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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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이 되고자 사람의 행동을 따라했다. 하지만 사람을 따라한다는 것은 결국 타인을 베낀다는 의미였고, 그 말은 곧 원본이 있다는 말이었다. 당연하게도 다른 이들은 생김새가 다른 가짜인 첫째를 매도하고 욕하며 내쫓았다. 첫째는 슬피 울었다. 되고자 하였으나 될 수 없었다. 흐느껴 울며, 첫째는 아비를 찾아갔다.

“아버지, 오 아버지!” 첫째가 흐느끼며 외쳤다. “저는 사람이 되고자 사람을 따라하였습니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따라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는 사람이 되지 못하였나이까!”

아비는 혀를 찼다.

“가여운 녀석!” 아비가 나지막히 말했다. “뭔가를 따라하여 그 무언가가 되고자 한다면 세 가지를 따라해야 한다. 첫째는 행동이요, 둘째는 모습이니, 셋째는 그 본질이니라.”

아비는 크게 발을 굴렀다. 첫째는 깜짝 놀라 나자빠졌다.

“너는 그 중 하나만을 따라하였으매 어찌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냐!”

벌벌 떠는 첫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아비는 저주를 퍼부었다.

“너는 결코 인간이 되지 못하리라!”

휙 돌아서 떠나는 아비를 잡지 못한채, 첫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슬펐다. 곧 그 밑으로 가라앉던 그 슬픔은 위로 솟구쳐 올라 분노로 뒤바뀌었다. 어째서 모습을 따라하지 못하는가? 왜 본질을 따라하지 못하는가?

어째서 나는 인간이 아닌가?

분노에 몸을 맡기자 모든 것이 쉬워졌다. 첫째는 그저 분노에 겨워 날뛸 뿐이었다.

첫째는 분노에 눈이 흐려졌다

곧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림자 하나가 어둠 속에서 낄낄 웃었다

나는 인간이야




— 막간 1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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