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ARN-118 회원님, 오전 09시 30분까지 A11동에 위치한 942호로 오시길 바랍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런 메세지가 와있었다. 나의 상관인 리어스 마슬로터씨가 보낸 메세지였다. 깜빡 잊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회사에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시계를 보니 9시 정각이었다. 첫 날부터 지각하게 되면 상관들한테 안 좋은 이미지만 보여주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된 나는, 잠옷을 회사에서 준 옷으로 대충 갈아입은 뒤, 2주일 전에 새로 산 나의 구린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남들 눈에는 새로 산 차로 보이겠지만, 나한테는 절대 아니었다. 시동을 거는데 약 5분이나 걸렸다. 내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데 대략 30분이 걸리는데, 시동을 하는데 5분정도 걸렸으니, 지금 시간은 아마 9시 5분일 것이다. 나는 서둘러 차를 몰고 사람은 거의 없고 나무와 풀만 무성하게 자란 이 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뭔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고객을 위하여 항상 최선을 다하는 회사, 앤더슨 로보틱스(Anderson Robotics)"

꽤나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진심으로 고객을 위하여 항상 최선을 다해줄까하는 생각이. 내가 항상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채 살아온 것이 아직도 내 몸에 배겨있는 것 같다.

회사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운 후, 서둘러 A11동에 들어가 942호실을 찾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942호실을 찾는데 대략 4분이 소요됬을 것이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천천히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기 시작했다. 열자마자 내 눈에 보인것은 리어스 마슬로터씨와 처음 보는 3명의 상관들이었다.

"지금이 몇 분인지 아십니까? 시계를 한번 보십시오. 9시 40분이 다 되가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새로 오신 ARN-118 회원님?"

금발머리에 나이는 대략 20대로 보이는 젊은 유럽계 여성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러자 마슬로터씨는 별 일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첫 날인데 너무 그렇게 혼내지는 마십시오. 아무튼, 저희 회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ARN-118 회원님. 자리에 앉으시죠."

나는 검은색에 누군가의 엉덩이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의자에 슬그머니 앉았다. 곧 이어 마슬로터씨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회원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당신의 상관인 리어스 마슬로터입니다. A11동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이쪽은 B07동 선임 연구원 조수호씨이고, 저쪽은 A11동 선임 연구원 타케오씨입니다. 마지막으로, 아까 회원님께 말을 걸었던 이 분은 T481동 책임자 니슈아르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희 앤더슨 로보틱스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회원님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군요."

마슬로터씨는 자신의 거칠고 굵은 손으로 서류뭉치를 집어들었다. 자세히는 못 봤지만, 확실히 뭔가 적혀있었다.

이름: ARN-118

직책: T481동 섹터 B 신입 연구원

책임자: 미하일 니슈아르

식별 코드: LNG-T481-SB-QWZY

"회원님은 앞으로 T481동 섹터 B에서 신입 연구원으로써 우리 앤더슨 로보틱스의 안드로이드 및 컴퓨터 프로그램 생산작업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따가 니슈아르님께서 회원분에게 어떤 카드를 제공할 겁니다. 그 카드는 우리 앤더슨 로보틱스 회원분들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식별 카드입니다. 카드를 받았을 경우에는, 뒷면에 식별 코드가 적혀있을 겁니다. 회원님은 카드를 통해서 일급 기밀 시설 및 금지 구역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에 출입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회원님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 추가사항은 니슈아르님께서 말씀해주실 겁니다."

마슬로터씨가 말했다. 상관들은 각자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원래 일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니슈아르는 여전히 짜증이 섞인 말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따라와요. 식별 카드 받고싶으면. 그리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지각하지마세요. 섹터 B 소속 연구원들 중에서 지각을 한 사람은 당신이 유일하니까요. 당신이 여기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는 아버지가 예전에 일하셨던 회사에 끝내 취직하게 되었지만, 내가 아버지처럼 자기가 맡을 일을 정확하고 신뢰성있게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나는 워낙 말수가 적고 소심한 성격이기에, 이런 성깔 있는 여자하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반대로 앞으로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나를 찾아올지에 대한 기대도 나름 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니슈아르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탑승한 뒤, T481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