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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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캐롤. 잊은 게 있어서 말이야."

"응?"

"뭐, 시체 위에다가 담요 한 장 덮어주고 와야 해서 말이야. 사람들이 보고 허둥지둥하면 안 되잖아."

"아, 그렇구나. 이해해."

루이즈는 어리벙벙한 바리스타에게서 커피를 다시 받아들고는, 맛을 확인하기 위해 한 입 마셔보고는 단숨에 전부 비웠다. 그는 항상 앉는 자리로 가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새 메시지를 확인했다.

발신자: 펠릭스
열 시까지 가지.

루이즈는 한숨을 내쉬고는 답장을 적었다.

수신자: 펠릭스
저 지금 길 아래편의 커피숍에 있어요

루이즈는 깊은 생각에 잠겨 휴대전화로 턱을 톡톡 쳤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은 어떻게 돼, 루이즈?"

캐롤은 계산대를 비우고는 루이즈 건너편에 앉았다.

"뭐, 당연히 그 시체부터 처리해야겠지. 언제까지나 담요로 덮어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고 나면 내 동생을 추적해야 해. 걘 내가 어디 있는지 아니까, 일단은 녀석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거지. 그래도 게임 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니까 아마 곧 일종의 바보 같은 '비밀 기지'로 정식으로 초대를 할 거야. 항상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데에는 재능이 있는 녀석이었거든. 그러면 다시 약을 먹게 해야지. 한동안 끊었던 게 분명하니까…그다음에는 쩌리들 몇 명 겁줘서 쫓아내고, 그러고 나면 내가 도시를 구한 게 되겠지. 진정한 예술 커뮤니티가 설립될 수 있겠고, 천치와 범인들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지. 뭔가 다른 걸 할 수 있게 될 거야. 뭔지는 몰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걸 만들 수 있겠지. 우린 지금 불결한 정체기에 놓여있어. 열등한 예술가들과 동급으로 묶인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를 깨닫기에는 너무 멍청하거나 노망이 든 인간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우린 그런 부분을 도려내야 해. 바보 같음을 잘라내야 한다고.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 절단-"

"알았어, 알았어. 평소의 업무라 이거지. 미친 예술 뭐 그런 거. 잠깐만 있어 봐, 손님 왔으니까."

캐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가, 주문을 받고는 새 음료를 준비했다. 루이즈는 생각에 잠겼다. 의식의 흐름이 머릿속에서 천상의 무용수처럼 돌며, 수없이 많은 발상을 복잡한 조합으로 엮었다. 대다수의 변칙 예술가처럼, 루이즈의 사고 과정도 그닥 논리정합적이지 않고, 그닥 논리적이지도 않으며, 그닥 제정신이지도 않았다. 어떤 이들은 변칙 예술가들이 현실 파악을 못 한다 말한다. 변칙 예술가들이 현실의 그 무엇 하나도 파악하지 못한다고도 말한다. 현실을 막대기에 비유하자면, 대부분의 변칙예술가는 막대기를 던져버리거나, 조각조각 내버리거나, 불을 붙이거나, 막대기로 다른 걸 때리는 등 그냥 잡고 있는 것만 아니면 온갖 짓을 다 한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분명 애 같으나, 어쩌면 이게 세상에 대한 가장 논리정합적이며 논리적이고, 제정신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왜 그냥 막대기를 손에 쥐고 있는 거로 끝내야 하는가? 왜 막대기를 검이라 해서, 가상의 세상으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단 말인가? 훌륭하게 현실 도피로 빠져들고, 가장 먼저 위험 속으로 쳐들어가며, 자신이나 타인의 삶을 숭배하지 않으며 살아가라. 만약 세상이 전부 무대라면, 살인은 조연 캐릭터를 없애는 것에 불과하다. 플롯이 사람보다 더 중요하며, 줄거리의 가치가 그 어떤 배우보다도 크다. 대중은 죽으라 해라. 공연을 지속해라. 루이즈는 휴대전화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절대 막대길 잡지 마

"루이즈."

