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그래서 네 잘못은 뭐지?"

광대가 말했다. 그의 입가에 그려진 붉고 과장된 입술이 그의 기분을 설명해주는듯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광대는 눈앞의 누더기 인간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7번을 분실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떨리는 목소리의 누더기가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광대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였다. 광대는 품안에서 총을 꺼내들고서 말했다.

"자, 이 시발새끼야. 오늘이 무슨날? 귀족들이 오는 나알. 내가 언제부터 신신당부했다? 2개월 전부터 계속 지랄에 지랄을 반복했다아. 그런데 너는 옘병할, 이런, 중요한, 날에, 상품을, 옘병할 상품을, 분실했다!!"

광대는 누더기의 눈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가 불을 뿜으며 쇳덩이를 발사하였고, 비슷한 시점에 누더기의 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러나 누더기는 쓰러지지도, 움찔하지도 않았다. 누더기는 이미 살아있는것이 아니였기에.

"그,그럼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될까요…? 분쇄기에 뛰어들까요..?"

"아니, 집어 치워. 그게 더 도움안되니까."

광대는 안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고서 방금의 총격으로 발밑으로 굴러간 누더기의 눈알을 으적으적 씹어대며 말했다.

"이 일만 끝나면, 넌 내 손으로 찍어버린다. 기필코. 지금은 바쁘니 가서 행사 준비나 해."

"네."

"아 그리고 도망친 것들은 망치 시켜서 조져버려."

무심하게 툭툭 말을 던지며, 광대는 방금 전부터 시끄럽게 울리고있었던 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래서, 문제가 무엇인가?"

귀족


경매 직전


동화씨

그리고 광대는 전화를 끊었다.

"자, 이어서 하자. 다섯번째부터 열번째는 마네킹 놈들이고. 열 한번째는 사진덩어리고. 열 두번째는ㅡ"


푸르른 하늘을 찌를 가시가 무언갈 눈치채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푸르른 하늘을 동경하던 소녀가 터져버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열린다. 어디선가 기차소리가 들려온다.


"대망의 열 두번째는 어릿광대 해체곡 20악장 입니다!!"

바보광대의 뒤를 가리던 무대의 막이 올라가자 강화유리 상자 속의 악보집이 드러났다. 그 옆에는 어떠한 광대가 악보속 음악을 연주하고있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그런 무대 오른쪽 끝의 사소한 인테리어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무대 가운대에는 거대한 정육면체 유리상자가 놓여있었다. 그 속에서 음악 박자에 맞추어 어린아이를 해체하고있는 어릿광대들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비명지르며 죽어가는 아이들은 대부분 재대로된 옷조차 입지 못한 상태였다. 아이들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구석에 던져졌으나 그 시체를 작은 어릿광대들이 뚫고나와 찢어지고 망가진 살덩이들을 시체와 연결시켰다. 시체가 꿈틀거리며 움직임을 되찾고 다시 움직임을 잃기를 반복했다.

잠시간 경매장에 긴 정적이 맴돌았다. 귀족들은 그 끔찍한 장면을 유리상자가 암막천에 가려질때까지 꼼짝도 안한채로 지켜보고있었다. 광대는 귀족들에 대한 역겨움에 올라오는 구토를 애써 억누르고 있었고, 경매장 내의 유일한 움직임이라곤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전부였다. 그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정적이 마침내 끝을 맺었다. 탐욕스럽고 추악한 눈길들이 어느새 무대 가운대로 이동한 악보를 향했다.

광대는 미소를 지었다.

"이 상품을 구매하시면 저 유리상자와 안에 든 아이들은 서비스로 드린답니다! 주의사항과 사용법은 구매하신 분께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자 그럼 5000부터 시작합니다."

경매장 좌석의 차분함을 깬것은 머리가 빛나는 파란 나비로 이루어진 여성이였다. 그 이후로 서로 눈치만 보던 탐욕에 더럽혀진 상류층들의 손이 천장을 향했다. 번호판은 쉴틈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손이 올라갈때마다 암막천 안의 아이들은 비명을 질러대었다. 귀족들은 그런 소리마저도 즐기는듯 보였다. 무언가가 일어난것은 퀸이 당첨된 이후였다.

"ㅡ감사합니다. 네, 다음 상품은요 동화 씨의 빨간구두..입니다….?"

경매장 중앙에 무언가가 굴러오는것을 처음 발견한것은 광대였다. 그 둔탁한 쇠 마찰음은 귀족들과 누더기들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보광대가 자세히 보려하여도 흰 연기가 눈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제대로된 형상을 알수 없었다. 귀족들은 곧이어 기침을했고, 굳게 잠긴 문밖에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광대는 머리를 굴려 이 상황을 추리해냈다. 

"이런 씨발"

곧이어 문이 폭발하는 소리가 경매장을 가득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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