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록 SCP-XXX-KO-B

개요 : 탐사 XXX-KO-a 직후 이혜준 요원과 권성욱 연구원이 SCP-XXX-KO-B 내부로 떨어졌다. SCP-XXX-KO-al 개체로 변이한 이 요원은 지휘부의 통신에 응답하지 않고 시야 카메라를 파손하고 자취를 감추었으나, 권 연구원과는 연결이 닿았기 때문에 권 연구원이 탐사 인원으로 지정되었다.

(시야 카메라의 화면이 노이즈를 일으킨다. 권 연구원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시야가 흔들리면서 어두운 SCP-XXX-KO-B 내부가 들어온다.)

윤도강 부대장 : 권 연구원! 권성욱 연구원! 자네 괜찮나?

권 연구원 : 아이고… 예. 괜찮습니다. 저 어디로 떨어진 겁니까? 지하 1층? (주위를 둘러보고) 아이고야… 이거 설마 다 뿌리에요? 다 뒤덮었네.

윤 부대장 : 지하 1층 아니야. 성 요원과 강 요원이 벌써 지하 1층은 수색하고 나섰어. 샅샅이 뒤졌는데도 없다더라고. 아마… 여분차원으로 추정되는 곳인듯 싶어.

권 연구원 : …진짜요? 전 뿌리 사이로 넘어졌을 뿐인데? 이게 무슨… 알겠습니다. 그럼 아까 넘어진 뿌리 사이로 누가 들어와서 저 꺼내주시면… 설마 못 들어오십니까?

윤 부대장 : 맞아. 자네가 들어간 이후로 강 요원이 곧바로 따라 들어가려고 했는데 튕겨 나왔어. 정말 문자 그대로. 일단은 그 안을 탐사해보게. 혹시 알아, 출구가 나올지.

권 연구원 : 뒤질지는 누가 압니까. 에휴. (옆에 쓰러져 있는 도끼를 발견함) 이 위로 쓰러졌으면 그냥 죽었겠네. (곧이어 이 요원이 파괴한 시야 카메라를 발견함) 이건 또 뭐야? 이 요원… 이 요원!

윤 부대장 : 이 요원은 사라졌네. 아까 그 괴–(음성이 지직거림)어. 아무래도 연결이 좀 불안정하군. 자, 어서 탐사 시작해.

권 연구원 : 갈수록 가관이군. (이 요원의 시야 카메라를 주워 주머니에 넣음)

(권 연구원이 몸을 일으키고 시야 카메라 측면에 부착된 LED등의 전원을 킨다. SCP-XXX-KO의 뿌리로만 이루어진 듯한 바닥과 벽면.)

윤 부대장 : 자네 되게 오래 기절해 있던 거 아나? 밖은 벌써 새벽이네. 거의 5시간 여를 기절해 있던 거야.

권 연구원 : 예? 그럴리가요. 제 손목 시계는 겨우 30분 지났다는데요. (다시 확인 후) 이거 절대 망가질 일 없습니다. 여분 차원 경험 많은 시계에요. 잘 차고 다녀서. 그때도 망가지지 않았는데.

윤 부대장 : 그럼 시차라도 있단 말인가. 허. 나중에 꼼꼼히 검사해야겠구만. 안은 어때?

권 연구원 : 꼭 거대한 체육관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입니다. 굉장히 친환경적인 체육관이라, 바닥도 가공 안 한 나무를 사용한 것 같은 느낌? 걷기도 힘드네.

(권 연구원의 시야 카메라가 오작동한다. 대략 5분여간 화면이 꺼지고, 권 연구원의 말소리만 녹음된다. 지휘부와의 연결 역시 끊긴다.)

권 연구원 : 네… 한참 걸은 것 같은데, 가늠이 잘 안 가네요. 솔직히 어두워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 (나무 긁히는 소리) 아, 좆됐다. 여기도 있어?

권 연구원 : …지휘부, 지금 보고 있어요? 얘네 눈이… 초록색으로 빛나는데? 더 무섭게 생겼… 잠시만, 이 요원? 여기 이 요원이 있습니다. 정말 변했네… 어, 어! 지, 지안아! 김지안! 나 알아봐? 나… 나야, 권성욱. 나라고! 지휘부, 지안이가 나 알아봐요. 공격 안한다고! 김… (나무 긁히는 소리) 안 돼. 잠깐, 오, 오지마!

(이 시점에서 모든 전자 기기가 회복된다. 권 연구원의 시야 카메라에 잡히는 SCP-XXX-KO-א 5 개체들. 권 연구원 쪽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SCP-XXX-KO-A에서 보였던 공격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내 한 개체가 권 연구원의 옷 소매를 물고 당긴다.)

