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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XXXX-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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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 즈소에게 보고서를 제출해 봅시다.
설거지 재단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잡담.
이미 소등 시간이 지난 직원 식당은 어둡고 고요했다. 그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내가 앉아있었다.
나는 아이폰의 플래시 어플의 불빛에 의존해서 술을 들이켰다.
아무도 없는 직원 식당에 술 따르는 소리, 술 넘어가는 소리, 초콜릿 씹는 소리만이,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당연하다. 이 시간은 다들 자는 시간이고, 야근하는 사람도 이곳에 올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내가 이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지만.
"응?"
무언가 이상하다. 발걸음 소리? 아무도 오지 않는 데, 분명 몇 년동안 그래왔는 데, 오늘은 누군가가 이곳으로 오고있다. 발소리는 점점 커졌고, 이내 사람의 형체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눈으로 보이는 형체는 아무리 봐도 중학생 수준 정도로 작았다. 그 형체는 이미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예상하지 못 했는지 잠깐 멈칫했고, 이내 여성이 있는 곳 까지 다가왔다. 내가 아이폰을 들어 형체에 불빛이 비치자, 후드 티를 입은 금발 적안의 소년이 나타났다.
"여어, 어서 와. 새로운 아싸는 언제나 환영이다."
"초면인 사람에게 그거 무례한 말 아닙니까. 제가 아싸인 줄은 어떻게 알고요."
"이 시간에 여기 오는 게 같이 술 마실 사람 없는 아싸외에 더 있겠냐. 아, 참고로 난 여기서 3년은 있었는 데 누굴 만난 건 네가 처음이다."
"할 말이 없네요."
소년은 그대로 테이블에 합석했다. 그 녀석이 앉자 나도 다시 아이폰 조명을 되돌려 놓아서 테이블에 비칠 수 있도록 했다.
"이름은 뭐냐?"
"존 S. 톨렌입니다, 채림 박사님. 평범한 연구원입니다."
"어, 나 아냐?"
"제법 유명하시지않습니까. 이쪽에선 드문 한국계에다 여성이시고. 학술지라던가 여러 군데에서 이름 실린 걸 봤습니다."
"그것만으로?"
"네?"
"내 기억에 난 다른 걸로 유명할텐데."
"…다들 박사님을 별로 좋게 보진 않더군요."
"뭐, 그렇겠지."
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시려고 마저 말을 하려다 잔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빈 잔에 다시 술을 따랐다가, 문득 내가 방금 전과 다르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도 여분의 술잔을 갖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 꺼낸 다음 위스키를 따라서 건네주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왔는 데 혼자서 술 마시고 있었네. 자, 여기. 위스키 좋아하냐?"
"싫진 않습니다."
톨렌은 잔을 받고는 그대로 위스키를 들이켰다. 꽤나 센 건데, 별다른 내색 없이 그대로 잔을 비웠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술이 제법 센 모양이다.
"그나저나, 제 체형을 보고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시네요."
"신삥이나 그렇겠지. 여긴 오랑우탄에 개머리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동네라고? 아,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너처럼 어려진 애 하나 있다고 하더라. 쯔산이었나? 아무튼 이상할거야 있냐."
나도 다시 아까 따랐던 잔을 들어서 술을 한 모금 삼켰다. 슬슬 술에 제법 들어가서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성은 여전히 말짱하다. 개인적으로 술은 이렇게 완전히 취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하지 않은 것도 아닌 이런 오묘한 상태가 될 때까지 마시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이성이 다 날아가고 필름 끊길때 까지 진창 마셔대는 어느 나라의 누구들은 정말 이해 못하겠다니까. 그렇게 추해지는 게 좋나?
"뭐, 아무튼 넌 어쩌다 그렇게 됐냐. APTX4869라도 먹었냐?"
"아뇨, 사이보그 개조를 받았더니 이렇게 되었더군요."
"…로보캅?"
"그것보다 훨씬 더입니다. 뇌세포 몇 개 빼면 신체 전체가 기계니까요."
"…그건 사이보그라고 부르기엔 좀 애매하지 않아?"
"제가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과 자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사이보그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좌도 저처럼 전신을 기계로 바꿨지만, 안드로이드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잖지 않습니까? 그쪽은 심지어 뇌조차도 기계인데 말이죠."
"글쎄다… 미안. 무언가 논리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거부감이 좀 들어. 널 사이보그… 그러니까 '인간'의 범주로 넣는다는 게."
