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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제세동기 가져와 제세동기! "

다급한 외침이 동굴에 울렸다. 섬 꼭대기의 작은 동굴 안은 열댓명 안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커다란 곰이 입에 호스를 문 채 누워 있었다. 울퉁불퉁한 돌 바닥에 어지럽게 늘어선 기계들, 산소통의 펌프는 계속해서 털풍선 안으로 공기를 집어넣고 있었지만 풍선은 부풀지 않은 채 맥 없이 바람 새는 소리만 들려왔다.

" 레디! 샷! "

가운을 입은 사람이 커다란 판을 곰의 가슴에 탁 하고 부딛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몸이 움찔 하고 움직였다. 하지만 동굴 한 편 모니터에는 직선 한 개만 길게 그어져 있었다. 의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한번 더 충격을 준비했다. 그 동안 다른 사람은 두꺼운 살가죽과 뼈가 들어가길 바라면서 곰의 가슴에 손을 얹고 끙끙대고 있었다.

" 한번 더! 레디! 샷! "

다시 한번 곰의 몸이 들썩였다. 다른 사람이 화면을 확인하고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다급하게 외쳤다. 세 번… 네 번… 가슴 부분에서 탄내가 느껴질 정도였지만, 곰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안되겠는데… 하는 소리가 사람들 입에 나오기 시작했다. 한 요원이 애써 부정하듯 계속해서 털가죽을 주무르고 있었지만 다른 이가 그를 떼어놓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동굴 안의 사람들이 전부 곰을 바라보았다. 입의 호스를 뽑아내자. 마치 자고 있는 것 같은 평소의 얼굴이 나타났다.

" 사망 시간… 204█년 10월 17일… 한국 시간 23시 18분 34초… "

곰, 그러니까 1105-KO-1이 쓰러진건 몇 시간 전이었다. 섬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서 비정상적으로 산 속에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한 울진의 감시 요원이 즉시 35K 기지에 연락했고, 즉시 헬리콥터를 통해 전문 요원들이 투입되어 수영을 통해 장비와 의료인력을 급파했다.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는 후포항의 감시기지 요원들이 미리 고속정을 타고 접근하여 개체를 산속 동굴로 옮겨 둔 뒤였다.

요원들이 곰이 곧 방문할 연구원들에게 주기 위해 이맘때 쯤 섬 북쪽 산비탈에 많이 열리는 머루를 따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과 몸 주변에 머루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곰은 초기에는 의식이 가볍게 있어서 손을 허공에 대고 무언가를 적으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지 못했다. 한 요원이 떠내려온 나무판을 해변에서 산 위로 급하게 가져왔지만, 그때는 이미 손도 까딱 못하고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고 한다. 의료진이 몸에 주사를 꽂고 입에는 산소 호스를 물려주었다. 심장 박동은 이미 약해졌고, 몸도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연구원들은 개체를 정밀 검사가 가능한 35K 기지로 옮겨서 치료해야한다고 기지에 연락을 보냈다. 아마 높으신 분들이 회의로 30분 정도 써버린 후, 섬의 변칙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 제안은 거부되었다. 무엇보다 이 커다란 곰을 옮길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옮겨올 수 있는 최대한의 장비를 요구 했지만 이미 가져올 수 있을만한 장비는 거의 다 가져온 상황이었다. 의료진들은 계속해서 수액을 놓아주고, 호흡기를 체크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밤 11시를 넘어갈즈음. 곰의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의료진이 다급하게 곰을 둘러싸고 화면을 체크하기 시작하고 떨리는 손으로 주사기를 꽂아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의 떨림은 멈출 줄을 몰랐다. 마치 영혼이 이 세상에서 떠나가려고 발버둥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요원들이 팔 다리를 눌러서 움직이는 걸 멈춰보려 했지만 오히려 몸이 들썩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움직이는걸 멈춰보려던 사람들은 이제 곰을 움직이게 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곰은 돌아오지 않았다. 검은 털에는 흰 털이 부분부분 자라나 있어서 약간 회색으로 보였다. 호스가 뽑히면서 쉭 하는 소리가 났지만 그 소리가 두번 나는 일은 없었다. 1105-KO-1이 폐사했다.

#2

" 1105-KO에 다른 변칙적인 변화는 있습니까? "

" 네, 현재 1105-KO는 그 변칙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격리파기에 준하는 변화를 비롯한 기타 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변 육지에서 각종 동물 들이 섬으로 모여들어 동굴의 주변에서 몇 번 울고는 사라지고 있지만 이는 평상시 의식을 위해 모이던 개체수 이내입니다. "

이사관의 질문에 연구원이 대답했다. 1105-KO가 사망한 다음 날 아침 소집 된 35K기지 회의는 점심이 다 되도록 계속되고 있었다. 전날 사망이 확인 된 후 담당 요원은 급하게 기지로 돌아와 관련 서류를 정리하고 보고 준비를 했다. 연구원은 그 전의 건강 상황에 대해 보고하면서 특별한 질병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정적으로 사망 원인은 '심부전'으로 추정되었다. 산비탈을 급하게 오르다가 심장에 무리가 왔다는 것이다. 개체의 부검을 어디에서 진행할 지도 논의 되었는데, 과거 섬에서 개체를 빼왔을 때 섬의 변칙적 특성이 사라졌던 걸 고려하여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여기 저기서 밥먹고 합시다 이야기가 나왔다. 앞에 선 1105-KO 담당의 김 연구원을 향해 포유동물류학부의 박진태 선임 연구원이 다가와서 어깨를 두들겼다.

