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물

벌써 10분이 다 지났군.

우신은 노트북을 덮고는 벌게진 눈두덩이를 문지른다. 전화가 오기로 한 시각은 11시 30분. 그 11시 30분에, 온다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대신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문자가 올 뿐이었다. 그 조금이 거의 두 시간을 넘어갈 줄은, 그래서 잠시만 추위를 피할 요량으로 숙소로 들어온 뒤 옷까지 갈아입게 될 줄은, 그도 몰랐던 일이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우신은 다시 핸드폰을 켜서 유은에게 무슨 문자가 더 오지 않았나 하고 들여다 본다. 화면은 냉랭하게 새벽 1시 12분을 알릴 뿐, 어떠한 소식도 전해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회의가 더 늦어지는 모양이었다.

정우신은 한숨을 내쉬며 그때까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인원증 카드를 소파 위로 내던진다. 친구인 김유은과의 술 약속 시간은 평소와 다르게 지연되고 있었고, 그 시간만이 인생의 낙이라고 할 수 있을 그에게는 이 인내의 시간이 무한한 고통이나 다름 없다. 지금 우신의 뇌리에는 오로지 편의점의 푸른 불빛, 싸구려 맥주, 황량한 탁자 위에 늘어놓은 안주와 맞은 편에 앉은 유은의 모습 말고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일을 마치고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얼마나 달디단가. 우신은 그 청량감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킨다. 맥주 한잔과 더불어 쉼 없이 떠들어대는 유은의 하소연을 듣는 일 역시, 그에게는 노동이라기보다는 휴식이다. 환청처럼 유은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누가 또 옘병을 떨었고, 그래서 난 무얼 했고. 우신은 상상 속의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그래, 그 놈이 이상한 놈이라니까. 나도 알아.
대화는 곧 휴식이다. 휴식보다도, 힐링. 그래, 힐링이 더 옳은 말이다. 누군들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싫겠는가. 도리어 힘을 북돋지.

하물며 오늘은 금요일이 아닌가. 물론 재단 인원으로써는 다 쓰잘데기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내일은 주말. 토요일. 그냥 토요일만이 아니라, 어쩌면 사귄지 1일째가 될 수도 있는 날이다.

우신은 무심결에 눈가를 문지르다 극심해진 가려움에 눈을 감는다. 안구가 더 메말라 가고 있었다. 요 며칠 심해진 안구 건조증은 계속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긴 계속 하염없이 노트북이나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나아질 것은 택도 없는 소리다. 그는 우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별반 본 것도 없는데, 이리 심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분명 심한 처사가 아닐까.

우신의 검색 기록에는 초라하다 싶을 정도로 빈곤해보이는 두 글자, ‘고백’ 뿐이 쓰여 있다.

고백을…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