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테인먼트를 만나다

별로 좋지 못한 날이었다. 기지 이사관인 잭Jack은 그날 그의 후임이었던 다니엘Daniel을 자기 손으로 처분시켰다. 다니엘은, 그의 상당한 스펙에 걸맞게 시원시원한 일처리와 예리한 임기응변이 돋보이는 요원이었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그를 차기 이사관으로 추천할 생각까지도 있었다.

그랬던 그를 잭은 그저 변칙 밈에 감염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 일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이러한 밈의 근원지가 AWCY가 아닌 원더테인먼트 박사라는 것이다. 그녀는 재단과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었으며, 그저 재단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데 그녀가 어째서 이제서야 이런 걸 보낸거지? 고민으로 가득찬 잭은 그의 사무의자를 한 바퀴 돌렸다. 그는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에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그림의 윤곽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간일 것이었다.

잭은 그의 책장에서 월간잡지 'SCP 24'를 꺼내었다. 지난주에 제공받은 이 잡지가 그의 머리를 비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잡지를 넘기는 순간 그는 주변의 정적과 함께 어떠한 장애물이 그의 손을 막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잭은 그의 손이 점점 느려져 마침내 멈추었을 때 언제부터 있었는지 앞장의 원더테인먼트 가이드북이라는 제목이 붉게 빛나는 것을 인지했으며, 그 직후에 그는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원더테인먼트 가이드북, 그것이 그날 발견한 새 SCP에 쓰여 있었던 문구라는 것을 잭은 떠올릴 수 있었다. SCP24의 두번째 장은 빽빽한 문자들로 들어차 있었다. 두번째 장의 가장 첫번째 문장을 읽어본 잭은, 글 전체가 잡다한 지식으로 이뤄졌으리라 생각하고 책을 덮어버렸다. 무엇보다 그의 직감이 무언가 기이한 변화가 주변에 일어났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의 사무실 문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발자국 소리조차 없는 고요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는 그의 왼손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있는 것은 그저 평범한 복도였다.

잭이 복도를 나오자, 잭은 그가 있는 곳이 그저 평범한 복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범했던 복도가 그의 방에서 멀어질수록 이리저리 뒤틀리고 꼬여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소화기 같은 작은 물품들로 떠 있었다. 잭은 그런 복도를 따라 떠있는 물건들을 손쉽게 치우며 전진했다.

그리고 복도 끝 붉은 사무실에, 원더테인먼트가 있었다.


"반가워"

단발의 여자는 잭이 생각해 오던 원더테인먼트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했기에, 잭은 그녀가 원더테인먼트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당신이 원더테인먼트인가요?"

"그래."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이건 내가 말 안 듣는 애들 카운슬링 용으로 만든건데… 자세한 건 기밀이야. 너무 지루한 데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원더테인먼트는 말을 한 후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가 만약 원더테인먼트에 들어가더라도 기밀인가요?" 잭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원더테인먼트에 입사하려고 여기 온 거잖니?"

잭은 이 말을 들은 후 자신의 왼손에 원더테인먼트 지원서가 쥐어져 있는 것을 보고 벙찐 표정이 되었다. 박사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농담이었어, 근데 진짜로 원더테인먼트에 들어올 생각은 없는 거니?"

"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알고 있어.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혼란스럽지?"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전부 알 수 있지.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의지할 곳이 필요하지 않겠어? 아이들의 웃음 같이."

그리고 잭은, 문득 원더테인먼트에서 일하는 것도 정말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지원하겠습니다."

"그래, 합격했으니까 남은 시간동안 니 자리로 가서 놀아."

"네? 돌아가면 되나요? 혹시… 제가 끝까지 지원을 거부하면 저한테 뭘 하려고 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뭐? 그냥 간단한 기억소거 밈이나 부으려고 했지. 급하게 만든 거라 부작용은 있지만. 그럼 임무가 끝난 뒤 다시 보자."

그 말이 끝나자 박사가 앉아있던 사무실은 다시 아무도 없는 잭의 사무실로 바뀌었다.


