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l Problem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마음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나의 특별한 친구 셜록 홈즈에 대한 이야기도 이게 마지막일 듯싶다. 나는 그동안 서툰 글로나마 홈즈의 활약상을 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지막 사건, 이 사건은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외과의 수업 사람들(Surgery Class People)’에서 온 편지를 받고, 나는 마음을 바꾸었다. 홈즈 최후의 사건을 여기에 적는다. 이 글은 결코 대중 앞에 공개되지는 않겠지만, 나는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할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병원을 열고 나서부터는 홈즈와 나 사이의 관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나도 가끔씩 홈즈의 사건에 동행했는데, 차츰차츰 그 수가 줄더니 1890년에는 결국 세 건에만 관여했다. 그 해 겨울부터 다음 해 봄까지 나는 홈즈의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야 알았다. 하지만 4월 24일, 나는 홈즈의 친한 친구로서 홈즈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나의 만남을 극도로 거부하였다.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은 홈즈의 상태에 대해서 경고한 후 나를 들여보냈다. 홈즈는 무척 수척하고 창백해 보였다.
“홈즈, 도대체 왜 나와의 만남을 피했던 건가?”
“왓슨, 나는 분명 자네에게 경고하려 했다네. 분명히 자네는 이번 사건에 휘말릴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될 걸세. 자네는 어디선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끔찍하게 살해될 수도 있어. 내가 자네를 보려고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그런 이유일세. 하지만 갑자기 생각이 들더군. 그 자는 자네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 만으로는 속일 수 없을 거라고. 그랬더니 역으로 용기가 생기더군. 그래서 자네를 보기로 한 거야.”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나?”
“나는 쉽게 흥분하지 않아. 하지만 내게 위험이 닥친 이상 어쩔 도리가 없군.”
홈즈가 파이프에 불을 붙이더니, 깊게 들이마셨다.
“도대체 무슨 얘긴가?”
홈즈가 다친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이 다 부러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제 믿겠나?”
“맙소사 홈즈, 이런 일이 있고도 나에게 아무 말이 없었단 말인가!”
“그럼 부탁 하나만들어 주게, 일주일간 유럽에 가려는데 동행해 주겠나?”
“어느 나라로?”
“어디든!”
그날 홈즈는 무척 이상했다. 홈즈는 아무 이유 없이 유럽으로 훌쩍 떠날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척 피로하고 지쳐 보였다. 그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왓슨, 자네는 일명 ‘993번 문건’ 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
“모르겠는데?”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사건의 주도자는 천재하고 할 수 있지. 자네가 알다시피 우리 형은 영국 정보부에 소속되어 있네. 영국의 왕실과 주요 인사들을 보호하고, 또 기밀들을 안전하게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형은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야. 그런데 얼마 전에 일명 ‘993번 문건’ 이라는 정체불명의 인쇄물이 나돌았다네. 한 무정부주의자가 그 문건을 사용하여 장관을 암살하려다가 들키고 말았는데, 그 과정에서 ‘993번 문건’ 의 정체가 밝혀졌지.
그것은 일종의 가이드였네. 친절하고 상냥하며 또 인쇄물을 보고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내용에다 질의응답까지 있는 가이드였어. 다만 그 인쇄물의 끔찍한 점은 영국의 왕실들과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고 기밀들을 풀어놓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일세. 한 광대가 그 방법들을 가이드하고 또 계획하고 있었지.
왓슨, 난 런던의 범죄라면 줄줄이 꾀고 있어.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이렇게 뒤에 아무것도 없는 범죄를 본 적이 없네. 흔한 살인 강도와 위조 사건에도, 악한들은 항상 무언가가 뒤에 있었지. 뒤에 있는 것이 범죄계의 거물이든 빚더미이든 말일세.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뒤가 없네. 나는 이 인쇄물의 활자 크기와 특징, 잉크의 종류를 통해 인쇄물이 어디서 인쇄되었는지 알아내었는데, 이 인쇄물이 인쇄된 곳은 이미 20년 전에 폐쇄된 인쇄소일뿐더러 기계고 물품이고 다 녹슬어서 글자 한 장도 뽑아낼 수 없는 곳이었지.