루이즈는 미소지은 채로 펠릭스를 올려다보았다.

"펠릭스! 시체 처리해줄 수 있는 사람 알아요?"

펠릭스가 얼굴을 굳혔다.

"그래, 알고 있지. 아마도. 자네 결국 그를 죽인 거로구만?"

"아, 아뇨. 전 안 죽였어요."

"맞아, 자살하는 거였지. 잊고 있었네."

"아, 아뇨 아뇨 아뇨, 그런 일은 결국 없었어요. 제 동생이 죽였거든요. 머리에 총알을 박아가지고."

펠릭스가 얼굴을 더 딱딱하게 굳히고는 루이즈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새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네 동생은 어젯밤 바빴어. 전시회에서 꽤 성대한 쇼를 선보였다네."

"뭘 했는데요?"

"뭔지는 몰라도 양복네들이 와서는 도시 절반에다가 기억 지우는 가스를 뿌려댔지. 안타깝게도 나도 기억은 하지 못한다만, 내 친우는 방독면을 쓰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네. 일이 끝나고 내게 무슨 일이었는지 알려줬지."

"흐으음."

펠릭스는 계속 전화기를 두들겼고, 루이즈는 생각에 잠겼다. 피코가 양복네들의 주의를 끌었다. 혹시 강력 탄압을 유도하려는 거였을까? 그러면 피코가 생각하는 최종 단계는 뭐란 말인가? '비평가'를 죽인 이유는? 어쩌면 루이즈를 괴롭히려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루이즈는 '비평가'의 통제를 산산조각내고, 사회를 유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를 죽이려 했다. 정리정돈의 복수도 하나의 이유였다. 어쩌면 피코도 같은 이유에서 움직였을까? 만약 광기에 방법론이 있다면,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럼 그는 어떻게 죽어야 했던 건가?"

"뭐요?"

"'비평가' 말일세. 어떤 식으로 자살해야 했던 건가?"

"아, 사소한 바보같은 거에요. 전기의자였죠."

"스위치는 어떻게 내리게 하려고 했고?"

"제 전시물이 둠스데이 머신이라 말해줬죠."

"변칙적인 게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현실을 박살 내지 않는다고 했었죠. 취약점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하면 놀라겠군요, 펠릭스. 그냥 거기다가 독창성만 조금 부리면 된다구요."

"그래서 어떻게 변칙적이지 않은 둠스데이 머신을 만든 건가?"

"안 만들었죠."

"안 만들었다고?"

"안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자네가-"

"그게 둠스데이 머신이라 말했다고 말했죠. 그 인간은 조사를 해보더니 제 말을 믿었어요. 굳이 현실을 박살 낼 필요 없이, 그럴 수 있다고 확신만 시키면 됐어요."

"흥미롭군."

루이즈는 주머니에서 동전 한 닢을 꺼내 들고는 손가락 위에서 돌렸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펠릭스. 지난 수백, 심지어는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마술이라는 개념에 매료됐어요. 물리법칙을 위배하고, 제 의지와 변덕에 따라 세계를 조작한다는 그런 생각에요. 이제 우린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 신이나 우연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칙을 어길 수 있게 되었어요. 저 하늘 위에 있는 남자한테 엿을 날리면서요. 예전에는 이런 방식이 아니었어요, 펠릭스. 예술적 취약점은 비교적 최근의 유행이에요. 어떻게 시작된 건지 아시나요?"

"모르네."

"워홀이었죠. 현대 취약점 도구의 대다수는 그의 스튜디오로 거슬러 올라가요. 워홀은 훌륭한 세일즈맨이었고, 제 작업실을 시연으로 채워서 명성을 얻었어요. 그러니 당연하게 '클럽'이 문을 닫게 했고, 그때부터 워홀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잠깐, 그러니까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거야?"

"아마도요. 그치만 그건 별 상관없는 이야기에요. 예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말이에요, 펠릭스. 취약점을 찾는 것보다 마술이 더 오랫동안 존재해왔어요. 물론 손에서 전기를 내뿜는다든가 하는 그런 마술은 아니고요. 간단한 착각 정도죠."