권 연구원 : 김지안… 너… (말을 잇지 못함) 맨날 과탑만 하던 애가 이게 뭐야… (울먹임)

(SCP-XXX-KO-א 개체에 의해 권 연구원이 도달한 곳에 다른 SCP-XXX-KO-א 개체들이 있다. 총 259마리의 개체들, SCP-XXX-KO-A에서 발견된 개체들을 포함하면 구 제34K기지의 실종 및 사망 인원 수이다. 권 연구원이 도착하자 연구원을 무리 사이에 밀어 넣고 어디론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윤 부대장 : 권 연구원. 지금 어디로 가는지 보여?

권 연구원 : 이놈들 눈 때문에 뭐가 보이긴 하는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계속 걷는 것 같아요.

(시선을 SCP-XXX-KO-א 한 개체에 두는 권 연구원. 목에서 '김지안 연구원'이라고 적힌 인원증이 흔들거린다.)

권 연구원 : 김지안.

(묵묵부답인 SCP-XXX-KO-א 개체. 권 요원의 시야가 흔들린다.)

권 연구원 : 김지안. 나 좀 봐.

(여전히 반응하지 않는 개체. 나무 긁히는 소리와 나무 밟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권 연구원 : 편해…? (잠시 침묵) 너 맨날 힘들다고 했잖아. 재단 너무 힘들다고. 버티기 너무 힘들다고… 맨날 어디론가로 가고 싶다고 하고… 어떨 때는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다고 했지. 지금은 이렇게… 그냥 있네.

(여전히 들리는 나무 소리와 권 연구원의 목소리.)

권 연구원 : 그래서 내가 너한테 버팀목이 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나 봐. 미안해. 네가 필요할 때 옆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나 봐. 그냥… 내가 나 좋으라고 네 옆에 있던 거지, 널 위한게 아니었어. 네가 얼마나 힘들든… 정말 미안해.

(권 연구원의 시야 카메라에 먼 거리에 빛나는 무언가가 잡힌다. 점점 오작동을 일으키는 시야 카메라. 지휘부와의 연결은 끊기지 않고 있다.)

권 연구원 : (허탈하게) 그런데 한번쯤은… 한번은 나한테 화를 내지… 쓸데없이 착해서… 쓸데 없이…

(어딘가에 도달한 권 연구원. 화면에 노이즈가 일지만 갑자기 권 연구원을 둘러싼 SCP-XXX-KO-א 개체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더니 어디론가로 몰려가기 시작하는 모습은 식별 가능하다. 그 중 약 20 개체 정도는 이동하지 않고 권 연구원의 뒤를 따른다.)

권 연구원 : 아, 어디가 김지안! 지안아… (잠시 후) 밖에 무슨 일 있습니까?

윤 부대장 : 방금 성 요원이 SCP-XXX-KO의 일부를 잘라냈어. 그쪽은 일 났군.

(시야 카메라의 불빛에 의존하여 걸음을 옮기는 권 연구원. 그러나 어느 정도에 도달하자 불빛을 꺼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권 요원이 시야 카메라의 불빛을 끈다. 동시에 꺼지는 화면.)

윤 부대장 : 시야 카메라 꺼졌는데?

권 연구원 : 안 껐는데요? 확인해보겠습니다. (얼마 후) 꺼졌는데, 킬 수가 없습니다. 계속 먹통이에요.

윤 부대장 : 어쩔 수가 없겠구만… 일단 가 봐. 앞에 뭐가 있나?

권 연구원 : 빛 두 개가 보이는데요. 가까이 가봐야 뭔지 알 것 같습니다.

(나무 밟는 소리.)

권 연구원 : 웬… 거대한 신전 같이 생긴 구조물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라디오 비스무리하게도 생겼는데… 뿌리로 만들어졌네요. 뿌리로 이루어진 벽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둘투둘하고, 갈색이고, 뭐 그런. 거대한 빛덩이 두 개가 맨 아래 있고요. 화이트홀 닮았네. 맨 위에 뭐가 새겨져 있는데… 그리스어인가?

(이때 권 연구원의 시야 카메라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설명한대로, SCP-XXX-KO-B-ב가 시야에 들어온다. 권 연구원을 따르던 SCP-XXX-KO-א 개체들이 그쪽으로 먼저 이동해 있다.)

윤 부대장 : 시야 카메라 작동하기 시작함. 확인 좀 해볼게. (잠시 뒤) 히브리어야. 한국어로 "네 길을 택하라"란 뜻이고.

권 연구원 : 직설적이군. 두 빛덩이 사이에도 뭐라 적혀져 있습니다. (다가감) 이것도 못 알아보겠는데, 아래 적힌 건 알겠네요. (고개를 기울임) "통로에 손을 대어 보시오".