"뭐, 괜찮습니다. 그런 말은 자주 들었어요. 기술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더 이상 과거의 생물학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게 될 지라도 육체적, 지능적 한계를 뛰어넘어도 좋다는 제 사상이야, 급진적인 편에 속하니까요."
"트랜스휴머니즘?"
"그렇습니다. 어, 근데 우리가 무슨 이야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죠? 지금 우리가 떠들고 있는 건 술자리에서 가볍게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 데 말입니다."
"그러게? 음… 네 체형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됐었나? 그 이전엔 내가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아, 그랬었죠. 그러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박사님은 어쩌다가 이렇게 외톨이가 되신 겁니까?"
"내 이야기라… 마침 잘 됐네. 안 그래도 계속 속에서 썩히고만 있었는 데. 이렇게 처지 비슷한 친구를 만나서 털어놓을 수도 있게 됐고."
잠깐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쉬고,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아까보다 취기가 더욱 강하게 올라온다. 역시, 이 이야기는 술기운이 있어야 할 만하다.
"먼저 퇴근한다. 다들 수고해."
"네, 박사님. 내일 뵈요."
검토 끝난 서류를 두고 책상에서 일어났다. 통과된 건 보안부에 보내면 검열할 테고, 그건 가베라가 열심히 타지치면 된다. 보류된 건 내일 공지해서 찾아가라고 하면 되고. 오늘은 드디어 엿같은 마카로프를 조질때인가?
문을 열고 휴게실로 나오니 벌써 몇 명이 자리잡아서 게임을 하고 있다. 늘 하던대로 카운터에서 모던 워페어 3를 꺼낸 뒤 직원카드를 리더기에 가져다댔고, 서랍에서 컨트롤러를 꺼냈다. 무인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 즈소가 없을때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즈소도 게임 즐기거나 밴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아하는 눈치고.
어쨌든, 그대로 PS3에 CD를 넣은 뒤 인식되기를 기다리…
파직.
갑자기 TV를 포함한 휴게실 전체 전기기구의 전원이 나갔다. LED도 나가서 휴게실 전체가 그대로 깜깜해졌다.
…정전인가?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비상 발전기도 있으니 30초만 있으면 전력은 복구된다. 마카로프 조진다음에 관리부 놈들 가서 갈궈야겠네. 전력 관리 안하고 대체 뭐하는 거…
잠깐만, 정전?
여긴 기지 전력원이랑 분리되어 있는 데?
곧장 출입구로 뛰어가서 문고리를 돌렸다. 어, 뭐야. 씨발, 안 열려? 잠금 걸 수 있는 게 나랑 관리관 뿐인데 이게 뭔 개같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문을 향해 돌격했다. 쾅! …어깨만 아팠다. 멍청하게 뭐하는 거야? 핵 터져도 멀쩡한 거에다 들이받아봤자 열릴리가 없잖아?
휴대전화를 꺼내서 손전등 어플을 켰다. 이제 좀 밝다.
"즈소! 아네모네! 가베라! 스키퍼! 좀 나와봐! 이거 뭔가 잘못됐어!"
…반응이 없다. 정신 차려, 있었으면 진작에 나왔겠지. 진정해 채림. 하아…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상황을 파악하자. 휴게실 전력이 나갔다. 문이 안 열린다. 부하직원들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 게임하던 녀석들도 사라졌잖아? 여기 나 혼자 뿐인거야? 이 어둠속에서? 휴대전화 배터리를 확인했다. 그래, 아직 괜찮아. 앞으로 몇 시간은 더 조명으로 쓸 수 있어.
우선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보자. 내부 구조가 바뀐 것 같지는 않다. PS3, XBOX One, 아케이드 게임기 전부 그대로다. 냉장고도 그대로네. 안에 음료수도 남아있다. 식긴 하겠지만 마실 것 걱정은 없겠네.
그나저나 이렇게 어두워지니 휴게실이 정말 넓긴 하다. 평소에도 게임기 잔뜩 두고 공연 스테이지까지 뒀는데도 공간이 남는 걸 보면. 지금은 오히려 너무 넓어서 빛이 안닿는 곳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아, 저기 폴라로이드도 있네. 플래시가 달려있어서 여차할때는 조명으로 쓸 수도 있겠지만, 일단 휴대전화가 있으니 당장 쓸 일은 없겠다.