루이즈는 손가락 위에서 손바닥으로 동전을 떨군 뒤, 주먹을 꽉 쥐고는 펠릭스에게 아무것도 없는 손을 펴 보였다.

"보시면 알겠지만 마술사들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말하면서 평범한 방법으로 해내죠.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그 말에 사로잡혀요. 바로 그게 제가 예술가 전반이 쏟아내는 것들보다 이거에 더 큰 존경을 보내는 이유에요. 그냥 연기랑 거울만 가지고 불가능을 행한다 이 말이죠."

루이즈는 펠릭스의 귀 뒤에서 동전을 가져왔다.

"제겐 이게 더 흥미로워요. 우리 같은 사람에겐 실제로 불가능을 행하는 게 지루하죠. 실제로 현실을 박살 내는 것들을 한데 모아놓는 건 저급해요. 하지만 불가능한 짓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같은 효과를 얻는다면, 그게 더 놀라운 거죠. 전 이 동전을 작은 주머니 차원으로 보내, 이 세계로부터 내보냈다 들여보냈다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당신은 그 방법과 그냥 동전을 팜(palming)한 걸 구분하지 못할 거예요. 바로 그게 제 요점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죠. 불가능이라는 놈은 평범할 때 더 흥미로워지는 거예요. 스테이지 매직이나 스트리트 매직이 전부 우리가 회귀해야 할 근본이라 이거죠. 그중에 변칙적인 건 없어요, 펠릭스. 전부 연기와 거울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죠."

"연기와 거울?"

"조심스레 짜인 트리거요. 최면술사들이 하는 짓이랑 같고, 예상할 수 없기에 기발하죠. '비평가'는 불가능에 맞서 싸울 거예요. 약물과 싸우고, 정보재해와 싸우고, 아니면 정신자 따위와 싸우겠지요. 그가 예상하지 못하는, 그가 대처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평범한 거예요. 일단 방에 들어서면, 제가 접근해서는 주변을 둘러보게 하죠. 톱날은 돌아가면서 완벽하게 공명하는 소리를 내고, 보여주는 톱날은 무게중심이 어긋나있어서 그의 중력 감각도 변하게 되고, 제가 불을 켜면 전등이 정해진 순서대로 깜빡이면서 '비평가'의 시선을 이쪽저쪽으로 이동시키죠. 그러면 반사적으로 원초적인 투쟁 도피 본능을 일으켜 무의식중에 화학물질이 잔뜩 나오게 되고, 신체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죠. 그러면 제가 할 일이라고는 그가 듣고 싶어 하는 걸 말해주는 것뿐이고, 그러고 나면 '비평가'는 제 손안에 든 찰흙에 불과하게 되죠. 그는 꼭 양처럼 제 안내를 따랐고 뭣 하나 눈치채지 못했어요. 승리는 그를 자살로 몰고 가는 것에 있는 게 아녜요. 그를 관중으로 아주 완전하게, 완벽하게 매혹시켜 제 통제하에 두고, 제 말을 진실이라 믿으며 목숨까지 희생시키도록 조종하는 데에 있어요. 이얏호는 전시품이 아니라, 단 한 명의 관중을 위한 행위 예술이에요. 불가능을 다루던 남자에게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거죠. 반-변칙예술 변칙예술가의 예술이랄까요."

루이즈는 책상 위에다 제 손바닥을 펼쳤다. 수백 개의 동전이 책상 위로 짤그랑거리며 떨어졌다.


"몰리! 이제 가야 해!"

"잠깐만, 모자만 좀 싸고!"

"걍 버려! 이제 가야 한다니까!"

오버갱이 조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사람들한테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라 말해뒀어. FTF는 자기네 투어를 계속할 거니까, 어쨌든 간에 여길 뜰 거였고. 뭐, 신규 멤버 세 명이랑 함께하지만 말이야. 닙먼은 우리가 불러서 온 것뿐이고, 그 영국인은 집으로 돌아갔고, 다른 사람들도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 같네. 다들 탠이 추적할 수 없게 전화번호도 바꾸고 있어. 물론 아스홀은 빼고 말이야. 걘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으니까."