" 김 박사, 새벽에 갑자기 고생이 많았어요. "

" 아. 박 박사님.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인걸요. "

" 그래… 알겠지만 그 개체는 내가 재단에 입사해서 처음으로 담당했던 개체거든, 근데 이렇게 갑자기 죽다니. 솔직히 연락 받고 좀 놀랬어. "

" 아. 그러셨죠. 분명 처음 접촉부터… "

" 그래. 한 5년간 담당했었나? 그 다음엔 다른 개체 담당으로 옮겨갔지만 말이야. 마지막이라고 했을 땐 꼭 안아줬었지. "

" 꽤나 정이 많은 개체였죠. "

" 그래. 아무래도 변칙 개체기도 하고 생각보다 행동도 활발해서 계속 그렇게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니 자네가 고생하는군.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

그가 허허 하고 웃으면서 다시 한번 김 연구원의 어깨를 두들겼다. 김 연구원 역시 어색한 미소를 띄웠다. 식사 중에도 그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계속해서 걱정했다. 그나마 한 여름이 아니라서 급속도로 부패되지는 않겠지만, 부검을 하려면 최대한 변질되지 않은 상태여야했다. 정 안되면 그냥 내일이라도 현지에서 빠르게 부검을 진행해야 할까 생각도 들었다. 구내 식당의 오늘 메뉴는 우연의 일치일지 수육에 육개장이었다. 이걸로 장례식 밥은 먹었구만 하면서 한 곳에 모여 앉은 선임 연구원들이 우스개소리를 했다.

#3

" 우와… 이 먼지… 이런데서 부검을 해볼지는 몰랐는데. "

기지에서 파견된 부검관이 마스크를 고쳐쓰면서 말했다. 최대한 환풍을 하고 발전기로 불을 밝혀 봐도 서늘한 굴의 공기를 바꾸기엔 무리였던 것 같다. 옆에서 다른 요원이 알코올로 닦은 메스를 건내주었다. 그는 곰은 몇년 만인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면서 깨끗하게 닦여 있는 1105-KO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그가 몇번 팔을 휘젓고, 메스와 가위를 번갈아 까딱대자 커다란 배가 쩍 하고 열렸다.

" 휴… 생각보다 냄새는 괜찮네. 어디보자… "

그는 전체적인 형상을 슥 살펴봤다. 서늘한 굴이 부패를 막아줬는지 아직까지 장기는 깨끗해보였다. 간에 기생충 자국이 조금 보였지만, 개체가 오래동안 야생상태를 유지했음을 고려하면 별로 문제되지는 않았다.

" 역시 심장이 좀 큰 것 같은데, 평소에 고혈압이었나봐, 역시 나이는 못속였나보군. "

그가 중얼거리면서 장기를 하나하나 도려내기 시작했다. 위 속에는 마지막으로 먹은 숭어가 반쯤 소화된 상태로 나왔다. 옆의 다른 인원들이 장기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무게를 재고 측정 한 후 조직을 채취하여 알코올이 담긴 병에 넣었다. 동굴 밖에는 새들이 시끄럽게 울고, 이따금 너구리나 다람쥐, 그리고 커다란 멧돼지가 동굴을 노려보아서 요원들이 긴장하기도 했다.

부검하는 의료진 옆에서 다른 의료진이 이동형 엑스레이로 팔 하며 사지 곳곳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쉬운 대로 가져온 결과였다. 연골이 많이 닳아 있었고 관절염도 심해 보였다. 아마 마지막엔 여기저기 다닐 때 마다 꽤 아팠을 것이다. 치아도 꽤 많이 닳아 있었고 충치랑 빠진 이도 곳곳에 있었다. 시력도 꽤나 떨어져 있었겠지. 부검관이 아무렇지 않게 역시 나이는 못속이는 군 하고 중얼거렸다.

푸른 하늘 아래, 끝 없는 초록색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헬기 차창 밖을 바라보면 이불을 구겨놓은 듯 한 땅 위는 나무들로 가득해서 마치 털이 나 있는 것 같았다. 이따금 산봉우리에 가까워지면 솔이 로터 바람에 떨리며 잎을 잔뜩 흩트려 놓았다. 그 아래 골짜기에는 사람들이 갈라놓은 땅 사이로 납작한 집들이 흩어져 있었다. 지나는 이 하나 없는 실길, 그 옆을 흐르는 개울만이 가끔 반짝였다. 이 풍경을 즐기기에는 헬기의 울음소리가 너무 거친 것 같았다.

" 잘도 이런 곳으로 날 보냈군. "

헬리콥터 뒷좌석의 그가 웅얼거렸다. 조종사에게 들릴 턱도 없었지만 내심 듣고 다시 기수를 돌려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이곳 영양에 도착한 건 2시간 전, 그전까지는 이 동네는 중학교 지리부도 속에 세 글자로만 적혀 있었을 뿐 관심을 끈 적도 없을 뿐더러 와본 적도 없었다. 부산의 02K 기지에서 일하던 그는 이사관의 한 마디 말과 함께 이곳으로 떠나왔다. 거창하게 가져갈 것도 없이 당장 쓸 짐을 넣은 가방 하나만 가지고 가라는 말에 영문도 모른 채 표를 끊었다.

부산에서 대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그는 내가 왜 그곳으로 가고 있는지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대구에서 버스에 오른 그는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더더욱 영문을 모르게 되었다. 그는 02K 기지에서 해양 수치해석 모델링과 관련하여 프로그래밍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원이었고, 최근에는 35K 기지와 협력하여 1105-KO 주변 해류에 대한 변칙성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연구실에서 자판과 씨름하며 보낸 세월이 허무하게, 진행하던 수십만 줄의 코드를 뒤로 하고 단 한마디로 어딘가 모를 전출을 떠나게 된 것이었다.

