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그대의 방광

그야말로 10cm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유선형의 유기체가 Q의 방광에 스며드는 동시에 그가 환희에 가까운 어떤 절정을 느꼈을 때는 바야흐로 세상이 밝아오는 새벽 다섯시 삼십오 분이었다. 그때 그는, 밝음과 절정이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깨달았다. 그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수없이 바라오던 깨달음이었다.
Q는 자신이 한 법장을, 세상 속 가장 만연하고 가장 속절 없는 진리를 담은 법장을 열고 있다는 것도 직감하고 있었다. 마치 승려가 된 듯이 그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 무엇에 비는지는 그 자신조차도 몰랐다. 어쩌면 이는 방광 속 구피들의 버둥거림과 생의 아름다움, 진리의 밝음에 비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새벽빛 속에서 중얼거렸다. 옴 아라남 아라다. 옴 아라남 아라다. 법장을 여는 진언, 옴 아라남 아라다.


청소부를 포함한, SCP-157-KO의 격리업무에 할당된 모든 인원들은 SCP-157-KO의 변칙성에 대해 적절히 교육받은 상태여야 한다.

그가 물고기에 대해서 알게 된 순간은 그의 친구인 F가 지나가는 어투로 ‘방광딸 물고기’에 대해 말했던 그 저녁이었다. F는 창 너머로 저녁 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을 배경 삼아 담담하게 하라는 공부는 안 하며 방광에 구피 아홉 마리나 쳐넣고 드라이 오르가즘을 즐긴 성욕의 선구자 병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선구자들의 모험담은 예상 외로 저녁놀과 두루치기에 어울렸으므로 Q는 고기를 집어먹다 말고 구내 식당 직원에게 불판을 좀 교체해달라고 요청했고 불판이 갈아치워지는 동안 그는 F에게 조용하게, 우리도 해볼까? 라고 속삭였다. F는 아주 긍정적인 얼굴로 대답했다.

이 미친 또라이 새끼야.

이건 엄청난 기회라고!

네 정신머리가 엄청난 건 알겠는데.

들어봐.

Q는 들어봐, 로 시작하여 장장 두 시간의 열변을 토했으며 이는 대체로 자위의 참신성, 용기, 자유 의지, 세태 변화, 반문화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 차 있었고 논리에 합당했다. 그의 정의로운 연설에서 띨띨이 고딩들은 어느새 기득권층의 교묘한 지위 대물림에 방광딸로써 대항한 투사들이 되어 있었다. Q는 강인한 표정으로 썩어빠진 체제에 투쟁한 그들을 존경하는 뜻에서 여러 번 방광딸을 외쳤다. Q의 말에 따르면, 방광딸은 더 이상 그 자체의 뜻만이 아닌 선구자들의 굳센 심지를 드러내는 구호란 것이었다. 구내 식당에 그 고귀한 한 단어가 울려퍼졌다.

방광딸, 방광딸, 방광딸!

아 이 또라이 진짜.

이에 대해 F는 여전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누가 볼까 봐 옷깃으로 얼굴을 가린 그의 입에서는 종종 아 이 미친 새끼 얌전히 고기나 처먹을 것이지, 라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고 가끔 Q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주위를 살피며 닥쳐 이 새끼야, 로 그를 격려했으며 마침내 소주잔을 Q의 머리를 향해 던지는 것으로 완벽한 교양 있는 청중의 소양을 보여주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완벽한 의견 합치는 아니었으나 꽤 생산성 있는 토론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정 못하리라. 둘은 반쯤 만족한 상태1 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걸었다. 기지가 그러하듯 숙소는 산 속에 있었고 둘은 말 없이 얼굴로 날아드는 날벌레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반쯤 왔을 때, Q는 취해서 F에게 소리쳤다.

해보자고!

뭐, 자살을?

아니 우리도 저항!

저항 같은 소리하네 옴 같이 생긴 새끼가.

실제로 옴 같이 생긴 Q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낄낄댔다. 어둠이 추적추적 내린 산 속은 벌레 같은 별들이 마구잡이로 떠다니고 있었고 그 중 몇 개는 진짜 벌레였다. 별은 손 닿으면 잡을 것같이 낮게 깔려 있었다. Q는 무의식적으로 하늘로 손을 뻗었다가 날아다니던 딱정벌레의 배를 만지고는 손을 내렸다. 딱정벌레와 Q 둘 다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서로는 각자의 길을 갔다. 멋진 밤이었다. Q는 산 내음과 풀 숲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D계급 사체의 향긋한 사취를 맡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F에게 다시 외쳤다.

