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472-KO

나는 드론으로 뮤-39의 작전 현장을 보고 있었다. 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산의 정상에서 고깔 모자를 쓴 다섯명의 사람들이 기묘하게 생긴 수정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수정에서 물이 흘러나와 작은 우물을 만드니, 다섯 사람중 한 명이 그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시는 동안, 나머지 4명은 주문을 읇었다. 물을 다 마시자, 자신들의 모자를 불로 태운 후, 남은 재를 안개에 뿌렸다.
"청솔모의 다섯가지 촛대로 만든 아르콘이시여."
"390번 세계를 주소서."
"슬론 틀리르 나 틀레이 오브르. 틀라 슬론 플르 틀른 틀로 사스프 틀레이."
물을 마신 사람이 자신의 왼쪽 손을 흔든다. 왼쪽 손이 떨어져나간다. 곧 손이 기체로 변해 안개에 섞인다. 그리고 이 쪽을 본거 같았는데, 아니겠지.
한명이 망치를 꺼내 수정을 세게 내리친다. 수정은 곧 다섯개의 조각으로 나뉜다. 사람들은 나뉜 조각들을 오른쪽 귀에 쑤셔넣었다. 물을 마셨던 사람이 다시금 주문을 외운다. 주문을 외우는 동안, 왼쪽 귀에서 보라색의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문을 다 읇자, 안개가 잠시 옅어졌다. 사람들은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나는 기동특무부대에게 사람들이 하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의 중반부에서, 재단의 기동특무부대가 이들을 덮쳤다.
뮤-39가 나타나자, 다섯명 중 물을 마신 한명은 별다른 저항없이 체포되었다. 나머지 4명은 흩어져서 도망갔다. 뮤-39 대원에게 쫒기는 한명은 뛰어가다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하나 잡았습니다!"
대원은 넘어진 사람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 넘어진 사람은 왼쪽 어깨를 바위에 강하게 다섯번 찍었다. 곧 피가 흘러나오고, 침과 피 웅덩이에 침을 한번 뱉었다. 피가 급속도로 굳고, 수갑이 액체가 되었다. 대원은 당황한 채로 있었다. 그 틈을 타 넘어진 사람은 대원의 얼굴에 보라색 침을 뱉고 도망쳤다. 나머지 세명은 넘어진 사람과 합류해 절벽으로 뛰어내렸다. 넘어진 사람의 눈에서 연기가 흘러 나왔다. 다시금 안개가 짙어진거 같았다.
"거기 손 없는 놈 대충 뒤에 넣어. 나머지는 놓쳤다. 안개가 짙어져서 더 이상 수색은 무리야. 돌아가자고."
"이놈 뒷목이랑 허리에 길쭉한 돌기같은게 3개 정도 튀어나와 있는데요?"
"뭔… 그냥 넣어."
"예."
부대는 한쪽 손이 없는 남자를 트렁크에 던져넣고 제64K기지로 돌아갔다.
자명종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손을 뻗어 알람을 끄고 안경을 썼다. 허리에 뭐가 난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내리니, 팔이 양 허리에 하나씩 자라나있었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뒷목을 만져보니, 뒷목에도 팔이 하나 있었다. 아니 시발 뭔데 이거. 다리 두개를 자르면 무슨 불가사리도 될 수 있겠네. 뭔 인식재해 같은건가?
팔을 억지로 옷에 욲여넣고 기지내 기숙사의 문을 열었다. 복도에 있는 사람들은 복도에 머무른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팔이 다섯개인채로. 인식재해가 아닌건가? 지나가는 동료 연구원 한명을 붙잡았다.
"혹시 지금 내 팔이 몇개로 보이냐?"
"다섯개. 다른 사람들 팔도 다섯개지. 지금 사람들 팔이 전부 다섯개로 변했어. 나도 자세한건 몰라. 뉴스 보니까 이 기지 사람들만 팔이 이렇게 된 건 아닌거 같은데…"
나는 휴대폰을 꺼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인터넷 기사들의 내용이 전부 개판이었다. 무진의 해변가에서 다수의 불가사리가 나타남, 다리가 다섯개 달린 대형 문어가 포획됨, 절에서 다량의 실종사태 발생, 팔이 다섯개가 되는 기현상이 나타남, 사람이 연기로 변했다는 제보가 이어짐, 포스코 광양 제철소에 비정상적인 양의 안개가 끼어 영업을 중단함, 집단 환각 증세가 나타남…
혼란스러워 하던 도중, 기지내 방송이 울렸다.
"모든 인원들은 L동의 로비로 모여주십시오. 해당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을 예정입니다."
