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미정

3시


오늘 새벽 머리카락 한줌을 토해냈다. 위에서부터 입으로 넘어오는 그 날선 감각이 아직 내 목에 남아있는것만같다. 그 길다랗고 냄새나는 머리카락이 변기통 안에 잔뜩 들어있는 장면이 아직까지도 눈에 선하다. 물을 내리는 소리가 마치 내 마음 속에서 천둥이 치는것만 같다.

그녀가 눈이 보인다는 사실에 감사할수 있도록 왼쪽 눈을 맛보여주었다. 일주일 정도 굶긴 뒤라서 그런지 그녀는 자신의 눈을 참으로 개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사실 너무 맛있어보여서 중간에 그녀의 입을 열어 뺏어먹었다.

7시


오늘 아침은 된장국이다. 그녀가 자신의 손을 희생하여 끓여준 국물의 맛은 생각보다 비릿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밥이 맛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내 얼굴을 노려본다. 방금 전까지 들려왔던 그녀의 비명이 아직까지도 귀에 선하다. 그녀의 손에서 붉은 와인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입맛이 돋는다.

나만 아침을 먹을수는 없다. 나는 내 왼쪽 지방을 내 새하얀 타액과 함께 뒤섞어 그녀에게 선물로 바쳤다. 푸짐한 만찬에 어쩔줄 몰라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헛구역질 하는걸 보아하니 얼마 전에 있었던 한밤중의 거사에 기쁜 소식이 생긴것같다. 아무래도 약국에 갔다와야겠다.

11시


밖에 나오니 트럼펫 소리가 들린다. 저 길가에 지나가는 광대들은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데에만 몰두한다. 참으로 멍청한 이들이다. 그 역한 광대들의 옆을 스쳐지나가니 끔찍한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내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돌려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줄까 생각했지만 곧 집에서 기다리는 내 사랑스러운 아내를 생각하며 그 분노를 참아내었다.

오늘은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것이다. 그날 밤의 일이 헛된게 아니였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