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모기가 영원히 쫓아다니다

모기는 맛이 없다. 내 말을 믿어라. 난 모기를 집어 삼켜보았다. 그 것도 겨우 10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곤충을 먹는 기괴한 취미를 가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나는 조금도 미치지 않았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모기를 삼켰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좀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있다.

모기는 내 생애에서 떨어지지 않는 존재였다. 여름은 물론이고, 가을을 넘어 봄까지 내 밤을 망쳐왔다. 한 방에 두 사람이 함께 잔다더라도 항상 모기에 물리는 쪽은 나였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모기를 먼저 죽이는 것 뿐이었다. 다행히도 신은 나에게 모기를 죽이는 재능을 주셨다.

모든 것은 그 자취를 남기며, 모기의 경우에는 그 좆같은 소리였다. 내 귀를 간지럽히는 그 소리. 언제나 기분이 나쁜 소리다. 그 소리는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짜증나거나 더 짜증나거나였다. 그러나 그 것은 나에게 일종의 기회였는데, 아무리 깊게 잠들어 있더라도 그 동안의 일생에서 쌓인 경혐을 통해 나는 모기 소리를 듣는 즉시 일어나 모기를 잡을 수 있었다.

오늘도 나는 모기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소리는 이제 나의 저주였다. 영원히 내 삶에 나타나는 저주. 나는 그 저주가 왜 있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바라는 게 있다면, 차라리 그 그 영원함이 압축되어 단 한 마리의 모기로 나타나게 하시어 그 한 마리만 나를 물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은 그 소원을 들어주셨다.

시작은 귀였다. 귀는 모기 소리를 항상 인식해야 하는 기관이니 역으로 생각하면 가장 촉각에 둔감해지는 기관이었다. 나는 그 모기가 나의 귀를 물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손을 날려 그 모기를 쳐내는데 성공했다. 모기는 땅에 떨어져 미물이 흔히 그러듯이 다리를 몇번 떨더니 어느새 몸을 뒤집어 다시 나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모기가 평범한 모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일한 생각이었지만 이따끔 분명히 맞은 것 같아도 단지 바람에 휩쓸린 것 뿐, 실질적인 타격은 하나도 주지 못했던 경우가 분명히 있어왔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확실히 그 모기를 붙잡았다. 이 모기를 어떻게 죽일까-태워죽일까, 물에 빠뜨려 죽일까, 에프킬라로 절여버릴까라는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그 모기는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 내 인중을 물었다.

눈 앞에서 코베인 기분에 나는 어이가 없어 그 모기를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 모기의 배는 조금도 커지지 않았다. 붉은 빛을 띄지도 않았고 선명한 검은 색만이 보였다.

그 모기는 내 살갗을 뚫어 혈관에까지 자신의 송곳을 꽂아넣으면서 내 피는 조금도 빨지 않았다. 단지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고통을 주기 위해 지금까지 나를 물었던 것이다.

이쯤되자 나는 도망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어디로? 야외에 나간더라도 내가 도망칠 곳이라는 게 있을까? 하수구에 던져 넣는다 하더라고 결국에는 그 속에서 알을 낳아 자신과 같은 저주 받은 모기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차에 깔려 죽인다? 그 모기를 분자 단위로 쪼개지 않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이미 그 모기는 내 목덜미를 물었다. 모기가 문 곳이 점점 부어오르고 간지럽다못해 뜨끔거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목덜미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결국 손톱에 살이 긁혀나가 피가 나고 나서야 나는 제풀에 지쳐 멈출 수 있었다.

이렇듯 나는 영원하지 못하다. 그러난 그 모기는 영원한 존재였다. 흡혈귀는 박쥐가 아니라 모기였던 것이다. 도망치는 것이 안된다면 숨어야 한다. 숨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모기가 문 곳, 아니 그 모기가 내 몸에 구멍을 뚫은 곳마다 피가 나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아무리 모기구멍에 피가 흐른다고 해서 사람이 죽을리는 없다. 그러나 그 구멍이 수십 수백개가 된다면 그때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터였다.

모기는 집요하게 내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곳만 물어댔다. 등, 귀, 눈꺼풀 등등. 눈꺼풀은 모기가 그 곳에 송곳을 가져다가 뚫어놓기에는 지나치게 얇은 살이었다. 그러나 그 모기는 기어코 해내고 말았고, 내 눈꺼풀에는 점차 핏방울이 맺혀 내 눈 속으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숨는다는 것은 그 모기와 나 사이를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기는 어디로든 나를 따라다닐 것이며 내가 죽기 전까지는 끝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죽더라도 끝날까? 혹시 내 몸에서 모든 피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이 짓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머리에 들어있는 피가 계속 빠져나가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이 멈추기 전까지 무슨 짓이든 해야만 했다.

결국 나는 그 모기를 집어서 삼키고 말았다. 목구멍에서 넘어가면서 그 모기는 날개를 어떻게든 퍼덕이면서 빠져나가는 것을 나는 목젖을 통해 느낄 수 있었지만 결국 나는 어떻게든 구역질이 나는 것을 참아가면서 삼켜낼 수 있었다.

내 몸 속이라면 그 모기든 나든 서로 안전한 곳일 거다. 그 모기가 내 내장을 실컷 물어뜯으라면 뜯으라고 해라. 어차피 내쪽은 얼마나 물어뜯기든 간에 내장 표면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고통도 못 느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죽어버리더라도 고통 없이 죽는 것이다.

부어오른 눈꺼풀에서 계속 피가 흘러내려 이젠 눈 앞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어쨌든 나는 이제 쉬고 싶었고 그저 침대에 앉아 내 피부에서 흘러내리는 핏방울이나 느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코 속에서 긁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모기였다.

그 모기가 어떻게 내 몸 속을 뚫고 코까지 들어왔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나는 알고 싶지도 않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내 앞에 닥친 상황을 판단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 모기는 내 코 속을 물어뜯고 있지 않았다. 그 발톱으로, 그 날개로 어떻게든 버텨가면서 코 속을 기어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코 속을 기어올라가봤자 무엇이 있다고 그러는 걸까?

코는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몇 안되는 장기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그 모기는 지금 내 뇌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코를 풀어대며 그 모기를 튕겨낼려고 그랬지만 그 모기는 끝끝내 버텨내고 오히려 내가 숨을 들이쉴 때를 틈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코에 있는 이물감이 사라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