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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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歸天) - 천상병


마리안느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벤치에 앉아있었다. 멍하니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으슬으슬한 바람이 휭 하고 불어왔다. 가을이 되자 추워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코트를 입고는 있었지만, 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순간적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추운 것은 딱 질색이었다. 추우면 절로 몸이 덜덜 떨려오기에 마리안느는 항상 겨울을 싫어했다. 그렇다고 여름에 더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땀나는 상황은 상당히 불쾌했다. 그래도 선풍기를 틀거나 부채질을 하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추운 것 보다는 더운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다.

붉은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마리안느의 발치에 떨어졌다. 붉은색으로 물든 건 온도가 낮아지면서 엽록소가 파괴되어서 그런 거지. 마리안느는 저도 모르게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생물학 지식을 떠올렸다. 왜 그런지는 몰랐다. 그냥 떠올랐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상당히 인상 깊은 사실이었는지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이제는 딱히 써먹을 곳이 없는 지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유년기의 기억은 항상 화사한 유채색 빛이다. 마리안느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고,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환경에 언제나 즐겁게 지냈다. 지금은? 날마다 피곤함에 절어 침대에 눕고, 하루하루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지금? 20세기 흑백영화 필름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부모님이 참 대단하신 분들이었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재단의 연구원이었고, 용케 퇴직하실 때까지 목숨을 부지하여 자녀까지 두셨다. 지금은 은퇴하셔서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상황이다. 물론 기밀 유지를 위해 기억 조작을 받아, 어느 기업의 연구소에서 일하시던 것으로 알고 계시다. 가끔가다가 손수 기르신 작물을 택배로 보내곤 하시는데, 토마토가 정말로 맛있었다.

마리안느는 품 안에서 담뱃갑을 꺼내어 한 대를 꺼내 입에 문 뒤, 라이터로 그 끝에 불을 붙여 깊게 들이마시고는 훅하고 연기를 내뿜었다. 마크는 항상 몸에도 안 좋은걸 뭐하러 피냐는 식으로 말했지만, 인제 와서는 끊기가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마크는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곤 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맥주 한 캔 정도로 끝내고…. 딱히 건강을 챙기지 않는 유일한 부분이 있다면 단것 정도이려나. 그걸 빼면 항상 운동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도 하는 등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뭐, 그 덕에 나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게 되었지만 말이야. 거기다가 마크를 따라 운동을 함께 해서 체력도 꽤 좋은 편이다. 마리안느는 문뜩 담배를 손에 쥐지 않은 쪽 팔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팔에 힘을 줘 알통을 만들어보았다.

“….”

어차피 코트 소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용히 팔을 내렸다. 몇 번 더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니 어느새 필터만 남아버렸다. 마리안느는 필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퇴근길에 잠시 공원에 앉아있을까-하던 것이 금세 2시간이나 흘러버렸다. 마크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마리안느가 엉덩이 부분을 탁탁 털고 길가에 세워놓은 자동차 쪽으로 향하려 할 때,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검은 머리의 소녀.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인 것이, 아마 공원을 돌러 나온 것 같았다. 매끄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하니 마리안느도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녕.”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뭐, 하는 일이 고된 직종이라 말이지.”

마리안느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소녀는 생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괜히 멋쩍어진 마리안느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공원이라도 한 바퀴 돌려고 온 거야?”

“날씨도 딱 좋잖아요?”

소녀가 그 말을 하고 나니 찬 바람이 또 한 번 불었다. 마리안느는 살짝 몸을 떨었다. 눈앞의 소녀는 별로 추운 것을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마리안느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부럽다고 생각했다. 추위도, 더위도 잘 안 타는 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딱 좋은 날씨려나….”

“선선하니 좋잖아요?”

소녀는 쿡쿡 웃었다. 그 모습에 마리안느도 작게 미소 지었다. 소녀는 마리안느를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앨리슨 차오에요.”

“…마리안느 큐빅이야.”

어쩌다가 들른 공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들를 일이 없을 테니 소녀를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랬기에 마리안느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딱히 이름을 밝힌다고 큰일이 날 법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악수하더니, 앨리슨이라는 소녀는 생긋 웃고는 뛰어갔다.

“그럼 나중에 또 봐요!”