나는 곧 로비에 도착했다. 주위는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로 번잡했다. 팔이 다섯개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보니, 혼란스러움에 현실감각이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다. 로비의 한쪽 벽에는 임시 단상이 놓여져 있었다. 대략 15분뒤, 선임 연구원 둘이 단상에 올라왔다.
"자, 주목해주세요. 많이 혼란스러우실 겁니다. 저희도 지금 그렇고요. 일단 지금 여러분들이 겪고있는 현상은 현재 SCP-472-KO로 지정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현상은 무진에서만 일어나는거 같습니다. 정확히는 무진 주위에서도 일어나고 있긴하지만. 원인부터 말해보겠습니다. 원인은 정확히는 모릅니다. 짚히는게 한 두가지 정도 있기는 한데, 그 부분은 잠시 뒤 조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실질적인 현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세부적인건 몇시간뒤 SCP 항목이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될 예정이므로 그걸 확인하시고, 큰 것만 말하겠습니다. 어짜피 거의 다 알고 있을겁니다. 첫 번째, 잘 알다시피 팔 개수가 5개로 변했습니다. 두 번째, 몇몇 사람들이 연기로 변하고 있습니다. 주로 절에서 일어나는거 같습니다. 세 번째, 오하이 증후군이 대량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억소거 절차가 준비중이지만, 일단 해결책이 먼저입니다. 다행히도, 일단 이 사실이 무진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지에 지원을 요청했으므로, 곧 치료법이 나올겁니다. 자세한 사항은 곧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될 항목을 확인하십시오. 당분간은 해당 항목의 보안 인가는 1등급을 유지할겁니다. 자, 알아들었으면 각자 부서로 돌아가세요. 일을 해야 이걸 고치든지 할거 아닙니까. 복도에서 돌아다니지 말고요."
설명이 끝나자, 나는 급하게 부서로 움직였다. 뭔가 집히는게 있었다. 부서로 돌아가는 와중, 선임 연구원 한명이.나를 불렀다.
"어제 당직이었던 뮤-39 담당 연구원이 자네 맞지? 따라오게, 면담을 맡아줘야 할 대상이 있네."
그는 급하게 내 팔을 붙잡고 나를 면담실로 데려갔다. 면담실의 안에는 어제 구류된 사람이 있었다.
"제가 뭘 알아내면 됩니까?"
"어제 무슨 목적으로 의식을 벌였는지. 저것들이 산에서 벌인 짓이 원인이라는 가설이 있네. 그럼 나는 나가보지."
나는 의자에 앉았다. 내 앞의 인물이 밝게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신가. 형제님. 형제님 뒤의 레코드판이 참 맑지? 손이라고 불러주시게, 아까 자네 옆에 있던 자매님은 참 사각형 같았는데. 형제님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믿어."
내 뒤에 레코드판 따위는 없었다. 방금 나와 함께 있었던 선임 연구원은 남자였다.
"당신네들이 어제 벌인 의식은 뭡니까? 다섯째주의와 관련이 있습니까?"
"형제님, 여기있는 형제님들 모두가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물론 어제 나와 함께 있던 이들중 한 자매님은 물건너 남부쪽 자매님이야. 물론 그 자매님은 와인 통, 상자로 만든 자동차이기도 하지.심호흡을 해봐, 형제님의 목쪽 팔을 자세히 들여다봐. 그럼 보일거야. 같이 흥에 젖은 형제님의 색깔을 오감으로 눈에 바를수 있을거야."
"어제 그 의식이 지금 사람들의 팔이 다섯개가 된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글쎄, '되었다' 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한거 같은데. 안 그래, 형제님? 우리는 그저 구멍에 자신을 넣기 알맞게 만든거 뿐이야. 씨앗에 물을 준거지. 네모난 영혼은 종이 위의 세계로 향하는 구멍에 들어갈 수 없거든. 저 아래의 개구리로 부터 온 하강기류가 있으니. 이 신호는 이미 존재했던거야. 그 신호를 안개라는 축음기에 넣었으니, 이제 다섯째 패턴이 귀로 보이는 거지. 구멍 사이로 흘러나오는 플레인 요거트는 덤이야. 마음껏 즐기라고. 분홍색 빛은 틈새로 나오니까."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 이유가 장황한 헛소리인지.아니면 1분 전부터 이 남자의 손이 각 팔에 5개씩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이미 있던 현상을 증폭시켰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앞에 앉아있는 남자는 자신의 모든 손을, 그러니까 25개의 손을 얼굴 앞에 모아 원을 만들었다.
"형제님이 지금 바라는 바를 내가 알아맞춰 볼게. 여기 원을 들여다봐."