처음 와본 영양의 인상도 별로 좋지 않았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자 같은 건물들로 둘러싸인 정류소를 콜로세움처럼 가게들이 둘러싸고 그 앞에는 뭔지 모를 물건더미가 있었다. 양복 차림에 가방 하나 들고 버스에서 내린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서 쉰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피우던 담배를 던져버리곤 다가왔다.

" 성 박사님이시니껴? "

예 그런데요 하고 그가 대답했다. 적당한 환영의 인사말과 함께 남자는 그를 차로 안내했다. 차라는 것은 트럭으로 뒤쪽에는 뭔지 모를 상자가 실려있었다. 얼핏 봐서는 이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알 수 없는 말씨와 함께 그는 이끌리고 있었다. 자신을 박 씨라 소개한 남자는 그를 트럭에 태우고, 다시 시골길을 달려 한 소방서로 향했다. 그곳에는 꽤 큰 헬기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박 씨가 입을 열었다.

" 기지까지는 좀 먼데 이 헬기를 타믄 한 20분이면 가니더. 먼길 오잇지만 쪼금만 더 고생하시소. "

뭔지 모를 말투를 뒤로 하고, 박 씨는 조종사와 트럭 짐칸의 짐을 내려 싣기 시작했다. 잘 보니 과자나 생활용품 같은 게 들어있었다. 짐도 다 실은 뒤에는 헬기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프로펠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조종석에 뛰어가 '가보레' 하고 한마디를 외치고 트럭을 타고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헬리콥터도 떠오르기 시작해 북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적응이 안 되는 첫 만남이었다.

산 위의 기지는 그다지 크지 않아 보였다. 산마루 약간 아래를 깎아 만든 기지에는 건물이 몇 채 없었다. 꽤 평평한 풀밭 위에 직사각형 건물이 몇 채 서 있고 그사이는 길이 잇고 있었다. 작은 운동장 같은 것도 보이고, 그 옆에는 착륙장이 있었다. 헬리콥터 날개바람에 풀들이 휘날리고, 보안 요원이 경광봉을 흔들면서 유도를 시작했다. 덜컹하는 느낌과 함께 기체가 땅에 닿자, 기다리고 있던 요원 두 명이 분주히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 성 박사님이시죠? "

그의 눈앞에 연구원 복장의 한 여성이 나타났다. 목에는 김아현이라고 쓰인 이름표가 걸려 있었다. 둘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니 앞으로 성 박사와 함께 일하게 될 인물인 듯했다. 검은 머리를 꽁지로 묶고 안경을 쓴 그녀는 밝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 먼 길 오시하느냐고생하셨어요. 57K 기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아닙니다. 부산에서인데요 뭘 "

" 그래도 이 시골까지 오시는 게 힘들잖아요? 같은 경상도여도 남쪽 끝에서 여기까지 오신 거잖아요. "

" 뭐 그렇죠. 짐은 어디다 풀면 되나요? "

" 아, 지금 방이 배정되어 있을 거예요. 관사로 안내해 드릴게요. "

애초에 기지가 작기도 하지만, 관사는 착륙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는 운동장을 지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 나무 그늘 아래서 연구원 한 명이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조금 옆 구석에는 두 요원이 발로 축구공을 굴리고 있었다. 마치 한적한 공원에 나온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오후 2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점심시간도 지난 시간에 다들 여유로워 보인다고 생각한 그는 관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관사는 평범했다. 3층짜리 건물은 복도식으로 10개 정도의 방이 주르륵 늘어서 있었고 그 중앙에는 작은 회의실 같은 방이 있었다. 그의 방은 207호였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고, 작은 주방과 냉장고가 있었다. 나름대로 배려가 있는 건지 주방과 방이 미닫이문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 외에는 침대, 책상, 옷장, 평범했다. 대충 가방을 던져놓은 다음 다시 밖으로 나온 그를 김 박사가 다시 안내하였다.

기지는 전체적으로 높은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가장 높은 건물은 둥그런 천체망원경이 있는 관측소 건물로 다른 건물은 관사보다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 이 기지에서는 몇 명이나 일하고 있나요? "

" 글쎄요? 다른 기지보다 적긴 해요. 그래도 한 백 명은 넘을걸요? "

" 그런가요? 근데 그런 것 치고는 그렇게 건물이 많아 보이진 않네요? "

" 아 그건… 우리 기지는 겉보기에는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 큰 기지였어요. 원래는요. "

" 원래요? "

" 예전엔 더 컸다던데 지금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좋죠.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되실 거예요. "

김 연구원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일단은 생각을 접어 두었다. 관사를 나오면서 보니 운동장은 아직도 여유로워 보였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렇지, 저렇게 일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그를 감쌌다.

" 어디보자… 식당은 저쪽으로 가시면 되고요. 생각보다 먹을 만해요! 사실 다른 먹을 것도 없지만요. "

" 확실히 그렇죠. "

그가 짧게 웃었다. 김 연구원도 웃으며 끄덕였다.

