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의 구혼자들

세상의 많은 사건들이 그러했듯이, 내게 일어난 이 모든 일들도 모두 회의감이라는 감정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은 연회장이었다. 바깥은 어두워질 만큼 어두워져 있었고 연회장 안은 바깥의 어둠 따위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환락에 취해있었다. 오히려 바깥의 어둠에 자극받아 더욱 흥청망청 취해가는 것 같았다. 이 얼마나 경솔한 군중들인가! 이들은 밤이 허락하는 시간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밤이 허락치 않는 시간까지 스텝을 밟고 잔에 술을 채워갔다.

어울리지 않게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띄는 짙은 오크 바닥에서부터 눈이 힘겹게 닿을만큼 높이 떠있는 천장은 절로 경외감을 자아냈고, 연회장 전체를 빈틈없이 빛으로 가득 채우는 화려한 조명은 격자무늬 창문 너머의 어둠을 조롱하는 듯했다. 연회장 안에 들어차있는 수많은 귀빈들은 모두 본인의 분야에서 탁월한, 또는 봐줄만한 수준의 업적과 지위를 쌓은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형편없는 사람은 없었다.

이 놀라운 연회장을 품고있는 건물은 황량한 대지 위에 세워진 저택이었다. 마차를 타고 유난히 어둑한 시골길을 한참을 내달리다 보니 그 저택의 기이한 전경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이 예스럽고 거대한 저택의 전경에는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뭔가 불편한 점이 느껴졌다. 먼저 한눈에 들어온 저택의 풍광은 그야말로 고독하기 짝이 없었다. 사초 줄기가 듬성듬성 자란 널찍한 대지 위 저택의 모습은 얼핏 보면 일대에 어떠한 자연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거대한 저택의 풍채 뒤로는 관목림이 우거져 있었고, 낮지만 산 역시 솟아있었다. 이 관목림에서 불어온 바람에 스민 풀 냄새를 맡자 그제서야 느꼈던 고독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저택을 향해 조금 더 마차를 달리자 나는 내 마음이 한없이 싸늘해지고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엇이? 무엇이 나에게 이런 지울 수 없는 황량함을 남겼는가? 당혹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자 나는 한 어두운 호수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 호수는 저택과 가까운 듯 멀게 기묘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저택의 거대한 그림자의 희미한 끝이 그 호수의 끄트머리에 안타까울 정도로 작은 간격을 두고 걸쳐져 있었다. 그러나 호수에선 어떠한 바람도, 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무엇이 나를 이토록 동요하게 만들었는가? 불쾌한 의문을 느낀 나는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말을 멈추었다가, 후미에서 다가오는 마차의 소음을 듣고 모든 백일몽 같은 망상을 털어내고 다시 마차를 달렸다.

말했듯이 저택에 대한 나의 이런 괴이한 첫인상을 털어놓을 만한 상대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만큼 명료한 인상도 아니었거니와, 별로 설명하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은 고딕 양식의 아치형 대문을 지나면서 희미해졌다. 연회장이 저택의 전경에서 느꼈던 것과는 딴판으로 훌륭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선 점점 회의감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