이 인쇄물의 창조자는 범죄계의 사탄이야. 왓슨, 이번 사건의 가장 끔찍한 점은 이 인쇄물의 원작자가 순수 악이라는 점일세. 그의 발자국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하게 처리되었어. 그는 아주 안전하게 숨어 있어. 그의 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는 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지. 하지만 왓슨,난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어. 나의 형과 영국 정보부도 마찬가지였네. 나는 그와의 두뇌 싸움에 빠져들었지만, 동시에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인간이 살면서 그렇게 무시무시한 악을 볼 수 있었단 말인가! ‘993번 문건’의 창조자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네. ‘993번 문건’ 뿐만인가? 어릿광대가 들어간 그 그림 인쇄물들은 구빈원의 소년들의 교육용으로도, 철없는 소년들이 뒤에서 몰래 즐겨보는 3류 잡지에서도, 점잖은 자들이 읽는다는 소설책의 삽화로도 그려져 있었네. 살인, 강도, 사기, 협잡 등의 악랄한 범죄들을 가르치며 말일세!
하지만 나는 틈을 타 기회를 잡았지. 무엇보다 ‘중대한 카톨릭적 프로젝트(Significant Catholic Project)’ 의 회원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네. 다음 주 월요일, ‘993 문건’ 과 거기 나오는 광대의 주인은 체포될 거야.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겠지. 이 일은 아주 완벽히 이루어져야 해. 조금만 틀어져도 그는 내 그물을 유유히 빠져나갈지 몰라.
그런데 그 또한 내 움직임을 읽고 있어. 결정적인 상황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그는 번번히 빠져나갔지. 왓슨, 이 모든 걸 조금만 메모해 두어도 범죄 수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올 거야. 무척 흥분되는 동시에 오한이 떨리는군. 그는 극한의 악당이야. 하지만 나도 최고의 탐정이지.“
“경찰의 도움을 받게!”
“왓슨, 그자는 풀이 발목까지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야. 나는 낮에 옥스퍼드 가에 갈 일이 있었지. 그 뒤 벤틱 가에서 웰벡 가로 돌아 나오는데 광대 한 명이 끄는 서커스 물품을 나르는 이륜마차가 나를 덮쳤어. 골목으로 피하지 못했다면 난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야. 마차는 쏜살같이 도망치더군. 나는 마음을 진정하고 베어 가로 향했네. 그때 내 발 앞으로 하늘에서 단도 한 자루가 떨어지더군. 옥상을 올려다보니 어릿광대의 통 넓은 나팔바지가 보였네. 나는 경찰을 불렀어. 경찰은 놀라워하며 범인을 찾아주겠다고 하더군. 하지만 대영제국의 고관대작들을 암살할 수 있는 자라면 일개 경찰관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 자네가 나를 찾아온 거야. 왓슨. 내가 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덧문을 닫았지. 모두 그 때문이었어. 나갈 때는 정문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처지라네.”
나는 홈즈의 용감함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용감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을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겪었으면서도 홈즈는 차분했고 의지를 꺾지 않았다.
“여기서 자고 가지 그러나.”
“아니, 자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어. 난 나대로 계획이 있고, 그걸 성공시킬 걸세. 그 광대의 주인이 검거되는 데 특별히 내가 더 보탤 일은 없어. 유죄 판결이 내려질 법정에야 필요하겠지만. 왓슨, 나와 함께 유럽으로 가세.”
“물론이야. 함께 가겠네. 병원에야 환자들이 많지만 걱정 말게나. 마침 믿고 맏길 친구가 있네.”
“고맙네, 왓슨, 여기 적힌 대로 해 주게나.”
그는 나에게 상세한 시간표와 암구호, 마차의 색깔이나 마부의 특징 등을 언급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나는 자고 가라고 사정하다시피 했지만 홈즈는 극구 사양했다. 홈즈 자신이 오래 머무는 곳이라면 절대 안전하지 못할 거라고 여기는 듯했다. 홈즈는 내일의 일정에 대해 한 번 더 설명을 하더니, 정원 담을 넘었다. 곧 마차를 부르는 소리가 나더니 마차 바퀴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홈즈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홈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차 칸을 다시 살피다 자리로 돌아오니 이탈리아 신부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신부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정중히 말했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앉아 있었다. 대체 홈즈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자리에 앉았다. 그 때 기차가 출발했다.