이정도면 거의 다 둘러본 것 같은 데… 결국 소득은 없는건가? 그나저나 대체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연결통로는 매우 안정적이어서 우리도 깨트리지 못했는데, 설마 저쪽에서 무슨 짓을 한 건가? 아냐, 그렇다면 여기 있던 녀석들이랑 기록부 애들이 사라진게 말이 안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지금 발 밑에 뭔가 걸렸는…
"으아아아아아아! 씨발, 씨발 이게 뭐야!"
시체다. 눈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 것도 없는 시체다. 피부는 썩어들어가 있고 곳곳에 무언가에 잡힌 자국이 있다. 알아차리자마자 발로 걷어차버렸다. 씨발, 이건 대체 뭐야!
어, 잠깐. 여긴 어디야. 난 방금 전까지 휴게실에 있었는 데?
시체다. 주변이 온통 아까와 같은 시체로 가득하다. 우욱… 안에서 올라올 것 같다. 여기가 휴게실이 아닌 건 확실하다. 그럼 대체 어디지? 방금 그 시체가 차원의 경계에 있던건가? 내가 건드려서 이쪽으로 빨려들어온거고?
머리를 굴리자… 지금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오려면 뭔가 단서가 필요해. 20년 가까이 재단에서 굴렀잖아, 천체 및 여분차원 전문 외부 자문이란 직책은 폼이냐? 야 채림. 정신 차리고 상황 분석을 좀 해봐!
아.
기억났다.
나 이거 본 적있어. 그리고 뭐에 당하면 이렇게 되는지도 알아.
아냐, 그럴리 없어. 그건 격리구역 안에 짱박혀있다고. 누가 장난질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게 여기까지 오는 건 불가능해. 왔다해도 연락이 왔겠지. 직선거리 상으로도 1000km가 넘잖아?
멍청아, 이차원간 이동에서 한 차원 내의 물리적 거리는 의미 없다는 사실은 폼이냐?
그건 그 녀석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잖아! 그 녀석은 자기 주변에 입구를 여는 게 다라고. 공간은 그 녀석을 따라다녀. 이 차원에 불안정한 공간을 만들지 않는 이상 먼거리에서 입구를 열 수는 없어! 게다가 휴게실을 통째로 전이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네가 그랬잖아.
그건 7년도 더 된 이야기잖아! 이제와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넌 알고 있잖아. 네가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있는 지, 그리고 그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냐, 그건 내 탓이 아냐. 격리 똑바로 안한 녀석들이 잘못한거라고.
네 탓이야.
아니야.
네 탓이야.
아니라고.
네 탓이…
짝!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잡념은 지웠다. 이럴 때 왜 또 그런 기억이… 아, 폰 떨궜다. 아까 뺨 쳤을때 떨군건…
I CAN SEE YOU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거지? 그때도 이런 글이 새겨져있었어. 그렇다면 여긴 정말로…
살이 녹는 소리가 들린다. 뒤에 그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의 형체가 보인다. 그 녀석의 눈동자가 보인다. 다가온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오지마… 오지마,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박사님!
"…핫!"
눈을 떴다. 주변을 살핀다. 불이 꺼져있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내 방이다.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는다. 촉각이 느껴진다. 꿈인가. 몇 년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수면등을 켜려 손을 더듬었지만 버튼이 잘 잡히지 않는다. 어디,이 부근이었는데…
딸깍
"박사님, 괜찮으세요? 꽤나 심하게 가위눌리신 것 같은 데…"
수면등이 켜지자 곁에 있던 사람의 얼굴이 비춰진다. 파란색 머릿 결에 파란색 눈동자, 이런 외모른 가진 건 이 기지에 한 명 밖에 없지. 즈소다. 마지막의 그 외침은 즈소였나.
곁에 있던 안경집에서 안경을 꺼내서 쓴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 2시.
"이 시간에 내 방에는 어쩐일이야?"
"일어나서 화장실 갔다가 사무실에 휴대전화 두고와서 찾으러 왔는 데, 방에서 박사님이 괴로운 목소리로 잠꼬대 하시는게 들려서요. 괜찮으세요?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세요."
뒤늦게 침대고 옷이고 땀 범벅이었던 게 느껴진다. 찝찝하다. 우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단 씻고서 생각해야겠어.