"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래요? 원래대로라면 감독관님도 만나보고 할 텐데 지금은 잠시 자리를 비우셔서 아마 당분간은 안 계실 것 같거든요. 당장 출근할 일도 없으니까 천천히 짐을 푸셔도 되고요. 아니면 기지라도 한번 둘러보실래요? "

" 글쎄요. 사실 쉬어도 딱히 할 게 없긴 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부서라도 들러볼까 했죠. "

" 와~ 열심이시네요. 그래도 제 추천은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이 좀 있긴 하지만 아직 사무실 정리도 덜 끝나서 말이에요. "

" 뭐 정리할 게 많이 있나요? "

" 아뇨, 아뇨! 진짜 별거 없어요. 그냥 쉬셔도 괜찮으니 편한 대로 하세요. "

그는 결국 떠밀리듯 방에 들어왔다. 내일 마중까지 나와준다는 모양으로 생각보다 엄청난 환대라고 생각했다. 창문 밖으로는 키 작은 조경수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널찍한 창에 햇살은 잘 들 것 같았고 볕이 싫은 사람들을 위한 블라인드도 달려 있었다. 찬장을 열어 보니 냄비 같은 가재도구도 들어 있었고 공간도 제법 널찍했다. 그가 올려놓았던 가방을 아래에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눕히자 가볍게 튀어 올랐다. 마치 이불처럼 지금까지의 여정이 몸을 덮어서 금세 일어설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다음 날, 창밖의 새소리가 햇살에 실려 그를 깨웠다. 간단하게 준비하고 깔끔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관사를 나서가 김 연구원이 어제랑 비슷한 모습으로 건물 앞에 서 있었다.

" 좋은 아침이에요. 어젯밤은 안녕히 주무셨나요? "

" 뭐 그럭저럭이요.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자버렸네요. "

" 하하.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 "

" 아니요. 평소에도 하지 않는 편이라. "

" 아하. 그러면 바로 사무실로 가실까요? "

어제 보았던 운동장을 지나 관측소 아래의 3층짜리 건물로 향했다. 이 건물도 외관은 창문이 조금 작은 걸 빼면 관사와 비슷해 보였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김 연구원은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었고, 그도 옆에서 약간은 어색한 인사를 보냈다.

김 연구원은 그를 복도 한구석으로 안내했다. 예측모델개발실이라고 방금 붙인 듯한 테이프가 표찰에 엉성하게 붙어있었고, 문 안쪽은 관사보다 좁아서 컴퓨터가 놓인 책상 두 자리에 한쪽 구석에 커다란 서버 같은 물건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는 약간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 여기가 사무실인가 보죠? 자리가 2개뿐인가요? "

" 아 네… 사실은 그전까지는 이런 부서가 없었는데 이번에 신설한 거거든요. 성 박사님은 여기 실장님으로 오신 거예요! 명패도 만들어 봤답니다! "

가장 안쪽의 창문을 등진 책상의 앞쪽에 검은색 명패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02K 기지에서는 그냥 연구원이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승진이었지만, 그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 자리가 2개인 건 제가 실장이고… "

" 네! 제가 아래에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아… 뭐 그렇군요. 그래서 여기서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

" 아. 여기는 말이죠. 성 박사님이 02K 기지에서 했던 해류 시뮬레이션처럼 말이죠. 별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어요. "

" 저기… 저는 천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이죠. "

" 아 그건 괜찮아요. 저도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말이죠. "

" 네? "

" 그게 사실은… 제가 전공이 관측이라서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코딩 같은 건 잘 모르거든요. 사실 여기에 저 혼자만 있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

김 연구원은 웃고 있었지만, 그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아무리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툭 하고 떨궈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의 굳은 얼굴을 보더니 연구원은 화제를 급하게 돌리며 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서 김 연구원의 결과물을 본 성 연구원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도저히 어떤 부분에서 작동하는지 모르겠는 코드들을 바라보자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김 연구원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이 프로젝트는 그냥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가 서류를 집어 들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이 프로젝트가… 기한이 언제까지죠? "

" 아 기한은… 여유가 있어요. 한 한 달 정도? "

" 이 부서에서는 이것만 담당하면 되나요? "

" 뭐 일단은 그렇긴 한데… "

" 그러면 일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관련된 자료를 좀 주실 수 있나요? "

" 아… 네! 알겠습니다. 바로 드릴게요. "

김 연구원은 자리로 달려가서 열심히 컴퓨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한번 서류를 잘 살펴보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주일 이내로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건물 앞에는 연구원 몇 명이 산책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나를 보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환경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나의 미래를 찾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이 기지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 돌아가야겠다.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보내진 이상 바로 돌아간다고 해도 명분이 없을 게 뻔했다. 정말 열심히 해서 내가 이곳에 있을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생활 환경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지금까지 나름대로 달려오던 그의 커리어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가 눈을 들어 앞쪽 책상의 김 연구원을 보았다. 김 연구원은 일을 못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것도 느리지 않고 금방금방 원하는 결과를 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일을 전력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5시쯤 되면 슬슬 일을 마무리 짓고 6시가 되면 같이 저녁 먹으러 안 가실래요 하고 성 박사에게 물었다. 아직 그는 일을 끝낼 생각이 없어서 글쎄요. 라고 말하면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다 하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면 곧 있어서 성 박사도 식당에서 밥을 대충 먹고는 다시 들어와서 일을 시작한다.

가끔 김 연구원은 여기서 까기 그렇게 열 내서 일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만, 이미 그는 스스로 다른 프로젝트를 몇 개 더 제안하고 상부의 승인을 받고 있었다. 김 연구원은 도와준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미 그 능력 범위를 넘어선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 처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돌아간 한밤중에도 불을 켜놓은 채 일의 열중이었다.

모니터 속에서 빛나는 글자들이 전부 별이 되어갔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흐름이 될 때쯤이면 그의 업무가 끝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바로 다음 업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하늘의 별이 흘러가면서도 그는 별을 보지 않았다. 그렇게 한 두 달쯤 지나자, 몸은 어느새 익숙해 진 것 같았지만 상부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점심시간이 되면 밖에 나가서 풀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았다. 하루는 성 박사가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때 길 한구석에서 풀을 바라보는 김 연구원을 보았다. 그는 옆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뭘 하고 있나요? "

" 아. 실장님. 꽃을 보고 있었어요. "

" 음… 그건 무슨 꽃인가요? 생긴 건 토끼풀 같은데 "

" 아, 이건 괭이밥이라는 풀이에요. 이렇게 노란 꽃이 피어요. "

아 그렇군요. 평소에 꽃을 보는 걸 좋아하나 보죠? "

" 네. 사실 천문학을 전공했지만, 하지만 꽃도 굉장히 좋아해요. "

" 그런가요? 뭔가 전혀 다른 것 같은데요. "

"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한번 앞을 보세요. "

성 연구원이 앞을 보자 평범한 풀밭이 쭉 펼쳐져 있었다.