잭의 사무실은 그가 아는 사무실과 완전히 똑같이 보였지만, 어디인가 기이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몇 분 후 잭은 그곳이 그만의 세계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을 뭐든지 할 수 있는 세계. 거기서 잭은 다시 평범한 그의 사무실에 돌아오기까지의 1시간 동안, 어떤 고민과 고난도 해결하고 일생의 염원도 이룬 채로 존재했다.

그리고 그는 현실로 돌아왔다. 시계의 시간은 단 1분도 흐르지 않았다. 정말로 생생한 그의 '기억'이, 그것이 단순한 자각몽은 아님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러한 기억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잭은 끝없는 쾌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여생 역시 즐거움으로 가득 차리라는 사실이었다.


면담기록 406KO-25
이하 내용은 분량문제로 정식 문서에서는 삭제하겠습니다 -기지 이사관 잭

면담 대상: 연구원 토마스Thomas

면담자: 기지 이사관 잭Jack

서론: 연구원 토마스가 SCP-406-KO에 노출되었다고 판단한 기지 이사관 Jack이 면담을 진행함.

<기록 시작>

[토마스가 기동특무부대원 3명과 함께 들어온다]

Thomas: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변칙 밈에 감염되었다니. 전 멀쩡합니다!

Jack: 일단 앉게나. 그건 내가 충분한 데이터와 시간을 가지고 판단한 결과일세.

T: 저한테 그런 데이터가 있단 말씀이십니까?

J: 그래. 일단 그 변칙 밈 설명부터 해야겠군. (컴퓨터를 돌려서 화면을 보여줌) 이건 SCP-406-KO야. 그저께에 발견되었지. SCP-406-KO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밈 인자를 내포하고 있더군.

T: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J: (몇 초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후에) 이건 자네가 작성한 SCP 문서일세. 이걸 보라구.

토마스가 문서를 읽는다

J: 봐, 이 부분. '격주로 격리실의 부식을 확인할 D계급 인원 3명을 투입한다.'

T: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J: 왜 굳이 D계급을 써야 되는 건가? 최근에 모든 연구원에게 표준형 나노 로봇 모듈을 대량생산했다는 것을 고지했을텐데, 굳이 격리실을 안 들여다 봐도 정밀한 적외선 센서를 쓰면 되잖나?

T: 그건… 요즘 업무메일이 많아서 스팸메일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나노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해보겠습니다.

J: (열변을 토하며) 지금 수 만명의 사람들이 이곳 기지에 목숨을 걸고 괴물들을 막고 있다고!! 근데 이런 상황에서 자네는 단지 자네의 무관심 때문에 일을 대충 처리하겠다는 건가?

[토마스가 고개를 숙인다]

J: 뭐, 됐네. 기동특무부대가 자네 사무실을 뒤질거야, 함께 SCP-406-KO가 있는지 잘 보자고. (무전기를 꺼내듦) 벤Ben!

Ben: 네, 이사관님! 현재 우리는 토마스의 사무실 앞에 와 있습니다. 지금부터 사무실을 수색하겠습니다!

J: 그래. (토마스에게) 내 지시야. 한 20분쯤 걸리려나.

[4분 후]

B: 찾았습니다, 이사관님! 책상 서랍에 잡지로 위장한 SCP-406-KO 개체가 있었습니다.

J: 벤, SCP-406-KO가 확실한가? 페이지가 변하는지 확인해 보게.

B: (멈춤) 네. 페이지가 변하는 걸로 보아 확실합니다.

J: 그래, 수고했네.

T: (중얼거리며) 그런 게 왜 책상 안에…

[토마스와 함께 온 기동특무부대원들이 토마스의 양팔을 붙잡는다]

T: 이사관님, 전부 모함입니다!

J: (일어서며) 사고는 이렇듯 우연히 일어나는 법이지. 처분되기 전까지 자네의 잘못을 되새기게나.

T: (끌려가며) 잠깐만요 이사관님! 전부 제 불찰입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울부짖는 소리)

[이사관 잭이 2초간 창밖을 보더니 그 후 한숨을 내쉰다]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