각장 내부를 돌아다녔다. 착잡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어쩔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나와 후배놈은 고개를 돌렸다.

A███박사의 노트

음… 999가 소각장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저놈들을 설득시키면 분열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제안서를 보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4000이 넘는 999들을 어느 세월에 일일이 설득시킨단 말인가. 하나를 설득시키는 동안 다른 녀석들이 분열할 것이고 그것들을 멈추게 하는 동안 다른 것들이 분열해서 결국에는 멈출 수 없게 될 것이다. 곧 절차가 시작된다고 한다.

미친… 불에 닿은 999들이 거대한 물방울처럼 변하더니 서로 합체하고 있다. 999가 처음 분열할 때 만큼이나 충격적이다.

20██/11/██ D-1

"음…오늘 제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지난번 개체 수 조절 시도의 결과는 SCP-999의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하고 거대 999들을 약 300개체나 만드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격리 실패에 민간인에 999가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O5-3, 격리 실패라니요? 제 기억이 맞다면 그것은 안전 등급이지 않습니까?"

"SCP-999는 어제 오후 1시경 케테르 등급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현재 999로 인해 제 19기지와 연락이 두절되었고, 또한 개체 수도 집계가 잘 되지 않지만 약 52만 마리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점은, 지금도 SCP-999는 분열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방금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SCP-999가 6분 전 민간인들에게 목격되었습니다. 지금 각국의 방송사에서 신종 생명체 발견이라는 이름으로 999를 기사에 내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오컬트 연합은 자체적으로 999를 제거하려 시도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SCP-2000의 사용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언론에 노출된 것은 둘째치고 999들의 지나친 번식으로 인한 XK등급 세계멸망 시나리오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까?"

"O5-8, 지금 그것보다 먼저 언론을 통제시키고 광범위한 기억소거제 살포를 실시해야-"

"속보입니다! 지금 SCP-999의 분열로 인해 몇몇 케테르급 SCP와 유클리드급 SCP들이 격리를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혼돈의 반란에서 제 19기지 외 8곳을 습격했습니다!"

A███박사의 노트

으음…아무래도 분열을 멈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내 사무실에 있던 999의 부피가 갑자기 수십 배로 커지더니 (물론 그 과정에서 내 사무실은 아작났다)잘개 쪼개져 수백 마리의 999로 변했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있는 이 기지는 틀려먹은 것 같다. 복도에서부터 분열로 인해 999가 밀려온다. 제기랄. 누런 점액질에 의한 세계 멸망이라니, 마지막으로 (이 이후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음.)

20██/11/██ D-Day

"아, 아. O5-1이 알립니다. 지금 SCP-999로 인해 XK등급 세계멸망 시나리오가 일어났습니다. 정말 웃기는 일이죠. 그 자그마한 점액질 덩어리가 지구 전체를 뒤덮다니요.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몇몇 분들은 999보다 682나 106같은 놈들의 격리 실패를 걱정하시겠죠. 안심하세요. 그들은 이 망할 점액질에 여러분의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파묻혀 있습니다. 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파묻혔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공원감시원 사무소로 가서 그 밑으로 내려가십시오. 예, 그것이 바로 SCP-2000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동시키세요. 기계장치의 신을 깨워 인류를 멸망으로부터 구원하세요. 이제 남은 방법은 그것밖에 없습니다…아, 아. O5-1이 알립니다. 지금 SCP-999로 인해 XK등급 세계멸망 시나리오가 일어났습니다… "

어제부터 계속 이 방송만이 나온다. 반복되는 방송은 공허하게 점액의 파도 사이로 울려 퍼진다. 682? 점액질 속에서 발작적인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버둥거리는 것을 얼마 전에 지나치며 구경했다.

불현듯 지금까지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기지가 아작날 때, 난 그 사이에 끼이지 않고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걸 보면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씨발, 반대일지도 모르지.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불안하게 출렁거리는 판자, 그리고 그 위에서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나.

음…어디까지 했더라….아, 그래… 하여튼 그 와중에 내 수첩까지 잃어버리고. 거기에 유언을 적으려다 그대로 튕겨났었지. 그리고 주황색 쓰나미가 몰려올 때는 근처에 있던 나무판자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지금 이 거지같은 상황에 이른 것이다.

썩을…신은 이럴 때 인류를 구하지 않고 뭐하나. 이 망할 사건의 시작점으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A███ ████. 나무 판자에 내 이름을 새겼다. 이 나무판자 위가 내 무덤이자 묘비가 될 것 같았다.

아, 태양 빛이 강렬하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느낌이다. 이제 다시 깨어날 일은 없겠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무의식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20██/10/██ D+1..?

"자 먹어라. 오늘은 이 아저씨가 특별히 좀 더 많이 담아왔단다."

"뀨으웅"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