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낮
평가: 0+x

매미가 울었다. 귀를 찌르는 듯한 그 소리가 거슬려, 나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맴맴거리는 소리는, 몇 년을 들어와도 결코 익숙해지는 법이 없었다.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주변이 온통 나무였지만, 그들도 한여름의 열기는 어쩌지 못하는것 같았다. 손등으로 일단 땀을 훔쳤다. 축축함에 다시 한 번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냥 짜증이 났다. 나는 왜, 이 좋은 여름방학에, 이런 시골에 와야 하는 것일까. 남몰래 나보다 앞서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수 밖에는 없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맙소사,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데이터도 잡히지 않았다. 와이파이도 없는 이런 시골에서, 일주일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텔레비전도 없어보이고, 인터넷도 안되는 이런 촌구석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혼자서 지내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와 함께라니. 일주일 안에 미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무엇을 먹게 될 것인가. 시골이라 하면 응당 나물이 잔뜩 나오고 고기는 아주 가끔씩만 나오는 법. 가뜩이나 편식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듣는 내가, 그 식단을 견뎌낼 수 있을까.

온갖 고민과 걱정을 하는 사이, 할머니 댁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시골'이라는 분위기의 집. 당장 텔레비전을 켜, 시골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나올 듯한 그런 집이다. 느닷없이 위잉거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파리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왕파리. 여름이니 밤에는 모기도 있으리라. 부디, 발바닥이나 입술 쪽은 물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자는 사이에 입 안에 거미가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간절하게 애원하면, 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데려가주시지 않을까-

"가 봐라."

"그럼, 일주일 후에 데리러 오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일은 없었다. 애초에 애원하지를 않았으니까. 애원하더라도 아버지는 눈 하나 깜짝 안하실 분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서울을 떠나온것 자체가 내가 싫다고 하는 것을 억지로 데려온 것이니까 말이다. '가끔은 할머니도 뵈어야지.'라니, 명절에 가면 될 것을 왜 굳이 여름 방학에 일주일 씩이나 있어야 하는 것일까. 벌써부터 한숨만 가득 나온다.

"할머니 말씀 잘 들으면서 있어라."

"…네."

아버지는 그 말만 하시고 가셨다.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아래쪽에 세워둔 차로 내려가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이제 나와 할머니 뿐이었다.

"안들어오고 뭐하냐."

그 말에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는 이미 집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계셨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더니, 아버지의 그 성격이 누구한테서 온 것인지는 알 것 같았다. 계속 땡볕에 서 있는 것은 나도 싫었기에 헐레벌떡 뒤따라갔다.

무더운 여름날.

아무래도 난 지옥문을 넘어온 모양이다.


예상 외로 텔레비전이 있었다. 지붕 위에 안테나 같이 생긴 뭔가가 있나 싶었느데 그게 진짜로 안테나였을 줄이야. 하지만 할머니를 따라 집에 들어가자마자 텔레비전부터 켜고 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의는 아닌것 같아, 일단 후일을 기약하며 대충 바닥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