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mpyOne

█월 ██일, 날씨 맑음. 날은 추웠다. 코트를 입어도 될 정도. 특기할 만한 점은… 없었다. 오늘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빼고는.

나는 새벽 3시경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 잘 자고 있었다. 꿈 속에서 무슨 폭발이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잘만 잤을 것이다. 그 끔찍한 폭발에서 눈을 떠보니 여전히 내 숙소였다. 여전히 적막이 깔려 조용한 내 방. 유일하게 시끄러운 것은 내 휴대폰이었다. 잠이 덕지덕지 붙은 눈을 꿈뻑이며 몸을 일으켰다. 몸이 지뿌등했다. 새벽 세시… 한창 잘 때인데, 무슨 일일까. 휴대폰을 열어보자 전화 수십통이 와 있었다. 저절로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모르는 척하며 잘 걸.

수신인, 김정명 요원.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수 차례의 연결음이 이어지다 딸칵하고 김 요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늙은 요원의 목소리는 내게 언제나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고 고깝잖게 멋들인 정장을 차려입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그리게 했다. 요컨데 짜증나는 속물적인 늙은이라는 것이다. 그런 김정명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짜증에 차 있었다. 그렇게 늙었으면 은퇴라도 할 것이지.

"지금이 몇신데 이렇게 퍼질러 자고 있어?" 나는 침대에서 벗어나서 물을 따랐다. 목이 칼칼한 와중에 이 작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목이 아예 바짝 마를 지경이었으니까.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새벽 세시요… 거 죄송하게 됐수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새끼 말본새 봐라. 빨리 일어나서 씻고 일 나가."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로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글쎄, 무슨 일이요?"

뒤로 이어진 말에 나는 더욱 인상을 쓰고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운송해야할 것도 있었으니까.


놈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