윤 부대장 : 그건 시야.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적혀 있는 대로 하진 말고, 일단 시간을 좀– (교신 종료됨)

권 연구원 : 지휘부? 지휘부 응답하라. 지휘부? (교신기를 두드림) …야, 가면 갈수록 장난 아니네. (약 15분 경과) 아, 이거 어떡해? 한번 해 봐? 별 방법도 없는데…

(이내 권 연구원이 우측에 있는 빛에 손을 가져다댄다. 그 순간 녹음 기능을 제외한 모든 기능의 작동을 멈추는 시야 카메라.)

권 연구원 : 허… 방금 밖을 봤다. 제34k기지. 다 망가져 있고, 주명이하고 성 요원, 둘이서 지금도 수색하고 다니는… 밖. 이거 대체 뭔 나무야? 왼쪽도 만져볼 생각.

(약 5분 경과)

권 연구원 : (헐떡이는 소리) 이게 뭐지? 허… 이번에도 밖을 보긴 봤다. 그런데… 다 있어. 이 요원도, 김지안도, 허준상도, 박연주 선배도 다 있다고! 저게 뭐지? 대체 무슨… 설마 평행우주라도 되나. 근데 내가 보이잖아. 근데… 허… 좀, 뭔가 이상해요. 내가… 굉장히 안 좋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고.

(약 3분 경과)

권 연구원 : 대체 어디로 가야하지?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면 남은 하나는 어떻게 되는 거고?

(약 5분 경과)

권 연구원 : 네 길을 선택하라…

(약 4분 경과.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는 시야 카메라. 권 연구원이 좌측 통로에 서 있다. 발을 통로 안으로 내딛으며 권 연구원이 시야를 우측 통로 쪽으로 돌린다. 돌리는 순간 보이는 인영.)

권 연구원 : 어–(시야 카메라 전 기능 작동 중지)

권 연구원은 이후 SCP-XXX-KO-B에 접근한 지 9시간 만에 SCP-XXX-KO-A 외곽의 SCP-XXX-KO의 뿌리로 만들어진 구멍 사이에서 탈출하였다. 추후 권 연구원은 SCP-XXX-KO-B에 위치했던 시간을 1시간여로 체감했다고 진술했다. 탈출 당시 권 연구원은 탈진 상태였으며, 적절한 치료 조치 이후 박연주 연구원이 당 인원을 면담하였다.

2021/06/01

박연주 연구원 : 잘 지냈습니까, 권성욱 연구원?

권 연구원 : 건강해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선배님.

박 연구원 : 회복 이후 줄곧 현실 개변을 주장했는데요, 대다수의 인원들이 SCP-XXX-KO의 출현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SCP-XXX-KO-א로 변이했다고 했죠? 나도 죽었다고 했고.

권 연구원 : 네. 극소수만 그 영향을 받지 않았고, 대부분은 그렇게 됐었죠. 그런데 그곳에서 나와보니 SCP-XXX-KO-A에 있었던 인원들이 적었다고 하더군요. 스물 정도로? SCP-XXX-KO의 생장으로 압사한 인원은 없고, 그냥 SCP-XXX-KO-א 개체로만 변이했다고… 뿌리에 관통당하는 일들을 다 견뎌내고, 그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도 없이요.

박 연구원 : 1동에 집결 명령이 내려져 있어서 다행이었죠. 현실 개변의 증거품으로 시야 카메라를 제시했지요?

권 연구원 : 네. 제가 SCP-XXX-KO-A와 SCP-XXX-KO-B를 탐사했을 때 사용했던 시야 카메라의 기종은 다른 조원들의 기록 역시 저장할 수 있어, 개변 이전의 상황을 전부 담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박 연구원 : 오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내용, 현실성 수치, 조작 여부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밀한 검사를 진행했는데, 놀랍게도 다 통과했어요. 정말 현실 개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점을 향후 보고서에 반영할 작정입니다.

권 연구원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박 연구원 : 네, 말씀하세요.

권 연구원 : 제가 마지막으로 본 그 사람 형체 말입니다. 그… 아무리 생각해도…

박 연구원 : 그 형체 말입니까? 제대로 찍혀 있지는 않아서 식별이 불가했는데…

박 연구원 : 말했듯이 영상 자료는 검사에 통과했어요. SCP-XXX-KO와 SCP-XXX-KO-A 전체의 검사에서도 현실 개변 가능성이 높게 도출되었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의료부에 이번 사태 관련 인원들을 위한 심리 상담 기회를 준다고 하니 그걸 한번 받아보는 걸 추천할게요.

권 연구원 : 네, 감사합니다. (잠시 머뭇거리다) 그런데요… 선배님. 원래 하늘 색깔이 저렇게 연한 파란색이었나요?

질문거리
1. 격리절차가 너무 부실하지 않은가?
2. 어딘가 빈약한 점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