"괜찮아, 괜찮아. 악몽 같은 거 누구나 꾸는 거잖아. 꿈속에서 남자가 나타나서 예지를 해준 것도 아니고, 그냥 꿈이야. 그래도 오늘 잠은 다 잤구만. 젠장, 일단 씻어야지 원. 너도 가서 자. 내일도 일해야지."
"박사님."
순간 멈칫했다. 평소의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아니라 진지한 목소리였다. 뒤돌아서서 보니 표정은 평소의 밝은 표정이지만, 분위기가 뭔가 달랐다.
"지금 뭔가 숨기시고 있죠. 7년 전의 일이 뭐에요?"
미친. 설마 그 독백을 내가 직접 다 잠꼬대로 말했다고?
"어디부터 들은거야?"
"직선거리 이야기부터 전부 다요."
"중요한 건 다 들었네."
하아,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 일,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 데 그것도 아니었고, 잠꼬대로 말해버렸으니 즈소 성격상 이 일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 해줄께. 근데 일단 씻자. 씻고나서 이야기하자.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서랍장에서 갈아입을 옷을 꺼낸 뒤, 내 방을 나가서, 사무실과 휴게실을 거쳐 우리 차원의 기지로 나온 뒤 샤워실로 도피했다.
어찌어찌 샤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불은 켜져있고, 즈소는 자기 의자를 내 책상앞에 가져와서 앉아있었다. 냉장고에서 커피 한 병과 얼음을 꺼낸 뒤, 컵 두잔을 가져와서 얼음을 넣고 커피를 부었다. 한 잔은 즈소에게 주고, 다른 한 잔을 손에 들었다.
"마음 같아선 술마시고 싶긴 하지만, 내일 일해야 하니까 커피로 참자. 모양은 안나긴 하지만, 건배 할까?"
"좋아요."
짠하고 잔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서로 커피를 한 모금 했다. 잔을 내려놓은 뒤에 잠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어렵게 입을 떼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우, 생각해보니 벌써 7년이나 지난 일인가. 그러니까, 그때는 내가 다차원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있었어."
2008년, 여름.
"…그러니까 오늘 오후 3시로 확정됐다고?"
"예, 채림 박사님. 41구역에서 타우-11과 이오타-23과 함께 진행하는 걸로 확정되었습니다."
"기특대가 둘이나 참관한다고? 높으신 분들이 이거에 그렇게 관심을 가졌나?"
"요즘 진행하는 포르젝트 중에 제일 큰 거중 하나잖아요? 그리고 한 쪽은 기술 시험 부대라 이 쪽에 관심 갖는 게 당연하고, 나머지 한 쪽은 완성되면 자기들이 쓸 장비니까요. 일단 물리적인 것 외에도 시공간 왜곡도 파괴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뭐, 그런가. 일단 최종점검한 다음에 실험 때까지는 쉬고 있어. 실험 때 실수하면 큰일나니까."
"예, 그럼."
후우… 오늘로 맡은 프로젝트도 끝인가. 3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오늘로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처음에 천체물리학자에게 웬 시공간 파괴병기를 줘놓고 연구하라고 할 때는 벙쪘는 데 말이지… 일단 여분차원 전문 연구원이긴 하지만 이쪽하고는 분야가 약간 다르니까. 뭐, 일단 막상 연구에 들어가기는 하니까 어떻게든 됐지만. 좀 멀쩡한 걸 주지 하필 고장난 걸 주는 바람에 해석하는 것도 뼈빠지게 힘들었고 몇 명이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걸로 된거야. 이게 끝난 다음엔 포상휴가 좀 다녀와야겠다. 그 다음엔 여긴 아니더라도 다른 연구소 소장 자리 정도는 따놓은 당상이니.
뭐, 그것도 오늘 실험을 잘 마쳤을 때의 이야기니까. 여기서 실수하는 머저리 같은 짓을 하면 곤란하지. 완성되기 전부터 애들은 단단히 교육시켜 놨고, 실험 날짜 잡혔을 때 이미 주변 기지에 단단히 일러뒀으니, 뭐가 방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잠시 시간이나 때울까해서 휴게실로 갔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자판기에 집어넣은 뒤 콜라를 한 잔 꺼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고 탄산이 나오는 소리가 났다. 꿀꺽. 한 모금 마신 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딱히 휴게실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뭐, 오늘 우리 팀이 외부 실험 잡혔으니까 내가 이렇게 한가할 수 있는 거지만. 출발할 때 까지 아직 시간은 있을 테니, 아이폰 3G를 꺼내서 이어폰을 꽂고 저장된 음악이나 틀었다. 잡스가 제벅 괜찮은 걸 만들었다니까.