"신경 쓰는 적이 없지. 너도 물론 함께 오는 거지?"

"그래. 부모님이랑 함께 사는 데엔 이제 질렸거든. 내가 떠난다니까 아빠가 기뻐하시더라."

"그래. 잘됐네. 젠장, 결국에는 방랑 생활을 하게 되는구만."

리타는 캐리어를 끌면서 현관문으로 걸어 나왔다. 격자무늬가 있는 초록색 치마와 함께 학생 차림을 하고 있었다.

"전부 챙겼고 갈 준비 됐어, 얘들아."

조이는 그의 머리를 토닥였다.

"너 진짜 학생 같은 걸."

"나 진짜로 학생이야, 조이."

"그렇겠지. 가족들이랑은 얘기 다 끝났어?"

"당근이지. 그냥 밤중에 친구네 집에 가는 거야. 당황하겠지만, 어떻게 잘 넘기겠지. 아마도."

조이와 오버갱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나눴다.

"정말 이걸로 좋은 거야, 리타?"

"엄마랑 아빠랑 붙어있다고 그 사람들이 한밤중에 날 낚아채 가지 못할 것 같아?"

"일리 있네. 이제 가야 해, 몰리. 서둘러!"

"아직 모자 싸고 있어!"

오버갱이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도대체 모자가 얼마나 필요한 거야? 머리는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야. 리타, 넌 모자 몇 개나 챙겼어?"

"네 개. 뭐, 작은 장식용 모자까지 친다면 일곱 개."

"젠장. 도대체 너네 여자들은 모자랑 무슨 관곈 거야?"

"넌 선글라스 몇 개나 챙겼어, OG?"

오버갱은 제 상징적인 선글라스를 부자연스레 고쳐 썼다.

"열두 개."

"선글라스 열두 개라. 난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뭐, 나도 모자는 하나도 없거든!"

조이가 끼어들었다.

"자, 너네 둘 서로 모자든 선글라스든 팬티든 빌려줘도 돼. 일단 떠나고 말이야!"

"알았어, 지금 가!"

몰리가 양팔에 불룩한 여행 가방 두 개를 끌어안은 채로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플로럴 드레스 위에 걸쳐진 기다란 붉은 깃털 목도리와 땋은 머리는 히피와 보헤미안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몰리가 바닥으로 내려오자 조이는 가방 중 하나를 손에 들었다.

"너가 리타지, 그렇지?"

"그래. 넌 몰리고?"

"응! 만나서 반가워."

둘은 악수를 했고, 몰리가 조이와 오버갱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너넨 좀 참을성을 키워야 해. 숙녀를 재촉해선 안 된다고."

오버갱은 죄지은 것처럼 목을 문질렀다.

"알았어, 알았어…"

"운전은 누가 해?"

"조이."

"하, 퍽이나. 열쇠 내놔."

리타는 넷이 밖에 주차된 밴을 향해 걸어가며 미소지었다. 처음으로 학교를 떠나고, 이사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분명한 의미가 있는 걸 만들고,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킬 것이었다. 자신들을 진정 이해할 이들과 만나고, 중무장한 맨 인 블랙들로부터 계속해서 도망 다니게 될 것이었다. 딱 가족 여행과 같을 것이다. 더 흥미롭다는 게 차이점이겠지만. 앗싸, 리타는 뒷좌석에 뛰어들어가며 생각했다. 정말 재미있을 거야.


"당신 친구 시간이 좀 걸리네요."

"아마 바쁜 거겠지. 그냥 기다린다고 뭐 나쁠 건 없잖는가."

펠릭스는 루이즈가 루빅스 큐브를 맞추는 걸 앉아서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 시첸 어디 있는 건가?"

