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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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성 상태의 SCP-507-KO를 촬영한 사진.

일련번호: SCP-507-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507-KO는 제37기지의 보안 금고에 보관한다. 개체는 이를 사용하려는 인원이 개체를 작동시키지 않는 한 어떠한 변칙성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개체가 활성화된 이후 이를 작동시킨 인원에게 미칠 수 있는 물질적·정신적 영향을 고려하여, 개체는 실험적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2등급 이상의 보안 인가가 필요하다.

설명: SCP-507-KO는 60cm×20cm×50cm 크기의 제조사를 알 수 없는 현대식 영사기이다. 개체를 전력원에 연결하는 것은 가능하나, 전력을 공급받지 않을 때에도 작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본 개체의 변칙성은 어떠한 인원에 의해 영사기가 작동되었을 때 나타난다. 작동 시 대상은 릴에 어떠한 필름도 장착되지 않았음에도 전동기가 돌아가며 특정한 상을 영사한다. 이때 나타나는 상은 인간의 모습부터 강아지 등의 동물, 식물 및 무생물까지 다양한 종류가 등장하나, 개체를 작동시킨 인원의 현재 정서에 대한 대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한정되며 이는 해당 인원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당 인원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면, SCP-507-KO는 그 그리움을 완화할 수 있는 임의의 상을 영사한다. 인원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면, 개체는 그 애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을 영사한다. 이를 작동시킨 인원은 100%의 확률로 개체가 영사한 상의 모습에 영향을 준 해당 정서와 일치하는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이때 SCP-507-KO의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서는 앞서 서술된 예시처럼 무언가의 부재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어야만 한다.

개체의 작동에 있어 주목할 만한 사항은 개체가 영사하는 대상이 이를 작동시킨 인원의 현재 정서를 촉발한 그 대상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실험자가 개체를 작동시키면, 개체는 B라는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을 영사함에도 불구하고 실험자는 이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개체를 작동시킨 인원이 개체로 인해 촉발된 감정으로 인해 5~10초가량 계속해서 상을 바라볼 경우, 개체가 영사하는 상의 형태가 점차 구체화되고 그러한 모습을 영사 범위 내에서 나타내기 위한 장면의 줌아웃이 이루어진다. 줌아웃 비율은 영사판과 개체 사이의 거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상은 지속적으로 분명해지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모습이 2차원 상에서 3차원적으로 변하며 현실에 실제로 구현된다(이를 SCP-507-KO-1라 칭한다). 개체의 활성화부터 상의 완전한 구현까지 걸리는 시간은 실험자가 가진 정서가 얼마나 강한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성된 SCP-507-KO-1은, 생물의 경우 DNA 검사 결과 실제로 존재하는 종의 것과 일치했고, 무생물의 경우 해당 유형의 물체와 정확히 동일한 설계 구성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SCP-507-KO-1 개체들은 생성 과정이 완료됨과 동시에 SCP-507-KO를 작동시킨 인원과의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SCP-507-KO-1 개체는 그것의 생성 원인으로 작용한(또는 그랬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정서를 촉발한 대상이 인원에 의해 인식되는 순간부터 서서히 흐려지며 몇 초 뒤 완전히 사라지나, 그 전까지는 인원의 감정 상태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SCP-507-KO의 존재는 휴가 중이던 재단 요원에 의해 인천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발견 초기에는 단순히 전력의 공급 없이도 작동한다는 이유로 개체를 회수하였으나, 이후 몇 차례의 실험 결과 현재의 변칙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해당 가게 주인과의 면담 및 주변 CCTV의 확인을 통해 SCP-507-KO의 최초 소재를 파악하고자 했으나, 자료의 부족으로 인해 알아내지 못했다. 이후 관련 인물들에 한해 전반적인 기억 소거가 이루어졌다.

부록 A: 실험기록 a-45

실험 1 – 17/██/██

대상: D-3154. 대상은 최근 외로움으로 인한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결과: SCP-507-KO는 일반적인 크기의 회색 집고양이(Felis Catus) 1마리를 구현했다. 해당 개체는 D-3154의 말을 잘 따랐으며 대상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D-3154는 이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실험 2 – 17/██/██

대상: D-147. 대상은 최근 약간의 향수병 증세를 보이며 자신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에 늘어놓는 경향이 있었다.
결과: SCP-507-KO는 2m×0.8m×3m 크기의 목재 그네를 구현했다. D-147은 생성된 개체에 호감을 보이며 그것이 자신이 어렸을 적 집 앞마당에 서 있었던 놀이기구와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유년 시절 대상의 집에 그러한 놀이기구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상이 나타낸 모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석: 본 실험 결과가 작동 인원의 과거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현재의 감정 상태를 유발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추가 실험을 요함.

실험 3 – 17/██/██

대상: 담당 연구원 유██. 그녀는 2살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으나 최근 들어 늘어난 업무량으로 인해 그와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결과: SCP-507-KO는 키가 약 1.8m로 추정되는 황인 남성을 구현했다. 대상은 구현 직후 실험실 내부에 비치되어 있던 의자를 2개 가져와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으며, 대상의 모습이 그녀의 실제 애인과 일치하지 않음에도 그녀는 내내 대상과 사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실험 시작 약 15분 후, 그녀의 조수가 그녀의 애인으로부터 온 메시지의 도착을 알렸고, 그 순간 대상이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대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그 존재를 기억했으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분석: 이 실험을 통해, 실험 인원의 감정에 의해 SCP-507-KO가 구현한 대상은 단지 '대체품'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의 감정적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생성되지만, 실험자가 정말로 원했던 대상이 나타나는 순간 SCP-507-KO-1은 의미를 잃는 것으로 보인다.

주석: SCP-507-KO를 활용한 재단 내 인원의 정신 질환의 치료에 대한 안건은 현재 보류 중이다.

부록 B: 실험기록 a-46

실험 1 – 17/██/██

과정: 개체의 작동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SCP-507-KO를 분해, 핵심 부품을 교체한 뒤 재작동시켰다.
결과: SCP-507-KO는 기존의 변칙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실험 2 – 17/██/██

과정: 개체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품을 알아내기 위해 SCP-507-KO를 분해, 일반적인 영상기에 있어 핵심적이지 않은 몇몇 부품을 교체한 뒤 재작동시켰다.
결과: SCP-507-KO는 기존의 변칙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실험 3 – 17/██/██

과정: 개체의 분해로부터 얻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SCP-507-KO의 복제품을 제작하여 작동시켰다.
결과: 해당 복제품은 원본 개체의 변칙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주석: SCP-507-KO의 변칙성은 온전히 해당 개체에만 적용되는 특이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담당 연구원 유██

부록 C: SCP-507-KO의 습득 당시 함께 발견된 종이

SCP-507-KO가 발견될 당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종이가 개체 내부의 빈 공간에서 발견되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의 일부는 찢어져 있거나 물에 젖어 잉크가 번지는 등의 이유로 소실되었으나,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을 관찰한 결과 작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마음은 몸을 따른다. 몸이 없었던들, 무얼 가지고, 사람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보고자하는 소원이, 우상을 만들었다면,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모든 것이, 커다란 외로움이 던지는 그림자가 아닐까. 이 세상은 외로움의 몸이고, 그 몸이 늙어서, 더는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게 될 때 삶이 태어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