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세계

내가 몇 분 전에 지나왔던 입구가 뒤를 돌아보니 없어졌다. 오직 보이는 것은 끝없이 책장과 의자 등의 가구가 끝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수평선 너머까지 가구가 차례대로 배치되어 있는 것도 보인다. 바다처럼 말이다.

뭔가 내 생각이랑 다른 분위기의 이케아였다. 천장에서 나와 보이는 빛이 생각보다 약하고, 사면이 아무런 안내판도 없이 그냥 가구들만 깔려있다. 내 눈에서 가구들이 어디까지 배치되어 있는 게 보이지가 않는다.

일단 내 느낌 상으로 아까 지나왔던 입구가 있었던 쪽으로 뒤돌아 걸어가봤다. 어딜 가도 끝없어 보이는 수평선 너머로…

걸어갈때 마다… 가구들만 계속 배치된 모습이 보였다. 어떤 것은 판자 어떤 것은 책장등이 배치되었다. 허나 내 눈에서는 왜 책상이 안 보이는 지 모르겠다.

계속 걸어 가는 도중, 뭔가 많이 모여있는 세트장? 전시장처럼 보이는 곳이 보였다. ‘전시장’안에는 온통 다 불이 켜져 있었고 마치 우리 살고 있는 집처럼 가구들이 화려하게 장식되는 모습이 보인다. 수많은 전시장들이 다닥다닥하게 붙어있으며, 전시장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아 보였다.

이곳은… 무섭게도 사람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없으니까 이곳 전시장은 냉기만 흐르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주인이 있어야 하는데…

딱 생각하자 마자 내 눈 앞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보였다. 사람을 찾았다 하고 조금이나마 안심되는 마음에 그 사람을 쫓아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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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타라>: 하, 저기… 여기 직원 분이시죠?

직원은 이상하게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게타라>: …어… 제 말 들려요?

나는 그 직원의 몸에 검지로 콕콕 찌르며 말했다. 허나 그 직원은 반응이 없었다.

<게타라>: 하… 진짜 저랑 대화 좀 해요!

나는 그 직원의 시선에 보이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게타라>: … 으악!!!!

너무 놀래서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뒤로 땅에 부딫쳤다. 뭘 보고 놀랬느냐… 다시 봐도 충격적이다.

얼굴이 못생긴 것도 아닌… 애초에 얼굴에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는 직원의 모습이었다. 그 직원이 입고 있던 의상은 이케아 직원만 입을 수 있는 사복처럼 보였는데, 문제는 입도 귀도 눈도 심지어 코도 없는 달걀귀신 같은 모습이었다. 적어도 머리털은 있지만….

그 직원은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손을 잡아줄꺼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반응하지도 않았다. 그냥 갈 길만 걸어갔다. 일단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 났긴 했는데… 너무 놀라서 심장은 어쩔 줄 몰라 계속 화내고 있다. 아까는 진짜 개무서웠다고…

그 후, 어느 덧 마음이 진정이 될 때 쯤에 오후 5:37분이 되었다. 내가 들어올때가 오전 10시 쯤이었는데, 쉬지 않고 7시간 만큼이나 걸어왔는데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출구는 어디있고, 정상적인 사람은 어디있지?

게다가 불행하게도 아직 전시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다시 전시장에 들어온 곳으로 갈려고하는 데, 길을 잊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다시 갈 길을 갈려고 하다가 그냥 전시장을 더 가볼 까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어져 있는 내 위에서,

갑자기 천장 쪽에서 빛이 사그라 들었다. 찰나의 순간에… ‘타아악’ 혹은 ‘좌아악’ 하는 소리가 나면서 전등이 꺼지는 듯 빛을 내뿜지 않았다.

빛이 사그라드니까 뭔가 무서운 분위기가 되버렸다. 어느 쇼핑몰이 문 닫을 시간에 불이 꺼진 매장 내에서 홀로 걷는 기분이 난다. 물론 여기도 쇼핑몰이지만… 그래도… 이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전시장 내에서는 여전히 불이 켜저서 앞길은 제대로 보였다. 위가 엄청 새까마지게 되어서 왠지 예테보리1 시내에 밤이 저물때 길거리에서 빛이 나오는 것 처럼 느껴진다.

다만 그 시내랑 여기서의 차이점은 여기는 엄청 고요하다. 사람의 목소리, 바람 소리가 안들리고 쥐가 지나다니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고요함이다. 보통 켜진 매장 내에서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 온 곳에 퍼지게 하는 데… 없다… 시끄러움이

그냥 무섭다… 여기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