루이즈는 아무렇게나 방 반대쪽에 놓인 담요가 덮여있는 시체를 가리켰다. 펠릭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체로 향해, 조심스레 윗부분을 거뒀다. '비평가'의 얼굴엔 아직 눈이 휘둥그레 떠진 채로 놀란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펠릭스는 시신의 눈꺼풀을 감긴 뒤, 박살 난 채광창을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그는 저기서 쏜 건가?"

"넵."

"유리는 어디 갔는가? 바닥이 파편으로 덮여 있어야 할 텐데."

"제가 치웠어요. 유리 조각은 위험하잖아요. 누가 밟으면 어떡해요."

펠릭스는 눈을 굴리고는 방 안에 가득 들어찬 죽음의 덫들을 가리켰다. 루이즈는 루빅스 큐브에 정신이 팔려 보지 못했다. '비평가'의 모자는 여전히 본인의 머리에 씌워져 있었고, 앞부분에 흠잡을 것 없는 원형의 구멍이 뚤려있었다. 펠릭스는 모자를 벗기려다가 멈췄다.

"펠릭스."

펠릭스는 몸을 돌려 마스크를 쓴 채로 입구에 서 있는 키 큰 이를 마주 보았다. 루이즈는 제 루빅스 큐브에서 시선을 올렸고, 그 즉시 경외감과 혼란스러움에 사로잡혔다. '청소부'의 검은 트렌치코트가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다리 쪽에서 펄럭이며, 부풀어 올랐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루이즈는 '청소부'의 검은 눈구멍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동공이 커지고, 혓바닥이 사포처럼 마르고 꺼끌꺼끌하게 느껴지며, 허파가 불붙은 것처럼 느껴졌고 손발이 저리고 차가워져 왔다. 살면서 처음으로 루이즈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영혼이 부서질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뭐, 그게 아니라면 사랑일 것이다. 어쨌든 두 감정 모두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었으며, 들은 바로는 두 감정은 아주 비슷한 것 같았다. 여기 자신을 난제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구원의 도구가 있었다. '비평가' 최후의 의식을 준비해줄 이. 루이즈는 무심코, 그의 예술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객관적으로 진실인 것을 입 밖으로 뱉었다.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루이즈는 일어서서 '청소부'에게로 걸어가, 멍청하게 미소지으며 다 맞춘 루빅스 큐브를 건네었다. '청소부'는 혼란스러운 마냥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루빅스 큐브를 받아서는 트렌치코트 안쪽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방독면 격판을 통해 흘러나온 목소리는 아주 불분명하여, 어찌 보면 기계음 같기도 하지만 루이즈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당신은 한때 혼돈이 있던 것에 질서를 가져와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루이즈는 할 말을 잃은 채로, 미소만 더 크게 지었다. 펠릭스가 끼어들었다.

"시체는 저쪽이라네, 청소부."

'청소부'는 몸을 돌려 담요로 덮인 시신으로 향했다. 그는 조심스레 담요를 걷은 뒤, 접어서는 의자 주변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시신의 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뭔가 중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는 지갑을 꺼내 들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단순히 텅 빈 지갑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빳빳한 마분지가 삽입되어 지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완전히 새것이었다. '청소부'는 지갑을 담요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펠릭스에게로 몸을 돌려, 확인 차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전 이 시신을 옮기면 되는 겁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말일세. 미안하구만…뭐, 나보다 그를 더 잘 알아왔잖는가."

"그를 더 잘 알고 못 알고가 아닙니다. 전 단지 그가 무엇인지 알았을 뿐입니다."

'청소부'는 시신으로 다시 몸을 돌려, 장갑 낀 손으로 옷을 훑으며 숨겨진 소지품이 있는지 찾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는 펠릭스와 루이즈를 보았다.

"눈을 돌리십시오. 금방 끝날 겁니다."

둘은 몸을 돌렸고, '청소부'가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이즈는 뼈가 부서지고, 살이 뭉개지며, 불길이 타오르고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곧, 바로 다음 순간에, 전부 사라졌다.

"끝났습니다."

