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마술사

마술사는 앞에 멈춰선 길다란 리무진에 올라탔다. 벌써 그에게 연락한 부호가 5명째. 그는 확실한 대답은 해주지 않고 어정쩡한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말만 해놓았다. 원래는, 이번에도 그러려던 참이었다.

"…이게 뭡니까?"

고용인들은 마술사에게 수갑을 채워서 얼어붙을 것 같이 추운 독방에다 던져넣고 사라져버렸다. 독방 바닥에 있는 시커먼 자국은 아무리 봐도 핏자국에다가, 뼛가루 같기도 한 흰색 가루도 살짝 흩뿌려져 있었다. 마술사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최대한 그것들에게서 떨어진 채 앉았다가 뭔가 끈적한 액체가 등에 닿자 화들짝 떨어졌다. 왠지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고용인들이 결례를 저질렀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도서관 사서 같은 인상의 여성이 찻잔에 홍차를 따랐다. 앞에는 어지간한 대부호도 차리지 않을 것 같은 진수성찬이 즐비했다. 마술사는 아까와는 다른 환대에 당황했지만 얼굴에 최대한 웃음을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제 이름은 알뷰에, 카르시스트 알뷰에입니다. 본명은 줄리아였긴 하지만요. 지금은 알뷰에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카르시스트요?"

"낼캐라고 하는, 진실한 신앙의 신도들을 이끄는 직위죠. 아마 당신도, 모스크바 지하에 돌아다니셨으니 '검은 산장'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카르시스트는 말을 하다 마술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걸 보자 말을 멈췄다.

"물론 그치들은 신앙을 믿는 자들 중 일부일 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지요. 저도 그치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 옙…"

"우선, 다시 실례를 저지르는 것을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일하셔야 합니다. 애매모호란 대답, 거절. 전부 좋게 되지 않을 겁니다.."

"…네?"

마술사의 표정이 아까보다도 더 굳어졌다. 이번에는 알뷰에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검은 산장은 죽이는 데에 재능있는 자들을 찾습니다. 힘과 전쟁, 폭력의 성인이신 오로크를 따라… 저는 비밀과 기만, 임살의 성인이신 사아른의 종입니다. 당신의 그 기술, 보통은 아니더군요. 우리가 왜 당신 같은 이들을 필요로 하느냐는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대답 여부에 따라서. 아니면…"

알뷰에가 몸을 일으켜서 오른팔을 뻗었다. 손가락과 팔 대신 눈이 3개씩 달린 뱀들의 무리와 날카로운 갑각 다리들의 모음이 넘실댔다. 왼쪽 눈은 검은 짐승 같은 눈으로 변했다. 모순되게도 오른쪽은 여전히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마술사가 뒤로 몸을 빼려다가 의자와 함께 넘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당신의 현상금, 검은 산장이 놓칠 액수는 아니였습니다. 그리거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나와 같은 신앙을 따른다 하였고 말이죠. 그들이 사냥꾼이라고 하는 게 왜겠습니까."

카르시스트 알뷰에가 넘어진 마술사를 향해 몸을 숙였다.

"대답은 네, 아니면, 침묵으로 나뉠 것입니다. 바하스, 열어라."

눈 셋 달린 뱀이 몸을 고리처럼 꼬아 연회장 바닥의 금속 판을 들어올렸다. 마술사의 눈에 피와 반쯤 먹힌 시체가 쌓여 있는 구덩이가 들어왔다.

"저들 중에 몇몇은 우리의 적들. 또 몇몇은 운나쁘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이들. 또 몇몇은, 방금의 똑같은 질문에침묵으로 대답한 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