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살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재단 생활을 하다보면 아마 두 명으로 늘어날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중에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다.

당시 나는 승진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부사수가 들어왔다. 그렇게 들어온 내 부사수는 새파랗게 젊은 신입이었다. 물론 인재가 차고 넘치는 재단에서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신입은 생각보다 업무를 잘 따라왔다.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다. 마치 머릿속에 모든 매뉴얼과 서식을 집어넣고 다니는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A급, 그것도 A++급이라고 할 만한 신입이었다. 신입이자 후임으로서 모든 것을 갖췄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단 직원으로서 완벽한 것이지, 사람으로서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게 흠이었다.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굳이 걸고 넘어졌고, 모든 것을 규칙에 의해서 처리하려고 해서 문제였다. 선임도, 후임도 그 앞에서는 얄짤없었다. 그런 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으나, 융통성 이외의 다른 결점을 찾을 수 없어 그저 흉을 보는게 전부였다.

어느날의 일이었다. 직원 인사파일을 정리하고 있을 때, 신입이 물었다.

"여기에 붙은 라벨은 무슨 뜻입니까?"

직원 인사파일이었다.

"재단 직원 중에도 변칙적인 현상을 보이는 직원이 있거든. 생각보다 꽤 많아. 대부분은 재단에 입사하고 변한 사람이지만, 변칙적인 현상이 있는 상태로 재단에 입사한 사람도 있어."

그는 인사파일을 넘겼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마 특정 라벨이 붙은 인사파일만 골라본 것 같았다. 한참을 읽던 그는 다시 물었다.

"재단은 변칙적인 물체나 현상을 관리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그는 당연한 걸 물어봤다.

"그렇지."

"그리고 이 라벨이 붙은 직원은 변칙적인 현상을 보이는 직원이 아닙니까?"

이번에도 당연한 질문이다.

"그렇지."

"이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습니까?"

'관리.' 나는 그때 그 단어 하나에 한기를 느꼈다.

"그야 극히 위험한 요소가 없는 이상 대부분은 다른 직원이랑 똑같지. 출퇴근하거나, 아니면 기숙사에서 자거나. 차별 대우 같은 건 없어."

그런 걸 왜 물어보나 하고 의문을 가졌었다. 얼마 안 가 그 의문은 해결되었다.

"재단의 직원은 재단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 모두 격리절차에 의해 관리되어야 할 겁니다."

그러더니 쉬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단순히 젊은 신입의 객기는 아니었다. 변칙적 인원에 대한 사적인 감정도 아니었다. 재단의 이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순수한 강박관념이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내가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던 신입은 최연소 O5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정말로 O5가 되었고, 정말로 그 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O5를 대표해 전파합니다. 현 시간부로, 변칙적인 현상을 보이는 직원은 모두 격리됩니다. 이상."

내겐 힘이 없다. 한 시간 후면 퇴임식이고, 퇴임식이 끝나고 한 시간 후면 기억소거 후 민간 사회로 돌아간다.

그때 그를 말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