마지막까지 활기찬 소녀였다. 마리안느는 피식 웃고는 자동차로 향했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 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신호등에 걸려 기다리고 있을 때, 마리안느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앨리슨 차오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 같았다. 도대체 어디서? 처음 보는 소녀가 분명한데, 이름은 왜인지 몰라도 낯설지가 않았다. 초록 불로 바뀌어 다시 차를 움직일 때도 그 의문은 마리안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세 번째로 신호에 걸려 멈추어 섰을 때, 그제서야 마리안느는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검은 여왕….”

요주의 단체 교육에서 분명히 들은 이름이었다. 검은 여왕이라 불리는 인물은 자신의 이름을 앨리슨 차오라 한다고 했다. 그걸 왜 인제야 기억한 것일까? 게다가 저런 소녀일 줄 생각지도 못했다. 사실 재단에서 일하면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인물이라 해도 방심하면 안 되기는 하지만, 마리안느는 그런 변칙개체와는 별로 만날 일이 없기에 어딘가 방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시 파란불로 바뀌어 마리안느는 차를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대단하네.”

지난번에는 아무도 아닌 자를 만나고, 이번에는 검은 여왕을 만났다. 둘 다 딱히 적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어째서인가-라는 작은 의문이 한구석에서 잠시 맴돌다가 이내 사라졌다. 딱히 신경 쓸 인물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리안느가 신경을 써야 할 단체라면 예술가 쪽이니 말이다.

“마크가 믿어주려나?”

마리안느는 실없는 소리를 하며 핸들을 돌렸다.

.

.

.

“마리안느를 만나봤어요.”

앨리슨은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시며 건너편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한 모금에 절반이 사라졌다. 앨리슨은 딱히 음료수를 조금씩 마시며 음미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마실 때마다 쪽쪽 빨아 마시기에 음료가 금방금방 사라지곤 했다. 남자는 작게 웃으며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좋은 원두를 쓰는지 향이 좋았다. 따뜻한 커피를 목 너머로 넘기고 남자는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습니까?”

“남으려고요.”

“…그렇군요.”

남자의 반응에 앨리슨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다지 놀라지는 않으시네요?”

“앨리슨 양이라면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런가요.”

앨리슨은 살짝 웃고는 남은 아이스티를 빨아 마셨다. 복숭아 맛이 달았다.

“그럼 전 이만 가봐야겠군요.”

“그래요. 나중에 또…볼 수 있으려나요?”

“시간이 되면 말이죠.”

남자는 옆에 벗어두었던 회색 중절모를 집어 들어 머리에 쓰고는 카페를 나섰다. 앨리슨은 남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깨달은 앨리슨은 황급히 주머니를 뒤졌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내야 되는 건가….”

앨리슨은 머리를 싸매고는 한숨을 쉬었다. 저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나 왔어.”

마리안느는 집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집 안에 들어가며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마크가 이미 집에 와있을 시간인데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의아하게 여기며, 마리안느는 거실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마리안느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거실 탁자에 올려놓고는 마크의 방으로 향했다. 마크가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집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었다. 야근? 그렇다면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말을 했을 것이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본능적인 불안감. 마리안느가 거실에 놓고 온 스마트폰을 가지러 갈 때, 집에 내려앉은 정적을 깨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딩동.

마리안느는 가만히 서 있다가, 문 구멍을 통해 밖을 보았다. 익숙한 회색 모자. 마리안느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어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러고는 문을 벌컥 열어 남자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아무도 아닌 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로 마리안느를 보았다.

“오랜만입니다, 마리안느 큐빅 양.”

“…마크 어딨어.”

아무도 아닌 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 그대로의 반응이었다. 일단은 남매이니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겠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마크 큐빅 군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어딨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안느는 흥분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아무도 아닌 자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총구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일단 들어가서 앉을 수 있을까요?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마크가 어디 있는지나 말해.”

마리안느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그 말에, 아무도 아닌 자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손바닥 안에는 여러 발의 총알이 들어있었다. 마리안느는 천천히 방아쇠를 당겨보았다. 철컥. 철컥. 철컥. 황급히 탄창을 확인해 보았다. 텅 비어있었다. 이번에는 마리안느가 한숨을 내쉴 차례였다. 마리안느는 빈 총을 홀스터에 다시 집어넣고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허가의 행동으로 받아들였는지, 아무도 아닌 자는 문을 닫고는 마리안느를 따라 들어갔다.

“조금 전의 행동은…사과드리죠.”

소파에 앉으며 마리안느가 말했다. 아무도 아닌 자는 모자를 벗어 손에 들면서 작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닙니다. 남매가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것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아닌 자가 자리에 앉자,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마리안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마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다 했죠.”