" 그냥 평범한 풀밭 아닌가요? "

" 하지만 그냥 풀밭이 아니에요. 이 위에도 수많은 풀꽃이 피어있잖아요? 검은 밤하늘은 그냥 밤하늘 같아 보여도 사실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죠.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무심코 지나가면 보이지 않아도 저마다 자신의 이름과 이야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 그렇게 말하니 그렇게도 보이네요."

" 그렇죠 그리고 잘 보면 키가 비슷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물론 중간에 툭 튀어나온 경우도 있지만 보통 이런 지형에서는 바닥에 쭉 펼쳐진 경우가 많죠.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게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

성 연구원은 다시 풀밭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냥 초록색으로만 보이던 풀밭 위에 하얀 점이 콕콕 박혀 있는 것 같았다. 가끔 노란색이나 약간 푸른색의 꽃도 보였다.

" 그리고… 이 기지에는 특이한 풀이 있어요. 그건 숨겨진 보물이죠. "

"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

" 아 그건… 아직 필 때가 안되었거든요 조금만 기다리면 보실 수 있을텐데 그때 말씀 드릴게요. "

김 연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면서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잠시 들판을 한번 더 바라본 뒤 김 연구원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 그렇죠. 그리고 잘 보면 키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물론 중간에 툭 튀어나온 예도 있지만 보통 이런 지형에서는 바닥에 쭉 펼쳐진 경우가 많죠.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게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

성 연구원은 다시 풀밭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냥 초록색으로만 보이던 풀밭 위에 하얀 점이 콕콕 박혀 있는 것 같았다. 가끔 노란색이나 약간 푸른색의 꽃도 보였다.

" 그리고… 이 기지에는 특이한 풀이 있어요. 그건 숨겨진 보물이죠. "

"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

" 아 그건… 아직 필 때가 안되었거든요. 조금만 기다리면 보실 수 있을 텐데 그때 말씀드릴게요. "

김 연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면서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잠시 들판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김 연구원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책상 위에 서류가 가득 쌓여 있었다. 그의 모니터는 끊임없이 글자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의 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새 밤 11시가 다가왔을 무렵, 하늘에는 달이 유난히 크게 빛나고 있었다. 문득 화장실에 가려고 의자를 돌린 그는 밖의 달을 바라보았다.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그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둥근 달이 구름 사이에서 이리저리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다. 머리 속이 복잡했던 그는 산책이라도 해볼지 하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아무도 없는 기지에서 밤바람이 산을 스치면서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가 사각거리며 들려오고 남색 하늘에는 별이 가득 찼다. 기지에는 가로등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별이 유난히 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그가 주변을 슥 둘러보자, 저 멀리 들판 한가운데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 그림자에 다가가게 되었다. 무언가의 변칙 현상이 아닐까도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검은 생머리에서 달빛이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김 연구원인가? 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약간 더 길쭉한 느낌의, 약간 창백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 달빛에 이끌리셨나 보네요."

성 연구원은 흠칫 하고 놀랐다. 앞의 그림자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를 돌아보았다.

" 요즘 매일 열심이던데, 지금도 작업 중이셨나요? "

" 네? 아 뭐…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

" 오늘 드디어 피기 시작했어요. "

발 앞에는 키가 작지만, 꽃잎이 커다란 노란색 꽃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 이 꽃말인가요? "

" 네. 아. 구름이 걷히고 있네요. 보세요. "

그가 고개를 들어 앞의 들판을 보자 구름 장막이 걷히면서 하늘에서 달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 순간 그 빛을 받아 수많은 노란 꽃이 빛나기 시작했다. 하늘의 별들과 땅의 꽃 빛이 겹쳐 보이며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알 수 없게 될 것만 같았다. 그 사이에서 사람은 형상이 어둡게 되며 마치 작은 나무 하나처럼 보였다.

" 어떤가요. 이런걸 볼 수 있다니. 야근하길 잘했지 않았나요? "

성 연구원은 옆에서 빙긋 웃는 그 사람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 인상이었지만 곧바로 웅크리더니 무릎을 꿇고 꽃을 하나 매만지기 시작했다.

" 이 꽃은 영양복수꽃이라고 해요. 들어 본 적 없겠죠? 신기하게 이 기지 안에서 발견된 종이거든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죠. 그리고 연구원들이 말하길, 이렇게 넓게 퍼져서 자랄 수 있는 이유는 이 기지가 세워져 있기 때문이래요. 다른 풀들은 들어오지 못하면서 나무도 없는… 그런 특수한 환경에서 이곳만의 무언가가 세워져 있는 거죠. "

성 연구원이 시선에 따라 발밑의 꽃을 바라보았다. 모두 같아 보이지만 얼핏 보면 모두 같은 것 같아 보여도 잘 보면 하나하나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았다.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이런저런 색을 만들어 내고, 그 색들이 다시 모여 이 꽃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다시 그가 들판을 바라보자. 사람이 입을 열었다.