원 안에는 어느새 막이 생겨있었다. 원을 만든 손의 손톱 사이로 액체가 흘러나오더니 막에 맺혀 문양을 만들었다. 문양을 보고있자니 가벼운 두통이 느껴졌다.
"이 문양은 이리 저리 떠도는 구름이자 별이야. 여기에 의식을 집중하면, 구름을 고정할 수 있는 파도가 생기지. 그 파도는 어디에 있을까? 형제님의 집, 목소리, 잔향에 남아있지."
"어제 의식의 목적이 어떠한 변칙 현상을 증폭시키는 것입니까?"
그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듯이 모든 팔을 늘어뜨렸다. 다시 물어도 대답은 없었다. 나는 불현듯 무기고로 향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무기고에 도착했다. 다행히 난리통에 사람이 없었다. 여기에 아마 그게 있을거다. 아마도 오른쪽에 있을거 같은데. 무기고는 다양한 장비들로 가득했다. 시각재해적 섬광탄, 촉각적 밈을 이용한 마취 탄환, 청각재해를 이용한 소음기가 달린 총, 기타 등등… 아무튼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한 4분쯤 걷다보니, 운송용 트럭이 두개 나왔다. 첫번째 트럭에 적재된 화물은 그냥 뭐 기적학적 보호막 투사 장치? 같은 거였다. 그리고 두번째 트럭에 적재된 화물은 바로… 스크랜턴 현실성 닻이었다. 좋아. 나는 트럭의 시동을 걸었다. 이제 출발하면 되는데, 저 멀리서 무기고 담당 인원이 달려오고 있었다.
"박사님? 지금 뭐 하시는…"
담당 인원은 이마에 보라색 자국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담당 인원이 아니고 어제 다섯째주의자 한명을 놓친 그 대원이었다. 기특대는 트럭 칸 내부와 내 얼굴을 한번씩 번갈아 보고 나서는 그냥 걸어갔다. 나는 몹시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 체포 안하나? 아니 그것보다 원래 담당 인원은 어디가고 자네가 여기있는건가?"
"원래 하던 사람은 사정이 있어서 오늘 출근을 못했습니다."
뭔 사정? 아니 못 와도 보통 다른 경비원이 담당하지.않나? 왜 뜬금없이 기특대가 여기있지?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의문들을 묻어두고 출발했다. 여기서 더 물어봤다가는 체포당할지도 몰랐다.
무기고의 차량용 셔터를 올리고 밖으로 나가니, 안개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창문 사이로 물 냄새와 소금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그 물 냄새는 평소와 다르게 무언가 이질적이었다. 안개 또한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형용할 수 없는 기시감이 내 앞에 있었다. 해변가의 도로를 달리는 동안 해변을 살짝 보았다. 거대한 불가사리들이 해변을 뒤덮고 있었다. 심지어 도로에도. 모래사장 저 너머로는 문어들도 익사한 시체들과 몇 마리 보였다. 도로에는 차들이 별로 없었다. 나는 곧 시내로 진입했다.
시내는 혼란으로 곪아있었다. 이마에 사각형 모양의 흉터가 새겨진 채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잠시 내려 확인해보니, 대부분은 살아는 있었다. 다시 돌아가던 중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이 분홍색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색깔이 다섯가지로 층층이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연한 분홍색, 두 번째는 보라색, 세 번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네 번째는 분홍색과 하늘색이 뒤섞여 있었고, 다섯 번째는 어디선가 흘러나온거 같았는데, 불길하게 솟아오른 색이었다. 색들이 우주로 솟아올라 저 별들과 얽혀있는거 같았다. 나는 시선을 내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주위에는 고층 건물들이 가득했고, 전부 안개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스크랜턴장을 벗어났고, 순간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저 위에서 아르콘들이 춤추고 있었다. 그들은 현란한 몸동작으로 별들 사이를 노닐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트럭에 다시 올랐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시동을 걸었다. 기지에 연락을 걸었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덮을려면 이틀이면 충분히 덮지만, 더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곧 기지에 연락이 닿았다.
"제64K기지 소속 기술자 오경현입니다. 지금 무진 시내인데, 이거 상황이 좀 심각해질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지금 기지도 살짝 난리가 나- 일단 의료실로 다 넣어.- 지금 기지도 난리가 좀 나서 알고 있습니다. 인원들 한 여섯명 정도가 다리가 갑자기 잘려서…"
"알겠습니다."
"…근데 시내에는 왜 간겁니까? 당신 기술직 아닙니까?"
연결을 끊었다. 나도 솔직히 왜 SRA을 들고 산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뭔가 그래야 해결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니 충동인가?