해보자!

아니 씨이벌 꺼지라고. 너한테 말한 내 잘못이다.

그건 당연한거고, 그냥 시도만 해보자 이거야.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거 SCP야! 네가 원한다고 함부로 격리 파기하고 그럴 수가 없다고. 게다가 넌 어제 배송받은 SCP-504 표본도 간수해야하잖아!

야, 우리가 누구냐? 넌 그 물고기 격리 담당자, 나는 기지 정보부 요원. 힘만 합치면 뭐든 할 수 있어! 토마토 그건 제쳐두고 말야.

너 같은 새끼를 대체 정보부로 왜 뽑은 거야?

내 열정 탓이지.

옘병을 아주 트위스트로 떨고 있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말이 오가는 가운데 Q의 적극적인 공세와 다가오는 인사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건전하고 청렴한 보상 제시로 둘 사이의 의견 대립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유일한 조건 변화는 오직 이를 수행하는 사람은 Q 혼자라는 것이었다.2 Q는 자신의 반골 기질을 F와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으나 더 밀어붙이면 어느 날엔가 산 속에 D계급이랑 같이 매장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다. F는 숙소로 돌아가며 가운뎃손가락을 올려보였고 Q는 두 개의 가운뎃손가락을 올려보이며 밝게 웃었다. 다가올 날이 기대되는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둘의 공작은 시작되었다. F가 격리실에 출입하는 동시에 Q가 기지 CCTV 관리실에 들이닥쳤다. CCTV 화면이 가득 찬 방에서 책상에 발을 올리고 MBA 경기를 보면서 낄낄거리던 담당 요원이 칩입자를 발견하고는 의자에서 넘어지며 허우적댔다. Q가 씨익 웃으며 말을 걸었다.

친구, 일이 바쁘지?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Q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잔뜩 겁먹은 요원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번 근무는 내 재량으로 휴식으로 교체되었어. 나가 봐. 그리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고.

Q는 이런 행운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밖으로 뛰어나가는 요원을 뒤로한 채 자리에 앉았고, 이내 화면에서 SCP-157-KO 격리실을 찾아냈다. F가 요원들과 함께 격리실로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F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실험 시작하지. 강 연구원, SCP-157-KO 개체 둘을 수조에서 꺼내주겠나?

실험은 세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SCP-157-KO가 수중에서 인간 종을 감지하고, 방광으로 이동하는 기작에 대해서"를 파악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실험의 성패는 중요치 않았다. Q는 눈을 부릅뜨고 F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관찰했다. 실험이 막바지에 이르자 F는 슬쩍 준비한 물통에 개체 둘을 집어넣고는 시치미를 떼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구피 시체 둘을 실험용 수조 바닥에 흩뿌렸다.

뭐야, 사망했잖아. 아무래도 인조 방광이 너무 좁은 모양인데. 먹이도 없고 말일세.

아! 에라이, 그런가 봅니다. 아깝게 되었군요.

강 연구원이라고 불린 인원이 F의 말에 수긍하며 수조를 노려보았다. F는 헛기침을 하며 CCTV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았고, Q는 기운차게 의자 위에 올라서서 방광딸을 열창했다. 폐쇄회로 카메라 관리 요원은 사실 꽤 유능한 편이었고, 따라서 근처에 있던 인원들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Q 자신을 제외한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다. Q의 열정적인 부르짖음이 끝나는 동시에 화면에서 F가 격리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Q는 쾌재의 웃음을 지으며, 동시에 밖을 나섰다.


뭘 어쩌라굽쇼?

토마토 간수라고 말했잖나.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게 자네 맡은 바 임무기도 하고.

Q의 얼굴에는 이제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오후 6시. 숙소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각은 멀었으며 그 간극을 오로지 저항의 물고기에 대해 생각하며 보낼 작정이었던 그의 의식을 방해하는 것은 외교부 차장의 짜증나는 독촉이었다. 그 빌어먹을 토마토.

차장과의 대담이 끝나고 Q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SCP-504 표본이 있는 간이 격리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젠 외교부 마크만 봐도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정보부 인원에게 대체 뭘 바라는 걸까. 그는 모퉁이를 지나며 벽면에 기대어 있는 외교부 마스코트인 물음표 마스크를 한 남자의 등신대를 목을 꺾어 부숴버렸다. ‘격리불가’라니. 하여간에 외교부 놈들 작명 센스 꼬라지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