그렇게 잠시 쉬고 있잖이 발소리와 함께 휴게실에 사람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순간 눈을 의심했었다. 기껏해야 150cm 정도 밖에 안되는 키에 후드티를 입은 금발의 남자. 잠시 당황했다가 얼마 전에 읽었던 인사배치 문서에서 이름을 기억해 냈다. 존 S. 톨렌. 그런 이름이었지, 분명.
키도 그렇지만, 이력이 독특해서 나름 기억에 남았다. GOC 에서 이직해왔다라… 거기에 사이보그라고? 아, 뭐 여기야 원래 개머리 교수나 오랑우탄 박사 같은 이상한 사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눈에 띈단 말이지. 보니까, 입사한 것 자체는 2000년대 초 정도였었는 데, 아직도 일반 연구원인걸 보면, 아직 스파이 의심 인원 꼬리표가 붙어있는 듯 했다. 하긴, 다른 곳도 아니고 GOC인데 내부 보안부에서 가만히 둘리가 없지.
톨렌은 그대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았다. 그대로 한 모금 마시다 날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채림 박사님."
"초면인데 내 이름을 아네?"
"여기서 박사님 이름 모르는 사람도 있겠습니까. 앞날 창창하신 걸로 유명하신 분인데 말이죠."
"내가 그렇게 유명했었나? 그나저나 한가한가보네, 톨렌."
"뭐, 잠깐 시간이나서 말이죠… 제 이름 언제 아셨습니까?"
"인시파일 봤던게 인상에 꽤나 남았거든."
이런저런 잡답을 하면서 톨렌 내가 앉은 테이블의 맞은 편에 앉았다. 키 차이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톨렌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나저나 재단으로는 왜 이직한거냐?"
"내부고발했다 그대로 숙청당했습니다. 해체당할 뻔했다 이쪽 요원들 덕분에 목숨은 건지고 그대로 이직했네요."
"사람 사는 곳이야 다 똑같지, 뭐. 아, 그리고 사이보그라고 했던가?"
"네. 반도체 노르니르의 종복들이라고, 트랜스휴머니스트 단체 소속이었습니다. 거기서 한 번 신체개조 받아서 그때부터 쭉 신체는 이 상태입니다. 중학생 신체인 건 좀 그렇긴 하지만 일단 늙지도 않고 여러가지 편의도 있어서 만족중이긴 합니다. 먹고 마시는 데 지장도 없고요."
"개조를 중학생 때 받은 거야?"
"그럴리가요. 개조받고 보니 작아졌더군요. 자세한 건 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 그럼 실제로는 몇 살이냐? 인사파일은 죄다 먹칠을 해놔서 말이지."
"71년 생입니다."
"응…? 풋, 아하하하하하하핫, 켁! 켁!"
너무 웃어버렸더니 숨이 잘 못 넘어가버렸다. 기침이 좀 진정되자 다시 목이 타서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왜 그러시죠?"
"뭐야, 결국 나랑 동갑이었냐?"
"71년 생이요? 혹시 노화방지 치료라도 받으셨습니까? 아니면 변칙 개체십니까?"
"갑자기 웬 헛소리야?"
"아무리 봐도 30대 초반으로 밖에 안 보이셔서 말이죠. 처음 사진 봤을땐 꽤 젊으시길래 그 나이에 프로젝트 최고책임자를 맡았으니 유명해질만 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너나나나 그렇게 안늙었다? 아직 서른여덟이야, 서.른.여.덟. 그리고 변칙 개체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축복받은 동안일 뿐이지."
"의심되는데요… 혹시 모르죠. 미발견 변칙개체일지 누가 압니까?"
"이 자식이 진짜… 그나저나 사이보그면 뭔가 신체에 다른 기능이라도 있어?"
"목 뒤에 어댑터로 휴대전화 충전할 수 있습니다."
"거 참 희안한 기능이네."
"그리고 개조받기 전에 타입 블루였던지라 지금도 기적학은 쓸 수 있습니다."
"…에? 뭐라고?"
"아, 이건 GOC 용어군요. 그러니까 일상언어로 바꾸자면, 마법사입니다."
"마법사?"