“왓슨, 날세. 홈즈야!”
고개를 돌리니 신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주름이 펴지고 코가 높아지더니 아랫입술이 들어가고 중얼거림도 없어졌다. 눈이 생기 있게 빛나고 어깨는 꼿꼿해졌다. 하지만 다시 보니 본래의 이탈리아인 신부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럴 수가!”
“조금만 조용히 해 주게. 어제 베이커 가의 하숙집에 화재가 일어났고, 마이크로프트 형은 새로운 문건을 입수했다네. 우리 형제를 조용히 암살하는 방법과 위협, 협박, 약점에 대한 내용이 세세히 적힌 광대의 문건이 또 나타났어.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나는 그를 따돌릴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만 하네.”
“열차에 내려서 곧장 배를 타면 되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니야, 그를 얕봐서는 안 돼.”
“마치 우리가 도주 중인 것 같군. 그가 도착했을 때 경찰에게 넘기면 되지 않나?”
홈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브뤼셀에서 밤을 보내고 이틀 뒤 스트래즈버그로 갔다. 월요일 아침, 홈즈는 런던에 전보를 쳤고 저녁쯤 회신을 받았다. 홈즈는 전보를 보자 조용히 전보를 불태우고 말했다.
“왓슨, 자네 먼저 영국으로 가게. 나와 함께 가면 자네가 너무 위험해져.”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자네 혼자 남겨 놓고 떠날 수 없네!”
하지만 그러한 약속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가 이 회고록을 쓰는 이유는 하나이다. 홈즈에게 벌어진 사건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가 라이엔바흐 폭포를 거닐고 있었을 때였다. 그 때 한 젊은이가 쪽지를 전해 주었다. 우리가 묵었던 여관에서 보낸 쪽지였다. 우리가 떠나자마자 한 영국 부인이 왔는데 그녀가 매우 위독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치료하러 여관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홈즈는 폭포를 좀 더 둘러보겠다며 남았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부인은 좀 어떻습니까?”
그러자 주인이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여기 우리 여관 도장이 찍혀 있구료. 이건 아까..”
나는 여관 주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왔던 길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주인을 잃은 홈즈의 등산용 지팡이가 보였다. 나는 목청껏 홈즈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홈즈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홈즈가 하던 대로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다. 추리는 너무나도 간결했다. 홈즈는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친구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홈즈의 지팡이 옆에 반짝거리는 작은 상자가 보였다. 그건 홈즈의 담뱃값이었다. 그것을 들어 올리자 종이 한 장이 뚝 떨어졌다. 작게 접은 편지였다. 홈즈의 필체였다.

친애하는 왓슨, 나는 상대의 호의로 이 편지를 쓰고 있네. 상대는 나를 지켜보고만 있어. 그것이 최고의 호의라네. 그는 어떻게 '중대한 카톨릭 프로젝트' 회원들을 따돌리고 우리를 미행했는지 알려 주었지. 그는 인간이 아닐세. 그는 악 그 자체야. 악과 공포와…불안감의 현신이지. 걱정 말게, 왓슨. 나는 선량한 자들의 편이고, 나 하나의 희생으로 그를 막을 수 있다고 믿네. '중대한 카톨릭 프로젝트'의 회원들은 에너지 장을 통해 그를 봉인할 계획을 세웠다네. 미끼로는 내가 자원했네. 물론 이 일로 내 지인들과 특히 자네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하네. 아무튼 결말이 이렇게 된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네.
나는 영국을 떠나기 전 내 전 재산을 마이크로프트 형과 '중대한 카톨릭 프로젝트'에 돌려 놓았다네. 그들은 인류의 수호라는 숭고한 이상을 가지고 있어. 끝으로 자네 부인에게도 안부를 전해 주게.
-자네의 진정한 친구, 셜록 홈즈

이제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짧게 덧붙이고자 한다. 경찰은 홈즈가 실족사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에게 가짜 편지를 보내 속인 작자는 어릿광대였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나는 라디오 방송에서 한 청년이 어릿광대의 말에 따라 살인을 저질렀다는 신문 기사를 보며, 그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