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다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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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소금 사막은 하늘의 거울. 하늘과 하늘 사이에서 노인이 눈을 떴다.

거대한 하늘의 사이에서, 노인은 자신과 발과 발을 맞대면서 서있었다.

저 멀리서, 다른 노인이 나타났다. 간단한 체크무늬 와이셔츠에 청바지인 노인과 달리, 그 노인은 검은색 정장만을 입었다.

체크 셔츠를 입은 노인은 검정 양복을 입은 노인을 향해 웃으며 걸어갔다. 검정 양복을 입은 노인은 그냥 서서 다가오는 노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걸어오던 노인이 악수를 위해 손을 뻗으려 하자, 다른 노인은 잠깐 뒤로 물러나 손뼉을 쳤다. 레스토랑에서 볼 법한 고급스러운 식탁과 의자가 그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손을 뻗던 노인은 잠깐 손을 물리고 자리에 앉았다. 반대편 노인도 함께 자리에 앉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던 소녀 같은 여인이 검정 양복의 노인 뒤에 나타나 품에서 다과세트를 꺼냈다. 여인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검정 양복의 노인이 끄덕이자 자신도 의자를 소환해 앉았다.

“오랜만이야 모르핀.” 체크 셔츠의 노인이 말했다.

검정 양복의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페우스’입니다. 이름이 많아서 못 외우겠다 싶으면 하나라도 제대로 외우십쇼.”

노인이 웃었다. 다른 노인과 여인은 웃지 않았다.

“이 아이가 자네 후계자인가?” 체크 셔츠의 노인이 말했다.

“그런 셈이죠.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이거 참 재밌군. 자네와 나 둘 다 이런 데서 후계자를 고를 줄이야.”

“정말로 여기서 고를 겁니까? 당신은 저희들 중에서 가장 큰 조각이니,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난 결정했네. 솔직히 여기보다 재밌는 데는 없거든.”

노인이 찻잔을 집으려는 순간에 여인이 찻주전자를 꺼내 찻잔에 따라주었다. 노인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한 맛이 혀 위에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래도 이미 한 번 실패했지 않습니까.” 검은 양복의 노인이 말했다.

“그건 내가 성급했던 면이 있었어. 그 인간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를 없애 버릴 줄 몰랐네.” 체크 셔츠의 노인이 차를 음미하며 말했다.

“그래도 여기 남아있겠다는 건, 다른 사람이라도 고른 겁니까?”

“뭐, 그렇지. 아직 그 인간은 날 경계하고 있지만. 신께 맹세코 내가 신이 아니라는군.”

“틀린 말은 아니군요.”

잠시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검은 양복의 노인도 차를 한 잔 마셨으며, 여인은 차를 따라주고 다과 세트에 있던 쿠키를 잠깐 집어먹었다.

“사실 이번에 부른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후계자 문제 말인가?”

“네. 그 일과 관련해서 최근에 사고가 좀 있었거든요.”

“흠. 누구의 일이지?”

“큐피드, 에로스, 아모르 기타 등등으로 불리는 자.”

체크 셔츠의 노인의 입가가 크게 벌어졌다. 검은 양복의 남자는 계속 무뚝뚝한 표정이었고, 소녀 같은 여인은 눈에 생기조차 돌지 않았다.

“많이들 죽었나?” 체크 셔츠의 노인이 미소를 거두고 말했다.

“많이들 죽었죠. 그것보다 더한 인간도 있고.” 검은 양복의 노인은 찻잔에서 손을 떼고 손가락을 튕겼다. “오늘 그 일에 관해서 당신과 함께 녀석과 얘기해 볼까 합니다.”

탁자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한 일본인 청년이 눈을 떴다. 검은 점과 같은 그의 모습을 두 노인은 지켜봤다.

“재단이 저 인간을 에덴에서 꺼냈고, 그를 가둔 곳이 새 에덴이 되었습니다.”


