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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장

"맙소사…."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세상의 종말이 찾아왔다.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나고 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허둥댄 것이 패인이었다. 현실 그 자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여기서 끝날 수는 없었다. 나는 서둘러 손을 뻗었다. 마지막 희망을 향해서. 조금만 더 뻗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기에, 그 또한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 — — — — —

그렇게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났다. 너무나도 재미없고 뻔한 결말. 끝. 돌이킬 수 없는 종말. 주인공은 세상을 구하려다가 실패했다. 종말은 너무나도 천천히, 또 은밀하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었다. 물론 그가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릴 방법은 없었다. 오직 전지전능한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

이전의 이야기에서는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재단도, 교단도, 도서관도, 숭배자들도, 로봇 회사도, 예술가들도, 여왕도, 장난감 상인도, 연합도, 부서도, 서커스단도, 계획도, 자선가들도, 상인들도, 공동체도, 그 누구도 아닌 사람도. 무엇하나 전해지지 못한다. 흰색에 뒤섞여 또 다른 순백으로 되돌아갈 뿐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은 하얗다. 텅 비어서 검은 것도 아니고, 완전한 순백. 이데아로만 존재하는 흰색이 바로 종말 후의 세상이다. 인물도, 사건도, 갈등도, 배경도, 설정도 없는 무의 공간.

그렇기에 나 또한 최대한 그 순백과 가깝게 꾸미고 찾아왔다. 옛 이야기와 새 이야기의 간극, 그 존재하지 않는 공허 속에서 나는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순수한 아이디어가 표류하는 공간에서, 누군가 나라는 아이디어를 붙잡아 주기를 기다린다.

나와 같은 아이디어라는 녀석들은 수동적이라, 스스로는 하나의 이야기로 승화할 수 없다.

반드시 우릴 붙잡아줄 작가라는 존재가 나타나야, 비로소 본인의 모습을 내비칠 수 있다.

그제서야, 하나의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언젠가, 그 세계 또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토록 하얀 순백의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