" 다른 곳에서는 나무에 가려 빛나는 줄 모르던 이런 소중한 꽃들이… 이곳에서 빛나게 하는 게 제 목표에요. 설사 다른 곳에서 가려졌더라도… 이곳에서는 마음 놓고 그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

" 그게 대체… "

" 성 연구원님.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지 않으셨나요? 가끔은 쉬어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열심히 뻗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빛나니까요… "

차마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렇게 웃으며 그 사람은 다시 달빛 속으로 사라졌다. 성 박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은 어제나 같은 모습으로 떠 있었다. 문득 그는 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머리 위에 있던 달이 언제는 산 위에 앉아 있고, 언제는 나무 뒤로 사라진다. 하지만 달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세상 모든 것… 밤하늘에 저 가만히 있는 별조차도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그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들에게는 그 움직임을 멋지게 보여준다. 그의 머리 속에서 그 별들이 휙 하고 달려 나가면서 모든 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는 당장 사무실로 달려가서 컴퓨터를 꺼버렸다.

어느 날의 저녁,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주황빛이 사무실 안에 가득 찼다. 성 박사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그러자 김 연구원이 말했다.

" 성 실장님. 오늘 저녁엔 뭐 하실 건가요? "

" 글쎄요… 일단 저녁 먹고 천천히 산책하며 생각해 볼까 싶어요. "

" 산책 좋죠~ 저는 요즘 좀 피곤해서 들어가서 쉬려고요. "

"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거 아니에요? "

김 연구원이 웃으면서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예측모델개발실에 밤새 불이 들어와 있는 날은 이제 거의 없었다. 둘은 웃으면서 자리를 정리하고는 같이 저녁을 먹으러 향하기 시작했다.

" 맞다. 성 팀장님 이번에 27K 기지로 가실 수도 있다면서요? "

" 아. 지금보다 약간 높은 직책이었어요. 근데 거절했어요. "

" 네?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왜요? "

" 그건… 아시잖아요?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

김 연구원은 그 말을 듣고는 활짝 웃어 보였다. 본청 건물을 나서는 두 사람의 모습을 누군가가 창문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석양빛에 그 사람의 검은 장발이 빛나고 있었다. 목에는 시설이사관보라는 명찰이 빛나고 있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 드디어 자신의 꽃을 피우신 것 같네요. 성찬민 박사님."

S 연구원은 즉시 O5-1 사무실로 올 것.

— O5-1

모두가 기지 게시판의 쪽지를 보고 수군거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O5가 한 연구원을 바로 이렇게 불러내었다는 것. 거기다 아무런 이유도 적혀 있지 않다는게 가장 이상했다. 쪽지 앞의 사람들은 저마다 연구원 S가 심각한 격리 파기 행위나 변칙적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 무엇이 있었는지. 하지만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게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 _

    나는 제66기지 연구원 H다. 이름을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다. 최근 한 동물형 변칙 개체에 대한 연구를 맡게 되었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어떤 개체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약간 새 같기도 한데 또 어떻게 보면 다른 분류군의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일단 연구에 앞서 분류학적 위치부터 특정해야겠다고 생각한 난 S의 개인 연구실로 향했다. 그 녀석과 나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재단에 들어왔고, 어쩌다 보니 같은 기지에서 계속 일하고 있었다. 그는 분류학을 전공했고, 나는 생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은 대부분이 해괴망측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쥐어짜야지 이 녀석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나랑 S는 서로의 방에 드나들며 자료를 돌려쓰곤 했다.

    S의 연구실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 책상 위에는 논문과 자료가 잔뜩 쌓여있긴 하지만 뭐가 뭔지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타자기가 놓여 있는 게 특별하다면 특별한데, 그건 S의 독특한 취미 중 하나로 가끔 타자기를 사용해서 메모를 작성하곤 했다. 한편 그 옆에는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놓기도 하였다. 별로 이런 것과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지만, 그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그는 방에 없었다. 아마 화장실에 갔든 아니면 어디서 표본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책상으로 가서 포스트잇을 뜯어서 '자료 좀 빌려 간다.'라는 메모를 남겨놓았다. 그러고는 서랍장을 열어 안을 살펴보았다. 일단 조류라고 써 있는 파일을 뭉텅이로 집어 슥슥 넘겨보았다. 그다음엔 난분류(難分類)군에 대한 자료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만 봐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중에 S에 개체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서랍장을 뒤지던 중 나는 아무런 분류도 되어 있지 않은 종이 더미를 발견했다. 잘 보니 프린트된 문서가 아니라 손 글씨랑 타자기를 사용해서 적은 문서 같았다. 나는 그 문서를 꺼내서 제목 같은 게 있나 살펴보았다.

    ' O5 하렘에 빠져들어 버렸다. '

    나는 당황했다. 아니 하렘이라고? 그리고 이 O5가 내가 아는 '그' O5가 맞는 건가? 당황은 금세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그냥 위장용이 아닐까? 뭐 독특한 번식 체계를 가진 생물이라도 연구하고 있는 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마치 자기 방어기제 같은 것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종이를 넘겼다.

      • _



      나는 평범한 연구원으로 재단에 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날 변칙 개체가 나를 삼켜버렸다. 나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요원들이 나를 데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발걸음을 옮겼다.

      요원들이 날 데려간 곳은 회의실 같은 곳이었다. 반원으로 된 원탁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주변은 어두웠다. 나는 환한 빛을 받고 있었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 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요원들이 밖으로 나가자 갑자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너가 그 연구원이야? "

      어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건 검은 색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고 키가 작은 미소녀였다. 모습만 보면 마치 10살 같았는데 걸치고 있는 실험복에는 O5-1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게 내가 생각하는 O5-1이라고?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백살은 족히 넘게 산다고 알려진 O5가 저렇게 귀여운 모습이라고?

