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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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젊었고 배고팠다. 그 시절 젊은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그저 식욕이었을 뿐이었다. 석류구락부에 들어오게 된 것도 나의 식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굶주린 나를 진정으로 식탐하게 만든 음식을 꼽으라면 나는 물고기 석류를 들고 싶다.

사실 주인장의 초대를 받고 식탁에 앉았을 때만 해도 나는 그저 새로운 자극을 구할 수 있다는 욕심에만 차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물고기 석류가 그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사실 그때 내심 실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혹시 내가 여태 접해보지 못한 아인종을 만나는 것이 아닌가하고 기대했지만, 그 모습은 인어도 아닌, 그저 두 다리가 인어처럼 딱 붙은 기형이었을 뿐이었다.

그토록 실망했음에도 내가 그 자리에서 바로 떠나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그 풍미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했기 때문이다. 조리법 자체는 그저 구이였다. 훈제하여 살에 향을 뒤덮지도 않고, 어떠한 소스를 써서 살 속에 그 냄새가 배어들게 한 방식도 아니었다. 그저 소금으로 간을 했을 뿐, 다른 어떠한 것 없이 그저 구운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풍미가 대단해 뒤틀린 겉모습을 잊게 하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본연의 살이 가지고 있는 풍미를 최대한 살려낸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어떠한 것에 의지하지 않을 때, 그 재료는 자신만의 맛을 드러내는 법이다.

어쨌거나 그때는 거기에까지는 미처 생각이 닿지 못해 그저 국산 석류인가만 짐작하고 있었다. 국산 석류는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봤을 때여서, 어쩌면 기형인 것도 이런 젊은 석류를 구할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주인장을 위한 변명을 해주고 있었다.

식기가 나올 때 즈음에는 나는 이미 식욕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나이프를 받자마자 평소에 하듯이 얇게 썰어 익혀진 살 껍질을 먼저 들어내려 하자, 주인장께서는 좀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혹시 생선구이는 좋아하십니까?"

갑자기 꺼내 든 말에 나는 일단 그렇다고는 대답했지만 무슨 뜻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다행이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생선구이거든요. 사실 지금 있는 이 석류보다도 더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긴 톱을 꺼내 들었다. 낚시를 할 때, 갓 잡은 생선을 잘라야 할 때 쓰는 그것이었다.

"저는 생선구이의 하얀 속살을 가장 좋아합니다. 꼬리에서부터 척추뼈를 들어내어 보면, 그 한쪽 면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크림색 살은 보기만 해도 배불러지지요. 물론, 여기 있는 석류는 아예 다른 고기니 그런 녹는 듯한 살은 재현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그 먹는 방식은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눈앞의 석류의 발에서부터 톱을 꽂아넣더니 그대로 썰기 시작했다. 잘 익은 석류가 점차 반으로 갈라지자 그는 갈고리로 한쪽 반신을 걸었다.

그 한쪽 고깃덩어리가 살짝 걸려 들어 올려진 틈에서 나는 물고기 석류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전신이 변형되어, 발은 물고기 꼬리가 그렇듯이 척추뼈가 그곳에까지 닿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인장은 그 척추뼈를 살째로 들어내고 있었다.

톱날이 점차 몸속 깊숙이 들어가고, 뼈가 점차 들어 올려질수록 나는 그 밑에 있는 살의 세계가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반신은, 정말 생선구이가 속살을 드러내듯이, 잡스러운 뼈 하나는 물론이고 내장 하나 없이 순수한 단백질과 지방의 교향곡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진국이었던 것은 원래 갈비뼈가 있던 척추뼈를 들어낼 때였다. 석류 중에서도 별미로 취급되는 갈빗살은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했는데, 그는 그것을 재치있는 방법으로 해결해냈다.

원래라면 몸통을 감싸듯이 휘어있는 갈비뼈는 물고기가 그렇듯이 평평하게 펴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 곳의 뼈를 들어 올리자 갈비뼈가 흐물해지더니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원형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자 지탱할 뼈와 살이 없어진 갈빗살은 그대로 아래로 흘러내려 식탁 위의 석류구이를 장식하듯이 떨어졌다. 그 흘러내려 진 모습은 예술적이기까지 했다.

"머리는 나중에, 라고 해도 화내시지는 않겠죠?"

일반적인 물고기였다면 머리는 그저 버리는 부위이지만, 석류에게 머리는 별미이다. 뇌, 수액, 안구 등 버릴 부위가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머리를 먹는 것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먹게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목 밑뿐이다.

"따로 중탕해서 그대로 풀어지도록 하고 난 다음 먹는 건 어떻습니까?"

이렇게 한다면 머릿속의 안구와 두뇌가 식어서 딱딱해지지 않고 오히려 즙이 더욱 배어있는 상태에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그럴 작정이었는데, 정말 저희 둘은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아, 마침 좋은 와인을 구한 차였는데, 거기에 재워두는 건 어떨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와인 향이 더욱 즙의 풍미를 살려주겠군요….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나는 이미 머리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살의 세계를 탐하고 싶어, 눈으로 질리도록 보고, 녹을 때까지 입속에서 굴리고, 혀와 이빨로 뭉개고, 그사이에 퍼져나가는 향에 취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맛에 대해서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미 석류구락부의 멤버라면 석류구이의 맛은 잘 알 테니 말이다. 다만 내가 덧붙일 말은 그저 석류구이의 극치라는 것뿐이다. 지방과 근육 사이에서 뼈라는 장애물 없이 그대로 한입에 씹을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자는 분명 여기에서조차 드물 것이다.

그날의 식사 이후 나는 두 번 다시 물고기 석류를 먹어보지 못했다. 그 무렵 열도에 사르킥이 들어와 혼란한 때였으므로 주인장 또한 그 혼란에 휩쓸려 사라진 것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그 한 번의 만찬은 내 삶을 바꿨다. 만약 내가 그때 물고기 석류를 먹지 못했다면, 나는 곧 석류라는 식재료에 질리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면 내 식욕도 끝에 다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먹었고, 영원히 영혼이 음식을 탐하게 되는 운명에 메여버렸다. 일미라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