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예원 연구원의 안경(미완)

물체 설명: 검은색 뿔테 안경. 낀 사람의 시야에서 음식물이 밝게 보임. 주머니 같은 시각적 장애물이 있어도 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른 물체는 투시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됨.
회수 날짜: 2███년 ██월 ██일
회수 장소: ██안경사에서 성██ 연구원이 구매함
현 상태: 연구 후 성██ 연구원이 사용중
메모: 연구실에 음식물을 가져오면 항상 저한테 보이게 되니 애초에 가져오질 마세요. -성██ 연구원


"거기 신입, 저 좀 보죠."
"에… 예? 저요? 저?"
"그래 너요. 너 말고 여기 신입이 어디 있습니까."
등 뒤에서 내가 호명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돌아본 어리버리한 신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황했다기보다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표정이다. 음식을 갖고 들어왔길래 바로 말하려 했는데, 자꾸 눈치를 이리저리 보면서 먹을 궁리를 하는 게 안쓰러워서 잠깐 살펴보고 있었다. 저래서야 이 안경 덕을 안 봐도 바로 들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번거롭게 호주머니에 간식 숨기지 말고 꺼내시죠. 실험실에 음식 반입 금지인 건 문짝만하게 적혀 있다고요. 그것도 문짝에다가."
"히… 히익… 죄송합니다! 꺼내겠습니다!"
신입은 그제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초코파이를 꺼내 탁상에 올려놓는다. 아무리 간식이 먹고 싶어도 그렇지, 실험실까지 과자를 들고 오면 곤란하다. 몰래 먹다가 부스러기라도 흘리면 그게 어떤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보지.
"이름 뿐이지만, 아무튼 우린 인류를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곳에서 실험 사고라도 나면 무슨 처벌을 받을지는 대충 감이 가죠? 하물며 신입은 불타는 열정이니… 초심 따위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대충 설교하는 척을 하면서 탁상 위에 놓여진 봉지를 주섬주섬 주워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사실 지금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부차적인 이유. 이 안경이 고마운 이유는 깜빡하고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온 연구원들의 간식을 합법적으로 빼앗아 먹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되겠다. 계속 빼앗기니 당연히 실험실에는 더 이상 들고 들어오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실험에 방해를 안 준다는 게 좋은 점이다. 그렇게 나름대로 우리 실험실이 잘 굴러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멤버 중 한 명이 초콜릿을 가져왔다.
"흐응? 이건 뭐람. 요즈음 안 들고 오더니, 저한테 주는 선물입니까? 저랑 몇 년을 이 실험실에서 보냈으면 들고 온 음식 제가 꿀꺽하는 건 아실 텐데요."
"아… 하하. 아까 먹으려던 걸 안 먹고 뒀나 봐요. 초콜릿은 드세요, 제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우리 연구동에서도 나름 빠릿빠릿하고 잘하는 녀석인데 실수로 초콜릿을 가져오다니, 그것 참 드문 일이다. 나야 초콜릿 한 봉지 공짜로 먹는 거니까 싫어할 거 없지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평소에 따로 군것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더만… 농담조로 "다음엔 밀크초콜릿으로 가져와요."라고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