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궁정에서

결코 본 적 없는 종류의 새가 날아왔다.

깃털은 검고 희었고, 눈은 호박이 박힌 것처럼 크고 노랗다. 진한 와인색의 꽁지를 늘어뜨린 그 새는 욕망의 영토 안으로 날아들어왔다.

욕망의 영토는 거대한 인간의 육체이다. 어쩌면 욕망 그 자신을 닮은. 욕망은 그 육체의 신전 안에 거주한다. 대성당 보다 큰 눈알의 수정액에 잠겨있던 욕망은 영토 안으로 들어온 무언가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허락 없이 무언가가 영토 안으로 침입한 일이 언제였던가. 욕망은 잠시 생각에 빠진다. 뭐, 인간 이전의 시대에 일어났던 일이라고만 해두자.

허락도 없이 본인의 영토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끼는 건 잠시, 새가 가져온 전언을 느끼고 그 감정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욕망은 눈동자 바깥으로 손을 뻗고, 새는 욕망의 손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별의 먼지와 박테리아, 한갖 살덩이와 신의 육신을 결합하는 존재시여.

육욕과 갈망. 불화와 죄악과 고귀함 그 자체인 존재시여.

최초의 별을 움직인 분이시여. 별과 우주를, 세계를 한 묶음의 불덩이에 취하게 한 존재시여.

만물의 끝이 당도할 때 그 앞에 서있을 존재시여. 그 책임이 다할 때까지 영원할 일곱 중 하나의 존재시여.

무광의 바다가 넘실대고 황금빛 하늘에 검은 별들이 춤추는 곳.

왕의 입을 빌리어 몽환의 알라가다에 그대를 초대합니다.

이곳은 본디 당신의 영역에 속해있습니다.

부디 이 보잘 것 없는 도시의 미약한 쾌락과 오락을 즐기다 가주시길.

저희는 그분의 끈에 목 매달려 죽어가고, 이 궁정은 당신의 손아귀 위에 춤추고 있으니.

- 목 매달린 왕의 목소리, 알라가다의 대사Voice of the Hanged King, Ambassador of Alagadda

초대였다. 욕망의 의무에 감사를 표한다는 자가 전하는.

알라가다. 욕망의 금빛 눈동자가 일렁이고, 어두운 미소가 흘러나온다. 마치 자신만 알고있는 오래된 비밀을 내비치는 듯이.

욕망은 도시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있었다.

욕망은 이 전언 뒤에 도사린 음모를 알고있었다. 왕의 의사는 이 전언에 포함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사의 그 더럽고 추한 공작도 알고있었다. 알라가다는 욕망을 환영할테지만, 그 환영은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닐터였다.

모든 면에서 고려했을 때, 초대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도시로 들어가는 방법엔 몇가지 선택지가 존재했다.

초대에 정당히 응하여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었고, 일전에 알아둔 쿨마나스의 틈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다.

첫번째 방법은 같잖은 정도이긴 하나 약간의 위험을 부담해야 할 것이고, 두번째 방법은 초대받은 귀빈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긴 하나 잠깐의 염탐으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편지에 쓰인대로 그곳은 욕망의 영토나 다름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목 매달린 왕의 영토이고, 다시 엄밀하게 말하자면 대사의 영토나 다름없지만, 그곳엔 욕망의 의무가 강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욕망은 더 이상 고민할 것 없이 수정액 속에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고, 별의 와선을 그리듯 창백한 다리를 뻗었다.

그러자 욕망의 발 끝은 따스하고 붉은 바닥에 닿았고, 어느새 욕망의 몸은 영토의 심장부에 서있었다.(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심장 속에 서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이 박동치는 붉은 공간에서, 욕망의 하얀 육체와 요동치는 붉은 공간의 배경은 완벽하게 선명한 색의 대비를 이루어 욕망의 육체를 아름답게 조명했다.

황금빛 눈동자가 빛나는 얼굴에서부터

새하얀 목덜미와 어깨가 완벽한 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단단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조각 같은 몸을 덮어내려

다리부터 발 끝까지 아름답고 관능적인 선이 만들어 내었다.

욕망은 영원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만큼의 예를 갖춘 예복을 갖춰입어 그 호색한 나체를 가리고, 천천히 공간을 거닐며 몇가지의 간단한 연금술 공식을 떠올렸다.

욕망의 머리 속에서 주홍색 불꽃이 타오르고, 분열하고, 달을 꺼트리고, 마침내는 씻겨내려져감과 동시에, 욕망의 눈 앞에 도가니가 끓어오르는 듯한 소음과 함께 일그러진 통로가 나타났다.

욕망의 눈동자가 한차례 기만과 멸시의 눈빛으로 타올랐고, 욕망은 비틀린 공간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사라졌다.

이제 오직 붉은색만이 남은 텅 빈 공간은 공허한 맥동만을 울리며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세계 사이의 공기는 차갑다.

그 틈새를 가로지르는 시간은 고작 몇초에 불과하지만, 욕망은 그 짧은 순간 사이에 영혼이 떨어져 나가는 오한을 느낀다.

그리고 고독을 느낀다.




틈새의 끝을 찢고나온 욕망은 알라가다의 땅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온전한 세계의 온기에 감사를 느꼈다.

알라가다에 들어서자마자 욕망의 안면에 화려한 가면이 씌워졌다. 알라가다라는 도시만의 특수성일지라. 욕망은 생각했다.

그 검고 수려한 가면은 욕망의 번득이는 황금빛 눈을 둘러싸고, 그 빛을 한 점에 집중시켰다.

욕망은 가면을 벗을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도시의 특수성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 가면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욕망은 가면 너머로 도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