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Mujin

첫 아이디어 , 이 박스는 본문이 아닙니다.
떡갈나무유랑단이 이동중에 신입에게 농담을 칩니다. 무진으로 가는중인데 무진 전체가 무대고 안개는 무대의 드라이아이스다라는 뉘앙스로 적인 약간은 시적이고 개화기, 전래동화스러운 분위기의 포스터를 보여주면서
무진은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현대극이고 군상극이라고 말하면서, 이제는 우리 손을 벗어난 이야기가 생명을 가진다고
그러던 와중 다른 단원이 그 단원에게 또 그 거짓부렁이냐고 치고 다들 웃는데


극단원들과 봉도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구불구불한 산길, 핸드폰 내려다보기도 지쳐서 창밖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차가 커브를 돌자 파란 펫말이 맞아주었다. "무진시 10Km". 무진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었기에 어쩐지 불안하고, 또 의문이 들어 선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이런 곳은 또 왜…?"

손배는 늘상 애용하는 목각 인형을 손에 들고 들러보던 와중이었다. 내가 말을 걸자, 선배는 손에 들고있는 인형에서 눈을 떼고 나를 올려보았다.

"너는 싫은 것이로구나. 무진에 내려가는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차분한, 가라앉은 대답. 무진에 가는 것이 별 것 아니라는 것 같은 반응에 순간 머릿속에서 하려던 말을 놓쳤다.

"아니, 그 특이점, 적으로 불안한 곳이니까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고 들어서"

선임은 슬쩍 웃으며 답했다. 아니, 웃었다는 것은 잘못 본 것일수도 있겠다.

"보통은 그렇지, 그런데 그 곳 만큼 잘 꾸려진 무대도 없어, 아직도 공연 중인 무대라 딱 결과적으로 좋은 공연이다, 아니다 말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무말 않자, 선배는 발치에 내려두었던 배낭을 뒤졌다. 꽤 낡은듯한 대본집을 꺼내고는 맨 뒷 페이지로 넘겨, 작은 코팅지를 꺼내 내밀었다. 코팅은 기스투성이에 그 기스 사이로 세월이 느껴지는 우리 극단의 전단지였다.

떡갈나무 유랑극단이 선사할 한 걸음 뒤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움을, 누군가에게는 성찰을,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장소:



일시:


포스터 뒤에는 방금 본 것과 같은 표지판과 그 뒤로 보이는 무진 시내의 풍경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일시 부분을 읽자 그림 내의 풍경은 뿌옇게 흐려지며, 안개낀 풍경으로 변했다.

"그러면, 이 공연 전에 무진에는 안개가…"

"글쎄, 그 이전의 무진은 몰라. 하지만 안개가 도움이 됐을 거야. 우리 극작가의 계획이었을수도. 안개는 훌륭한 문학적 장치니까"

작은 특이점 장난에 이제 막 맛들인 나로서는 저런 예술이나 문학같은 부분은 잘 몰랐다. 또다시 별 말이 없자, 선임은 체념한 듯 빈 눈길을 던졌다.

"음… 안개 그리고 연기는 예전부터 경계의 역할, 또 경계를 흐리는 역할이었으니까. 길을 막기도 하고, 경계를 가리워 양쪽을 섞어버리기도 하고.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신전을 가득 메우곤 했던 향의 연기.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이어주기도 하고, 의식이 행해지는 안과 그 밖을 구분지어주고. 요즘의 무대에서도 안개 효과는 자주 쓰이지. 물론 예전 의식에서와 같이 극적인 역할은 아니겠지만, 여기 무진은 이런 역할을 부여받은 게 아닐까."

달리던 봉고차는 이제 무진에 거의 다 도착해가는 듯 했다. 창 밖의 시야가 벌써 조금 짧아진 듯 했다.

"무진에서 길 가던 사람은 길을 잃고, 스스로에게 갇혀버린 사람은 밖을 볼 여유가 생기고. 네 생각은 이해해주는 자들 없이 네 안에 갇히기도 하지만, 가둬둔 욕망은, 그리고 에너지는 새나와 네 주변을 뒤틀고. 그게 무진이야."

"아니, 그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무대를 왜….? 길 잃게 만들고 아무에게도 이해 못하게 하는 게 무슨…"

"작가의 손을 떠난 이야기는 그 나름의 생명을 가지니까. 저 때 시작된 공연이 자기 혼자 살아남아 있는 거지. 이야기가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 그 이야기 안에서 작가는 죽고 이야기만이 살아남는거야."

선임이 조용히 속삭이던 와중 뒤에서 다른 단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 남작님, 또 그 무대에는 드라이아이스를 깔아야 하느니라, 산업화와 개인화의 상징 안개, 광장과 독방 타령이십니까? 이봐 신입, 저기는 원래 거대 특이점이었고, 안개는 늘 깔려 있었어, 쟤 신입 왔다고 신나서 거짓부렁 하는 꼴 좀 보라지"

선입은 기분 상한 듯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그 단원은 한 마디 더 거들었다.

"그리고 무진이 아직 읍일 때 우리 극단이 있기나 했을까? 후하게 잡아 봐야 막 시작한다거나 했을텐데. 허풍도 심하셔라. 뭐 레파토리 좀 바꾸는 게 어때 "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 아래, 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 조장은 이장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우리는 우손 마을 중앙 평상에 가져온 짐을 풀어놓았다. 선임은 평상 옆의 나무에 기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선임은 지나가듯이 말했다.

"저 평상 한여름 해가 중천에 있어도 시원하겠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내가 별 말 없자 선임은 한 마디 더 지나가듯 말했다. 나에게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 돌아 보기를 바라던 게, 스스로에게 충실하게 살기를 바란 게, 자그마한 소망이 세상을 바꾸기를 바란 게 나쁜 생각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