다시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뭐야, 벌써 다마신건가. 양이 참 감질나네.
"뭐, 재단에서 근무하면서 별의별 이상한 걸 다 봐서 마법사는 없겠냐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진짜로 접하니까 기분이 묘하네. GOC에 마법사도 있었어?"
"애초에 설립 자체에 타입 블루가 관여했는 걸요. 기적학이라고 별도로 학문도 있고요. 자연과학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마법사라고 말하기에는 뭐한게, 매지션이나 위자드 뿐만 아니라, 동양의 도교나 음양사 같은 것도 포괄하는 명칭이라서요. 저는 일단 매지션에 가깝습니다만."
"흐음… 그래?"
그때 아이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조금 전에 외부 실험 시간에 늦지 말라고 일정표에 집어넣어뒀던 알람이었다. 수다떨다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아, 난 먼저 일어나야겠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웃옷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여기 내 명함. 혹시 뭐 나중에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발은 넓은 편이거든."
"아, 감사합니다."
"그럼."
콜라 깡통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쓰레기통 안으로 골인했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인가. 자자, 긴장 풀자고 채림. 이제 날아오를 때니까. 뭐, 별 일 있겠어?
이때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지. 이때까지는
일련번호: SCP-XXX-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XXX-KO의 격리 전담반은 대상이 존재하는 백화점에 사설 경비업체로 위장취업하여 대상의 격리를 용이하게 하고 유사시의 실험을 보조한다. SCP-XXX-KO의 제어 프로그램에는 기존의 센서를 정지시키고 별도의 입력장치를 통해서만 문의 개폐가 이루어지도록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대상이 활성화 되는 것으로 추정된 시간에 해당 기능을 이용해 SCP-XXX-KO가 작동하지 않도록 한다. 대상은 스스로 활성화할 수 없으므로, 외부인의 접근 차단은 일반적인 경비업체에서 실시하는 수준으로도 충분하다. 만일 허가받지 않은 인물이 SCP-XXX-KO 내부로 진입했다면, 해당 인물의 구출은 현장의 판단에 맞긴다.
설명: SCP-XXX-KO는 서울 [편집됨]시의 ██백화점 4층의 주차장과 백화점 내부를 연결하는 자동문이다. 대상의 구성성분과 물리적 성질은 시중에 존재하는 자동문과 일치하며, 어떠한 변칙적 특징도 발견되지 않았다.
SCP-XXX-KO가 백화점이 폐장한 심야 시간대에 열릴 경우 주차장과 외관상 닮았지만 전혀 다른 공간(이하 SCP-XXX-KO-1)으로 연결된다.(대상이 SCP-XXX-KO-1과 연결된 상태를 대상이 활성화되었다고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대상이 활성화 되는 시각이라도 백화점이 개장중이라면 대상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대상이 활성화되는 시각은 현재 오전 12시에서 일출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SCP-XXX-KO-1은 백화점 해당 층의 지하주차장과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한 대도 주차되어 있지 않으며, 창 바깥과 다른 층으로 통하는 길 중간은 완전한 어둠으로 덮여있다. 소형 무인 드론을 통해 정찰을 시도한 결과 어둠 속으로 접근한 지 얼마되지 않아 통신이 두절되었다. 또한 적외선 카메라나 열상망원장비 등 어둠 속에서도 물체를 관측할 수 있는 어떠한 장비를 동원해도 어둠 속을 관측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SCP-XXX-KO-1에는 다수의 인간형 개체들이 존재한다. 이 개체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웃는 얼굴을 형상화한 노란색 그림이 그려진 재질 불명의 가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다. 가면에는 눈구멍이 없지만 개체들은 눈구멍이 있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듯이 행동한다. 개체들은 가면을 벗기려는 모든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며, 가면을 벗기려는 모든 시도는 가면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으로 얼굴에 밀착되어 있어 실패했다. 또한 비명이나 신음을 제외하면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인간형 개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SCP-XXX-KO-A는 대부분 건장한 성인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각목이나 쇠파이프 등의 둔기를 소지한 채로 SCP-XXX-KO-1을 배회하며, 불규칙적으로 SCP-XXX-KO-B(후술함)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개체들은 대부분 단독으로 다니며 개체끼리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관측되지 않았다. SCP-XXX-KO-A는 원래 그 공간에 있지 않던 모든 사물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며 폭력을 행사한다. 이때만큼은 SCP-XXX-KO-A끼리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SCP-XXX-KO-B는 A에 비해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고 몇 명끼리 모여서 바닥에 앉아있다. 때때로 SCP-XXX-KO-A의 폭력의 대상이 되나, 개체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 이들도 일반적인 인간처럼 폭력에 손상을 입는다. 