청년은 두 노인을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체크 셔츠의 노인은 화답으로 손을 살짝 흔들어 주었지만 검은 양복의 노인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모두들! 전에는 밖에서 다 같이 만났는데 이젠 여기서 만나게 됐네요!”

“오랜만이야, 아모르. 건강한 모습으로 보니 기분이 좋군.”

“이번에 크게 한바탕 했더군 일단 자리에 앉게.” 검은 양복의 노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소환해 주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까.” 일본인 청년이 자리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자네만의 에덴을 떠났으면 그 에덴도 자네를 따라오리란 걸 알았어야지.”

“얼마나 많이 죽었나?”

“자세힌 모릅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요.”

청년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흠.”

“제가 원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은 명복을 빌고 그냥 잊고 싶습니다.”

“자네의 에덴에 갇힌 인간의 수는 알 것 아닌가.”

“……”

“말하지 않을 건가?”

“녀석이, 그 인간들을 싫어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제 낙원은 제 낙원일 뿐, 바깥 인간들의 낙원이 아니라는 제 깊숙한 모순을 제 눈앞에 들이댄 거겠죠.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고로 기록된 제 실패한 낙원은.”

“그런데 왜 저지른 건가.”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하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제 힘이 그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단 말입니다.”

“아모르, 우리가 절대신에게서 떨어져서 여기로 온지 얼마나 됐지?”

“꽤 됐죠. 제가 저만의 에덴을 완성한지는 약 사오십년 정도 됐고.”

“그럼에도 자네의 능력을 몰랐다고? 결국 그렇다 해도 자네 잘못이겠군.” 검은 양복의 남자가 쏘아붙였다.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찻잔과 쿠키를 들고 검은 양복의 노인을 바라만 봤다. 쿠키에 작은 실금이 갔다.

“그만 하게, 모르핀. 자네는 관리자 일을 열심히 하긴 하지만, 너무 몰아붙이는 면도 있단 말이야.” 체크 셔츠의 노인이 말했다.

“당신이 당신의 힘을 제대로 안 쓰니까요. 저라도 엄격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검은 양복의 노인이 다른 노인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래도 후계자는 찾았지 않습니까. 불행 중 다행이죠.” 청년이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말했다.

세 사람은 이제 말을 하지 않으면서 청년과 함께 자기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그의 잘못이 아니었으니.


“다시 네 낙원에서 벗어났는데,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건가?”

“전 재단을 믿기로 했습니다. 제 후계자가 거기서 생겼으니까요.”

“남겨진 두 개의 에덴은?”

청년의 눈에 잠깐 초점이 없어졌다. 이제까지 자신이 살던 낙원을 회상했다.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위하며, 그러기에 싸울 필요가 없이 모두가 평화롭던 곳, 모두가 꿈꾸지만 진정으론 이룰 수 없던 낙원.

“아담과 이브가 떠났어도 에덴은 그대로 남아서 들어올 인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 되겠지요.”

“실패한 낙원이라도 말이지.”

“샌드맨, 그 일은 이제 그만…”

“이봐, 아모르. 난 자네의 책임을 물기 위해 여기로 부른 거야. 자네는 자네가 퍼뜨리려는 사랑 때문에 그 일을 잊으려고 했지. 하지만 진정한 평화와 사랑을 위해서는, 그 일을 직시하고 있어야 한다네.”

검은 양복의 노인은 손가락을 튕겼다. 노인의 건너편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고, 여인을 제외한 두 사람은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봤다.


거대한 소금 사막은 하늘의 거울. 하늘과 하늘 사이에서 크리스토퍼가 눈을 떴다.

거대한 하늘의 사이에서, 노인은 자신과 몸과 몸을 맞대면서 서있었다.

저 멀리서, 간단한 다과회가 열리고 있었다. 하나의 아는 얼굴과 세 명의 모르는 얼굴.

갑자기 탁자의 한 곳에서 의자가 나타났고, 크리스토퍼는 하나의 아는 얼굴의 멱살을 잡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