“네, 알고 있습니다.”

“어딨나요?”

아무도 아닌 자는 품 안에 손을 집어넣어 양복 안주머니에서 회중시계 하나를 꺼냈다. 회중시계 뚜껑을 열어 그 안을 보고는 말했다.

“본인의 사무실에 있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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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사무실은 그렇게 넓은 장소는 아니었다. 책상 하나에, 잠시 쉴 수 있는 간이침대 하나. 서랍장 하나, 붙박이장 하나에 바깥으로 통하는 창문 하나. 지난 십여 년 간을 보아온 광경이다. 보안 등급이 올라가고, 재단 내의 지위가 올라가도 마크는 이 사무실을 고수했다. 편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넓은 장소를 사용한다고 해서 편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사용해온 사무실을 사용하는 게 그에게는 더 편했다.

이걸 보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크는 우울해졌다. 하지만 그 감정도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책상 위를 손으로 살짝 쓸었다. 그동안 끝내지 못한 일들은 최근에 전부 마무리 지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후임에게 쉽게 인수인계할 수 있도록 안배를 마련해놓았다. 이제 재단에서 더 일하지 않게 되고, 갑작스럽게 벌이는 행동이니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하니까.

마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놓인 팩스기로 향했다. 손에는 팩스로 보낼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다. 팩스기 앞에 서서, 마크는 잠깐 자신이 쓴 글을 보았다. 슬픈 미소가 얼굴에 드리워졌다. 마크는 종이를 입가로 가져가, 살짝 입맞춤하고는 팩스기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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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야근이라도 한다는 건가요?”

“아니요. 그런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도 아닌 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크 큐빅 군을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오늘 아침인데, 왜죠?”

“인사는 하셨나요?”

불길했다. 질문 자체가 불길함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 불길함을 애써 떨쳐내려 뭐라고 말을 하고자 입을 열었지만, 갑자기 작동하기 시작한 팩스기에 그럴 수 없었다.

“확인해보세요. 마크 큐빅 군에게서 온 것일 겁니다.”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이 불길함이 구체화될 것만 같았기에, 그냥 지금 앉아있는 소파에 계속 앉아있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저절로 움직여, 팩스기로 향했다. 마리안느는 나온 종이를 집어 들어 읽어보았다.

내 방 첫번째 서랍의 이동식 저장장치

생일 축하 못해줘서 미안
사랑해

마크

“이게 무슨….”

“10분 남았습니다, 마리안느 양.”

느닷없는 아무도 아닌 자의 말에, 마리안느는 떨리는 눈동자로 남자의 깊고 진중한 눈을 보았다. 그 감정을 한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애도의 표시. 중후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선고했다.

“마크 큐빅 군이 사망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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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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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책상 위에 권총을 올려놓았다. 집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잠시 그 무기질적인 검은 광택을 지켜보다가, 권총을 집어 들고는 안에 들어있는 총알을 확인했다. 1발. 그거면 충분했다. 한발이면 목숨 하나 끊는 데에는 충분했다.

차분히 심호흡했다. 생각보다 침착했다. 부모님과 플리쳐 박사님, 마리안느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슬퍼졌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크는 탄창을 다시 총에 밀어 넣었다. 장전 손잡이를 잡고 힘을 줘 뒤로 젖힌 뒤, 적절한 위치로 총구를 향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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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자마자, 마리안느는 집을 뛰쳐나와 차에 올라탔다. 서둘러 시동을 걸고, 시동이 걸리자마자 거칠게 가속 페달을 밟아 길로 나섰다. 죽는다. 죽는다. 오빠가, 마크가 죽는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느닷없는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10분. 최대한 빨리 가면 10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모든 신호를 무시하며 무작정 내달렸다. 수도 없이 다른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상관없었다.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마리안느의 머릿속에는 마크의 사무실로 가는 것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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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자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있었다. 그는 마크 큐빅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애석한 운명이다.

하지만 이건 전부 그가 시킨 일이었다.

아무도 아닌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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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는 황급히 정문의 검문소에 보안 카드를 내보이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서둘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운이 좋게도 바로 열렸다. 마리안느는 엘리베이터에 타서는 마크의 사무실이 있는 층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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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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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는 가쁜 숨을 내쉬며 방 안을 보았다. 이미 주변에서는 다른 직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허물어지듯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붉은색이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에는 총이 눈에 들어왔다.

총구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SACRIFICE AD MAIUS BONUM
2막 끝

스윽 하고 열 번째 조각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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