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야. 멍 때리냐?"

피투성이에 복부에서 내장이 흘러나온 상태의 내 친구가 내 맞은편 자리에서 건낸 말이다. 어차피 알고 있다. 이건 변칙 개체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거. 나는 조용히 오늘 나온 스프를 떠먹으며 그를 무시했다.

"안 돼. 너가 날 죽인 거 기억해? 말 좀 하자니까?"

안다. 그를 죽인 건 나이며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변칙 개체 제압 도중 복부가 뜯겨나갔으며, 부상 부위에서는 끈끈한 강산성 부식액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를 살릴 수는 없었기에 그것은 내 친구를 위한 마지막 자비였을 뿐이다. 내 친구는 마지막에 그걸 고마워했다. 자신을 죽여준 것을. 그러니 저것은 환상이다. 나를 죽음으로 몰기 위한 사제놈의 농간일 뿐이다.

"잘 생각해 봐. 내가 그걸 원한 걸까? 모든 생명체는 원래 살고 싶어해. 그리고, 나도 그랬어."

아니야. 넌 내 친구가 아니야. 내 친구는 내 손에 죽었어. 내 친구를 모욕하지 마.

"혼자 떠들기도 슬슬 힘든데, 말 좀 해 봐."

어차피 남들 볼 때는 혼자 떠드는 것 처럼 보일 텐데, 이럴 때는 그냥 무시가 답이지.

"노아."

내 이름 부르지 마, 로건. 제발 날 놔줘.


"지금부터 KTE-3125-블랙-랭글, 그러니까 죄악의 사제단에 대한 제압 작전을 시작한다. 먼저 타격대 알파가 건물 정면으로 진입하고, 브라보는 건물 위에서 강하하여 위에서부터 대상을 수색한다. 찰리는 건물을 포위하고 나오는 놈들 있으면 아군 빼고 다 쏴버려. 델타는 건물 기둥에 폭탄 설치하고 철수해서 건물 폭파 명령 내려올 때까지 밖에서 대기. 질문 있나? 그럼 가서 저 사이비놈들을 죄다 쓸어버리자!"

이때는 몰랐다. 그 사제놈들이 그런 끔찍한 놈들일 줄은. 알았다면 애초에 작전에서 빠졌겠지.

"그래서, 그 수프는 맛 괜찮냐? 내가 죽어서 그런가 수프 맛을 느낄 수가 없더라고."

닥쳐 로건. 하여튼 그래서 나는 알파 팀에 있었고, 건물로 진입했다. 그때 그 건물은 그냥 평범하게 생긴 15층짜리 빌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는 알파-8. 건물에 진입했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알았다. 다른 일이 생기면 연락하도록, 오버."

아마 이러고 10분쯤 뒤에 2층에서 KTE-3126-블랙우드-블랙-차일드, 그러니까 검은 광신도가 나왔을 거다. 아마 3~5명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죄송하지만 여기는 개인 사유지입니다. 병력을 철수시켜 주십시오."

"전투 준비. 민준, 보고해."

"여기는 알파-8. 검은 광신도들을 발견했다. 개체수는 넷이며-"

딱-

"병정놀이는 그만하십쇼. 이니유리아 님께서 지금 휴식중이십니다. 지금 당장 철수하지 않으시면 여기 있는 모든 병력을 사살하겠습니다."

아, 그거 진짜 소름돋더군. 손가락 한 번 튕겼다고 사람이 문자 그대로 증발할 줄이야.

"변칙 존재와는 협상하지 않는-"

"그럼 죽으시면 되겠-"

탕-

이때 내가 총을 발사했었다. 그리고 아마 했던 말이…

"인생은 실전이다, 멍청아. 손 빠른 놈이 먼저지."

…좀 부끄럽기는 해. 내가 왜 저런 말을 내밷었지..?

"야. 얼굴 붉어진다. 대체 뭔 생각 하는 거야?"

…저게 또 끼어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