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등

제일 먼저 들린 건 빗소리였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이 번쩍 뜨였지만 눈을 감았을 때와 별 차이는 없었다. 밖은 비가 오고있다.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중간에 잠에서 깬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아기였을 때 몇 번(어쩌면 더 많이) 그랬던 적이 있었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난 언제나 생활리듬이 투철했다. 언제나 말이다.

부스스한 기분을 빗소리가 씻어내주는 것 같았다. 나는 꽤 맑은 정신으로 깨어났다. 왜 깨어났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빗소리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에? 의문이 피어올랐지만 난 그냥 그 불씨를 밟아 지워버렸다. 가끔은 그냥 일어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리고 지금의 난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방광도 위험 신호를 보낸다. 이런 의문에 숙고할 여유가 없었다. 

난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 눈이 기계적으로 시계를 향했지만 어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실 보지 않아도 시간은 그 어둠이 알려주었다. 나는 새벽 어딘가에 서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사실이었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문고리를 향했다. 문득 빗소리가 마치 발소리처럼 들려왔다. 흠뻑 젖은 누군가의 바쁜 발소리. 한 명 같기도, 어쩌면 수십 명 같기도 했다. 만약 방문객이라면 분명 불청객이리라. 잔뜩 젖어선 허락도 구하지 않고 들어오는, 집 바닥에 바깥의 풍경을 들고와 더럽히는 불청객.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거실의 풍경을 예상하며.

그리고 봐버렸다.

등.

등이다.

틀림없이 등이다.

그건 누군가의 등이었다.

거실은 그곳에 있었지만, 그 풍경에는 심각하게 이질적인 무언가가 껴있었다. 먼저 내 눈에는 거실 너머의 화장실 문이 보였다. 그러나 시야의 가장자리에 무언가 있어선 안 될 것이 있었다. 사람의 등이다. 누군가가 거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천장이 낮아 잔뜩 웅크린 채로, 척추 뼈가 소름끼치게 튀어나온 등을 내민 채 있었다. 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 하고 굳어버렸다. 피가 차갑게 식고 발등에 말뚝이 박힌 듯 멈춰섰다. 그러나 손이 아직 문고리에 걸쳐있었고, 나는 가능한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닫히기 직전에 경첩이 짧은 비명을 질렀고, 그것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