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부, 우주의 끝
반갑습니다. 여러분, 사이트 관리자 k5iro Iron03입니다. 여러분들이 제 글을 발견하실 적에도 계속 관리자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13000
12000
11000
10000
9000 25.1
8000 24.6
7000 23.1
6000 21.6
5000 19.12
4000 18.6
3000 17.3
iron03의 닉네임은 기존 사용자 이름과 일치하지 않습니다.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찬바람 새는 사무실, 그곳엔 작고 낡은 라디에이터 하나 외엔 적막한 타자 소리만이 유일했다. 여자는 창 밖의 눈을 보지도 않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이 무슨 날이 되었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전쟁 같은 날이었다. 하루 하루를 소동 없이 넘기는 건 그녀에게 있어 벅차기도 벅찬 일이었다.

그녀는 오늘 오전 내내 서류를 뒤졌고 오후 내내 현장을 돌아다녔다. 이제는 이 길고 지루한 하루를 마칠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업무용 메일을 마저 보내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수신 메일함이 깜빡였다.

제목: 크리스마스 선물

수신 시간: 1분 전, 12월 25일 오전 0:00

그녀는 눈을 의심했다. 감독관에게 장난 메일을 보낼 사람은 없었다. 해킹의 가능성도 마찬가지였고. 물론 재해인자라면 중앙서버와 인트라넷, 컴퓨터를 통해 수차례 필터링 되었겠지만,

발신자: 산타클로스

그녀는 그것을 절대 열어볼 수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 정신을 차리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방의 불이 모두 꺼져버렸고 넘어뜨렸던 의자는 바닥으로 녹아버렸다. 왼쪽 주머니에 넣어뒀던 비상 단말기는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녀가 당황하기도 전에 눈앞의 모니터는 사라지고 책상 위엔 곱게 포장된 상자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그녀는 창밖의 눈이 허공에 정지했음을 보지도 않고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상자를 한동안 바라봤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손을 뻗기 시작했다. 상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노란 조명 하나에 비춰지고 있었다. 이것은 그녀의 일생 중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썅, 될 대로 되라지."

그녀가 포장을 풀어 헤쳤다. 뜯겨나간 포장 조각, 리본 조각 하나하나가 떨어져 나갈 때마다 비상 경보음이 겹쳐 들리기 시작했다. 제법 꼼꼼히 포장된 포장을 칼 없이 뜯으려니 시간은 지연됐고, 소음이 쌓이고 쌓여 두통을 일으킬 때쯤에 포장을 벗겨낼 수 있었다.

드디어 그녀는 상자를 열었고 ─ 현실은 되돌아왔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적잖이 넋이 나간 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 물었다. 되돌아온 모니터는 이에 대답이라도 하듯 아까의 메일을 띄웠다.

내용: 적폐청산.

그녀가 울려대는 경보를 끄고 긴급수신함을 열었다. 수신함엔 실시간으로 메일들이 날아와 쌓였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클릭했다.

제목: 이사관 제이슨입니다.

내용:

7, SCPiNET에서 몇몇 일련번호의 문서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고립된 백업 서버에서도요. 심지어 현장 인원들의 보고대로라면 개체들은 격리실에서조차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냥 찰나에 증발해버렸다고요. 이상 현상이 식별된 것은 우리 기지 외에도 여럿입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035, 049, 076, 079, 096, 105, 166, 500, 682, 999… 이것들이 무슨 기준으로 선별되는지는 여전히 파악 중입니다. 지속 관측 후…

그녀는 감탄사를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