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올 때까지 앉아있기

창 밖에 도시는 잠들었고, 나는 빠르게 시간을 잃고있다.

TV에서는 옛날 영화인 지 드라마인 지를 틀어주고 있다. 내용은 진작에 놓친 지 오래다.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나오고 있는데, 원래는 셋이었던 것 같다. 그 한 명은 죽었던가? 모르겠다. 뒤늦게 내용을 따라잡아보려 하자 문득 지루함이 밀려온다. 그러니까, 원래도 지루했지만 더 지루해졌다. 난 그냥 TV를 꺼버렸다. 갑작스레 찾아온 어둠에 눈이 급하게 적응하려 했다. 노력은 가상했지만 아직 눈 앞에 빛의 얼룩이 깜빡대고 있었다. 어둠이 그 얼룩 마저 지워버리자, 그제서야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주전자에 커피가 남아있던가? 주방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시야에는 어둠 밖에 안 들어왔다.

확인하고 싶었지만 더부룩한 몸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깨닫고보니 커피가 목 밑까지 찰랑대고 있었다. 내가 커피를 몇잔이나 마셔댄 거지? 나도 모르게 내 앞에 놓인 머그잔으로 눈이 굴러갔다. 마지막 몇 방울을 게걸스레 핥아먹은 기억이 있었다. 머그잔은 비어있지 않았다. 안에는 어둠이 들어차 있었다. 들어올렸다간 넘쳐버릴 만큼. 생긴 건 꽤 닮았지만 이걸 마실 순 없는 노릇이다. 더 들어갈 자리도 없고 말이다. 이만큼 마셔댔다면 필시 주전자도 바닥을 드러냈을 것이다. 난 주방에서 고개를 돌린다. TV가 있던 쪽으로. 풍경에 별 차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