이들은 외부 자극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으나 가면을 벗기려는 행위에는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SCP-XXX-KO-1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SCP-XXX-KO를 넘어올 수도 없으며, 인간형 개체들도 건너편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SCP-XXX-KO 너머에서 대상을 물리적으로 자극했을 때는 자극한 대상을 인지하지 못 했으며, SCP-XXX-KO-1에서 사물을 건너편으로 들고오려 시도하면 경계면에서 사라진다. 경계면에 걸친 물체는 넘어온 부분만 소실되며, 물체를 다시 건너편으로 밀면 소실된 부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SCP-XXX-KO 연결되지 않았을 때 원래 존재했던 해당 공간으로 물체가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CP-XXX-KO가 활성화 도중에 닫힐 경우, SCP-XXX-KO-1과의 연결은 중단되며, 그 날동안은 더 이상 활성화되지 않는다. 대상이 활성화된 동안은 SCP-XXX-KO-1과 통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문이 닫힌 이후에는 모든 통신이 중단된다. SCP-XXX-KO-1 내부에 사물을 유기한 채로 문이 닫힌 뒤에 그 물건을 다시 찾은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SCP-XXX-KO-1 내부의 공간 및 인간형 개체들이 입은 손상은 날짜가 바뀌고 SCP-XXX-KO를 다시 활성화 시켰을 때는 모두 복원되어 있다. 내부를 녹화를 영상을 분석한 결과 SCP-XXX-KO-A, B의 인원 변동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상 이외에도 다른 자동문이나 창문 등 주차장으로 향하는 출입구가 존재하지만, SCP-XXX-KO를 제외한 출입구는 모두 정상적으로 주차장으로 통하며 이를 통해 주차장으로 나갔다 SCP-XXX-KO를 통해 백화점으로 들어오는 것도 가능하나, 이러한 방식으로 들어오게되면 SCP-XXX-KO 건너편에서 볼때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인물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SCP-XXX-KO-A, B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으며, 개체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런 행동양식을 보이는 지, SCP-XXX-KO-1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 『입실론-23 정기 보고서』 에 써넣을 것 끄적이기
제가 냈던 아이디어를 나름대로 보고서 문체에 맞게 작성해보았습니다.
밀리터리 분야의 지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부분을 수정해서 페이지에 채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차세대 개인 방어 화기 개발 사업
재단에 속한 3등급, 혹은 B계급 이상의 고위 연구원들은 타 요주의 단체, 특히 혼돈의 반란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위협에 비해 받는 군사 훈련의 양이 적기 때문에, 그동안 보안이 허술해진 틈을 이용한 요주의 단체의 고위 연구원들 암살, 혹은 납치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기존의 고위 연구원들에게 지급되는 개인 방어 화기(Personal Defense Weapon)는 사용자의 훈련 부족으로 인한 사용 미숙과 요주의 단체 특수 부대 장비 성능과의 차이로 인해 호신용으로 적합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적은 훈련으로도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 가능한 차세대 갱니 방어 화기의 필요성이 재단 과학부에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재단 과학부에서 모집하는 통괄연구학술지에 등재된 "SCP-835의 통각 활성화 기능의 원리에 관한 연구"1를 바탕으로 개발된 차세대 개인 방어 화기(적절한 제식 명칭 추가 요망)는 미국 Magpul사에서 제작한 시험용 접이식 기관단총 FMG-9를 기본 베이스로 제작되었으며, (제식 명칭)에서 사용 가능한 대인저지용 특수 탄환도 함께 개발되었다. (제식 명칭)는 접이식 기관단총 특성상 휴대가 간편하고 위장이 쉬우며, 특수 탄환은 격발 시 실탄 대신 총구에서 일직선 방향으로 특수한 파동을 발생시켜 닿는 생명체의 통각 신경을 최대로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조준이 정확하지 않더라고 파동에 스치기만 하거나 방탄복, 방탄 헬멧, 진압 방패 등의 얇은 보호 장구에 피탄해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대인저지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식 명칭)는 유사시 원본 모델인 FMG-9에서 사용하는 9mm 파라벨럼 탄환도 사용 가능하다. 반대로 특수 탄환은 일반 총기에서 사용할 경우 파동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고 흩어져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신체에 고통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식 명칭)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마약에 중독된 D계급 인원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피격당한 대상의 85% 이상이 피격 후 수십 초간 제대로 된 언어 구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통증을 호소했다. 현재 고위 연구원들을 우선으로 장비를 보급하고 있으며, 보급 이후 고위 연구원들의 암살, 혹은 납치 사태의 발생 수가 40% 이상 감소하였다. 또한 이 장비를 기반으로 현장 요원들의 제식 권총이나 기동특무부대의 인질 구출, 혹은 생포 임무에 사용될 소총 등이 현재 개발 중에 있다.