      " 자료를 보니까 그렇네요. 이번에 6974에 노출된 인원 맞죠? "

      O5-3인 것 같은 사람이 말했다. 갈색 머리를 하나로 모아 묶고 작은 안경을 쓴 그녀는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침착한 누님 같은 목소리로 손에 든 자료를 넘기며 나에게 물었다.

      " 네… 그… 그런데요? "

      " 다른게 아니라 너가 노출 된 그 6974말이야 상당히 머리 아픈 특성이 있는 것 같아. O5-6! 설명 좀! "

      나는 1이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에 음침한 인상의 여자가 헤헤헤 하고 웃으며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검은 색 터틀넥에 실험복 단추를 잠갔는데, 당장이라도 가슴 부분이 터질 것 만 같았다.

      " 그… 그러니까… 연구원이 노출된… 그 개체의 특성이… 후후…후… 참 음란하단 말이지… 후후… 왜인지 모르게… 이성을 매혹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재미있네… 후…후후… "

      그녀가 왠지 모를 마이너스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몸을 비틀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책상 위로 다리가 턱 올라왔다. 염색한 금발에 태닝한 피부, 연구복 아래로 상당히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눈매가 사나운 O5-7이 귀찮은 듯이 말했다.

      " 이런 이야기는 질린다구~ 내가 연구원쨩을 잘 케어할 테니까 내 사무실로 불러두면 안될까? "

      " 뭐?! O5-07 지금 뭐라는거야! 내가 먼 아니… 그게 O5가 할 소리야? "

      " 하여간 1은 너무 고지식하다니까~ 조금 즐거우면 좋잖아? "

      " 우리는 인류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 "

      " 자자 다들 그만 싸워요~ 일단은 문제를 해결해야죠? "

      O5-02가 모습을 드러냈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갈색 머리지만 정말 아줌마 같지는 않았다. 쳐진 눈 끝에는 눈물 점이 하나 나 있었는데 과연 연륜이 있어 보였다.

      " 맞아! 이렇게 싸워봤자 바뀌는건 없어! 일단 이자리에 있는 인원들 만이서라도 해결책을 강구해봐야해! "

      O5-11이 말했다. 그녀는 핑크색 땋은 머리를 동그랗게 묶었고 상당히 정의감이 넘치는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 그래… 11말이 맞아… 이렇게 시시콜콜한 논쟁을 할 시간에도 이미 변칙적 영향을 받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 "

      " 혹시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적 있나? "

      " 아… 아니요…? 근데 그건 왜… "

      " 그렇다면 축하해! 너는 이제부터 우리 O5 전원과 사귀는거야! 거부권은 없음! 다들 찬성이지? "

      " 네… 네?! "

      그렇게 나의 O5 하렘이 시작되었다!

        • _

        나는 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과연 상사를 상대로 이런 허무맹랑한 소설을 써도 되는 걸 까? 내가 읽은 부분 이외에도 종이는 몇십장이나 있었다. 7과 빠른 진도 6에게 당하는 이상한 실험 사실은 엄청 음란한 3…

        클라이막스는 1이 연구원의 품에 안겨 울면서 하렘은 싫다고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장면이었다. 나는 점점 이 문서가 세상에 밝혀져도 좋을까. 아 차라리 자료를 빌리러 오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감쌌다… 이제 다시는 S를 예전과 같은 눈으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저주받은 글을 상부에 보고해야 할까? 그렇다면 S는 아마 멀쩡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몇 년간의 정을 생각하여 그 문서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냥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것이다… 하면서 나는 황급하게 챙기려던 자료를 챙겨서 내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끝났어야 할 일인데… 결국 들켜버린 것 같다. S가 얼마나 심한 벌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그 녀석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이젠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 _

          O5-01의 방 안에서 S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의외로 불안해 보이는 기색도 없었고, 오히려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를 등진 커다란 의자 뒤에서 01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런 글을 쓰고도… 과연… 대단하네… 평소에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단 거지? "

          의자가 빙글 하고 돌아가더니 O5-01이 S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정말… 이런 글을 쓰면… "

          O5-01의 모습은 키는 140도 안 될 것 같이 아주 작고, 긴 검은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고. 얼굴은 마치 10살짜리 어린 애 같았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S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 정말!!! 그런 글을 써버리면 우리의 비밀을 모두가 알아버리잖아!! "

          소리치는 그녀는 S의 품에 안겨서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에 얹고는 토닥였다. 그의 하렘 생활은 정말로 시작된 것이었다.

일련번호: SCP-1105-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105-KO은 통상적인 인간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중한 경비는 필요하지 않으나,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하여 어선으로 위장한 선박, 또는 항공기를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주변 해역을 순찰하여 접근을 통제한다. 특히 후술할 웅성화학 관계자들의 접근은 절대 엄금한다. 또한 내부의 추가적인 변칙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수영에 능숙한 생태학 전문가로 구성된 탐사팀을 파견하여 현장 조사를 실시하며, 섬 내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실시간으로 상태를 감시한다.

설명: SCP-1105-KO는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후포항에서 동북쪽으로 약 8km 거리에 위치한 섬으로 전체 면적은 약 1.5㎢로 추정되었다. 섬은 서고동저형 지형을 하고 있으며, 서쪽에는 해발 45m의 바위로 된 산이 있으며 정상 부분이 가로 60m, 세로 70m로 평평하게 되어 있다. 해발 약 20m 지점에는 동굴이 한 개 존재하며, 해발 20m 이하 지역은 대부분 동 위도 대의 경상북도 해안가 지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생이 번무하고 있으며, 동물상의 역시 주변과 유사하다.

해당 섬은 해도나 역사적인 지도에서 표기되지 않았으며, 위성 관측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선박을 통한 접근 역시 불가능하며, 현재 알려진 유효한 접근 방법으로는 동력원을 사용하지 않은 수영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은 SCP-1105-KO-1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나 현재 규명 중이다.

