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골드 소설 샌드박스: 개인적인 소망

내 이름은 알려줄 수 없다. 그게 이 SCP 재단이라는 곳의 규칙 중 하나니까. 이 곳의 직원들은 모두 본명을 감춘 채 재단에서 주어진 암호명만을 가지며 활동한다.

암호명을 이름마냥 부르다 보니 나름 익숙해졌고 이젠 꽤 친근한 표현이 됐다. 보통 자신의 과거사나 본명을 남에게 알려주는 것도 규칙에 어긋나는 짓이긴 하지만, 엄청 친하면 남들 몰래 털어놓기도 하는 모양이다. 나도 그랬다.

나에게 주어진 암호명은 이랬다.

암호명: LoveGold

처음 이 암호명을 받았을 땐 무슨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할 때나 쓰는 닉네임 같았다. 정말 구리게 지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이 무시무시하고 비밀스러운 조직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가 아마 2012년이었을거다. 그리고 이 조직에 들어오기 위해 5년이란 준비 시간이 필요했고, 2017년에 드디어 나도 재단의 직원이 될 수 있었다.


마치 자기가 뭐라도 된 것 마냥 행동한다. 어깨에 힘 빡 주고 목소리는 잔뜩 깔고, 말투는 최대한 정중한 '척', 그러한 웃기지도 않는 태도로 지적과 비판이라는 핑계를 대며 남을 짓밟고 깔본다.

이게 무슨. 마치 인터넷 사이트에서 익명성만을 믿고 마음대로 키보드를 휘갈기는 인간들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행동을 제재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긴 하다만, 이러한 사람들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방관하는 추세다. 우리가 할 일은 잘못된 문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작성자에게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만약 잘못된 방식을 갖고있다면 이를 수정해주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점을 바로바로 고치기 위해 직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상처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점이고, 무엇보다 이러한 상처는 잘못된 방식을 바로잡아야한다는 행동 속에서 생긴 과정일 뿐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재단의 직원들은 작성자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과정'으로 보지 않고 '자기네들이 의도한 결과'로 만들어버리려는 추세가 된거지?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랬지 니 맘에 안드는 점을 짓밟으라곤 안했다고 이 멍청한 새끼들아.

물론 재단이 하는 일은 세상을 구하는거고, 당연히 어떠한 일도 설렁설렁 넘어가면 안되기 때문에 분위기가 자연스레 고압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들의 일은 항상 철두철미해야하니까. 그런데 가끔 이 고압적인 분위기를 '나보다 아래인 인간은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고 착각하는 머저리가 너무 많단 말이지. 이게 무슨 쌍팔년도 군대도 아니고.

난 늘 이러한 불만을 품었지만, 아무도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왜냐면 난 아직 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꼴랑 1년밖에 안된 신입이기 때문이다.

아니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내가 여기서 일한지 1년밖에 안된 신입이라서가 아니다.

난 모자른 직원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이들 중에선 뛰어난 성과를 보여 금세 나보다 등급이 높아진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남들에게 크게 인정받아 순식간에 명성을 얻었고, 몇몇은 재단 내에서 중대한 직책을 맡기도 했다.

난 이들을 질투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나보다 더 노력하고 현명한 이들이 그에 맞는 대우를 받는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늘 그랬다. 난 늘 멍청하고 한심한 소리만 해댔다. 그것만은 인정한다. 난 남들에 비해 떨어지고 멍청하다. 현명하지도 못하고 상황 파악도 못하며 뛰어난 성과를 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깡이 있냐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내 신용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

날 좋아해주는 이들이 몇몇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들은 내 업무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난 남들에게 인정받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난 이 사실에 개의치않았다. 그들 인생은 그들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니까. 내가 뭘 딱히 노력한 것도 아니니 이런 취급을 받는게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정말로 화가 나는 것은, 내가 정말로 진지해졌을 때 아무도 날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는 다는 것과 아무도 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 시도를 해보려 하면 그들은 막아섰다. 어차피 내가 뭘 해보려하는 것은 늘 모자른 결과만을 도출해낼 것이라 생각하니까.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늘 모자랄게 뻔하다고 생각하니까.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 무슨 사탕뺏긴 아이를 달래는 것 마냥 귀찮아하고 짜증을 냈다.

내가 무슨 애새끼인줄 안다.


소설 속 나 말고 지금 이걸 쓰고있는 나: 이렇게 쓰니까 꼭 "어이구 그랬쪄영? 무슨 얘기가 하고싶었어영?"이라는 반응을 달라고 비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작성해선 뭐가 문제인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어떻게 써야 내가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고 진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을까…

소설 속 나 말고 지금 이걸 쓰고있는 나: 무작정 쓰기보단 일단 정확히 나타내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이 있는 지에 대해서도 고려하면서 작성해보자.


뭐가 문제일까 뭐가 문제일까 뭐가 문제일까 뭐가 문제일까 뭐가 문제일까

이를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소설이나 SCP를 보여주기 위해 재단 위키는 엄격한 비평을 거친다. 다른 이들은 그런 소설을 비평할 때 무엇이 문제인지 곧바로 잡아주기 위해 직관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게 좀 직설적이라 작성자 입장에선 상처가 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상처들은 어쩔 수 없다. 문제점을 바로바로 지적하는게 좋으니까. 이런 식으로 직관적으로 설명하다보니 분위기가 자연스레 고압적이게 되긴 했는데, 문제는 이런 고압적인 분위기에 취한 몇몇 머저리들이 비평을 비난으로 착각하고 남에게 아무 말이나 막 내뱉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를 제재하는 몇몇 이들이 있긴 하나 고압적인 분위기 자체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비평이라는 핑계를 댄 채 폭언을 일삼는 머저리들은 여전히 재단에 판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고압적인 분위기를 없애버림으로써 비평이라는 핑계를 대고 폭언을 일삼는 이들을 예방할 순 없는건가? 그래서 내가 제시했지. "지금 재단의 비평은 너무 고압적이고, 이 때문에 예의바른 척 폭언을 내뱉는 인간들이 있다." 그랬더니 내게 돌아온 대답이 가관. "어떤 게 문제인지 바로바로 지적하는걸 폭언이라고 인식하는게 이상한거 아닌가요?

이 때 내가 뭐라 반문을 하긴 했는데 뭐라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내가 반문한 뒤론 그 사람은 조용히 있었는데,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그냥 나랑 말씨름하기 싫어서 먼저 입을 다문건지는 확실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