루이즈는 돌아보았다. 시신이 사라졌다. 거기다가 옷, 담요와 지갑까지 모두 사라졌다. '청소부'는 의자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비평가'의 것 중 남아있는 거라고는 그의 회색 페도라 뿐이었다. 페도라는 한때 육신이 앉아있던 곳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전 그 모자를 없앨 수 없습니다."

루이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마스크 쓴 거인의 능력 밖에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란 것이었다.

"왜죠?"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거면 됩니까, 펠릭스?"

'청소부'는 몸을 일으켜서는 펠릭스를 마주 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그래. 정말 고맙네. 언제나 그렇지만 또 빚을 졌구만."

"갚을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빠르게 회수하러 올지도 모르니까요."

펠릭스가 낄낄대는 동안 '청소부'는 빠르게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루이즈는 계속해서 그 회색 페도라를 노려보았다.


"샘!"

"팀?"

'작곡가'는 제 사무실에서 신스 은행 작업을 하던 도중에 '조각사'가 뛰쳐 들어와,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우리 좆됐어, 샘. '절단사'가 제멋대로 어젯밤에 모두를 엿먹였어. 양복네들이 사방에 깔렸고, 또…씨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을 거야. 좋지 않았어. 양복네들이 밥이랑 로보를 끌고 가 사라졌고, 펠릭스는 튀었고, 샌디는 아직 병원에 있고, '비평가'는 그 씨발 놈의 전화를 받을 생각을 안 해."

"씨발. 그러니까 너랑 나뿐이라는 거지, 그렇지?"

"나랑 너…하. 뭐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조각사'는 '작곡가'에게로 다가가, 칼을 '작곡가'의 목에 깊게 쑤셔 박았다. '작곡가'의 눈이 충격에 커졌다. 비명을 지르려 입을 움직였으나, 나오는 건 피뿐이었다.

"쉬이이이, 쉬 쉬 쉬…말하려 하지 마. 뭘 말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네가 네 노래에다가 붙이는 거지 같은 설명들만큼이나 멍청하고 식상할 테니까 말이야."

'작곡가'는 소리 없이 입을 우물거렸고, 곧 눈이 뒤집어졌다.

"전부 계획의 일환이야, 샘. 걱정하지 마. 우린 좆되지 않았어. 너가 좆된 거지. 난 이 지랄을 존나 완벽하게 해낸 거고. 그래, 그래. 샌디한테 그 연극을 준 게 바로 나고, 루이즈한테 덮어씌운 것도 나고, 그 게으른 씨발 놈들 밥이랑 로보를 보내서 붙잡히게 한 것도 나야. 만약 내가 펠릭스한테 붙여놓은 도청기가 아직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라면, '비평가'도 죽은 거지. 그러면 내가 바로 골목대장이 되는 거야…청소를 좀 끝내고 나서 말이지. 그 쌍놈 루이즈가 나보다 먼저 수를 뒀고, '절단사'는 속임수 게임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자기라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 건방진 쥐새끼들이 잘 계획된 쿠데타를 거의 망칠 뻔했다 이거야. 그래도, 결국엔 너네 전부를 속여 넘겼잖아. 마지막까지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나야. 이렇게 끝날 거였어."

'조각사'는 '작곡가'의 목구멍에서 칼을 뽑아내고 시신을 바닥에 떨궜다. 그는 칼날에 묻은 피와 살점을 털어내고는 조심스레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내가 제일 먼저 왔어, 씨발 놈들아. 내가 가장 먼저 했다고. 내가 이 판을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너네가 감히 날 수 많은 이들 중 하나로 만들어? 그렇게 되는 게 아니야.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난 너보다 에 있어. 내가 한 것들에 비교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 알아들어? 알아들어?"

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조각사'는 미친 듯이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목에 뚫린 상처에다가 분노에 찬 시선을 보냈다.

"시발 그럴 것 같았어."

'조각사'는 방에서 걸어 나가, 샘의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썩어버려, 결국 잊히게 두었다.

하나 중 셋은 전쟁의 서막이다
둘 중 셋은 반격이다.
셋은 마지막 희망이다
확대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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