SCP-1105-KO-1은 암컷 반달가슴곰(Ursus thibetanus)으로 몸길이 약 2m 정도로 일반적인 반달가슴곰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크다. 초보적인 수준의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 불을 피울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졌으며 음성 언어적 표현은 구사할 수 없으나 19세기 초반 표기법의 한글을 이용하여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대상은 SCP-1105-KO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해당 섬의 변칙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주로 전술한 동굴에 거주하고 있다.

매월 음력 15일 일몰 후 저녁부터 심야 시간대 사이에 SCP-1105-KO에 서식하는 동물군이 산 정상으로 모여드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SCP-1105-KO-1을 포함한 섬의 대부분의 동물군이 모이는 현상으로, 일부 개체는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근처의 육지로부터 수영하여 오기도 한다. 이후 이들은 달을 향해 격렬하게 울부짖으며 좌우로 몸을 흔드는 의식을 시행하는데, 시행 시간은 매회 차이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30분 내외이다.

이후 하늘에서 빛과 함께 장변 8cm× 단변 5cm, 무게 50g 정도의 금화가 1개 떨어진다. 이 금화는 일본에서 사용되었던 코반(小判)과 형상이 비슷하나, 3개의 줄이 가로로 그여져 있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무늬는 없다. 이 금화는 SCP-1105-KO가 회수하여 동굴에 저장한다. 정기적으로 연구원들이 SCP-1105-KO-1를 방문하면 개체는 해당 금화의 일부를 탐사대가 떠날 때 전달하고 있으며 현재 전달 받은 금화는 대구 소재의 제11K기지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부록 SCP-1105-KO-A : 종친회장 웅재철 면담기록(1)

부록 SCP-1105-KO-B : SCP-1105-KO-1 면담 기록(1)

부록 SCP-1105-KO-C : SCP-1105-KO-1 면담 기록(2)

부록 SCP-1105-KO-D : SCP-1105-KO 변칙 현상 관찰 기록

부록 SCP-1105-KO-E : 종친회장 웅재철 면담 기록(2)

부록 SCP-1105-KO-F : SCP-1105-KO 침투 시도 기록

부록 SCP-1105-KO-G : 종친회장 웅재철 면담 기록(3)

부록 SCP-1105-KO-H : SCP-1105-KO-1 면담 기록(3)

일련번호: SCP-???-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대상이 존재하는 건물 주변을 건설사 ██의 사유지인 것 처럼 위장하여 높이 3m의 철판 울타리로 주위를 둘러싼 후 경비원으로 위장한 재단 인원이 상주하면서 침입자를 감시한다. 또한 주변에는 교정시설 부속시설로 위장한 재단 감시시설을 설치하여 주기적으로 대상의 내외부 상태를 관찰하여 ██기지로 매일 5회씩 보고한다.

대상에서 발현되는 밈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감시기지 전 인원은 주기적으로 타 지역으로 순환근무를 시켜야하며 주기적으로 정신 감응과 함께 이상 징후 발견 시

침입자가 발견될 경우 대상의 특성을 고려하여 처음에는 그저 빨리 보고 나가라는 식으로 해당 건물에 별다른 특징이 없도록 생각하게 유도한다. 만약 침입자가 계속해서 해당 시설에 관심을 가지거나 지하실 등 접근 제한 구역에 접근을 시도할 경우 즉시 재단 인원을 급파하며 필요한 경우 사살이 허가된다. 또한 인터넷 상에서의 역정보 살포 및 화제 전환을 통해 대상에 대한 관심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해야하며 만약 이에 실패할 경우 절차에 따라 물리력을 사용한 강제적인 데이터 말소를 시행할 수 있다.

설명: SCP-???-KO는 3m 길이의 회색 금속제 정육면체로 현재는 폐교된 대전시 ██구 ██동 ████고등학교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대상은 철문이 달린 가로 9m 세로 7m의 방 정 중앙에 위치한다. 대상의 정면에는 100개의 눈금이 있는 반지름 5cm의 원형 계기가 존재하며 해당 눈금은 25단위로 각각 초록색, 노란색, 붉은색,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눈금은 [현재시간]을 기준 5█을 가르키고 있다.

대상은 확인 불가능한 바닥면을 제외한 겉면에는 계기를 제외한 어떠한 문양이나 표식도 없다. 대상의 재질은 분석 결과 Al-Ti 합금과 유사하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금속이 사용되었으며 부식 및 내구성이 아주 강한 금속으로 현재까지의 공구나 소화기를 이용한 물리적인 변형 시도는 전부 실패하였다. 벽면의 두께는 5cm 정도로 내부 공간에는 일정한 주기로 맥동하는 원형의 물체가 확인되었다.

대상은 재단에 198█년 █월 █일 처음 발견되었으며 발견 당시 '새千年의 밝은 大田을 기다리며 197█年 █月 █日 李██'이라고 적힌 동판과 함께 발견되었다. 조사 결과 해당 인물은 학교 재단을 운영하던 ██그룹의 이사로 1983년 공식적으로는 실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의 이후 행적은 재단에서 추적중이다.

대상의 계기가 정확히 무엇을 표시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대상이 위치한 대전광역시에 대한 인식, 특히 밈적인 긍정적 인식 또는 관심을 표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민을 통한 조사를 통해 현지 주민의 약 ██%가 이러한 밈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대응하여 지역에 대한 부정적이고 '재미 없다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응에 따라 201█년 이후 수치 증가 속도가 85%이상 감소하였다.

1993 대전 엑스포 당시 수치가 급격히 상승 87까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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