간이 기억소거제 개발 사업
재단의 기억소거제는 그동안 정보 조작 업무에 큰 기여를 하였으나, 직접 주사해야하고, 주사 후 효과가 나타날 때 까지 수 분의 대기 시간이 있는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장에서 급박하게 기억 소거를 행해야 할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재단 과학부 및 관리부에서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사용 가능한 간이 기억소거제의 개발을 추진했으며, 전 세계 재단 지부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시행했다.
공모전 결과, 즈소 연구원이 제출한 '기체분사식 간이 기억소거제'가 가장 요구사항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시험 절차를 거친 뒤 현재 정식으로 현장 요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이 기억소거제는 기억을 소거하려는 대상에게 분사하여 대상이 흡입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데, 기본적으로 스프레이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호신용 스프레이나 구강청정제, 스프레이식 파스 등으로 쉽게 위장할 수 있으며, 수면유도제와 인식 장애 약물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흡입한 대상은 자신이 지금까지 꿈을 꾸고 있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기억소거제는 30분 이내의 단기 기억에는 일반적인 기억소거제와 효력이 같지만, 그 이상의 장기 기억으로 갈수록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는 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민간인 개인, 혹은 집단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차원연결 현상을 활용한 패닉 룸 개발 사업
제27기지 외 3곳의 재단 시설에서 발생한 "차원연결 현상"2의 특성을 이용해 이를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시설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외부 충격에 강한 패닉 룸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재는 이미 발생한 시설에 시범적으로 패닉 룸을 설치하였고, 인공적으로 이 현상을 발생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무언가 지시가 적힌 표지판, 표지판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위치에 놓였을 때, 표지판의 문구룰 보고 이해하면 문구를 어기지는 않지만 표지판 설치한 사람을 엿먹이려는 충동을 느낌. 안전 (예: 잔디를 밟지 마시오 - 불태운다, 잔디를 깎아내고 그 위에선다, 자동차를 타고 잔디밭을 달린다 등)
- 인터넷 페이지에 존재하는 인격체, 외형은 아스키 아트. 페이지를 편집하거나 댓글을 다는 식으로 대화가능. 링크와 역링크를 타고 다른 페이지로 이동 가능. 재단이 자기 보고서에 격리해두었으며, 데이터베이스에서 링크 클릭시 '링크 제공 불가 알림' 페이지로 이동. 그 페이지에서 URL을 제공함.
- 화학 실험실에는 천장에 연결된 쇠줄이 있는 데 잡아당기면 물이 비오듯이 30초간 나옴. 약품 묻었을 때 씻는 샤워기. 멋모르고 잡아당기면 물벼락. 잡아당길때마다 시간 가산이라 계속 잡아당기면 안끝남.
- 원심분리기 고급품은 40000 RPM 쯤 되며, 작동시키면 건물 내부 전체에서 알 수 있음. 폭발하면 일대가 날아갈 정도로 위험한 물건, 작동시킬 때 로터를 조이지 않으면 들떠서 기계를 긁음. 뜨면 일단 작동 정지. 알려주신 에피소드에서는 식품과 학생이 안조이고 돌렸다 20kg 로터가 작살남. 새로 들여오는데 6개월 걸렸다고 하며 그 기간동안 강제 휴학.
- 막자와 막자사발로 시료를 갈다가 막자사발이 갈려서 바닥에 구멍이 뚫림(그 동안 막자는 4개가 갈려서 못쓰게 됨). 버렸더니 교수가 그걸 찾아내고는 씻어서 본드로 실험실 벽에 붙여둔 뒤에 밑에 '어느 학생의 노력'이라고 글씨를 써서 붙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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