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밤을 위한 징글벨

명료하게 울려퍼지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사이로.

레스토랑 안 손님들의 대화와 함께 교차하는 수많은 감정들 사이로.

먹음직스러운 냄새들과 수없이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들 사이로.

마주앉은 가족과 연인들의 그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 사이로.

그 모든 것들 사이로.

우리는 사랑을 찾고있죠.

누군가를 위한 애타는 사랑을.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에 받은 꿈같은 휴가도. 1년 가까이 동안 화상통화로 밖에 못 봤던 딸과의 포옹도. 그 화기애애한 대화들도. 너무 기뻐 흘렸던 아내의 눈물도. 눈 내리는 거리의 크리스마스 풍경도. 예약했던 레스토랑도. 요리들도.

레스토랑 안에 울려퍼지던 피아노 연주도.

씨발, 모든 것이 완벽했다.

……

나는 사명을 갖고 일했다.

인류를 보호한다는 사명을.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해악을 격리한다는 사명을. 내 가족을 보호한다는 사명을. 인류를 보호한다는 사명은 곧 내 가족을 보호한다는 사명이었다.

오직 그 사명만을 되뇌이며 세상의 모든 악몽들과 밤낮없이 사투하며 버텨냈다.

오늘은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 잠깐의 휴식이자 값진 보상이었다.

좆까고 있네… 무심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말이었다.

"당신, 왜 그래? 갑자기 손에 얼굴을 파묻고는… 혹시 일이 남아서 돌아가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내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걱정하지마. 이렇게 좋은 날을 내가 망칠 리 없잖아?"

망할, 저 레스토랑 중앙의 피아니스트가 문제다.

변칙예술, 그중에서도 청각 쪽은 현장에서 뛰는 요원들이 필수적으로 들어야하는 강의 중 하나였다.

전문적으로 그쪽을 다뤄야하는 요원들은 예방접종이라며 뇌에 뭘 심겨지기도 하던데, 난 그러진 않았다. 하지만 헤드폰을 쓰고 다섯 시간 동안 온갖 잡음과 소음을 들어야 하긴 했다.

지금 들리는 이 피아노의 징글벨 연주 소리에 뭔가 이질적인 음이 섞여있다. 정말 미세하게. 모래알만큼 미세하게. 그때 들었던 것들 중 일부인 익숙한 음이.

일단 바지춤에 붙어있는 녹음기를 켰다. 그리고… 지원을 요청해야겠지?

지원을 요청한다면, 일단 저년은 체포될 것이고, 레스토랑 안에 모든 사람들이 대피될 것이다. 그리고 한명한명 차례차례 뇌 스캔을 받은 다음 기억소거제를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가겠지. 내 아내와 딸도. 내 크리스마스는 저 하늘 위로 증발할 것이다.

안 돼.

저 피아노 앞에 앉아 실실 쪼개며 건반을 누르고있는 썩을년한테 다가가서, 오늘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냐며, 좀 봐달라고.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라고 얘기할까?

저 미친년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변칙예술가들은 대체로 제정신이 아니다. 자칫하면 이 안에 모든 손님들과 내 가족이 위험에 빠질수도 있다.

그냥 가만히 있을까?

레스토랑에 들어오고 지금까지 아무일도 없었고, 정말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어떤 위험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다.

점점 미쳐가는군. 내 가족을 걸고 그런 도박을 할 순 없어.

진짜로 위험한 일이 터지기 전에, 화장실에 간다고 한 다음 거기서 지원 요청을 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