산 입구에 도착했다. 작은 산이라서 트럭이 올라갈 길 따위는 없기에, 닻을 정상까지 들고갈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난 화물 운반용 트랙터? 같은걸 들고 왔다. 닻을 트랙터에 실었으니, 이제 정상까지 도달하면 끝이다. 문제는 지금 스크랜턴 닻의 전력이 부족하다는 건데. 정상까지는 살짝 아슬아슬 하다. 현재 10%가 남았다. 일단 출발해보자.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나무들이 많았다. 길을 따라 쭉 늘어선 나무들은 분홍빛을 희미하게 내뿜고 있었다. 가지들이 살짝 부어오른 느낌도 들었다.
망했다. 전력이 2%정도 남았다. 이제 작동을 중지시켜야 정상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다시 기지로 돌아가서 전지를 챙겨와야만 하지만, 미봉책 정도는 잠깐정도 가동으로도 될것이다. 하지만 지금 작동을 중지시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망할, 전지를 미리 챙겨올걸. 어쩔수 없지. 나는 스크랜턴 닻의 작동을 중지시켰다. 곧, 두통과 함께 파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마약을 한거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뭇잎들이 출렁이고, 하늘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서있는 땅 자체가 거대한 고름으로 느껴졌다. 난도질해 진물이 흘러내려 땅을 적시는 고름처럼. 두통에 익숙해지자, 나는 정상으로 천천히 전진했다. 지금.내가 보는 광경이 환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때까지 일어난 일들을 종합해보면 아마 환각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원래 이런 풍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뮤-39가 작전을 벌인 곳에 도착했다. 다섯쟁이들이 뛰어내렸던 절벽 아래에는 시체 한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제 이마에 침을 뱉은 놈이었다. 나머지 세놈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수갑은 아직도 액체로 변한 상태였다.
갑자기 심한 두통이 다시금 밀려왔다. 두 다리가 불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내 다리 두개가 잘려나갔다. 나는 고통에 겨워 팔 다섯개를 전부 흔들며 몸부림을 쳤다. 핸들이 잘못 돌아갔고, 곧 트랙터 째로 절벽으로 추락했다. 추락하는 도중, 새로 생겨난 팔 세개가 떨어졌다. 하늘이 다시 하늘색을 되찾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나뭇잎들은 수축했다. 안개 또한 원래의 내음을 되찾았다. 나는 땅바닥에 추락했다. 기시감이 사라졌다. 기절하기 직전, 나는 내 두 손에서 약지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제64K기지의 의료실에서 깨어났다. 내 손가락은 다섯개가 아닌 네개였다. 순간 내가 아직도 환각을 보고 있는건가 했지만. 곧 현실임을 깨달았다. 이상하게도 이 상태가 정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안정감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곧 기지 인원들이 들어왔다. 곧 면담실에서 면담이 있을 예정이며 무기고 무단 침입, 사용, 스크랜턴 닻 하나를 해먹었으므로 징계를 어쩌구 저쩌구. 알게 뭐냐.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하지만 곧 왜 정상으로 돌아왔냐는 의문이 생겨났다. 아니, 나는 왜 닻을 들고 산에 오르려고 한건가? 현실성 변칙이어서? 확실히 이 현상은 현실성 변칙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이 현상이 현실성 변칙이란것을 알았지? 스크랜턴 장을 벗어났을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닻을 가지고 나온 뒤의 일인데? 애초에 무기고에 간것 자체가 충동에 이끌려서 한 일인데? 하지만 어떤 미친놈이 충동에 이끌려서 무기고에서 SRA를 탈취하지? 왜 충동을 느꼇지? 그전에 무슨 이상한걸 본건가? 이상한거? 나는 다섯째주의자가 내게 거품을 보여준 일이 생각났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다섯째주의자가 구류된 격리 구역으로 향했다. 뒤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나중에 하라고 그래라. 정상으로 돌아온 이유는 애초에 이 현상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종류의 것일수도 있었다. 그 다섯째 교도는 자신들이 씨앗을 안개에 넣어 소리를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증폭된 소리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무언가로 고정하지 않는 이상. 고정. 스크랜턴 닻은 고정하는 역할이었다. 해결책이 아니라 현상 유지였다. 나는 결국 놀아난 것이었다. 왜 그 기특대는 나를 잡지 않았는가? 왜 이마에 침을 뱉은 다섯째주의자에게서 연기가 나와 나를 놓아준 그 대원에게 들어갔는가? 왜 그 손이 짤린 사람은 순순히 잡혔는가? 왜 나는 손가락이 4개인 상태가 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이들이 말한 증폭시켰다는 그 씨앗은 무엇인가? 그 씨앗은 남아있는가? 이러한 의문들을 가지고 나는 격리 구역의 문을 열었다. 내부에는 축음기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5일뒤, 내 손가락은 다시 다섯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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