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으로부터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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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안녕하십니까. 재단에게 요청할 것이 있습니다.

영상 기록:다음 기록은 특이능력분석실 소속으로 추정되는 동양인 남성의 영상기록이다. 기록의 보존을 위해 필사되었다.

이를테면 말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쇠되었다 일컬어지는 북조선이 사실은 수많은 특이 개체들을 유출당하지 않고 수용하기 위해 자력갱생을 추구하였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그래요. 믿디 않는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사실이디요. 북조선은 그 어느 곳보다 많은 특이 개체를 보유하고 있지요. 물론 그 인과는 뒤집어져 있습네다. 공화국의 안위를 위하여 특이 개체들을 활용할 뿐인 것이 이 공화국의 실상이디요. 특이 개체마저 핵심계층의 노리개거리로 삼을 뿐인 한심한 나라가 지금의 공화국입니다.

……한때는 진심으로 북조선이 세계 제일인줄로 믿고 있었습니다. 김대를 졸업한 후 특이능력분석실에 배치되었을때만 해도 공화국을 위해서라면 죽기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배치된 특이능력실 제 3과에서 저는 인간성의 끝을 목격하고 말았습다. 전쟁용 병기를 특이 개체를 통해 가공하는 실험을 하는 제 3과에서 목숨은 공기보다 가벼운 거였지요. 전과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정말 끔찍한 나날이었습네다. 눈을 깜빡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핏덩이로 만드는 괴물 옆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야말로…넘어가겠습네다.

당신들. 그러니까 재단을 목격한 건 그로부터 약 2년쯤 후였습니다. 공화국의 자랑이라고 선전하던 한 '기념물'을 관리하던 제게 한 서양인이 다가왔지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디다. 2주에 한번씩 무슨 관리를 한다며 평양을 방문했던 그와는 친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을 받았습네다. 정신교육을 철저히 받았슴에도 박사 앞에서는 해이해지더군요.

사족이 길었습네다.

박사는 세상을 이야기해 주었습네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재단의 기록 나부랭이보다는 뉴욕의 화려한 전경이 더 놀라웠지요. 그동안의 스트레스여서인지, 저는 급박하게 탈북 시도를 했습니다. 핵심계층. 그것도 중앙위원회의 전문부서에서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디요.

중국에 도착하는것 까지는 좋았습니다. 공안을 피해서 검은소맨지 민소맨지 하는 단체의 도움이 결정적이었지요. 그러나 국경을 건너기 직전에 그만 잡히고 말았습니다.

끝인 줄로만 알았습네다. 비밀 조직인 특이능력실에서도 비밀에 둘러쌓인 공포의 제 5과. 그들이 저를 둘러쌓았습니다.

'즉결처형? 아니, 즉결처형이면 다행이지, 그 끔찍한 실험관 속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젠장할.'

(어색한 듯 웃으며) 뭐 그런 오만가지 잡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을 무렵, 5과 과장이라고 자신을 지칭한 남자가 내 손을 잡았습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의 말을 토씨 하나 한틀리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고 많았다. 앞으로는 진정 공화국을 위해 일해보지 않겠나?'

나는 여전히 공화국에 충성을 다합니다. 그러나 그 충성의 대상은 더이상 백두혈통이 아닙네다.
나는 조선민주인민공화국 중앙위원회 특이능력분석실 제 5과 요원.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업입니다.

…….그래서 모든 위험을 무릎쓰고 우리의 업을 지키기 위하여 재단에게 비밀 동맹을 요청합니다.

그럼. 재단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리택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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